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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막무가내, 황당무계, 불편불쾌한 토크쇼의 영화판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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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넷플릭스 오리지널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 포스터. ⓒ넷플릭스



영화 <행오버> 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친 미국의 코미디언이자 영화배우 잭 갤리퍼내키스(자흐 갈리피아나키스), 그는 2008년부터 Funny or Die 사이트를 통해 쇼 '비트윈 투 펀스(Between Two Ferns)'를 진행해왔다. 의자 두 개에 호스트 잭과 게스트 유명인물이 앉고 사이에 조그마한 테이블을 놓고 그 위 한 가운데에 빨간색 버튼을 두었다. 그리고 의자 두 개 옆에는 쇼의 상징 펀(Fern), 즉 고사리 식물(양치류) 두 개가 있다. 


토크쇼는 황당하고 당황스럽기 그지 없이 진행된다. 호스트가 질문하고 게스트가 답하는 형식을 띄는데, 질문들이 하나같이 무례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이를테면 게스트의 치명적인 과거를 들추거나 게스트의 태생적인 사항과 개인적인 취향에 관련해 막말을 던지는 것이다. 또한 질문을 던지기에 앞서 게스트를 소개할 때 항상 이름을 틀리게 말하고 자막에도 이상하기 이를 데 없는 이름을 보여준다. 


게스트는 누구나 알 만한 초호화 유명인물들만 출연하는데, 한국 언론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는 버락 오바마, 힐러리 클린턴, 브래드 피트 등이 대표적이며 이밖에도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물들이 출연한 바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로 소개되는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은 비트윈 투 펀스의 영화판으로, 지상파 토크쇼를 진행하며 관객들의 비웃음 거리가 아닌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은 잭 갤리퍼내키스의 황당한 여정을 담았다. 실제와 허구가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섞여 있는 듯하다. 엄청난 웃음과 엄청난 불쾌감을 함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한 여정


'플린치 시민참여 텔레비전'에서 10년 넘게 쇼 '비트윈 투 펀스'를 녹화해온 잭 갤리퍼내키스, 그에겐 이름을 건 심야 토크쇼를 하고 싶은 꿈이 있다. 이 쇼는 'Funny or Die'라는 영화/텔레비전 제작사의 웹사이트에도 올라가는데, 설립자가 자그마치 배우 윌 페럴과 감독 애덤 맥케이 등이다. 윌 페럴 말에 따르면, 똥 멍청이 뚱뚱보 잭 갤리퍼내키스의 비트윈 투 펀스는 Funny or Die의 조회수를 책임지고 있다. 


한편, 진행자 잭 갤리퍼내키스 외에도 비트윈 투 펀스를 상징하는 '고사리 식물 화분'이 있는데 잭은 이 식물을 매우매우 아낀다. 쇼 제목의 '펀스(Ferns)'는 고사리 식물들을 뜻한다. 쇼를 만드는 주요 스텝 몇 명이 있는데, 프로듀서이자 잭의 오른팔 캐럴과 카메라맨 캐머런과 사운드 책임자 로런티스가 그들이다. 잭은 캐머런과 로런티스를 싫어하고 짜증내하고, 캐럴은 잭을 무시하는 듯 챙기고 캐머런은 잭을 싫어한다. 


어느 날 방송국에 문제가 생긴다. 오래된 배관에 수로가 막혔고 누군가 변기에 똥 묻은 팬티라이너를 가득 쑤셔 넣기도 했다. 배관 작업이랑 공사 때문에 너무 시끄러워서 쇼 녹화를 진행하기가 힘들자 잭은 철저하게 방음할 것을 캐럴에게 명한다. 캐럴은 녹화실을 완벽하게 막아버린다. 매튜 맥커너히가 출연하는 녹화가 시작되고 곧 물폭탄이 터지더니 온 방송국이 물에 잠기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윌 페럴이 잭을 찾아와 제안한다. 2주 동안 비트윈 투 펀스 10편을 녹화해오라고, 방송국이 없으니 직접 전국 방방곡곡 유명 인사들을 찾아가라고, 그러면 원하는 걸 들어주겠다고. 잭은 인터넷이 아닌 지상파 토크쇼를 원한다. 윌은 받아들이고, 잭은 스텝 3명과 함께 길을 떠난다. 


잭 갤리퍼내키스의 불편불쾌 코미디


영화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의 주요 포인트는 잭 갤리퍼내키스가 던지는 막무가내, 황당무계, 불편불쾌한 웃음들과 쇼에 출연하는 유명인들과의 질문과 답변들이다. 영화에서 잭은 사람들의 비웃음 거리가 되고 싶지 않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고 싶어 인터넷 토크쇼가 아닌 지상파 토크쇼 진행자가 되고 싶다고 하지만, 다름 아닌 '비웃음 거리 잭'이야말로 이 쇼의 이유이자 백미이다. 


영화는 나아가 쇼 밖의 잭조차 비웃음 거리가 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쇼를 확장시키는 데 일조한다. 돌이켜 보면, <행오버> 시리즈가 시작된 해가 2009년이고 비트윈 투 펀스가 시작된 게 2008년이니 만큼, 그때가 잭 갤리퍼내키스의 코미디 스타일이 확립 또는 알려진 때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10여 년 후 '비트윈 투 펀스'와 <행오버>의 막장 코미디 스타일이 <비트윈 투 펀스: 투어 스페셜>이라는 영화로 다시 이어진 것이리라. 


불편불쾌 코미디는 슬랩스틱 코미디와 궤를 같이 한다고 생각한다. 과장되고 우스꽝스럽고 소란스러운 연기로 사회 풍자의 목적을 갖는 슬랩스틱처럼 진행자를 향한 불쾌불편의 시선과 게스트를 향한 은밀한 독설과 조롱의 시선이 주를 이루는 불쾌불편 코미디도 사회를 풍자한다. 시청자는 호스트를 비웃으며 게스트를 우러러 보지만, 사실 호스트의 막무가내 질문을 빌어 게스트를 깍아내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며 유명인물이라는 타이틀 아래에 있는 그들은 광대일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호스트의 질문들이 그들의 껍질을 벗기면서 말이다. 


유명인물 게스트의 면면


영화 속 비트윈 투 펀스에 출연한 게스트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자체로 흥미롭지 않을 수 없다. 광대에 열광하는 게 인간의 본성 아니겠는가. 하지만 쇼의 특성 상 호스트의 기상천외한 질문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저런 질문을 던질 수 있지?' 한편으론 질문 자체에 대한 반감이 일지만 한편으론 속이 다 시원해질 정도로 공감되기까지 한다. 


누구나 알 만한 유명인물들에게 던지는 지나치기 힘든 질문들의 면면을 들여다본다. 녹화 전에 게스트에게 질문지를 알린다니 짜고 치는 고스톱 같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진행은 호스트 마음대로 한다고 하니 게스트로서는 어떻게 반응하고 어떤 답변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게 이 막장 코미디 토크쇼의 묘미인 듯하다. 


매튜 맥커너히에게 "그 많은 오스카 상의 시상 부문 중에서 연기로 상을 받다니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키아누 리브스에게 "사람들이 당신을 똥 멍청이로 생각해서 속상하십니까?", 브리 라슨에게 "여우주연상을 받으셨죠. 목표를 더 높여서 남우주연상을 받고 싶단 생각은 안 해봤나요?", 폴 러드에게 "외모만 출중한 건 어떤 기분인가요?", 베네딕트 컴버배치에게 "돈 때문에 신념을 버린 기분이 어떤가요?", 피터 딘클리지에게 "딘클리지, 성병 이름인가요?"


어떤 질문은 웃음조차 나오지 않고, 어떤 질문은 질문 자체가 너무 웃기며, 어떤 질문은 순전히 호스트 자신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고, 어떤 질문은 새간에 떠도는 루머와 가십을 한껏 투영했다. 정녕 가지각색의 질문 유형인데 민망함과 어색함과 정색과 정적과 불쾌감과 불편함은 그들의 몫이자 의무인 대신, 웃음과 시원함은 보는 우리들의 몫이자 권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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