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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우주를 바라보며, 일상생활의 웃픈 이야기를 들여다보다 <스페이스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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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페이스 포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페이스 포스> 포스터. ⓒ넷플릭스



2020년 5월 30일,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회사 스페이스X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민간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곤' 발사했고 다음 날 국제우주정거장 도킹에 성공했다. 이른바 민간 기업이 우주 사업을 주도하는 '민간우주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이는 곧, 우리에게 우주가 한껏 다가왔다는 걸 의미하고 우주 탐사와 개발에 이은 상업화까지 가속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와중에 선견지명일까, 우연일까, 짜고치는 고스톱일까,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년 전 일찌감치 '미합중국 우주군' 창설을 천명해 작년 2019년 12월에 미합중국군 제6군으로 정식 창설되었다. 육군, 공군, 해군, 해병대, 해안경비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이다. 우주굴기를 외치며 미국을 매섭게 위협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한 행동의 일환으로 보여, 그리 긍정적으로 보이진 않는 게 사실이다. 


이에 발맞춘 게 명백해 보이는 바,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를 선보였다. 자그마치 전설의 미드 <더 오피스> 제작진이 다시 뭉친 게 최대 마케팅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주연과 제작에 '스티븐 카렐'의 이름이 보인다. 우주군 판 <더 오피스>라고 하면 적절할까. 여기에 또 한 명의 굵직한 이름이 보이는데, '존 말코비치'가 그다. 이 둘의 케미도 주요 볼 거리가 아닐까 싶다. 어떤 얘기가 펼쳐질지 궁금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새롭게 창설된 우주군의 좌충우돌


공군참모차장 중장 네어드 장군, 꿈에 그리던 대장으로 승진한다. 당당히 대장이 되어 참석한 국방장관 주제회의, 네어드는 새롭게 창설된 병과 '우주군'을 비웃다가 담당하게 된다. 즉, 우주군 참모총장이 된 것이다. 그가 할 일은 기지를 세워 우주선을 발사시키고 우주에 보낼 위성군을 조직해 보내는 것. 우주의 패권을 공고히 하는 일이다. 그와 함께 일을 진행시킬 요원으로 과학팀장 맬러리 박사가 있다. 


1년 후 인공위성 엡실론을 천신만고 끝에 발사하는 데 성공하지만, 곧 중국의 위성이 와서는 패널을 파괴해 버린다. 이후에도 중국의 방해가 계속되고 네어드와 맬러리는 골머리를 썩는다. 하지만, 네어드에게 진짜 문제들은 우주에 있지 않았다.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지극히 '하찮은' 문제들이 그를 흔들어대는 것이다. 무엇이 먼저이고, 무엇이 중요한지 점점 판단하기가 힘들다. 


국방장관은 큰 문제에서 책임지지 않으려 하고, 공군참모총장은 우주군이 공군에 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맬러리는 우주군을 제2의 NASA쯤으로 생각하고, 비서실장과 언론 담당은 제대로 일을 처리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부인은 큰 죄를 저질러 족히 40년은 감방에 있어야 하고, 하나 있는 딸은 어긋날 듯 아닐 듯 불안한 상태이며, 부모님은 치매에 걸려 계속 들여다보고 신경 써야 하는 처지이다. 


'재밌네' vs '이게 뭐야'


<스페이스 포스>는, <더 오피스>라는 거대한 후광을 등에 업는 선택을 한 만큼 호불호가 더욱 확실할 게 명확하다. 작품에 관심을 갖고 보게 하는 데까지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지만, 막상 보기 시작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더 오피스>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주지했듯 <더 오피스>가 비평과 흥행에서 너무 거대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데 있다.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게 한다. 


아무래도, 주요 포인트가 스토리 아닌 순간순간의 진지코미디에 있을 것이다. 시청자들이 그 순간순간들에 어떻게 반응하느냐. 저도 모르게 큭큭 웃으며 '재밌네'라고 하느냐, 뭐가 어떻게 왜 웃긴지 모르게 지나가 버리고는 '이게 뭐야'라고 하느냐. 다행인 건 세상에서 진지코미디를 가장 잘 하는 배우가 스티브 카렐이라는 점인데, 여전히 먹히느냐 하는 게 의문이다. 자칫 우려먹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정확히 반반이었다. 나도 모르게 웃을 때가 있었던 딱 그만큼, 뭐가 어떻게 왜 웃긴지 모르게 지나가 버린 적이 있었다. 이 작품이 크게 두 가지 요소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데, 하나는 네어드 장군의 웃픈 일상생활이고 다른 하나는 우주군에 끼어든 정치의 웃픈 현실이다. 나로선 네어드 장군의 일상생활에서 많이 웃을 수 있었고 정치의 현실에서 뭐가 뭔지 알 수 없었다. 절반의 성공이라고 넘어가줄까?


차리리, 이 시대 '중년의 위기'


작품의 전체적인 기조는, 우주군에 끼어든 정치의 웃픈 현실 쪽의 기지 있는 코미디와 웃음 포인트들이다. 제대로 준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격다짐으로 밀어붙이는 미국 대통령과 국방장관을 대차게 까고, 아울러 우왕좌왕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는 우주군 참모총장의 실태 역시 대차게 까려는 의도가 보인다. 결국, 지금 현실에서 우주군은 쓸모 없고 쓸 데 없는 허울만 요란한 빈수레라는 것이다. 


작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격하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우주는커녕, 지구는커녕, 미국은커녕, 사회와 가정은커녕, 자기 앞가름들이나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네어드 장군 개인에게로 시선이 좁혀진다. 차라리 이 시대 '중년의 위기'라는 개념이 서고 더 와닿게 된다. 제작진이야말로 그런 기조를 잘 아는지, 후반부로 갈수록 네어드 개인의 위기와 극복 과정이 더욱 비중 있게 다뤄진다. 


무엇보다, 네어드와 맬러리의 케미가 좋았다. 즉, 스티브 카렐과 존 말코비치의 만남이 훌륭했다는 것이다. 때론 서서히, 때론 급격히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걸 반복하며 성장하는 듯한 두 중년의 모습이 가장 와닿았다. 긍정적으로 보아, 이 작품을 감상하는 데 이 둘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하지만, 설령 시즌 2가 나온다고 해도 과감히 시청하는 선택을 할지는 의문이다. 잔잔하지만 단단하지 않은 측면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마지막 수확이 하나 있다면, <더 오피스>에의 관심이겠다. <더 오피스>를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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