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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나는, 재즈 미니시리즈 <디 에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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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디 에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디 에디> 포스터. ⓒ넷플릭스



데이미언 셔젤 감독, 채 서른도 되지 않은 지난 2014년 <위플래쉬>로 혜성같이 등장해 흥행과 비평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두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반짝 데뷔하곤 빛을 발하는 이들이 무수히 많은 와중, 데이미언 셔젤은 2년 후 여러모로 기념비적인 작품 <라라랜드>를 내놓는다. 그의 명성은 수직 상승, 단 두 편으로 할리우드의 기대주에서 거장으로 거듭난다. 이후 다시 2년 후 가져온 <퍼스트맨>이 상대적으로 떨어졌으나 그의 명성을 흔들 정도는 아니었다. 


우린 여전히 데이미언 셔젤의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 거짓말처럼 또다시 2년 후인 2020년에도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가져왔다, 대신 이번엔 영화가 아닌 드라마로. 극장 아닌 넷플릭스와 함께 안방을 공략한다. 그의 첫 드라마 연출작 <디 에디>이다. 총 8부작 미니시리즈로, 데이미언 셔젤은 첫 2편을 연출했고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의 이름 하나로 이 드라마를 향한 기대가 무지막지하다.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들여다보면, 관계자들 중 그의 이름만 드높은 건 아니다. 드라마 분야에서 그보다 훨씬 경력과 명성을 쌓은 감독들이 그처럼 2편씩 연출을 맡았다. 모든 에피소드의 각본을 담당한 이도 이름이 드높다. 여기에 배경은 프랑스 파리, 대략의 내용은 '디 에디'라는 이름의 재즈클럽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악과 범죄와 사랑과 술의 이야기란다. 어떤 이야기가 어떤 영상과 음악으로 펼쳐질 것인지?


재즈 클럽 '디 에디'를 지켜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명망 높은 스페셜 피아니스트 엘리엇, 아들을 잃고 아내와도 헤어지곤 프랑스 파리로 도망치듯 와서는 재즈클럽 '디 에디'를 차려 운영한다. 뉴욕에서 엄마, 새아빠와 살고 있던 딸 줄리가 파리로 온다. 그는 재무에 관련해서 일절 관여하지 않고 동업자 파리드에게 일임했는데, 클럽 재무상황이 좋지 않아 파리드는 알 수 없는 일을 벌인다. 전설적인 인물인 엘리엇이 피아노를 치면 재무상황이 좋지 않을 리가 없지만, 그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피아노를 놓은 지 오래이다. 더 이상 치고 싶지도 않고 칠 수도 없다. 


어느 날 밤 파리드는 클럽 앞에서 피살된다. 엘리엇은 용의자이자 주요 참고인으로 경찰에 불려나가기 시작한다. 한편, 알 수 없는 이들로부터 협박을 당하기 시작한다. 파리드가 클럽에 위조지폐를 숨겼다는 것이었다. 위험한 조직으로부터 돈을 빌려왔는데 갚지 못했고 그 조직은 '디 에디'를 이용해 위조지폐를 세탁하려 했다. 시시각각 '디 에디'로 위험이 몰려온다. 


엘리엇은 모든 것을 걸어 만든 '디 에디'를 지켜야 한다. 심신으로 지쳐가는 밴드를 흩어지지 않게 해야 했고, 줄리가 잘 자랄 수 있게 지켜보고 보살펴야 했으며, 죽은 파리드의 가족들을 챙기고, 자신의 사랑도 쟁취해야 했다. 경찰에 불려다니며 협조하고 해명하고 해결해야 했고, 동시에 위험한 조직에 엮여 협박당하고 이용당하고 해결해야 했다. 이 모든 걸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작품 자체가 재즈풍이라는 걸 유념해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마라 시리즈 <디 에디>는 재즈로 시작해 재즈로 끝난다. 작품 전반에 재즈가 흐르다 못해 넘치는 것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가 재즈풍이다. 흐느적거린다고 할까, 흐느낀다고 할까. 재즈라는 게, 미국에서 시작되었지만 태생이 흑인과 유럽의 혼합 아닌가. 그 시작과 과정에 차마 말로 표현하지 못할 느낌이 서려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 그대로 녹아 있다. 


이를 테면, 작품 전반을 이끄는 엘리엇의 '활극'이 그렇다. 활극이라고 하면 와일드한 캐릭터가 쫓고 쫓기고 속도감 있게 스토리가 진행되며 액션으로 점철되어 있다시피 하며 극적인 과정과 결과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디 에디>에서는 '전혀' 느낄 수 없다. 대신, 재즈풍의 여유 있고 고급진 느낌과 훅 들어왔다가 빠지고 정신 없는 듯하는 정극적인 라인을 입혔다. 할리우드적이지도 않은 것이 그렇다고 유럽적이지도 않은 것이, 생전 맛 보기 힘든 류의 드라마이지 않았나 싶다. 


주의할 건, 의외로 작품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데이미언 셔젤 연출의 1편과 2편이다. 재즈풍을 너무 심하게 입혀서 그런지, 드라마 연출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다 알면서도 만들고 싶은 걸 만든 것인지, 굉장히 '지루'하다. 스토리는 진행이 안 되고, 캐릭터 설명도 잘 안 되며, 큰 사건이 발생하는 데도 극적인 느낌이 없다. 무지막지한 재즈의 역습이 있을 뿐인데, 재즈를 사랑하는 이라면 천국 같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라면 견디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는 죽고, 재즈는 살고. 다행히 3편부터는 중심이 잡히는 느낌이다. 드라마도 살고, 재즈도 살고. 


참 잘 만든 작품, <디 에디>


<디 에디>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스토리를 중심에 두지 않는다. 짧은 미니시리즈에는 에피소드마다 제목을 부여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의 에피소드들에는 독립적인 제목들이 붙는다. 주요 등장인물 이름이 제목인데, '엘리엇' '줄리' '아미라' '주드' '마야' '심' '카타리나' 그리고 '디 에디'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따로 또 같이 독립적으로 유기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가는데, 4명의 감독이 2편씩 맡다 보니 사실상 모두 다른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식 옴니버스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반적인 드라마 시리즈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 


재밌다고 할 순 없지만 참 잘 만들었다곤 할 수 있다, 그동안 봐왔던 드라마들 중 많은 것들이 하찮아 보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누구를 막론하고 자신 있게 추천해 줄 수 있으냐 하면 절대 그렇지는 못할 것 같다, 1편과 2편은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하면 3편부터도 고구마 먹는 느낌을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시각 콘텐츠를 시간을 재밌게 보내려고 즐기지 감상고 느끼려는 경우가 많겠는가. 청각 콘텐츠라면 모를까. 한마디로, 이 작품은 감상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지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면 힘들다. 


이 작품을 통해 내 삶을 들여다보면, 과연 드라마틱한 때가 있었나 싶다. 매일매일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크고 작은 감정의 굴곡을 지나, 이지러니 흔들리고 휘둘리며 지낼 뿐이다. 작품 속 엘리엇처럼 자잘한 일과 크나큰 일에 동시다발적으로 대처해 나가며, 큰 일에 작게 동요하고 작은 일에 크게 동요하기도 한다. 어느 면에선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할 수 있을 정도인데, 그러니 이 작품을 단편적으로 손쉽게 대하기 힘든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앞으로 느끼기 힘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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