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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혼란 평정과 평화 구축의 모양새, 근본이 백성이길 <묵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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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묵공>


영화 <묵공> 포스터. ⓒCJ엔터테인먼트



중국 전국시대 한복판 BC 370년, 전국 칠웅 중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하는 조는 천하제패의 한 걸음으로 역시 전국 칠웅 중 하나인 연을 치기 위해 십만 대군을 파견한다. 조에서 연으로 가는 길목에 있던 소국 양은 항전이냐 항복이냐의 위기에 빠진다. 이에 침략에 반대해 수성(守城)으로 명성이 자자한 묵가에게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조의 선봉대가 코앞까지 진군했건만 아직 오지 않은 묵가로 인해 양은 혼란에 빠진다. 


왕세자는 결사항전을 외치고, 대신들은 절대항복을 외치며, 장군들은 왕의 지시만 기다릴 뿐이다. 왕은 십만대군 앞에 모든 이를 합쳐도 고작 사천뿐인 성의 분수를 알고 일찌감치 항복하기로 한다. 그때 모습을 드러내는 묵가의 혁리, 그는 활 한 발로 조의 선봉대를 물리친다. 그러곤 왕과의 독대 및 단판으로 양의 병권 그 전권을 받는다. 


혁리는 완벽한 전략전술는 물론 성 전체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하는 일치단결의 신념과 기치로 조의 선봉대를 물리치고 본대이자 십만대군 총사령관 함엄중 장군까지 불러들인다. 양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조의 대군 앞에 모든 걸 건 결사항전을 불사한 양의 운명은 어찌 흘러갈 것인가?


지키고자 하는 자와 뚫고자 하는 자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묵공>은 뚫고자 하는 자와 지키고자 하는 자의 피나는 전쟁을 다룬다. 천하제패를 향한 걸음, 이 모든 걸 끝내고 평화를 이룩하고자 하는 걸음을 가고자 하는 조나라. 약자의 편에 서서 기어코 지지 않는 싸움, 지키는 싸움을 이룩해내어 이긴 자로 하여금 무차별적인 학살을 하지 못하게 하려는 묵가. 그리고 당사자이지만 나라와 백성이 아닌 자기 한 몸과 한 세력의 안위에만 급급하는 양나라 왕족과 고위관료들. 


중심에는 단연 묵가에서 파견한 묵공 혁리가 있다. 묵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 활동한 다양한 학자와 학파를 일컬는 '제자백가'의 유력 학파 중 하나로, 당대 최고의 학파였던 유가와 대립했다. 유가의 차등적 사랑에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겸애를 주장했고 유가의 인문학적 경향에 실용주의적 관점을 주장했으며 유가의 덕치에 권위를 주장했다. 


이를 바탕으로 묵가는 침략전쟁을 반대했다. 침략은 주로 강이 이루고 약이 당하는 것, 자연스레 약자의 편에 서서 지키는 데만 몰두한다. 그 최후의 목적에는 혼란의 평정이 있을 테고, 그 수단으로 모든 이를 사랑하는 겸애가 있을 테며, 그 구체적인 행동으로 침략전쟁을 반대하며 지키는 싸움만을 행하는 것이 있을 테다. 


영화 내외적, 그리고 중심에 있는 것들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영화는 영화 외적으로 한중일 동양 대표 삼국 합작을 내세웠다. 한국에서는 제작 참여 및 대배우 안성기와 슈퍼주니어 시원을 주연 및 대표 조연으로 내세웠고, 중국에서는 영화 배경과 감독을 내세웠으며, 일본에서는 영화 원작 및 세계적인 프로듀서를 참여시켰다고 한다. 묵가의 사상이 영화 외적으로까지 퍼진 느낌이랄까. 


영화 내적으로는 끝없이 계속되는 대규모 공성전 및 소규모 전투, 치열한 전략전술의 맞부딪힘이 주를 이룬다. 중국적 대륙 스케일의 장대함을 바탕으로, 일본만의 전쟁 스타일도 곳곳에서 눈에 띈다. 한국으로선 배우들이 이질적이지 않게 섞여 들어간 것으로도 충분히 제 역할을 다했다 하겠다. 


와중에 혁리를 중심으로, 조나라 대장군 함엄중과는 '전투'의 전략전술로 치열하게 맞붙는 것도 모자라 '전쟁'이라는 것의 의미론까지 치열하게 맞붙으며, 양나라 왕과 왕세자와는 나라와 백성 그리고 나라를 이끄는 이들의 안위를 두고 치열하게 생각들을 주고받는다. 


무엇보다 영화의 중심에는, 영화의 내외적을 아우르는 개념에는 현실적인 묵가의 사상과 묵가의 사상을 둘러싼 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이 있다. 거기에 묵가를 향한 찬양이나 묵가 사상의 홍보(?)가 아닌, 고민이 있을 뿐이다. 어떤 결정이 무엇을 위한 것인가. 무엇이 누구를 위한 행동인가. 이 행동이 과연 옳은 것인가. 


혼란 평정, 평화 구축에의 지향들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장이모우 감독의 명작 <영웅: 천하의 시작>은 <묵공>처럼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를 다룬다. 중심에는 전국 칠웅 중 최강자의 위치에 오른 진나라 영정(훗날 시황제)이, 그리고 그에게 접근한 '무명'이 있다. 무명은 영정의 목숨을 노리는 최강의 세 자객 은모장천, 파검, 비설을 물리치고 그 자리에 왔다. 


그의 목적은 이 혼란한 전국시대의 진정한 끝, 즉 천하통일이다. 영정의 목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다만, 그는 원한다. 천하통일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천하통일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그건 모든 것을 아우르고 포용하는 진정한 평화. 전제적 지배에 의한 질서 있는 법체제에 의한 일방향 평화를 지향하는 법가의 이 기치는, 묵가가 목표로 하는 혼란의 평정과 궤를 같이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묵가의 혼란 평정은 절대적으로 침략 없는 만민 평등에 기초한 것이고, 법가의 혼란 평정은 절대적으로 침략으로만 가능한 일군 독재에 기초한 것이다. 그 수단이 완벽하게 반대에 위치해 있기에, 유가를 반대한다는 점과 평화 구축에만 궤를 같이 할 뿐 모든 면에서 대척점에 서 있다 하겠다. 


혼란 평정, 평화 구축은 겉으로든 속으로든 어느 누구도 반대하지 않는, 절대적으로 찬성하는 개념일 테다. 하지만 그 수단에 있어서 묵가 또는 법가의 것이 양립할 순 없다. 한쪽을 선택해야만 할 것이다. 


평화에의 모양새, 근본이 백성이길


영화 <묵공>의 한 장면. ⓒCJ엔터테인먼트



작금 남북한을 둘러싼 한반도 정세는 법가 쪽에서 묵가 쪽으로 옮겨가는 모양새이다. 적대적 침략 또는 침략의 모양을 띈 수단을 동원해 크게는 각 국의 이익을 챙기고 작게는 각 국을 이끄는 이들의 이익을 챙기는... 그럴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반면 지금은 상호불가침을 기본 전제로 하여 혼란을 잠재우고 그 자체로 평화가 구축되는 모양을 추구한다. 


미국 또는 중국이 조나라 또는 연나라라고 했을 때 우리나라는 조그마한 양나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외부가 아닌 내부의 부침 더 위기 초래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나라 내부에서는 그 원인을 외부로 돌리며 자신들 각자의 안위 챙기기에만 급급할 뿐이었다. 


물론 지금이라고 그 기본적 모양새가 완전히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만 바랄 뿐이다. <묵공>에서 보여준 조나라 십만대군을 물리친 양나라 '백성'들의 힘이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를 향해서도 발휘되기를 말이다. 나라의 근본은 백성이듯이, 백성이 향하는 곳에 나라의 근본이 서기를. 그 모습이 작금의 대한민국, 한반도에도 보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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