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영화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포스터. ⓒ넷플릭스
위대한 가수가 중심이 된 영화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많이 제작되어 선보였다. 다만, 일반적으로 가수보다 가수가 부른 노래를 잘 알고 있는 것에 그치기에 가수를 들여다보기 위한 수단으로 극이 아닌 다큐멘터리를 선호하곤 했다. 조심스러운 접근이었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극으로도 선보여 <레이>나 <라비앙 로즈>의 경우 완벽한 싱크로율과 연기로 유명세를 떨쳤다.
와중에 지난해 10월 개봉해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킨 <보헤미안 랩소디>가 판을 바꿔버렸다. 위대한 가수를 되새기는 데 있어 극 중심으로 판도가 바뀐 것이다. 2019년 들어 빅토르 최 <레토>, 머틀리 크루 <더 더트>, 엘튼 존 <로켓맨>, 주디 갈런드 <주디>, 비틀즈 <예스터데이>가 뒤를 잇고 있다. 그리고 루디 레이 무어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가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선보였다.
한국인에겐 가장 낯설 가수가 분명한 루디 레이 무어, 그는 '돌러마이트'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가수이자 코미디언이자 프로듀서이자 영화배우인 1970년대 미국의 전천후 흑인 예능인이었다.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는 루디 레이 무어가 전설이 되어가는 일대기를 그린 영화로, 할리우드 원조 코미디언 에디 머피가 루디 레이 무어 '돌러마이트'로 분했다.
'돌러마이트'가 된 루디 레이 무어
197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 루디 레이 무어는 낮에는 레코드사에서 부매니저로 일하고 밤에는 클럽에서 사회자로 일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예능인, 가수이자 코미디언이다. 이미 몇 장의 앨범까지 냈지만 그가 일하는 레코드사업장에서 틀어주지도 않는 찬밥 신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골칫덩어리 노숙자 리코가 어김없이 찾아온다. 루디가 맡아 쫓아내기로 했는데, 그가 뜻밖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아닌가.
직접 리코를 찾아간 루디, 노숙자들이 모인 그곳에서 '돌러마이트'라는 음란한 가상 인물을 창조하고 그들만의 느낌과 라임을 만들어낸다. 곧바로 클럽에서 시험해 보는데, 모든 관객들이 하나같이 박장대소하는 게 아닌가.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친구들과 함께 라이브앨범 제작시연회를 개최하고 대박을 이뤄낸다. 하지만 너무 저속하다는 이유로 음반사가 받아주지 않는다. 그에 그들은 직접 판매해 역시 대박을 이뤄낸다.
오래지 않아 정식 음반사와 컨택, 루디 레이 무어는 스타 '돌러마이트'가 된다. 얼마 후 우연히 보게 된 영화로 감명을 받은 돌러마이트, 곧바로 영화배우로의 길을 가려 하지만 실패한다. 이번에도 직접 영화를 만들기로 작정하곤 주연뿐 아니라 제작자까지 겹업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문가들을 모아 영화를 찍게 되는데... 과연 그는 제대로 된 영화 아니 그가 만들고자 한 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또 한 번 대박을 이뤄낼까?
1인 체제의 상상력과 추진력과 자기확신
영화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는 1970년대 미국 예능 전반에서 화려하게 꽃피운 루디 레이 무어의 일대기와 1975년 루디 레이 무어가 주연이자 제작자로 분한 영화 <돌러마이트>를 모티브로 하였다. 영화 1/3이 루디 레이 무어의 돌러마이트 성공기이고 나머지가 영화 제작기인 만큼, '돌러마이트' 루디 레이 무어만큼 영화 <돌러마이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하겠다.
그가 이뤄낸 성과들엔 확연한 공통점이 존재한다. 무작정이라고 할 만큼 돌진하고 실패하면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대중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기에 가능했을 테다. 40년이 훌쩍 지난 지금,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은 돌러마이트 전략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재편까지는 아닐지라도 상당히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1인 미디어나 1인 제작자라는 말이 나온 지 오래인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쉽게 기술을 연마하고 수행할 수 있게 변하고 있기에 특별한 게 아니게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걸 45년 전에 생각해내고 실행하여 대성공까지 이뤄낸 루디 레이 무어라는 이의 상상력과 추진력과 자기확신이 대단하게 느껴진다. 비록 그를 전혀 몰랐지만, 영화가 그를 향한 존경을 담아 세심하게 표현해내어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의 결
1975년작 <돌러마이트>는 1970년대를 전후해 등장한 블랙스플로이테이션 영화(흑인 영웅이 등장하는, 흑인 관객들만을 위한 영화)의 결을 잇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가 2/3을 이 작품 제작기에 할애한 만큼, 이 영화 또한 결을 잇는다고 하겠다. 작품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에디 머피'라는 흑인 가수이자 코미디언이자 프로듀서이자 배우가 돌러마이트로 분한 것도 큰 상징성을 띈다 하겠다.
좋은 건 다 백인들 차지라든지, 흑인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백인이 빼앗아간다든지 말이다. 굉장히 인종차별적인 생각이자 언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엄연한 사실에서 바탕했기에 외려 흑인들의 애환으로 비춰지고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또한 <돌러마이트>처럼 <내 이름은 돌러마이트> 또한 흑인 관객들만을 위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에 저런 발언은 하등 이상할 게 없다.
영화는 위와 같이 상당히 정치적이고 심각할 수 있는 소재와 주제를 마련해놓기도 했지만 코미디언 돌러마이트의 이야기인 만큼 팝콘 무비로서의 위상이 더욱 크다 하겠다. 음란하고 선정적인 소재가 무결점의 웃음으로 승화되어 앞뒤 없이 갈끔하게 소진되어 버리는 것이다. 모든 애환과 걱정도 함께 날려 버리라는, 흑인들에게 보내는 헌사와도 같다. 루디 레이 무어는 자신의 꿈과 명예를 관객들의 웃음과 바꾸고, 그 이면의 치열함과 어려움은 오롯이 혼자 짊어지는 걸 택했다. 그에겐 이 영화를 빌어서 뒤늦은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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