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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욕망에 사로잡혀 극단으로 치달은, 한통속 인간군상 <타이거 킹: 무법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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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타이거 킹: 무법지대>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이거 킹: 무법지대> 포스터. ⓒ넷플릭스



지난 3월 중하순, 넷플릭스에서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나가 공개되었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다큐멘터리에 역량을 쏟는 넷플릭스는 점차 다큐멘터리 명가가 되어가고 있는데, <타이거 킹: 무법지대>(이하, '타이거 킹')는 그중에서도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제목에서 연상되는 바, 동물에 관련된 다큐 또는 동물을 둘러싼 인간의 욕망을 다룬 다큐 정도라고 생각했다. 


작품을 연출한 두 감독 중 한 명인 에릭 구드는 5년 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도 5년이나 걸릴 줄 전혀 몰랐다고 한다. 그렇게나 끔찍할 줄도 몰랐고 말이다. 플로리다 남부에서 악명 높은 파충류 중개인을 조사하다가 시작되었다는 <타이거 킹>, 감독은 우연히 눈표범을 샀다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흥미를 가지게 된다. 이후 감독은 '미국에서 대형 고양잇과 동물을 키우는 사람'에 관한 다큐를 제작하고자 한다. 


그렇게 공간은 플로리다주에서 오클라마호마주로 옮겨지고, 세계 최대 규모 대형 고양잇과 공원이라는 '그레이터 윈우드 이그조틱 동물원'을 찾게 된다. 그곳의 주인, 조 이그조틱이 다큐의 주인공이다. 그로 말하자면, 청부 살인 혐의와 대형 고양잇과 살해와 판매 혐의로 22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미친놈에 동성애자에 총기를 소지했으며 마약에 중독된 광신도였다. 대형 고양잇과 200여 마리와 함께 생활했고, 3명의 남편과 결혼했으며, 대통령 선거와 주지자 선거에도 나간, 세상에 둘도 없는 아니 신화 속에서도 존재할 것 같은 인물이다. 어찌 흥미롭지 않을 수 있으랴, 어찌 이 다큐를 보지 않을 수 있으랴.


빌런들이 판 치는 욕망의 소용돌이


최근 10년 넘게 전 세계 영화계를 '슈퍼히어로 영화'가 점령하다시피 하게 되면서, 악당을 뜻하는 '빌런'이 덩달아 중요성을 띄기 시작했다. 빌런은 극의 재미를 위해 슈퍼히어로만큼 강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타이거 킹>은 주인공부터가 빌런의 모든 요소를 갖추었다. 세상의 중심이 본인이고 온갖 희한한 짓은 다 하고 다니지만, 마냥 욕만 할 수 없는 매력 덩어리로 응원까지 하게 된다. 


다큐 초반을 장식하는 게 G.W.동물원과 이그조틱을 향한 직원들의 숭배에 가까운 충성심이다. 호랑이에게 손목을 뜯기는 중상을 입고도 입원 5일만에 복귀하는 이유가 언론에게서 동물원을 지키기 위함이었다는 직원을 비롯, 직원 대부분이 돈을 거의 받지 못하고 쉬는 날 없이 엄청난 중노동에 시달리거니와 상사에게 학대까지 당하면서도 충성을 다해 일을 한다. 


한편, 이그조틱의 롤모델로 지목되는 머틀비치 사파리의 닥 앤틀과 이그조틱이 청부 살인을 하려 했다는 동물구조대 빅 캣 레스큐의 캐롤 베스킨이 있다.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수많은 여자들과 함께 산다는 닥 앤틀이나 수백 억 자산가였던 남편의 실종 사망 처리 과정에 연류되었다는 말이 무성한 캐롤 베스킨이나 범상치 않은 빌런들이다. 


동물권을 둘러싸고 끝없이 대립하는 이그조틱, 앤틀과 베스킨이지만 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숨길 수 없는 끼를 지닌 '관종'이라는 점과 사람을 부려 먹을 때 사이비종교가 연상되는 수법을 동원한다는 점에서 매한가지로 일치단결한다. 더군다나, 그들끼리 비방을 서슴지 않는 부분에 다름 아닌 '동물'이 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그들이 동물을 착취해 돈을 벌고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이다. 빌런들이 판 치는 욕망의 소용돌이이다. 누구 하나 이긴 '사람'들 하나 없고 주인공이어야 할 '동물'들만 피해를 봤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까


다큐 중반을 장식하는 건 이그조틱과 베스킨의 끝없는 상호 비방과 협박과 소송이다. 베스킨의 빅 캣 레스큐는 동물권을 앞세워 동물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이그조틱의 G.W.동물원은 빅 캣 레스큐야말로 동물을 착취하며 돈을 벌고 베스킨 본인은 남편을 죽여 토막내 호랑이에게 먹힌 파렴치한이라고 주장한다. 결국 돈이 훨씬 많고 이미지도 좋은 베스킨이 이그조틱에게 승리해 거금의 돈이 오가게 된다. 


하지만, 이그조틱으로선 그만한 돈을 줄 여력이 없다. 와중에 라스베이거스에서 구원자가 등장한다. 남는 건 돈밖에 없다는 대형 고양잇과 애호가이자 사업가 제프 로우이다. 언급한 세 명에 버금가는 또 다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본격적으로 G.W.동물원에 개입하기 시작한다. 와중에, 이그조틱은 관종끼를 최대한 발휘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 당연히 떨어지지만 주지사 선거에 출마한다. 


이미 이그조틱은 인터넷 방송과 TV 출연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명성, 즉 '악명'을 떨치고자 노력(?)해 왔는데 한술 더 뜬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유명한 일인이 떠오르는데 굳이 언급하진 않겠다만, 단순한 어그로꾼은 아닌 듯하니 그들의 생각방식과 생활방식이 그렇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잘못을 저지르면 범의 심판을 받을 테고, 그렇지 않으면 선 안에서 최대한의 비상식적 기행을 일삼으며 살아갈 것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또 그들을 따르는 이들로 하여금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한통속,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


다큐는 후반으로 치달을수록 점입가경이다. 이그조틱은 자신이 만든 동물원에서 쫓겨나고, 제임스 개럿슨이라는 이그조틱의 조력자는 뜻밖의 FBI 스파이였으며, 로우가 G.W.동물원을 완전히 장악하다시피 하지만 순탄하지만은 않고, 이그조틱은 결국 온갖 협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어느 누구 하나 승리자가 없는 아수라, 끝에 웃는 자는 이그조틱일까 베스킨일까 앤틀일까 로우일까. 제5자일까.


<타이거 킹>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대형 고양잇과를 사랑하고 가까이하고 키운다. 일반인이라면 오금이 저려 눈을 쳐다 보지도 못할 최강의 육식동물들과 함께한다니, 범상치 않은 기이한 이들임에 분명하다. 그들 간의 아수라인 만큼, 우리네 일반 상식을 지니고 일반적 생각과 생활을 해 온 이들이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어떻게 봐도 그들 모두 한통속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들에게서 우리를 엿보긴 힘들 테지만, '인간'을 엿보긴 어렵지 않다. 인간의 극단 말이다. 인간이 극단으로 치달으려면 끊임없이 들끓는 '욕망'이 도사리고 있어야 하는데, 그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게 바로 욕망밖에 없다. 이 다큐는, '그들은 왜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라는 의문 대신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 또는 '그들은 어떻게 그렇게 살아갈 수 있는 거지?' 하는 궁금증을 유발하는 한편 그 궁금증에 대한 일면의 답을 제시한다. 다양한 인간군상 대신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군상을 내보이면서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 다큐 시리즈가 큰 인기를 계속해서 끌고 있는 건, 비단 자극적인 면면들에서 기인한 재미와 흥미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큐를 이끄는 '빌런' 급의 주요 인물들이 보여 주는 바가 막연히 희미하게 상상 정도만 해 보았지 실제로 가능한 일인가 싶은 방식 그 자체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지극히 리얼이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다큐멘터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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