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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역대 최고의 미드 '브레이킹 배드'를 잇는 영화 <엘 카미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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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 포스터. ⓒ넷플릭스



미국에선 수많은 방송사를 통해 정말 많은 드라마들이 만들어진다. 그런 만큼 경쟁이 매우 치열한데, 드라마를 시작 시키는 것도 힘들지만 계속 방영해 나가는 게 훨씬 힘들다고 한다. '살아 남는' 것 자체로 충분히 대단한 미드가 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어떤 드라마들은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얼마 전에 대단원의 막을 내린 <왕좌의 게임>도 역대급의 평을 받고 있지만 역시 모르는 사람 없을 것 같은 <워킹 데드>는 역대급 축에도 끼지 못하는 식이다. 오래 살아 남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 시즌을 유지한다고 최고의 드라마가 될 순 없다. 


<브레이킹 배드>라는, 2008년에 시작해 5시즌으로 2013년에 막을 내린 미드가 있다. 수많은 미드가 우리 곁을 찾아왔다가 떠났지만, 이 드라마 만큼의 생명력과 영향력을 가진 게 흔치 않다. 방영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미드이자 TV쇼로 칭송받고 있다. 암에 걸려 시한부 판정을 받은 천재 화학 교사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제자와 함께 마약 제조에 뛰어든다는 스토리이다. 스핀오프로 <베티 콜 사울>이라는 또 하나의 걸출한 미드가 존재하는데, <브레이킹 배드> 또 한 명의 주인공 '사울'이 단독 주연급으로 분한다. 


본편 종영 6년 만, 스핀오프 방영 중인 시점에 영화판이 AMC가 아닌 넷플릭스 오리지널 <브레이킹 배드 무비: 엘 카미노>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본편 마지막 이후를 다루는데, 본편에서 사망한 화학 교사 월터 화이트가 아닌 도망쳐 잠적한 제자 제시 핑크맨이 단독 주연이다. 누군가한테는 큰 볼 거리 없는 그런저런 영화나 다름 없을 수 있겠지만, 팬들에겐 다시 없을 선물과 같다. 이 영화를 계기로 거꾸로 드라마 본편과 스핀오프로 가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영화를 포함한 무수히 많은 콘텐츠들 중 단연 수위권이니 말이다. 


탈출한 제시, 새출발을 도모하다


월터는 죽고 월터의 도움으로 네오 나치로부터 탈출한 제시, 그는 여전히 현상수배 중이다. 하이젠버그라는 이름으로 악명을 떨친 월터와 함께 미국 역사상 최악의 마약 제조 사건 당사자인 것이다. 옛 친구들을 찾아가선 씻고 덥수룩한 수염을 다듬고는 새옷으로 갈아입는다. 탈출할 때 가져온 쉐보레 엘 카미노를 처분하려 하지만 성사되지 않는다. 친구들의 의심없는 도움을 받아 문제 없는 차로 갈아탄다. 


그는 돈을 마련해 새출발을 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다 죽고 아무도 없는, 네오 나치에게 갇혀 있던 곳으로 돌아가 어딘가에 숨겨둔 돈을 찾으려 한다. 많은 돈을 들고 예전부터 알고 있던 전문가에게 찾아가면 새 과거와 새 이름으로 새로운 곳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 그가 과연 도망자의 신분에서 새출발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한편, 영화는 제시가 네오 나치에게 붙잡혀 있을 때의 이야기도 전한다. 그가 왜 탈출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가지지 못했는지, 그가 그곳에서 어떤 생활을 영위하고 있었는지, 그와 주로 함께 있었던 토드라는 이를 통해서 네오 나치가 어떤 집단이었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알 수 있다. 제시는 그들로부터 탈출하면서, 과거로부터 범죄로부터 마약으로부터 탈출하고자 했던 게 아닐까. 


완벽한 만듦새, 예측할 수 없는 길을 만들다


영화 <엘 카미노>는 미드 <브레이킹 배드>와 따로 떨어졌지만 또 같은 세계관을 영위하는 콘텐츠가 아니다. <브레이킹 배드>의 마지막에서 고스란히 이어지는 후속편 내지 후일담 형식이다. 하여 만듦새와는 별개로 그 자체로 즐길 만한 영화는 아닌 것이다. 팬들을 향한 헌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는 왜 6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오게 되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팬이 아닌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영화를 들여다보면, 이만한 만듦새를 찾아보기 힘들만큼 완벽에 가깝다. 본편의 기획, 각본, 연출을 맡았던 빈스 길리건이 영화의 각본과 연출도 도맡은 만큼 결을 같이 하는데, 상황 설정과 캐릭터 묘사와 전개가 치밀하다 못해 빈틈이 없다. 답답한 듯 불편한 듯 꼬이는 상황은 캐릭터들의 임기응변이 기가 막히게 해결한다. 느린 듯 빠른 전개는 밀고 당기기가 완벽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제목 '엘 카미노'는 주지했다시피 제시가 도망나올 때 탔던 차 이름이기도 하지만 스페인어로 '길'을 뜻하기도 한다. 존재하는 길 중에서 선택해 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가야 할 때도 있다. 제시가 가고자 하는 길이자 가야만 하는 길이 그렇다. 그러니 가는 도중과 그 끝에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는 그 자신은 물론 아무도 알 수 없다. <브레이킹 배드>를 포함, 이 영화가 추구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는 법


영화는 다분히 블랙코미디적이다. 범죄 장르를 기본으로 하여 대체로 진지하기 짝이 없지만, 상황과 전개가 주는 위트와 아이러니가 씁쓸하고 허탈한 웃음을 줄 때가 많다. '와, 저럴 수도 있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하는 감탄과 분노의 오감이 주는 감정의 소용돌이도 블랙코미디가 갖는 비판적 요소로 작용한다. 시종일관 보는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이다. 


인간이 사는 데 있어 고요는 중요한 것일지 모르지만 항상 유지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필연적으로 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중심일진데, 본편이 월터가 중심을 찾아가는 이야기였다면 영화는 제시가 중심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들의 인생은 다분히 극적이고 혼란스럽지만 찾으려고 하는 중심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그들이 행한 범죄와 그로 인한 결과를 용인하고 이해할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지만, 중심을 찾는 건 응원한다. 


<엘 카미노> 자체로도 완벽을 기하고자 했지만, 본편과 이어지는 만큼 영화를 보다 즐기려면 해야 할 게 있다. 영화를 먼저 보고, 본편을 본 뒤 다시 영화를 보는 것이다. 그러곤 스핀오프로 마무리를 지으면 좋을 듯하다. 영화 2시간 내내 팬들을 위한 이스터 에그가 수두룩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몰라도 감상하는 데 전혀 문제 없지만 알면 알수록 추억을 곱씹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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