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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호불호 명확하게 갈리는 에디슨 vs 웨스팅하우스 전류전쟁 실화 <커런트 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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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큐레이터'S PICK] <커런트 워>


영화 <커런트 워> 포스터. ⓒ이수C&E



1880년대 미국, 웨스팅하우스는 철도 공기 브레이크로 큰 돈을 벌어 천연가스에 투자했고 에디슨은 조만간 세상을 밝힐거라 공언한 전기 연구에 몰두하며 투자자를 찾고 있엇다. J. P. 모건이 큰 돈을 제안하며 군수품 제작을 의뢰하지만 에디슨은 거절하고 역제안으로 전구로 세상을 밝힐 것이니 1/10의 돈만 투자하라고 한다. 에디슨은 곧바로 준비를 시작해 뉴욕의 밤을 밝히는 데 성공한다. 


웨스팅하우스는 에디슨의 '직류'에 대항할 '교류' 시스템을 시작한다. 한편 교류를 미는 테슬라가 에디슨 회사에 입사한다. 교류는 직류보다 효율적이고 저렴했다. 직류는 1마일 이상 못 가는 반면, 교류는 발전기 1대로 멀리까지 보낼 수 있었다. 에디슨은 낙담하고 광분해 기자회견을 열어 교류의 효율성 아닌 위험성을 설파하면서 한편으로 직류를 놓치 않는다. 교류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테슬라는 에디슨 회사에서 나와 본인의 회사를 차리지만 사기를 당하고, 에디슨은 동물을 이용해 교류의 위험성을 계속 설파하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채 돈이 없어 축음기를 시장에 내놔 연명하고 있으며, 웨스팅하우스는 잘 나가고 있다. 와중에 웨스팅하우스의 핵심 기술자 프랭클린 레오나드 포프가 감전사고로 사망하면서 요동치기 시작한다. 에디슨이 설파한 교류의 위험성이 만천하에 퍼진 것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위기에 빠지지만 굳은 의지를 보인다. 더 큰 위기에 빠진 에디슨은 전기의자 자문으로 치졸한 면모를 보이는데...


전류전쟁 실화


영화 <커런트 워>는 19세기 말 미국의 치열한 '전류전쟁' 실화를 가져와 선보인다. 에디슨과 인설, 웨스팅하우스와 테슬라 그리고 모건까지 현대세계를 창조한 이들의 이야기는 자체로 흥미진진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만들고 관여한 것들은 10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없어서는 안 될 일상제품으로 자리잡고 있고 그들이 만들고 관여한 회사 또한 지난 지금까지도 거대하고도 거대한 회사로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외적인 흥미진진과 더불어 영화 내적인 흥미진진 요소로 아무래도 실제적 인물을 누가 연기했느냐일 텐데, 영화는 완벽하리만치 충족했다. 에디슨에 베네딕트 컴버배치, 인설에 톰 홀랜드, 웨스팅하우스에 마이클 섀넌, 테슬라에 니콜라스 홀트. 왠만한 영화의 단독 주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했으니, 캐스팅에 대해 더 말해 무엇하랴. 


한편, 제목 '커런트 워'는 '전류전쟁'이라는 뜻을 갖는다. 흔히 에디슨의 직류 전류 시스템과 테슬라의 교류 전류 시스템이 붙은 사업 충돌을 말하는데, 웨스팅하우스가 테슬라의 교류 전동기 특허를 사들여 교류 전류 시스템을 시작해 발전시키고 상용화하였으니 에디슨 대 웨스팅하우스의 전류전쟁이 알맞을 것이다. 영화는 그에 맞는 양상을 보인다. 


실화 그대로임에도 은근한 아이러니의 블랙코미디적 요소도 곁들인 영화는, 마지막에 대미를 장식한다. 알다시피 전류전쟁에서 승리한 웨스팅하우스는 미국전기공학협회로부터 상을 받는데 '에디슨 메달'이었으며 테슬라는 말년에 빚에 시달리다 홀로 사망했다고 한다. 반면, 에디슨은 활동 사진으로 특허를 취득하고 영화라는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내며 역사에 이름을 크게 남겼다. 


영화의 불호


영화는 누가 봐도 명백한 호불호의 모습을 보인다. 사실 2017년 후반기에 이미 완성해 토론토영화제에서 선보였던 바 있는 <커런트 워>는, 당시 영화 내적으로 엄청난 혹평에 시달렸고 와중에 와인스타인 스캔들로 영화 외적으로도 크게 흔들렸다. 하여, 여러모로 정식 개봉이 힘들었는데 재촬영과 재편집 등이 이루어져 2년여 만에 내보일 수 있었다. 한국엔 8월말에 선보였고, 북미엔 10월초에 선보인다. 


아무래도 여파가 있었던 듯, 영화 곳곳에서 구멍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평이하다 못해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건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이니 문제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으나, '전쟁'이라는 제목이 주는 최소한의 긴장감과 박진감이 전무하다시피 하다는 점은 집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무엇도 아닌 각본이 다른 영화 구성 요소들보다 현저히 떨어진 게 아닌가 싶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찍은 게 아닌 만큼 장면들 간의 '톤 앤 매너'가 다른 게 종종 보이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할 수 있겠다. 지나친 생략에 따른 개연성 문제도 크게 다가온다. 재촬영과 재편집에 따른 결과라고 하지만, 그 전 판본은 영화 자체가 별로라고 하니 이나마도 감지덕지로 받아들여야 하는가 싶다. 영화 줄거리가 되는 19세기 말 미국의 전류전쟁에 관한 사전정보 없이는 따라가기가 상당히 힘들다 하겠다. 


영화의 호


영화에 혹평만 퍼부을 수는 없다. 나름, 호평을 더 보내줄 수도 있다. 누구나 알 만한, 그런가 하면 연기력으로도 호평이 자자한 네 명의 주연배우들이 펼치는 열연은 영화에서 가장 믿을 만한 볼거리 중 하나다. 한끗 차이인 치열과 비열을 오가는 경쟁의 단면과 이면을 보고 있노라면, 현대의 경제 전쟁이 보이는 듯도 하다. 특히 온갖 천재를 연기한 바 있는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천재 연기는 일품이다. 


한편, 혹평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평이한 진행이 오히려 호평의 요소가 될 수도 있겠다. 평이한 줄거리에 주요 캐릭터들 개개인의 특별한 이야기들이 덧입혀져 영화에 입체감을 부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영화의 입체감에 카메라와 OST가 엄청난 역할을 했다. 스타일리시하게 직조한 카메라워킹은 단순히 현란하기만 한 게 아니라 단조롭기만한 영화에 입체적 생명을 불어넣었고, OST는 영화에 전무한 긴장감과 박진감을 최소한으로나마 조성하였다.


<커런트 워>는 단점이 많은 수작인가 장점이 많은 망작인가. 개인적으론 전자가 맞는 듯하다. 이는 에디슨을 두고 벌이는 논쟁과 비슷할 텐데,  그를 두고 쇼맨십 강한 천재 과학자냐 천재 사기꾼 쇼맨이냐 하는 논쟁 말이다. 영화도 전자에 조금은 동조하는 듯하다. 여하튼,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차라리 100% 스포일러가 될 만한 사실들까지 완벽하리만치 숙지하는 게 편할 것이다. 그리하면 영화가 주는 재미를 최대한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고, 그리하지 못하면 불친절에 치를 떨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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