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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세계적인 작가 위화, 그 문학적 디테일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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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위화의 강연집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표지. ⓒ푸른숲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다. 마오쩌둥이 사랑한 세계적인 대문호 루쉰을 필두로 라오서, 바진 등의 대문호급 작가들. 하지만 문화대혁명으로 제대로 된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게 되니 중국 문학은, 아니 중국 문화는 80년대가 되어야 기지개를 펼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 직후 폭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작가들은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만방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을 비롯 위화, 쑤퉁, 옌롄커 등이 그들이다. 


모옌의 <붉은 수수밭>과 위화의 <인생>은 장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훌륭하게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함께 치르기도 했다. 모옌과 위화는 과거 한때 베이징사범대학교 창작연구생반 동기로 2년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도 한다. 


이중 한국에 가장 인기가 많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기가 많을 작가는 단연 '위화'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이자 위화를 중국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비롯, 명실상부 위화의 진정한 대표작 <인생>과 <형제> <제7일> 등이 그가 낸 소설들이다.


이젠 그의 책들이 아닌 그의 이름 '위화'가 모든 걸 대변하게 되었다. 오히려 독자들은 그에게서 멀어진다. 이름 하나로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는 게 없는 것이다. 와중에 출간된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푸른숲)이 반갑다. 그저 전 세계 각지에서 한 강연의 원고모음집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위화의 문학적 디테일을 알 수 있는 기회임에 분명하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위화의 강연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읽고 쓰기' '사람으로 살기'. 앞엣것은 문학과 글쓰기 이야기, 뒤엣것은 문학의 본질과 본인의 삶을 엮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실상 장을 나누는 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위화가 이 책을 통해, 아니 수많은 강연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그의 문학 인생엔 문화대혁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고, 그가 생각하는 문학 본질은 개방성이며, 그의 문학적 스승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프란츠 카프카와 윌리엄 포크너이고,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잡지는 <수확>이다. 


책에 실린 20번의 강연 중 2017년도가 13번, 중국이 11번으로, 기본적으로 2017년 중국에서의 강연을 바탕으로 하기에 우리가 알기 힘들거니와 우리와 거리가 먼 문학, 문화, 역사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강연이라는 게 명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하게 되지만 모두 잘 짜여져 있고 의미와 재미와 감동을 수반하는 건 아니다. 위화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강연자이다. 허례의식 없는 솔직담백하고 시원시원한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것이다. 


위화의 글쓰기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것들


60년생인 위화는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문화대혁명을 10대 한창 시절에 관통했다. 모든 게 형성되는 그 시기에 말이다. 위화는 자기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곤 억압을 글쓰기 형태로 분출시켰던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중국 작가들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위화의 소설들에도 문화대혁명의 상흔이 곳곳에 있다. 위화는 그 상흔을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안다. 


저자는 문학을, 소설을 소설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소설가의 손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책의 형태로 나오며 편집자의 손·평론가의 손으로, 나라가 바뀌며 번역가의 손으로, 시대가 지나며 독자의 손으로 계속 완성되어 나간다고 말한다. 위화의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없고 편안한 느낌이 이런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위화는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서 디테일한 묘사를 중시하는 걸 배웠고,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한테 '비경험'에서 비롯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받아들였으며, 윌리엄 포크너로부터 가장 중요한 문제이거니와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인 심리묘사를 알았다고 한다. 


위화는 출세작을 <베이징문학>에 발표했지만 이후 그의 소설 70퍼센트 이상을 <수확>에 발표했다고 한다. <수확>은 그 유명한 대문호 바진이 만든 상하이 최고의 문학잡지인데, 그들만의 전통인 진지한 태도와 위화를 비롯한 중국 문학의 황금시대 작가들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다른 잡지에 원고를 보내면 안 된다는 협박(?) 등으로 위화로 하여금 <수확>을 그의 문학 인생 '한 잡지'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억압 뒤 거대한 분출을 기대하며


거대한 억압은 거대한 분출을 낳는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상 유례 없는 아포칼립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억압을 당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을진대, 중국의 경우 그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닌 엄청난 역사와 유산의 기반 위에서 바닥을 치고 위로 올라갈 일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면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위화'라는, 본인의 말마따나 그저 '운 좋게' 인기를 얻은 작가라는 풍문의 주인공인 그도, 이 급격한 변화의 큰 소용돌이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그럴 수 없다고 느낄 것이다. 위화는 중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동아시아에 한, 중, 일이 있다고 하는데, 문학으로만 좁혀봤을 때 세계적으로 중, 일과 한은 비교대상이 불가할 정도이다. 최소한 성과의 측면에서 봤을 때 말이다. 오랜 시간의 억압이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선 안 될 말과 생각이 수십 년간 한국을 지배해온 것이다. 


이제 거대한 억압 뒤에 올 거대한 분출의 기미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남북 해빙 시기가 불러올 문화의 대변화를 기대한다. 그동안의 억압이 '올바르게' '제대로' 폭발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문학계에도 신진 작가군이 그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실험으로 선봉문학을 선도하며 이후에도 끊임없는 글쓰기로 국내 문학계와 문화계를 넘어 세계 문학계와 문화계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군, 세대군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10점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푸른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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