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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최초로 10000m 상공을 열기구로 올라간 이야기 <에어로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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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영화 리뷰] <에어로너츠>


영화 <에어로너츠> 포스터. ⓒ시나몬(주)홈초이스



작년, 제시 바클리를 내세워 시골 소녀의 컨트리 가수 성공기와 더불어 여성의 끈끈한 목소리, 연대를 담아 좋은 모습을 보인 영화 <와일드 로즈>로 이름을 알린 톰 하퍼 감독. 비슷한 이름의,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 <대니쉬 걸>의 톰 후퍼 감독과 아직도 헷갈린다. 영화의 느낌적인 느낌이 비슷하기라도 한 걸까. 여하튼, 계속 눈에 띄는 톰 하퍼 감독의 앞날을 기대한다. 


그의 작품이 다시 한 번 우리를 찾아왔다. <에어로너츠>라는 제목의 영화로, 영국 현지에선 작년에 개봉했지만 우리나라엔 4월에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로 연기되어 6월에 개봉할 수 있었다. 이제라도 개봉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가 주는 명명백백한 메시지와 기막힌 비주얼이 어느 정도는 먹힐 가능성이 확실하다는 방증이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열기구 조종사'에 관한 이야기이다. 


전작에 이어 이번에도 여성을 전면으로 내세워 여성의 '좋은' 모습을 담아 단단하고 알차게 전할 걸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펠리시티 존스'가 극의 중심을 잡아 활약한다는 사실 하나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톰 하퍼 감독의 전작이 주는 믿음과 펠리시티 존스의 전작들이 주는 믿음이 서로 하모니를 이룬다고 하겠다. 여기에 에디 레드메인이 합세해 <사랑에 대한 모든 것>의 명품 커플이 재연되었다. 


10000m 상공으로 올라간 열기구 이야기


1862년 런던, 천문학자이자 기상학자 제임스는 열기구 조종사 어밀리아와 함께 열기구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1만 명이 넘는 구경꾼들이 몰렸는데, 눈앞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이들의 모습을 구경하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기상 예측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제임스는, 왕립학회에서 발언하며 후원을 부탁하고 어밀리아한테는 열기구 조종을 부탁한다. 하지만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미친놈 취급을 당했을 뿐이다. 


천신만고 끝에 기상 예측을 위한 열기구 탑승에 성공한 제임스 그리고 어밀리아, 기존의 최고 기록을 깨고 8000m 이상을 오른다. 기상 악화로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기온이 급하강하고 산소가 부족해지는 등 진짜 고비가 찾아온다. 과학적 호기심으로 새로운 세계로의 향해를 고집부리는 제임스에 굴복하는 어밀리아, 급기야 그들은 11000m 이상으로 올라간다. 


더 이상 올라가다간 무조건 죽을 수밖에 없는 그들, 열기구 탑승이 처음인 제임스는 곧 정신을 잃고 어밀리아만 홀로 남아 어떻게든 열기구를 지상으로 내려야 한다. 산소는 없고 온몸이 꽁꽁 얼어 버린 극한의 환경을 뚫고 반드시 살아 돌아가야만 한다. 그녀에겐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어떻게 크다큰 열기구를 내릴 것인가?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극단적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


영화는 상승과 하강의 이미지가 확실한 대조를 이룬다. 상승할 때의 기대감과 설렘과 불안감이 전해지며 난기류를 만나 사경을 헤매고는 현실로 돌아온다. '놀러가는 게 아니다!'라는 되새김. 그렇지만, 구름 위까지 상승했을 때는 눈앞에 펼쳐진 믿기 힘든 장관을 보고 한없이 감탄할 뿐이다. '이곳엔 우리들 뿐이다'라는 신기함. 문제는, 그보다 더 올라갔을 때다. 


극단은 양날의 칼이다. 한계를 넘어 또 다른 세계를 만나 자신을 다른 차원으로 끌고 갈 수 있지만, 때에 따라선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르거나 다른 건 보지 못하고 한 곳만 보는 외곬수로 빠져 버릴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가 보여준 측면이, 극단의 부정적 모습들이다. 올라갔을 만큼 올라갔을 때 내려올 줄 알아야 하는데, 이성을 잃어 버린 것이다. 끝없이 계속 올라가려는 본능에 졌다. 


다행히 어밀리아 덕분에 죽지 않고 내려올 수 있는 타이밍을 간신히 얻어냈다. 하지만, 하강은 상승만큼 쉽지 않다. 상승은 '얼마나' 올라가는 게 중요할 테지만, 하강은 '어떻게' 내려가는 게 중요하다. 때문에, 내려가는 것에는 세심하고도 전문적인 기술이 필요하다. 남자 제임스에겐 없고 여자 어밀리아에겐 있는 기술이다. 제임스는 정신을 잃었고, 어밀리아 혼자의 힘으로 난관을 헤쳐가야 한다. 


죽음의 여정의 과실을 따먹은 이는?


어밀리아 혼자의 힘으로, 죽어가는 제임스를 챙기면서 역시 당장 정신을 잃어도 이상하지 않을 본인을 다독이며 열기구를 하강시키려 한다. 그 모습 자체가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겠다. 감독이 전작에서 여성의 끈끈한 목소리와 연대를 보여주었다면, 이 영화에선 여성의 끈끈한 인내와 기술과 힘을 보여주려 한다. 추상적이지 않은, 구체적이고 강인하기까지 한 힘을 말이다. 


하지만, 이 '죽음의 여정'의 과실은 어밀리아 아닌 제임스가 따먹었다. 모두 믿지 않고 또 기피했던 '기상 예측'의 가능성을 설파하고 또 설득했던 제임스가 상공 11000m 이상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와선 몸소 증명을 한 것이다. 정작 과정에선 제임스가 한 게 없지만, 결과적으로 어밀리아는 조력자일 뿐이었다. 하여, 이 영화를 통해 비로소 '제임스'와 어밀리아가 아닌 '어밀리아'와 제임스라는 공식이 성립될 수 있었다. 


실제 11000m 상공에서 촬영한 모습을 담아냈다고 알려진 영화 속 광활한 이미지는,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알아야 할 사실이다.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촬영 이미지라는 사실을 말이다. 감탄에 이은 감동이 배 이상일 게 확실하다. 더불어 제임스 아닌 어밀리아를 눈여겨 볼 것을 권한다. 둘의 과거가 중간중간 나오는데, 식상하기까지 한 제임스의 생각과 활동보다 어밀리아의 그것을 살펴보면 좋을 듯하다. 150여 년의 시대를 관통하는 관점의 전환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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