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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테일러 스위프트를 잃지 않는 행보 속, 내딛는 정치적 올바름 <미스 아메리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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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미스 아메리카나>


다큐멘터리 <미스 아메리카나> 포스터. ⓒ넷플릭스



테일러 스위프트, 2006년 데뷔 이후 2010년대 최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싱어송라이터로 앨범 판매, 투어, 어워드, 평단 모든 부분에서 빼어난 성적을 보인다. 컨트리 음악에서 시작해 팝으로 성공적 전향을 이룩해낸 그녀는, 종종 영화에도 출연하는데 얼마전 오랜만에 주연으로 열연한 <캣츠>가 비평과 흥행 양면에서 처참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어 오점으로 남았다. 하지만 그녀의 노래만은 역시 최고였다. 


그녀의 영향력과 인기는 SNS로도 가늠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 1억2천만 팔로워, 트위터 8500만 팔로워, 유튜브 3700만 구독 등으로 어마무시하다. 그녀의 자산은 어떤가, 일례로 2018년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여성 부호 100위에 선정된 유일한 20대였다. 같은 해엔 역대 여가수 최고 계약금을 받고 소속사를 바꾸기도 했다. 그야말로 노래 안팎, 그녀의 모든 면이 최상위권인 듯한 인상이다. 


그렇게 2020년이 왔다. 그녀는 어느새 30대가 되었고 데뷔한 지도 15년 차가 되었다. 이번엔 다큐멘터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이는 <미스 아메리카나>는 미국이 낳은 21세기 최고의 싱어송라이터 테일러 스위프트의 진면목을 추적한다. 우린 그녀의 어떤 면모를 보게 될까. '올바르게' 변하려는 그녀를 응원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여'가수로서 지켜야 했던 것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순간"을 맞이했다고 자평하는 테일러 스위프트, 작품은 그녀의 어린 시절부터 훑는다. 그녀는 일찍이 출중한 실력과 스타성을 겸비했고, 성공을 간절히 바랐으며,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고 거대하게 꿈을 이루었다. 데뷔 때부터 믿을 수 없는 행보를 걸었던 것이다. 모든 이들이 앞다투어 그녀를 향한 칭찬 릴레이를 이어갔다. 


그녀는 우쭐하지 않는다, 아니 못했다고 말한다. 그녀는 팬들과 비평가들과 언론들의 관심과 사랑과 평가 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공인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잘 인지하고 있는 듯,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렸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단 한 번을 제외하고 2년 마다 앨범을 내왔고, 1억 장 판매는 진작 돌파했으며, 2집부터 모조리 빌보드 1위를 기록했다. 그래미 어워드 10회 수상, MTV VMA 7회 수상,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29회 수상, 빌보드 뮤직 어워드 23회 수상 등의 기록은 당연한 덤이라 하겠다. 


무엇보다 그녀는 '여'가수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켰다고 한다. 바비 인형처럼 빼빼 마르면서도 볼륨감 있는 몸매에, 싱어송라이터로서 열심히 일만 하며, 혹시라도 말이 나올 주제에 대해서 일절 발언하거나 주장하지 않으려 했다. 그 예로 든 가수가 있었으니, 역사상 가장 유명하고 위대한 컨트리 가수 '딕시 칙스'로 그들은 2003년 공연에서 당시 미국 대통령 부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 이후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국면에 맞닥뜨렸는데, 강한 반감 표현은 물론 방송 금지, 암살 위협 등 말 못할 고충이 있었다는 것이다. 테일러는 딕시 칙스를 좋아했다. 


자신과의 싸움 끝에 내놓는 '목소리'


<미스 아메리카나>는 제36회 선댄스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되어 화제를 뿌렸고 에미상 수상자 라나 윌슨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으로 기대를 충족시켰다. 작품은 단순히 연예인이자 공인인 테일러 스위프트의, 일반인으로선 알지 못할 슬픔이나 고통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는다. 보다 고차원적이라 할까, 오히려 생각했던 시선과 반대라고 할까. 


그녀는 다름 아닌 자신과 싸우고 있었다. 수없이 많은 질타와 야유와 비난을 받을 게 분명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말이다. 가수라면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어야 하거늘, 그녀는 사상적이고 정치적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또 노래를 통해 내고 싶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도 어쩔 수 없었던 착한 사람 콤플렉스, 그리고 현실적으로 판매량은 곤두박질 칠 건 자명한 일. 


참을 만큼 참았고 두고 볼 만큼 봤다, 그녀는 2018년 10월 지역구인 테네시 주 선거를 앞두고 이례적으로 정치적 입장을 밝혔다. 여성을 위하기는커녕 여성의 권리를 처참하게 짓밟는 공화당의 여성 후보가 아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는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테일러의 음악을 25% 정도 덜 좋아한다"고 발언하는 등 파장이 일었지만, 앞서고 있었던 공화당 후보가 이기고 말았다. 이후 그녀는 LGBTQ의 권리 옹호를 위해 기부하는 등 정치적 목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중심을 잡고 조심스레 내딛는 '정치적 올바름'


작품은 그녀의 가수 생활과 목소리 말고도 7집 <Lover> 준비 과정을 담기도 했다. 중간중간 이런저런 신체적·정신적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흔들림 없이 차기작을 준비하는 모습이 우직한 한편 신선하다. 그게 당연한 것일 테지만 그렇지 않은 스타들이 즐비하지 않은가. 그런 한편, 작품 자체로는 별 다를 게 없는 내용이라 굳이 들어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넣은 선택이 좋았던 것 같다. 


그녀는 잠깐 '방심'한 사이 조금 살이 쪘을 때 들려온 임신설에 식이장애의 일종인 거식증에 걸렸다고 말한다. 그런 반응에 '합당한' 대처를 하지 않을 시 몰려올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변했다. 그녀는 180cm에 이르는 큰 키를 자랑하는데, 바비 인형 같았던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달라진 모습이란, 그녀의 키에 비례하는 덩치를 말한다. 그녀는 예전이 아닌 지금의 본인 모습이 '올바르다'고 말한다. 그녀의 정치적 목소리와 일맥상통한다. 


정치적으로는 현재 당 내 경선이 벌어지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겨냥했을 테지만, 작품을 통해 테일러 스위프트가 진정 말하고자 하는 바는 올바른 목소리라고 하겠다. 그것이 그녀의 2020년대 포지션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더 올라갈 곳이 없는 그녀로서, 최선이자 최고의 방책이라 하겠다. '정치적 올바름'이라는 거대한 콘텐츠에 이제 막 발을 디뎠지만, '테일러 스위프트'라는 이름을 잃지 않는 행보로, <미스 아메리카나>는 다큐멘터리 장르를 교모히 이용해 똑똑하게 완성한 한 편의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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