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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을 들여다보다 <스크루볼: 도핑의 변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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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리뷰] <스크루볼: 도핑의 변화구>


다큐멘터리 <스크루볼: 도핑의 변화구> 포스터. ⓒ그린위치 엔터테인먼트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에 '스테로이드 시대'라고 명명된 때가 있다. 1990년대 중반~2000년대 후반으로, 경기력 향상 약물로 인해 투타 양면에서 광범위한 기록 인플레이션이 두드러졌다. 파업 이후 추락하던 메이저리그의 인기를 수직상승시킨 주인공들, 1998년의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가 역사적인 홈런 레이스를 펼친 후 너나 없이 약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메이저리그 전체 기록은 역사적으로도 손꼽히는 말도 안 될 정도의 엄청남을 자랑한다. 


그런 와중 2007년 '미첼 리포트'가 메이저리그를 강타한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스테로이드와 경기력 향상 약물 불법 복용에 관한 보고서였다. 이로 인해 당대 최고의 선수들 다수가 연루된다. 메이저리그 스테로이드 시대의 절정과 종말을 알리는 것이었다. 와중에 최고의 타자 중 하나인 매니 라미레즈가 경기력 향상 약물을 투여하기 시작한다. 


넷플릭스로 소개된 다큐멘터리 <스크루볼: 도핑의 변화구>(이상 '스크루볼')에 그의 약물투여사(史)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이 다큐멘터리가 일명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을 다룬 만큼, 매니 라미레즈는 사실상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의 시작과 다름 없다 하겠다. 미국 남동부 끝에 위치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시에 위치한 조그마한 안티에이징 클리닉 '바이오제너시스 오브 아메리카'로부터 시작되는 이 거대한 스캔들을 들여다보자.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


이 스캔들의 주인공급인 바이오제너시스 오브 아메리카 클리닉을 이끈 이는 앤서니 보니 원장이다. 그는 제대로 된 의사인 아버지 밑에서 제대로 된 의사를 꿈꾸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외국에서 학위를 받았다. 그 학위는 미국에선 쓸 수 없었지만, 그는 무면허로 클리닉을 내고 의사 행세를 한 것이다. 과거를 묻지 않고 모든 이를 받아주는 플로리다 마이애미에선 발에 채고 남는 게 그런 사람들이라고 한다. 


앤서니 보니는 극소량 용법으로 많은 고객을 끌어들인다. '약발'은 확실히 받게 하는 대신 걸리지 않는 방법이었다. 일반인과 유명인은 물론, 10대 아마추어 선수들과 다수의 프로선수들까지 그를 찾는다. 그중엔 주지한 매니 라미레즈가 있었고, 후엔 알렉스 로드리게스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연봉을 받은 걸로 유명한 바로 그 A-ROD 말이다. 매니는 약물 검사에 걸렸지만, 알렉스는 그런 매니가 어마어마하게 성적이 상승한 걸 보고 뒤를 캐서 앤서니를 찾아온 것이었다. A-ROD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펄펄 날아다닌다. 


한편 이 스캔들을 일으킨 주연은 따로 있다. 앤서니는 클리닉을 프랜차이즈화시키려고 하던 와중 어느 보카 태닝 살롱과 접촉한다. 그러곤 근처에 바이오제너시스 오브 아메리카를 차린 것이다. 그곳에서 단골 태닝 전문가 포터 피셔를 만나게 되는데 포터는 앤서니가 처방해준 약을 먹고 금방 몸이 좋아졌다. 그는 클리닉에 4000달러를 투자하는데, 당시 프로선수들과 거래를 끊고 있었던 바이오제너시스는 현금이 부족했다. 당연히 포터에게 투자금을 돌려줄 수 없었고, 포터는 분노 끝에 앤서니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중요한 문서를 빼돌린다.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시작된다. 포터가, 바이오제너시스의 고객 명단과 거래 내력이 담긴 '불법' 문서를 신문사에 넘겨버린 것이다. 그는 뒤늦게 엄청나게 큰일인줄 알게 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스캔들은 터지고 앤서니와 관계자들, 포터, 신문사, 방송사, 보건부, MLB, A-ROD 간의 진흙탕 싸움이 계속된다. 이 스캔들에서 진정 용서받지 못한 자는 누구인가. 


점입가경의 독특한 재미


다큐멘터리 <스크루볼>은 미국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악의 스캔들 중 하나인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을 실제 주인공들 다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며 재연을 어린 아이들이 하는 독특한 재미를 선사한다. 다큐멘터리로서는 찾아보기 힘든 코믹함을 자랑하는데, 실질적 주인공인 앤서니 보니의 가벼움에서 비롯된 게 가장 크리라 생각된다. 그의 말발은 '의사'가 아닌 사기꾼'에 적합해 보인다. 


작품은 갈수록 점입가경의 모습을 보인다. 사기꾼 앤서니 보니에서 시작해 대표적 '약쟁이' 매니 라미레즈, 협력업체 또는 동업관계라고 하지만 사실 불법 약물 공급처와 브로커들 집단인 범죄조직, 소 뒷걸음질치다 쥐 잡은 격으로 스캔들에 결정적 역할을 했지만 '호구'인 포터, 그리고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의 대표적 인물이자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알렉스 로드리게스까지. 더 이상 한 개인의 일이 아닌 게 된 것이다.


진짜 문제는, 미국 메이저리그 그 자체.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은 아직 스테로이드 시대가 끝나지 않았다는 걸 시인하는 것과 다름 아닌 이 대형 스캔들을 묻으려고 또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엄청난 뒷돈을 쓰는 게 아닌가. 즉, 그들은 이 스캔들을 MLB 전체의 문제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몇몇 주범들에게 뒤짚어 씌워버리려 한 것이다. 실제로 성공했고 말이다. 


한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무슨 짓을 했든 모든 이를 받아들여 사실상의 무법지대로 만들어버린 주지사 이하 주(州) 고위관계자들의 행태도 이 스캔들의 주요 가해 지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아무도 이 스캔들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와 미국 메이저리그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앤서니 보니 이하 관련자들과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위시한 약쟁이 선수들을 문제 삼는 것이다. 


용서받지 못할 자


한국 영화,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한국 군대의 실체를 그렸다. 영화는 군대 내에서 일어나는 군인들의 용서받지 못할 짓을 그리지만, 사실 영화가 말하고 있는 용서받지 못한 자는 한국 군대 그 자체이다. 그들이 군대에 오지 않았다면 혹은 군대가 이렇지 않았다면, 그들은 용서받지 못할 짓을 저지르지 않았을 것이고 당하지도 않았지 않을까? <스크루볼>도 큰 그림에서 이와 비슷해 보인다. 


제목을 한번 들여다보자. '스크루볼'은, 야구 구종 중 하나로 역방향의 회전을 주는 마구(魔球)이다. 던지기 매우 힘든 만큼 투수에겐 확실한 구종이되 부상의 위험이 크고 타자에겐 한마디로 지옥이다. 이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는 바이오제너시스 스캔들 그 일련의 과정을 지켜 보며 야구 용어를 떠올리면, 스크루볼만 한 게 없을 듯하다. 모두를 다치게 하는 와중,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과정이 아니다. 


와중에, 100% 아이들로 이 역사적인 거대 스캔들을 재연했다는 점이 '쌈박하게' 다가온다. 고로 '전혀'라고 할 만큼 심각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또 이 스캔들을 명명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 하겠다. 그들은 모두 용서받지 못하는 동시에 그저 즐기는 대상 즉, 광대에 불과하기에 전혀 심각할 게 없다는 것이다. 약물을 쓰던 말던 즐겁고 재밌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역발상의 일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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