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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선덜랜드 몰락 과정에서의 다양한 이야기 <죽어도 선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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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리뷰] <죽어도 선덜랜드>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 ⓒ넷플릭스



1888년 출범한 잉글리시 풋볼 리그, 4년 후 디비전 1이 출범하고, 100년 뒤 1992년 현재의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리그이기에, 잉글랜드는 자타공인 '축구 종가'라는 타이틀을 영원히 지닐 수 있는 것이다. 풋볼 리그와 디비전 1이 시작될 초창기인 19세기 말, 선덜랜드는 절대적 강자였다. 리그 1(3부 리그)으로 떨어진 지금으로선 상상하기 힘들지만 말이다. 


선덜랜드 AFC는 프리미어리그가 시작된 이래 1부와 2부 리그를 끊임없이 오갔는데, 1부에 잔류할 때는 꽤 좋은 성적을 기록했고 2부 리그로 추락할 때는 처참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을 기록하곤 했다. 그야말로 중간이 없는 극과 극의 행보. 그러던 중 2007~08 시즌에 1부 리그에 복귀해 자그만치 10년 동안 누볐다. '터줏대감' 이미지는 아니고, '생존왕'의 이미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맨유 다음으로 유명한 이 클럽은 2011년에 지동원을 영입한 바 있고, 기성용이 2013~14 시즌에 임대로 활약을 펼친 바 있다. 


'생존왕'이라는 별명은 최근 몇 년 사이에 붙여졌을 텐데, 전통과 역사와 명성 그리고 투자 대비 좋은 성적은커녕 겨우겨우 잔류만 계속하는 시즌이 이어졌다. 그러던 2016~17 시즌 몰락했다. 최하위로 2부 리그(챔피언십)로 추락한 것이다. 2부 리그에서도 성적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구단주 엘리스 쇼트는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를 끊었다. 2017~18 시즌, 이보다 더 처참할 수 없는 바닥의 끝을 경험한다. 선덜랜드 AFC는 2부 리그에서도 믿을 수 없는 최하위를 기록한 것이다. 3부 리그로 추락. 일명, '백투백 최하위' '백투백 강등'을 당한 것.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 몰락 과정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이하, '선덜랜드')는 바로 선덜랜드의 2017~18 시즌 몰락과 추락과 수모와 바닥의 과정을 그렸다. 애초에는 1부 리그 10년의 경험을 통해 보란듯이 복귀하는 과정을 그려내고자 기획한 것이라고 하는데, 이보다 더 안타까울 수 없는 과정을 그려낸 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팬들이 더 똘똘 뭉치고 또 더 몰려드는 현상을 일으켰다는 후문. 


<선덜랜드>는 2017~18 시즌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온전히 따라간다. 시리즈의 시작이 기억에 남는데, 선덜랜드 지역의 대표적 성당에서 신께 드리는 '선덜랜드를 위한 기도문'이 그것이다. 다소 길지만 여기에 옮기지 않을 수 없다. 선덜랜드 사람들에게 선덜랜드 AFC가 어떤 의미인지를 가장 명료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선덜랜드 축구팀과 우리 도시를 위해 기도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축구가 우리 공동체에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축구가 어떻게 우리를 결속시켜줄 수 있는지 보여주시옵소서. 매 경기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 우리의 팀이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할 때도 분노와 격분의 감정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선덜랜드 시민들이 좌절을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모든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도시와 축구팀을 위한 올바른 사랑의 마음을 갖도록 인도해주시옵소서. 그 사랑은 모두 열정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아버지 선덜랜드와 우리의 모든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와주시옵소서. 그들에게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을 주시옵소서. 우리 팀의 성공은 곧 우리 도시에게 성공과 번영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멘'


선덜랜드는 영국 북동부의 작은 도시로, 인구가 채 20만 명도 되지 않는다. 예로부터 영국을 대표하는 조선업, 광산업, 유리제조업의 지역이었는데, 20세기 중반 이후 산업 전반의 변화로 급격히 쇠퇴했다고 한다. 그런 선덜랜드 사람들에게 이제 남은 건 축구, 즉 '선덜랜드 AFC'라는 것. 선덜랜드 정도면 유서 깊은 역사와 찬란한 전통을 자랑하며 이름도 높은 클럽이라 할 수 있다. 선덜랜드의 유일한 자랑거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 주민들이 단순한 팬 수준 이상의 신앙처럼 생각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경기 안팎의 다양한 이야기


다큐멘터리 시리즈 <죽어도 선덜랜드>의 한 장면. ⓒ넷플릭스



팬들의 바람과 염원과 기도와는 달리, 선덜랜드는 2부 리그에서도 더할 나위 없는 참혹한 성적을 이어나간다.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모든 대회를 통틀어 홈 20경기 무승 기록을 수립했을 정도의 암울한 시기로, 모두의 바람은 프리미어리그 복귀->챔피언십 유지->강등권 탈출->최하위 탈출->홈에서의 1승->1승->1골로 바뀌어 간다. 그저 한 번 이겼으면, 그저 한 골 넣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선덜랜드>는 경기 안팎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한다. 축구를 좋아해서 축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생각할 수 없었던 모습들 말이다. 선수들과 감독, 그리고 스태프들 말고도 경기장과 클럽이 일터인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들과 '죽어도 선덜랜드, 이것이 선덜랜드'라 목놓아 외치는 팬들의 이야기들이 생생하다. <F1, 본능의 질주>를 통해 엿보았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이겠지만, 광팬이 아닌 이상 아니 광팬이라도 팀이 하염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 처음엔 분노를 일으키다가 결국엔 마음이 식어 떠나기 마련이다. 그래서 멀리 타국에서 TV로 시청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잘하는 팀을 응원한다. 선덜랜드를 응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를 보다 보면 응원하게 된다. 제발 이기라고, 제발 한 골만 넣자고. 선덜랜드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과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문제는, 시종일관 한 마음 한 뜻이 되어서 마음 아파했다는 것. 이기고 있어도 마음을 졸이고 지고 있어도 마음을 졸이는 악순환이 시종일관 계속되는 가운데, 대런 깁슨이 구설수와 음주 운전 문제를 일으키고 잭 로드웰이 높은 주급을 받고 있으면서도 자기 관리를 하지 않아 경기를 뛰지 않고 좋은 선수가 떠나지만 좋은 선수를 데리고 오지 못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노라면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하지만, 열정적인 팬들과 한없이 좋은 마음가짐을 지닌 클럽 직원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선덜랜드를 응원한다


'빅 클럽'이라고 불러도 누가 뭐라할 수 없는 '선덜랜드 AFC'가 처참하게 무너져 가는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작품이 좋을 수 있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팬들의 마음에 있다. 선수와 감독과 스태프들, 직원들은 언제든 이 클럽과 이 지역을 떠날 수 있다, 아니 반드시 떠난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팬들은 떠나지 않고 남아서 선덜랜드를 응원할 것이다, 아니 응원해야 하고 응원할 수밖에 없다. 그들의 인생이니까. 


<선덜랜드>를 보고 있노라면, 비록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고 더 밑바닥을 떨어질 데도 없는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그 자리에 있고 싶어진다. 이 공동체의 일원이고 싶어지는 것이다.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고 분노하는 팬이고 싶고, 한없이 좋은 마음으로 진정 팀을 응원하는 직원이고 싶다. 자연스레 선덜랜드 AFC와 선덜랜드 지역을 우호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물론, 지금의 축구계는 오직 '돈'이다. 많은 돈으로 좋은 선수들을 끊임없이 수급해 좋은 성적을 내고, 선수와 감독들에겐 오고 싶어도 오지 못하는 팀이자 팬들에겐 인생을 걸고 응원할 가치가 있는 팀으로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돈이야말로 빅 클럽으로 가는 지름길이자 절대적 필요 조건이다. 그래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해 하위 리그로 갈 때면 수많은 직원들이 해고되고 수많은 팬들이 떠나게 된다. 선덜랜드 AFC도 마찬가지. 


그런데, 팬들은 '선덜랜드 AFC'를 떠나지 않는다. '선덜랜드'를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에겐 선덜랜드가 곧 선덜랜드 AFC인 것. 3부 리그로 내려갔어도 여전히 팬들의 마음은 식지 않고 끝없이 희망을 보며 평균관중 3만 명 이상을 자랑한다고 한다. 선덜랜드와 선덜랜드 AFC의 주인은 주민들이자 팬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왠지 선덜랜드 AFC를 응원하게 될 것 같다. 선덜랜드도. 선덜랜드 주민들과 선덜랜드 AFC 팬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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