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요한 건, '누가 먼저'가 아닌 '사랑' 그 자체 <나의 EX>

반응형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나의 EX>


영화 <나의 EX> 포스터. ⓒ넷플릭스



류싼롄은 별거 후 죽은 남편 쑹청위안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가 아들 쑹청시가 아닌 불륜남 제이라는 걸 알고는 아들과 함께 제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얻은 건 없고 제이로부터 자신이 불륜남이 아니라 그쪽이야말로 불륜녀가 아니냐는 대답만 듣고 온다. 


쑹청시는 허구헌 날 친구들과 싸우고는 심리 상담을 받곤 하는데 아빠와 엄마, 그리고 제이의 관계를 잘 아는 것 같다. 아빠가 엄마와 결혼해 자신을 낳았지만 결국 동성애자라는 걸 밝히고 제이한테 가서는 죽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엄마 아닌 제이의 집에서 기거하려 한다. 


제이는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 않던 연인 쑹청위안의 죽음을 함께 했던 유일한 사람이다. 그로서는 알 길 없는 쑹청위안의 사망 보험금 얘기로 류싼롄과 쑹청시가 찾아오고 자신과 엮이는 게,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불륜남이라고 몰아세우는 게 증오스럽다. 


쑹청위안과 제이의 러브스토리는 행복한 웃음과 비참하지 않은 슬픈 울음이 함께 했다. 하지만, 쑹청위안으로서는 아내와 아들에게 몹쓸 짓을 한 건 부인할 수 없다. 사회의 이목 때문에 사랑했는지 입증할 수 없는 상대와 결혼해 아이까지 세상에 내놓았으니 말이다. 


무거운 소재들을 완화시키는 힘


무거운 소재들을 완화시켜 말랑말랑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힘이 있는 영화. 영화 <나의 EX>의 한 장면. ⓒ넷플릭스



대만영화로서는 1년 만에 대만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나의 EX>는, '병맛' 다분한 로맨틱 코미디로 점철되다시피 했던 최신의 대만영화 조류에 반(反)하다시피 하는 수작 드라마 영화이다. 영화를 본 이라면 누구도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위에서 줄거리로 주지했다시피, 사실 이 영화는 무거운 소재들로 점철되어 있다시피 하다. 하나만 다루어도 할 얘기가 무궁무진하고 또 한없이 아래로 아래로 향할 수 있는 동성애와 불륜, 보험금이라니. 


하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함께 해 끝날 때까지 등장하는 귀여운 애니메이션과 귀에 쏙쏙 박혀 오랫동안 들려오는 OST 그리고 무엇보다 통통 튀는 세 주인공 캐릭터들이 전혀 무겁지 않게 완화시켜준다.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들이 이만큼 유기적으로 또 개별적으로 어울리면서도 개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영화가 있긴 있었나, 언제 봤었나 생각하게 된다. 각본과 연기의 힘이 절대적이지 않았나 싶다.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주요 캐릭터들


영화를 구성하는 주요 캐릭터 세 명은 마치 솥밭을 지탱하는 세 개의 다리처럼 견고하다. 영화 <나의 EX>의 한 장면. ⓒ넷플릭스



대만 영화제를 휩쓸었다는 류싼롄의 압도적 연기와 장국영을 얼핏얼핏 연상시키는 제이의 연기, 그리고 둘 사이에서 돌발적이고 발랄하기까지 한 애니메이션과 내레이션으로 은근한 중심을 잡는 쑹청시까지, 솥밭을 지탱하는 세 개의 다리처럼 견고하다. 


영화는 벌집을 들쑤신 듯 요란하게 시작해 일면 코믹한 듯한 느낌까지 들게 하지만, 캐릭터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들을 들추고 들여다보면서 한없이 이해되고 공감되고 슬프기까지 하게 된다. 모두에게 일일이 감정이 이입되는 것이다. 


세 명의 주요 캐릭터들이 처음엔 서로가 서로를 싫어하는데, 죽어서 떠나버리곤 돌아오지 못하는 쑹청위안의 존재 때문이다. 아무도 그를 떠나보내지 못했기에, 각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했고 자신을 돌아보지도 돌보지도 못했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일면 비정한 말을 우겨넣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데, 죽은 사람을 제대로 떠나 보내기 위해선, 자신을 돌아보고 현실을 받아들이고 서로가 서로를 진심으로 위하는 게 선결되어야 한다. 그럼으로써 산 사람 또한 제대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중요한 건, '사랑' 그 자체


중요한 건, 영화의 원제처럼 '누가 먼저 그를 좋아했는가'가 아니라 '그를 사랑했다는 그 자체라고 말한다. '영화 <나의 EX>의 한 장면. ⓒ넷플릭스



<나의 EX>, 중국어로 된 원제는 '누가 먼저 그를 좋아했는가'이다. 류싼롄과 제이, 서로가 서로를 불륜녀와 불륜남으로 부르는 둘 중에 누가 먼저 쑹청위안을 사랑했을까?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아마 동시에 그를 사랑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누가 먼저'가 중요하긴 한가? 원제가 말하는 건 사랑의 역설에 대한 항거이다. 사랑을 경쟁하고 있는 류싼롄과 제이의 모습이 쑹청위안의 아들 쑹청시의 입장에선 한없이 한심해보인다는, 그래서 중요한 건, '누가 얼마나' '누가 누구를'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아니, 진정한 방점은 '누구'도 '먼저'도 아닌 '사랑'에 있는 게 아닐까. 사랑했다는 사실 그 자체. 


말로는 쉬울지 모르지만, '사랑' 그 자체에 방점을 찍어 의미를 두고 만족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일면 판타지적인 면모가 다분한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럼에도 그 사실을 신파적 성격이 전혀 들어 있지 않아 오그라들지 않게 그려내는 능력을 선보였다. 


그렇고 그런 영화이겠구나 하고 보기 시작했다가 점점 각 잡고 보게 되더니 종국에는 아주아주 오랫동안 여운이 남게 되는 영화였다. 치열한 갈등과 강렬한 슬픔을 동반한 힐링을 받고 싶은 분이라면 강력하게 추천한다. 언제든 다시 보고 싶어질 것 같다. 이런 영화,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다. 고맙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