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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10대의 섹스와 성교육과 성장을 다루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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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포스터. ⓒ넷플릭스



10대가 새로운 콘텐츠 리더로 급부상한 지도 꽤 되었다. 2~30대 여성과 4~50 남성이라는 전통적 소비층, 그리고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실버층과 더불어 주요 소비층이라 하겠다. 하지만 출산률의 꾸준한 하락이라는 절대적 수치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패턴이라는 상대적 수치 때문에 10대만을 위한 콘텐츠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와중에 넷플릭스는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10대 콘텐츠를 꾸준히 선보여왔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로 한정해볼 때 2016년 <기묘한 이야기>, 2017년 <루머의 루머의 루머>, 2018년 <빌어먹을 세상 따위> 그리고 2019년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이 네 작품들 중 <기묘한 이야기>를 제외하곤 모두 청소년 관람 불가의 화끈한 이야기를 자랑한다. <기묘한 이야기>도 15세 이상 관람가이다. 


그렇다. 10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어른들의 마음을 공략하려는 게 이 작품들의 전략이라 하겠다. 10대들이 나와 10대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10대는 보기 힘든 아이러니. 올해 초 선보여 한 달만에 약 4000만 명이 시청했다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그 아이러니에 가장 부합하는 시리즈라 아니할 수 없다. 매우 강력하게 선정적인, 10대들의 지극한 성장 드라마. 


10대의 섹스


소심하기 짝이 없는 16살 소년 오티스는 집에서 꽤 멀리 떨어진 학교에 다닌다. 그의 엄마는 유명한 섹스테라피스트로, 매일같이 남자를 바꿔 가며 잠만 자고 사귀지는 않는다. 오티스는 엄마의 지식을 받아들여 풍부한 성지식을 자랑하지만, 행각을 받아들이진 못해 아직 섹스를 해보지 못했다. 한편 그는 절친이자 성소수자 에릭과 함께 학교를 오가며 모든 일을 말하고 듣는다. 


학교에 독보적인 친구 한 명이 있다. 똑똑하고 예쁘지만 문란하기로 유명하기도 한 아웃사이더 메이브, 돈이 궁색한 그녀의 레이더에 오티스가 들어온다. 실전 섹스에선 ㅅ 자도 모르지만, 이론 섹스에선 거의 완벽함을 자랑하는 그와 함께 비밀 상담소를 개설해 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운영은 메이브가 맡고 상담은 오티스가 맡아, 수익을 절반씩 가져가는 시스템이다. 


그들의 비밀 상담소는 마냥 잘 돌아가지는 않는다. 오티스, 메이브, 에릭에게 돌아가며 개인적 혹은 관계적 문제가 일어난다. 와중에도 오티스의 단순 섹스 이론을 넘어선 심리·관계 측면까지 아우르는 상담으로 이어가지만, 온갖 내외적 문제들이 그들을 끊임없이 괴롭힌다. 그럼에도 그들은 수많은 친구들을 성장시키고 자신들 또한 성장한다. 


Sex Education, 성교육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는 미국 아닌 영국 드라마로, 원제는 <Sex Education>이다. 비밀스러울 것 하나 없이 당당한 '성교육' 말이다. 넷플릭스의 2019년 대표 시리즈로 명작 반열에 오르기에 충분하다는 소문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반 년만에 비로소 이 드라마를 본 이유가 다름 아닌 제목이다. 어느 누가 이 제목에서 이런 이야기를 상상하겠는가. 제목 자체가 구린 건 두 말 하면 입 아플 정도이다. 


드라마는 결코 오티스와 메이브의 비밀 상담소가 주(主)가 아니다. 주는, 원제의 성교육이다. 오티스, 메이브, 에릭을 중심으로 다양한 10대들의 성 관련 이슈들이 주인 것이다. 나아가 그것들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 간의 육체적·정신적 관계라는 시대착오적이고 '틀린' 규정이 아닌 남녀평등과 젠더 이슈까지 아우른다. 드라마는 자연스레 내보이지만 받아들이는 건 보는 이들의 몫이다. 


한편 66년 만에 낙태죄를 폐지하며 사회불평등 해결에 큰 전진을 이루었지만 여전히 가야할 길이 멀다는 걸 이 드라마를 통해 새삼 깨닫게 되었다. 드라마 외적으로, 제목에 '비밀'이라는 단어까지 넣으며 성교육의 광범위하고 열린 이미지를 상쇄시켜 버렸다. 성은 비밀스러워야만 하는가? 드라마 내적으로, 과연 우리들이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자칫 선정적인 외향에만 매몰되어 성장적인 내향을 들여다볼 기회를 져버리지 않을까. 


제대로된 성교육, 제대로된 성장


드라마의 성장적인 내향을 들여다보면 몇몇 키워드들이 눈에 띈다. 주요 캐릭터들과 그들을 둘러싼 보조 캐릭터들 간의 관계가 때론 포근하게 때론 발칙하게 때론 답답하게 우리를 둘러싸는 것이다. 오티스와 메이브의 사랑, 오티스와 에릭의 우정, 오티스와 엄마의 가족 관계를 중심으로 메이브의 또 다른 사랑, 에릭의 뜻밖의 사랑과 가족 관계, 엄마의 사랑과 깨달음 등이 숨가쁘게 얽히고 설킨다. 


많은 인기 드라마들이 시즌당 기본 10회 이상 많게는 20회 이상의 긴 러닝타임을 선보인다.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할 텐데, 위에서 열거한 10대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루머의 루머의 루머> 13회를 제외하곤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를 비롯한 다른 세 작품들 모두 시즌당 평균이 8회에 불과하다. 그만큼 할 얘기를 간결하고 빠르게 하는 것이다. 자질구레하고 지루할 만한 이야기와 장면은 일절 내보이지 않는다. 


하루 날 잡고 보면 시즌을 정복할 수 있는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 큰 인기에 힘 입어 시즌 2 제작이 발빠르게 확정되었다. 1년 이상에 한 번씩 차기 시즌을 내보이는 미드 특성상 최소 내년 초에는 볼 수 있을 듯싶다. 10대의, 10대에 의한, 10대를 위한 성교육 이야기를 표방했을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는 어른들을 위한 성교육 이야기로도 충분하고도 남는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더 그러하다. 그러니 무시하지 말고 교육 받는다는 생각으로 꼭 시청하길 바란다. 아니, 부탁드린다. 이런 이야기야말로 제대로된 성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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