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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9년마다 나타나는 용의자... 누가, 어떻게, 왜? <문 섀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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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문 섀도우>


영화 <문 섀도우> 포스터. ⓒ넷플릭스



공포, 스릴러, SF 장르에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이름을 알린 감독 짐 미클, 그는 20대 후반에 비교적 성공적인 장편 데뷔에 성공해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4편 작품 중 3편이나 개봉해 관객들에게 선보였을 정도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비록 개봉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만한 스코어였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최신작은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로 선보였다. 오리지널이면 영화, 드라마를 불문하고 장르에 천착하는 넷플릭스의 성향과 맞아떨어진 것일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론, 오히려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과 편집, 심지어 시각효과까지 도맡아 하는 짐 미클의 성향을 최대한 맞춰줄 수 있는 게 넷플릭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짐 미클 감독의 최신작이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문 섀도우>가 선보였다. 역시 장르물로 SF 미스터리 스릴러를 표방한다. 영화 <더 프레데터>의 주인공 보이드 홀브룩이 주연으로 분하고, 두 베테랑 마이클 C. 홀과 보킴 우드바인이 옆을 받치며, 두 신인 여배우가 뒤를 받치는 모양새이다. 연기에 흠잡을 곳은 크게 없었지만, 역시 넷플릭스 장르 영화답게 흥미진진한 초중반과 다른 미지근한 후반부가 불만이겠다. 


9년마다 나타나는 절체불명 용의자


2024년 자연재난 상황은 아닌 듯 내전에 의한 혼란인 듯한 상황이 도시 거리에 펼쳐진다. 시간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1988년 필라델피아, 어느 날 피아니스트와 버스 기사와 주방장이 동시다발적으로 눈과 입과 코와 귀에서 다량의 피를 쏟으며 죽어간다. 경관 로크는 형사 진급을 앞에 두고 열정적으로 수사하는 와중,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뇌수를 뿜으며 죽어갔다는 점과 목 뒤에 세 개의 자상이 있다는 점을 발견한다. 


누군가에 의해 알 수 없는 물질이 투여되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로크는 결코 우연의 일치일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사건이 터지고 현장으로 달려가는 로크, 누군가에 의해 목 뒤에 세 개의 자상이 생긴 젊은 여성을 만난다. 그녀에게서 후드티를 입은 젊은 흑인 여성이라는 단서를 알아내지만, 그녀는 곧 죽고 만다. 경찰은 단서 하나로 후드티를 입은 젊은 흑인 여성들을 체포하는 한편, 로크는 용의자로 확인되는 자를 쫓는다. 용의자는 로크의 미래를 아는 듯한 얘기를 전하고, 결투 끝에 로크는 용의자를 죽인다. 같은 날 로크의 딸이 태어나고 아내는 죽는다. 


9년이 흐른 1997년, 형사 로크는 여전히 경찰 일을 하며 딸과 함께 살고 있다. 9년 전 용의자가 죽고 딸이 태어나고 아내가 죽은 그날이 다시 왔다.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9년 전 죽은 용의자가 다시 나타나 동일한 수법으로 사람들이 죽어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을 수사하는 와중, 어떤 박사가 나타나 이상한 말을 한다. 그의 연구가 사건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달과 관련된 현상인데, 이번 경우엔 9년 간격으로 나타나며 그때 완전히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는 다리가 생긴다는 것. 즉, 미래에서 온 용의자가 특정한 날에 나타난다는 말이다. 처음엔 믿지 않았던 로크는 다시 만난 용의자의 말을 듣고 확신이 생겨 다음 9년 이후의 그날을 준비한다. 


무리 없는 모양새의 용두사미 영화


<문 섀도우>는 흥미로운 소재와 흥미진진한 전개와 거시적 개연성의 합에 이은 맥 빠지는 결말과 미시적 개연성의 불합이 특징인 영화이다. 용두사미라는 말이 딱 들어맞고, 유종의 미와는 하등 거리가 멀다 하겠다. 수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들이 호평을 받으며 에미상과 골든 글러브에서 수상하고, 역시 많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들이 유수 영화제들에 초청되어 좋은 모습을 보이는 것과는 완연히 다르다. 


그럼에도 이 영화의 대체적인 모양새는 큰 무리 없다. 특히 초중반엔, 일찍이 보지 못했던 연쇄 살인과 특유의 감각으로 뒤를 쫓는 경찰의 모습이 긴장감 조성에 최적화 되어 있는 듯한 배경음악과 함께 나름 긴장감 있게 보여지며 진행된다. 미스터리에 걸맞는 최소한의 복선을 곳곳에 배치하고, 스릴러에 걸맞는 분위기를 조성하며, 슬슬 SF에 걸맞는 스토리를 구성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볼 만한 영화를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9년씩 바뀌어 가는 로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런 류의 장르 특성상 뒷부분을 일정 부분이나마 밝히는 건 완벽한 스포일러가 될 뿐만 아니라 영화 자체를 즐기는 데 큰 영향을 끼치기에, 내용은 말하지 않고 그저 잘 마무리가 된 것 같진 않다는 정도만 말하겠다. 물론 내용 자체보다 로크의 시선에 천착해 완전히 다르게 느꼈을 수도 있겠다. 그게 영화의 묘미라면 묘미이다.


무언가를 바뀌기 위해, 현재에서 과거로


현재에서 과거로 가 무언가를 바꾸고자 한다는 설정은 이미 오래전에 나왔다.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대표적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가 현재의 위협이 아예 탄생하지 못하게 막는 게 목적이다. 그런가 하면, 만화 <드래곤볼>에서 중반부쯤 미래의 트랭크스가 타임머신을 타고 현재로 와 미래에 위협이 되는 싹을 아예 없애버리려 한다. 두 작품 모두 1980년대 중반에 나왔다.


하지만 이런 설정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시간만 과거, 현재, 미래로 오가며 과거를 바꾸면 현재와 미래가 바뀔 거라 생각하지만 그건 같은 차원에서만 가능한 일일 것이다. 달라진 과거는 기존의 현재와 미래를 다르게 하지 못한다. 달라진 과거에 맞는 달라진 현재와 미래가 따로 존재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와 미래 각각의 차원이 따로 존재한다. 


하여, <문 섀도우>는 더 확장하지 않고 이 정도에서 멈추고 마무리한 게 차라리 나은 선택일 수도 있겠다 싶다. 볼품은 없을지언정 불품 없는 게 오히려 방패막이가 되어 여타 문제점들을 막아준 게 아닌가 싶은 것이다. 주요 캐릭터에 천착할 수 있게 보다 판을 잘 깔아주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전하면서, 한편으론 넷플릭스 오리지널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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