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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감독으로서 성적을 내고, 마라도나로서 기행을 삼가라!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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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끝나지 않은 전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포스터. ⓒ넷플릭스



디에고 마라도나, 펠레와 더불어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로 이견이 없는 그 이름. 그는 아르헨티나에서의 10대 데뷔 때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표팀과 프로팀에서의 활약과 그에 따른 우승 전력이 태양처럼 빛났던 것이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그는 가히 축구의 신으로 우뚝 선다. 84년 최고의 팀 바르셀로나에서 중위권 팀 나폴리로 이적했고, 86년 월드컵에서 우승은 무리인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이끌었다. 


결과는, 나폴리에게 유이한 세리아A 우승과 유일한 유럽대항전 우승을 안겨주었고 86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에게 두 번째 우승을 안겼다. 축구는 11명이 함께 팀을 이루어 하는 스포츠이지만, 오직 마라도나에겐 그 개념이 통하지 않았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때 그 시절 나폴리와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우승에 있어 마라도나는 절대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그렇다, 마라도나에게 약팀 또는 상대적 약팀은 운명이 되었나 보다. 1997년 공식적으로 선수 은퇴를 한 그는, 94년부터 감독 생활을 시작했는데 빛을 보진 못했다. 그런 와중, 지난 2017년부터 돌연 옛날 전성기 때를 생각하듯 하위권 팀들을 맡기 시작했다. 2017년 당시 아랍에미리트 2부 리그의 알 푸자이라를, 2018년 당시 멕시코 2부 리그의 도라도스 데 시날로아를, 2019년 당시 아르헨티나 1부 리그의 힘나시아까지. 그가 부임했을 때 팀들은 리그에서 맥을 못 추고 있었다. 


'마라도나'라는 상징,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날로아의 마라도나: 끝나지 않은 전설>은 2018년 당시 멕시코 2부 리그 최하위권에서 맥을 못 추고 있던 도라도스 데 시날로아(이하, '도라도스')에 부임한 디에고 마라도나의 이야기이다. 멕시코 2부 리그 최하위권의 팀인 것도 이슈지만, 하필 시날로아라니... 현존 최고 범죄인 1위이자 마약왕 엘 차포 구스만의 시날로아 카르텔의 본거지가 아닌가. 마라도나는 1990년대를 마약으로 시작하며 전성기와 함께 명성과 인생까지 날려먹은 전력이 있다.


하여, 다큐멘터리는 다채로운 시선이 공존한다. 2부 리그를 전전하는 별 볼 일 없는 팀인 도라도스에게 태양 같은 빛을 선사할 게 확실한 마라도나의 감독 부임과 그에 따른 기대, 오랫동안 마약과 기행으로 온갖 이슈를 뿌리며 가는 곳마다 화제를 낳은 마라도나를 향한 당연한 불신, 오직 축구만을 생각하며 실력과 성적으로 보여주겠다고 장담하는 마라도나. 


작품은 상충하면서도 상부상조하는 여러 시선들을 균형감 있게 보여준다. 당연히 마라도나가 중심에 있고, 도라도스 회장과 선수들과 서포터즈들, 지역 축구 관계자들과 언론들, 지역 주민들까지. '마라도나'라는 상징을 두고 마라도나 자신까지도 제3자 대하듯 할 정도로, 그의 영향력은 대단하다 못해 파괴적이다. 긍정적으로 발화될까, 부정적으로 발화될까. 


성적을 끌어올리고 기행을 삼가라


마라도나가 해야 할 건 크게 두 가지였다. 꼴찌에 준하는 처참한 성적을 기록 중인 팀을 끌어올리는 것과 마약으로 유명한 마라도나로서 마약의 도시에서 불신의 시선을 감내하며 기행을 삼가야 할 것. 다큐멘터리는 이 투 트랙으로 시날로아의 마라도나를 기록해 보여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완벽하지도 완성하지도 못했지만 성공적이었다. 


우선, 마라도나는 심각한 관절염으로 제대로 걸어다니지도 못했지만 '축구의 신'이라는 후광으로 팀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충만하게 만들었고 특유의 재기발랄한 성격으로 팀에 다가가 자부심을 불어넣었다. 축구인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마라도나에게 사사받고 싶어할 것이고, 마라도나와 함께 뛰고 싶을 것이며, 마라도나 곁에 있고 싶을 것이다. 마라도나는 그런 자신의 영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동시에, 마라도나는 마약의 도시에서 마약의 '마'자도 꺼내지 않는다. 그건 그를 직접적으로 대하는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 물론 그를 불신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축구만 생각하려 하며, 팀 구성원들의 심신을 끌어올려 성적을 올리는 데만 집중한다. 비록 정말 아쉽게도 1부에 올라가지는 못하지만 팀에서 패배의식을 끄집어내고 팀에 승리의식을 이식시켰다. 마라도나 없이도 승리를 이어갈 수 있는 팀으로 말이다. 


사실, 시날로아의 쿨리아칸 지역으로선 마라도나 자체가 중요했다. 이왕이면 그가 팀의 축구 성적을 올리고 마약 관련된 기행을 일삼지 않으면 좋겠지만, 그의 출현 자체로 홍보 효과를 톡톡히 올렸다. 전 세계가 시날로아에 마약이 아닌 마라도나로서의 관심을 집중한 것이다. 


마라도나의 성장 스토리


극중에서 마라도나는 말한다. "나는 모든 걸 다 해봤어."라고 말이다. 그는 축구로서 역대 최고의 자리에 올랐고, 스캔들로서도 역사에 길이 남을 기행을 뿌렸으며, 영향력으로서도 아르헨티나에 그를 신으로 모신 종교가 있을 정도로 파괴적인 힘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며 그는 이제는 젊은 너희들 차례라며 못 할 것 없고 실망할 것 없다고 조언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마라도나의 성장 스토리로도 읽힌다. 단순한 후학 양성, 그것도 팀을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는 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의 양성 실력과 영향력을 간절히 원하되 가능성이 보이는 하위권 팀으로 가서 전반적인 업그레이드를 시켜주는 것이다. 그동안의 부정적인 발화에서 긍정적인 발화로 인생의 방향을 크게 튼 모습인데, 마라도나가 단순히 영향력 있는 개인이 아니라 상징이라는 걸 생각해볼 때 매우 어렵거니와 신중한 결정이었을 거라 생각된다. 


마라도나의 현역 시절 라이벌들의 면면은 참으로 화려하다. 독일의 루메니게, 프랑스의 플라티니, 브라질의 지쿠, 네덜란드의 굴리트와 판바스턴, 독일의 마테우스 등이 그들이다. 마라도나가 여전히 현역 감독으로 일선에 있는 반면, 그들은 거의 모두 일선에선 은퇴하고 행정가 또는 고문으로 빠져 있다. 마라도나의 행보가 대단해 보이는 이유다. 이후 그의 행보가 그를 다시 '위대'한 위치로 끌어올릴지 기대해본다. 시간이 지나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위대함을 설명하는 단초이자 일환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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