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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질투' '완벽'의 섹슈얼심리 공포스릴러 <퍼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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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퍼펙션>


영화 <퍼펙션> 포스터. ⓒ넷플릭스



유서깊은 배코프 음악 아카데미 출신의 촉망받던 천재 첼리스트였던 샬럿, 쓰러진 엄마의 병 수발로 10년 동안 떠나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배코프로 돌아가고자 한다. 배코프를 운영하는 앤턴과 팔로마 부부에게 소식을 전하고, 배코프 4년 기숙 장학생을 뽑기 위한 대회 최종전이 열리는 상하이로 향한다. 앤턴은 본인이 키운 현역 최고의 신인 첼리스트 엘리자베스 웰스와 함께 샬럿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한다. 


샬럿과 웰스는 섹슈얼한 관계로 돌입하고, 웰스의 2주간 휴가에 함께 한다. 숙취 때문에 유난히 고생하는 웰스, 그래도 흔치 않은 장기간 휴가이기에 억지로라도 나가야 한다. 허름한 버스를 타고 상하이에서 통리로 향하는 그들, 웰스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나빠질 뿐이다. 급기야 그녀는 수백 마리 구더기를 토한다. 이상 증세를 호소하는 웰스 때문에 산길 한가운데에서 내리는 그녀들. 


버스에 내려서도 죽을 만큼 힘들어 하는 웰스는, 팔 안에서 벌레들이 기어다니더니 피를 뿜으며 팔 밖으로 나오고 벌레를 토하기도 한다. 그녀는 샬럿이 건네는 큰칼로 자신의 오른손을 잘라 버린다. 겨우 살아서 배코프로 돌아온 웰스, 앤턴과 팔로마에게 사실을 고한다. 샬럿이 질투에 눈이 멀어 자신을 음해한 것이라고. 그건 그거고 배코프에서는 더이상 웰스를 받아줄 의무가 없다. 웰스는 쫓겨나면서 샬럿을 향한 복수를 다짐하는데... 이후 샬럿과 웰스 그리고 앤턴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반전 어린 섹슈얼 공포스릴러


영화 <퍼펙션>은 섹슈얼심리 공포스릴러 장르를 표방했다. 2년 전 센세이셔널을 일으켰던 공포영화 <겟아웃>을 연상시키는 건, 심리적 요소가 투철한 공포스릴러 장르라는 공통점뿐만 아니라 주인공 앨리슨 윌리엄스의 존재 덕분이기도 하겠다. <겟아웃>에서 파격적 반전을 몸소 보여준 그녀이기에 자연스럽게 충격적 반전을 기대하게 되었다. 다행히 반전에 있어서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진 않았다. 


감독은 리차드 셰퍼드로 족히 30년 전부터 연출을 해왔는데, 우리나라에 개봉된 이력은 없는 것 같다. 주로 북미용 영화를 연출해온 걸로 보이는데, 함께 한 배우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짝이 없다. 최근부터 역순으로 누구나 알 만한 배우들은 주드 로, 리차드 기어, 피어스 브로스넌, 애드리언 브로디, 샘 록웰, 데이비드 보위, 우디 해럴슨 등이다. 


비로서 <퍼펙션>에 이르러 넷플릭스 덕분에 북미 이외 지역도 볼 수 있게 되었으니, 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의 면면이 이전 영화들 배우들의 면면과 비교할 수 없이 낮다는 점에서 아이러니하다. 다분히 넷플릭스의 힘이라고 하겠으나, 이 영화가 지난 2월 넷플릭스에서 선보인 공포영화 <벨벳 버즈소>와 비슷한 결을 보이는 걸 보니 영화의 힘인 것도 같다. 


완벽과 질투


인간이라면 누구나 최소한의 완벽함은 추구할 것이다. 최고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이를 완벽주의자라고 칭하며 특별한 존재로 생각한다 해도, 거기에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있다는 걸 부정하긴 힘들다. 경외감이랄까. 영화는, 제목처럼 '완벽'을 추구하는 모습을 그려내고자 했다. 그러나 거기에 경외감은 없다. 완벽함을 빙뚱그러지게 추구하는 이가 대상이기 때문에. 


영화는 완벽을 빙뚱그러지게 추구하는 이를 반전의 요소로 기용하는 반면, 그전까지는 '질투'를 스토리의 전반에 내세웠다. 빙퉁그러질 요소가 없는 그 자체로 자못 순수한 개념인 질투, 질투 때문에 사건이 벌어지는 건 식상하지만 명확히 이해할 수 있다. 아마도 감독은 관객을 이 영화로 끌어오기 용이하게끔, 질투라는 비교적 알아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날것의 개념을 가져온 게 아닐까. 


그런 면에서, '퍼펙션'이라는 제목은 상당히 위험하다.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인 건 분명하지만, 그 자체로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반전 요소를 내비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이 영화의 제목이 주는 범상치 않은 기운이 분명 존재하지만, 그보다 첼로 관련된 직접적 단어가 어땠을까도 싶다. 한편, 영화 막바지 반전을 접할 때 '아! 그래서 '퍼펙션'이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으며 쾌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용 영화 단점 타파?


시종일관 신경을 긁는 첼로 음악 소리, 몇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 있는 구성, 중요한 장면의 의도된 누락과 되감기로 플래시백하여 설명하는 방식 등은 일반적이지 않았다. '실험적'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붙이기에는 무리가 따르지만, 적어도 지루하고 재미없는 영화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와 노력은 엿보였다. 헛된 노력은 아닌 것 같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중 킬링타임용의 공통된 단점으로 거론되는 것이, 초반의 재미와 후반의 지루함이라고 한다. 한 번 보면 중간에서 끊고 나오기가 쉽지 않은 극장용 영화와는 다르게, 언제든 중간에 끊어버릴 수 있는 가정용 영화인 넷플릭스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즉, 초반에 재미가 없으면 그대로 멈춰버리기에 초반에 힘을 쏟은 것이다. 


<퍼펙션>도 사실 넷플릭스용 영화의 흐름을 그대로 답습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후반에도 재미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주지한 일반적이지 않은 소리와 구성과 방식 등 덕분이다.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다름 아닌 여기에 있다 하겠다. 넷플릭스용 영화에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 것이다. 이런 식이라면 넷플릭스용 영화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초반의 재미와 후반의 지루함'을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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