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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한국 오컬트 영화의 희소식이자 희망 <검은 사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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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검은 사제들>    


영화 <검은 사제들>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2019년 들어 한국 오컬트 영화가 다수 개봉했다. <사바하> <사자> <변신> 등이 그것인데, <사바하>와 <변신>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희망을 쏘았고 <사자>는 여름 시즌을 겨냥한 텐트풀 영화였지만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다. 오컬트보다 액션에 치중한 모습의 어중간한 영화였던 게 좋지 않게 작용한 듯하다.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클로젯>도 기대되는 한국 오컬트 영화 중 하나이다. 


오컬트라 하면,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주의나 초자연현상 등을 소재로 미지의 존재나 금기에 대한 공포가 주를 이루는 장르다. 공포의 하위 장르라고 할 수 있겠다. 2000년대 전성기를 열었던 한국 공포 영화가 2010년대 후반 들어 오컬트 장르로 선회하는 모양새다. 그 시작점을 2015년 <검은 사제들>로 보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겠다. 이듬해 <곡성>이 방점을 찍었다. 


<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졸업 단편영화 <12번째 보조사제>를 장편화한 작품이라고 한다. 그는 2년 후 미스터리 스릴러 <시간 위의 집> 각본 작업을 거쳐 4년 후 <사바하>로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였으니 공포 전문 감독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하겠다. 그런 장재현 감독의 시작점이자 2010년대 한국 오컬트 영화의 시발점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 <검은 사제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아웃사이더들의 구마의식


이탈리아 교황청, 이탈리아인 신부 둘이 한국에서 12형상(악령) 중 하나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한국으로 향해 악령이 깃든 돼지를 붙잡고는 차를 타고 도망친다. 급하게 가던 도중 행인을 치고 지나쳐 가다가 큰 사고를 당해 돼지가 풀려난다. 악령은 돼지에게서 신부 둘의 차가 치고 도망친 여고생 이영신으로 옮겨간다. 김범신 신부는 주교에게 구마의식을 요청해 비공식적으로 영신에게 행하지만, 만만치 않은 악령이 영신을 투신자살로 이끌어 혼수상태에 빠지게 한다. 이후 6개월 동안 김 신부가 구마의식을 하지만 실패한다. 


10명이 넘는 보조사제가 김 신부의 구마의식에 투입되지만 전부 나가떨어지고, 김 신부는 또 다른 보조사제를 찾아야 했다. 이에 신학교까지 찾아온 김 신부에 학장 신부는 조건이 되는 사고뭉치 최준호를 추천한다. 학장은 최준호에게 여름방학 동안의 합창 연습을 빼주는 대가로 김 신부의 구마의식 보조사제를 내건다. 최준호를 이를 받아들이고 김 신부의 이영신 구마의식에 보조사제로 투입된다. 


최준호 부제는 소심하지 않은 성격이나 어릴 때 여동생을 개에게 잃은 큰 트라우마가 있다. 그 죄책감은 구마의식에 있어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나 한편으로 한 단계 나아가는 성장판이 될 것이었다. 김 신부와 최준호는 과연 강력한 굿판까지 황망하게 나가떨어지는 강력한 악령에게 부마된 영신을 되돌릴 수 있을까? 성공한다 해도 최준호는 특출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는 김 신부처럼 될 게 자명한대 감당할 수 있을까? 


한국 오컬트 영화


<검은 사제들>은 평가하고 즐기는 데 있어 영화 내적인 면모보다 외적인 면모가 절대적으로 차지한다. "강동원이 사제복을 입고 나온다"는 말 한 마디가 이미 흥행의 상당 부분을 책임졌고, '한국 오컬트 영화'라는 타이틀이 주는 아우라가 김윤석, 김의성을 위시한 명배우들의 메이저 분위기에 뒷받침되어 날개를 달았던 것이다. 


오컬트 영화의 삼대장이라고 하면 1960~70년대 <악마의 씨> <엑소시스트> <오멘>을 뽑는다. 이중 <엑소시스트>가 <검은 사제들>과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데, 악마에 부마된 소녀와 소녀에게서 악마를 쫓아내려는 신부들 간의 대결을 그렸다. 여러 유명한 장면들은 정녕 누구나 한 번쯤 봤음직한, 패러디를 통해서도 반드시 봤음직하다. 몇몇 대사들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검은 사제들>은 절대 <엑소시스트>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영화 내적으로 스토리와 캐릭터의 헐거움 때문일 테다. 김 신부의 아웃사이더 성향이 어떻게, 왜 형성되었는지 알기 쉽지 않고 사고뭉치 최 부제가 어떻게 완벽히 각성해 구마의식을 행하게 되는지 알 도리가 없다. 더욱이 러닝타임이 1시간 50분이 채 되지 않아 길지 않은 편인데, 참으로 어렵거니와 다양하기까지 한 사항들이 나열되어 있으니 100% 와닿기가 힘든 것이다. 


한편으론, 다시 영화 외적으로 한국 오컬트 영화 시장이 전무한 상황에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2015년 당시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오컬트 영화 시장은커녕 한국 공포 영화 시장 자체가 이전과 비할 바 없이 축소된 상황이 아니었는가. 또한 공포 영화의 하위 장르라 할 수 있는 오컬트 영화라면 메이저는 꿈도 꾸지 못했다. 모든 시작 또는 재시작이 그렇듯 <검은 사제들>은 제 몫을 충분히 해냈다. 


발견, 신뢰, 기대


영화는 새로운 발견을 이룩해냈다. <엑소시스트>에서 생각나는 장면과 대사들이 모조리 악마에게 부마된 소녀 리건의 것들이듯, <검은 사제들> 또한 악령에게 부마된 소녀 영신의 모습과 대사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 끔찍하고도 처절하고 흉악하면서도 슬픈 모습. 2013년에 데뷔해 차근차근 커리어를 쌓은 신예 박소담의 '악마' 들린 연기가 절대적이었다. 그녀는 그해 많은 영화제에서 신인연기상과 여우조연상을 독차지했다. 


한편 강동원과 투톱으로 영화를 이끈 김윤석은 2000년대 이후 쉼없이 얼굴을 비추는 와중에도 역시 영화 보는 눈이 출중하다는 걸 입증했다. 안정적인 연기로 중심을 잡아 영화에 신뢰를 불어넣었다. 그가 있어 강동원은 흥행을 책임지고 박소담은 비평을 책임질 수 있었다. 우린 앞으로도 계속 그의 연기를 지켜봐야 할 책임이 있다. 


뭐니뭐니 해도 장재현 감독의 차기 오컬트 영화가 기대된다. <사바하>가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검은 사제들>의 차차기작일 테다. 데뷔 후 아주 어려운 2편 연속의 좋은 모습을 보인 만큼, 최소 '오컬트 3부작'이라는 이름으로 다음 작품 또한 오컬트일 가능성이 높다 하겠다. 또 어떤 소재로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그만큼 흥미를 돋아 심장을 뛰게 만들지. 몇 년을 또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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