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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국 팝스타 찰리 XCX가 제작한 여성 밴드 이야기 <우리가 바로, 내스티 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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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우리가 바로, 내스티 체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리가 바로, 내스티 체리> 포스터. ⓒ넷플릭스



찰리 XCX, 영국 출신으로 2008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팝스타이다. 그녀는 2014년 영화 <안녕, 헤이즐>의 테마곡 'Boom Clap'으로 유명하거니와, 그쯤 아이코나 팝의 'I Love It'과 이기 아잘레아의 'Fancy'를 피처링하며 거대한 성공을 안겨주기도 했다. 그 자신 다양하고 다채로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섭렵하기로 유명한데, 하여 단순히 반짝 스타가 아닌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고 있다는 평이다. 


그녀가 매니저 에미와 함께 멘토이자 제작자로 참여해 만든 밴드가 있다. '내스티 체리(Nasty Cherry)'. 데뷔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신인 밴드로, 구성원 4명 모두 여성으로만 이루어져 있다. 이력이 매우 독특한데, 기타리스트 클로이는 '키튼'이라는 뉴욕 밴드 보컬 출신이고, 드러머 데버라는 찰리 XCX 투어에서 연주한 드러머 출신이다. 이들은 밴드 음악을 했으니 그러려니 할 테지만 다른 두 명은 그렇지 않다. 


보컬 가브리엣은 모델 겸 배우 출신이고, 베이시스트 조지아는 대작 SF영화 세트 장식 담당 출신인 것이다. 범 연예계에서 활동했기에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의 이동은 아니라고 하지만, 가수 아닌 밴드의 특성은 또 다르다. 더욱이 4명 모두 본인만의 뚜렷한 개성이 있기로서니, 과연 어떤 활동으로 어떤 음악을 선보일지 기대 반 걱정 반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영국 팝스타 찰리 XCX가 만든 밴드, 내스티 체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우리가 바로, 내스티 체리>는 내스티 체리의 멘토이자 제작자로 참여한 찰리 XCX와 매니저 에미가 제작 및 출연까지 한 작품으로, 내스티 체리의 탄생 과정과 이후 활동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찰리 XCX의 유명세와 찰리 XCX를 향한 믿음으로 작품을 시작하지만, 과정은 내스티 체리로부터 나오고 내스티 체리에서 끝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을 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찰리 XCX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되었거니와 내스티 체리를 이루는 4명의 개성을 인상 깊게 들여다볼 수 있었지만 정작 음악은 제대로 접할 수 없었다. 음악 다큐멘터리라기보다 인물 다큐멘터리이자 밴드 탄생 사전 홍보를 위한 영상이라고 할 수 있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구성원의 절반이 음악과는 거리가 먼 출신이지 않은가. 


하여, 이 솔직담백한 다큐멘터리는 약간의 스토리텔링을 가미한다. 음악이 아닌 인물의 개성으로 승부를 본 느낌이랄까. 완전히 다르다고 할 만한 일을 해온 4명이 모여 함께 곡을 만들고 부르고 생활까지 하면서 일어나는 묘한 균열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데버라와 조지아는 영국 출신으로 내스티 체리를 위해 찰리 XCX만 믿고 미국으로 건너와 생활을 시작했다. 판은 만들어졌다. 


문제의 소지가 있는 4명의 구성원


여기서 또 하나의 복선은 기타리스트 클로이의 존재다. 그녀는 '강한' 여성이지만 자기 주장이 강하지 않고 입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오랫동안 활동해온 밴드 '키튼'에선 부동의 보컬이었던 그녀가 내스티 체리에선 기타리스트가 아닌가. 그녀 또한 오직 찰리 XCX만 믿고 자리를 옮긴 것이다. 문제는, 내부에서 터진다. 


데버라는 드러머로서 드러머 역할을 맡았지만 영국에서 건너왔고, 가브리엣은 모델 겸 배우에서 보컬이 되었으며, 조지아는 SF영화 세트 장식 담당에서 베이시스트가 된 것도 모자라 영국에서 건너왔다. 클로이는 사실상 프로 밴드에서 보컬이자 홍일점으로 충출한 실력으로 역할을 다해왔는데 기타리스트가 되었다. 얼핏 4명 중에 가장 문제의 소지가 없어 보이지만, 들여다보면 문제의 소지가 가장 큰 것이다. 


데버라는 논외로 치고 밴드의 '밴'자도 몰랐던 가브리엣과 조지아는 새로 배운다는 느낌으로 시작하면 되겠지만, 클로이는 자신의 것을 뒤로 하고 새로운 것을 맡은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밴드를 가장 잘 아는 인물, 하지만 구성원들은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녀의, '밴드'에 대한 직간접적 조언을 말이다. 클로이는 천천히 지쳐가고 불만이 쌓여 폭발에 이른다. 


'여성' 밴드로서


이 작품은 클로이가 사실상의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그녀의 심정과 대응이야말로 '밴드'의 정체성에 가장 맞닿아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다. 즉, 다큐멘터리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밴드란 무엇인가'라는 명제가 들어 있는 것이다. 밴드는 구성원들로 이루어지지만, 구성원들 각각 또한 밴드 자체이기도 하다. 한 명이라도 희생의 강도가 높다고 판단한다면 밴드는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된다. 수많은 밴드들이 그렇게 허물어져갔다.


내스티 체리의 현재는, 잘은 모르지만 폭발적이진 않은 것 같다. 밴드라는 개념의 특성상 주류에 편입되기 매우 힘들기도 하지만, 뚜렷한 개성과 나쁘지 않은 수준의 음악으로만으론 큰 어필을 할 수 없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스티 체리를 구성하는 4명의 면면을 볼 때 시작과 동시에 거대한 성공이 따라오면 안 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들은 밑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해야 하고, 모든 걸 뒤에서 챙겨주는 찰리 XCX와 에미에게 감사해야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통해 소개된 수많은 스타들 뒷 이야기와 결을 같이 하는 <우리가 바로, 내스티 체리>, 색다르고 파격적이진 않았지만 적절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거의 모든 출연진이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또 밴드 또한 여성으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여성의 목소리를 높이고 '멋진 여성'으로서의 길을 가고자 하는데 생각보다 두드러지지 않은 게 아쉬우면서도 고급지다고 생각했다. 은근하게, 잔잔하게, 여성을 보여주는 연출이 괜찮았다는 말이다. 이제는 여성 밴드가 당연한 시대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여성으로만 이루어진 밴드'라는 우스꽝스러운 수식어는 치워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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