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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잔잔한 공감과 삶의 보편적 단면으로 중무장한 이주민 드라마 <타이거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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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타이거테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타이거테일> 포스터. ⓒ넷플릭스



핀쥐이는 어릴 때 대만의 시골 '호미(타이거테일)'에서 할머니 손에 키워진다. 할머니는 그에게 울지 말고 말을 적게 하며 강해지라고 말하곤 했다. 1950년대, 장선한 핀쥐이는 홀어머니와 함께 살며 함께 공장에 다닌다. 그에겐 어릴 때부터 친구인 위안이 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는데, 잘사는 위안과 못사는 핀쥐이는 이어지지 못할 운명이었다. 엄마를 끔찍이 생각하고 아끼는 핀쥐이는, 미국으로 건너가 성공하고픈 꿈을 꾸고 있었다. 


결국 핀쥐이는 사랑하는 위안을 뒤로 하고 사랑하지 않는 공장장의 딸과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건너가는 길을 택한다. 성공한 뒤 엄마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오랜 세월 성실하게 일해 성공으로 가는 핀쥐이, 하지만 공장장 딸과의 관계는 점점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들 사이에선 딸이 태어나고 집도 더 큰 곳으로 옮긴다. 중년에 이른 어느 날, 핀쥐이는 이혼을 당한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핀쥐이의 딸 앤젤라, 하지만 핀쥐이와 앤젤라는 한 없이 서먹서먹할 뿐이다. 앤젤라 또한 남편이 떠나서 힘든데, 아빠하고 얘기를 할 수가 없다. 그런 딸을 두고 홀로 대만의 어머니 장례식에 다녀온 핀쥐이, 큰 집에 홀로 남아 회한과 후회와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 이 성공한 이민 가족은, 무엇을 위해 살아왔고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있으며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타이거테일>은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전도유망한 드라마 연출가이자 각본가 앨런 양의 영화 연출 데뷔작이다. 그는 일찍이 2002년부터 활동을 해 왔는데, 이름을 날린 작품은 NBC 드라마 시리즈 <팍스 앤 레크리에이션>이다. 이 작품으로 에미상 등 많은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후 NBC <굿 플레이스>, 넷플릭스 <마스터 오브 제로>, 아마존 프라임 <포에버>, 애플TV <리틀 아메리카>까지 꾸준히 드라마 연출을 해 왔다. 이중 <마스터 오브 제로>로 기어코 에미상을 거머쥐었다. 


대만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앨런 양 감독은 아버지에게서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타이거테일>을 만들어다고 한다. 현재의 미국과 과거의 대만을 오가는 구조를 제외하곤 평범하고 평면적이기 짝이 없는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층층이 쌓아올린 감정이 마지막에서 소소하고 잔잔하게 터지는 걸 목격할 것이다. 이민자 가정의 슬프고 안타까운 말로를 그린다고 볼 수 있는데, 아메리칸 드림을 꿈꾼 동양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형태를 띈다. 


최근 들어 동양계 미국 이주민 영화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계 미국 이주민 가족을 다룬 <더 페어웰>이 유수 영화제에서 화제를 뿌리며 연내에 국내 개봉이 예정되어 있고, 36회 선댄스영화제 관객상과 심사위원대상으로 큰 주목을 받은 <미나리>는 한국계 미국 이주민 가족 이야기이다. 그런가 하면 제작년 미국에서 큰 성공을 거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도 함께 큰 맥락을 형성한다. 엄연히 미국 영화이지만 백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볼 수 없는 <타이거테일>이 계보를 잇는다.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용기


영화는 시종일관 잔잔하지만 지루하진 않다. 중간중간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일상을 보여 주고자 약간의 배경이 바뀐 동일한 장면을 수없이 반복하기도 하지만, 이 역시 지루하기에 앞서 깨달음을 준다. 별것 아닌 하루하루가 모여 일상을 이루고, 그렇게 이루어진 일상을 바꾸기에도 되돌리기에도 힘들다는 것. 명백한 미래의 목표가 있을 때나 과거에 매몰되어 있을 때나, 시간은 하염없이 흐르고 있다는 것. 


하여, 먼 미래만을 보여 별 생각 없이 매순간, 매시간, 매일을 보내면 언젠가 후회로 남을 것이다. 지금 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내 몸은 언제일지 모를 미래의 그때 그곳으로 가 있는데 말이다. 그런가 하면 계속해서 과거를 추억하며 현재를 온전히 보내지도 못하는 것도 안 될 일이다. 결국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이는 용기가 필요하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지만, 영화는 '타이거테일(호미)'에서 시작해 '타이거테일'에서 끝난다. 단순히 대만의 한 지역을 뜻할지 모르겠지만, 실상 사람은 살아가면서 자신의 시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말이다. 그때마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또는 새롭게 시작하려면, 시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는 보편성


핀쥐이의 삶은 비단 이민 가정에만 국한되어 있진 않다. 누구나의 인생과도 맞닿은 보편적 삶의 단면이다. 그는 희망은 없지만 사랑은 있는 현실에서, 희망을 택했다. 그에게 희망은 곧 성공이었고, 성공을 향해 맹렬히 달려갔다. 그의 맹렬함에 아내와 딸이 멀어졌다. 비단 그 맹렬함이 다름 아닌 아내와 딸을 위함이었다고 해도 말이다. 안타까운 이 상황은 우리네 삶과 맞닿아 있다. 


굳이 이민을 가지 않더라도, 누구나 희망과 성공을 위해 맹렬히 달리며 정작 중요한 것들을 생각하지 못한다. 아니, 알면서도 모른 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우린 아직 그에 대한 정답을 찾지 못했기에, 수많은 나름의 해답을 내놓으며 혼자 아닌 함께 후회와 회환의 의식을 하는 것이다. 그 나름의 해답이 현실로 말끔히 이루어질 때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거다. 


영화는 나름의 해답을 내놓았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시작으로 돌아가라는 것. 영화적 해답이 실제 삶에 통용될 수 있을 것 같은가? 영화가 시종일관 내 보인 지극한 현실 감각으로 미루어볼 때 통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당장이라도 실행에 옮길 수 있는가? 실행에 옮길 수 없는 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의지가 있느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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