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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영화

<무사 노보우> 민본 정치, 말로 외치지 말고 실천에 옮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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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무사 노보우: 최후의 결전>



<무사 노보우: 최후의 결전> ⓒ스크린조이



새로운 실력자들이 대거 출현해 구세력을 몰아내며 구질서와 구체제가 붕괴했다. 일본 전국 시대 100년이 시작되었다. 이 시대의 종반, 천하의 패권은 오다 노부나가와 다케다 신겐으로 좁혀진다. 압도적인 무력으로 중동에서 교토 쪽으로 세력을 뻗치는 다케다 신겐과 뛰어난 지략과 몇 세기를 앞서는 선견지명으로 교토를 중심으로 동쪽으로 세력을 뻗치는 오다 노부나가. 결국 오다 노부나가가 승리하지만 그도 곧 부하의 반역으로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다. 뒤를 이어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전국통일을 마무리한다. 


영화 <무사 노보우>는 1590년 사실상 전국통일을 마무리 지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군이 마지막 남은 호죠 가의 영지로 출전하면서 벌어지는 전투 이야기가 중심이다. 호죠 가는 일찍이 천하의 명장들은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의 사이에 껴 있으면서도 균형추를 잘 잡아 오히려 더욱 오래 살아남은 실력 있는 가문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재정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반면 군사에는 재능이 없는 최측근 이시다 미쓰나리에게 2만의 대군을 주어 1000명의 군사를 가진 작은 성 오시를 격파하게 한다. 어느 누가 지휘를 해도 이길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이 상황에서 오시의 성주는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까? 혹여 전쟁을 하게 된다면 어떤 전략을 써서 2만의 대군을 격파하고자 할 것인가?


영화는 당연한듯 항복하는 쪽으로 흘러간다. 오시의 성주는 친히 500명의 군사를 이끌고 호죠 가의 주성인 오다와라 성으로 출진하며, 그곳에서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내통 하겠다고 말한다. 이에 성주대리인 나리타 나가치카 이하 무장들도 어쩔 수 없이 그에 따른 준비를 한다. 


한편 나리타 나가치카에게서는 무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그에게는 다른 능력이 있었다. 백성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능력.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대군이 코앞까지 들이닥쳤을 때조차도 그는 백성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며 논에서 벼심기에 한창이었다. 지금 당장에라도 방비에 힘쓰고 밤낮으로 훈련 및 전략 회의를 해도 될까 말까한 상황에서 말이다. 



<무사 노보우: 최후의 결전>의 한 장면. 백성의 리더십을 몸소 실천하는 나리타 나가치카 ⓒ스크린조이



이 장면이 보여주는 바는 매우 식상하다. 이른바 백성의 리더십. "백성이 하늘이요, 나라의 근본이다."라는 중국 서경(書經)의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위정자라면 너무나 당연하게 지켜야 하고 실천해야 할 바이다. 하지만 이것이 식상하지 않게 비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리로는 인식하고 있지만 몸으로 실천한 바를 찾아보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전쟁이 나자마자 도망가기 바빴던 조선의 선조, 대한민국의 이승만 대통령. 


반면 이 작은 성의 성주대리인 나리타 나가치카는 성주의 명령을 어기면서 항전 의지를 불태운다. 그 이유는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 강자가 일방적인 돈과 권력으로 약자를 찍어 누르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 그것이 인간 세상의 법칙이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였다. 그는 어떻게 2만의 대군에 대항하게 될 것인가?


그에게는 상대보다 개개인의 능력이 월등한 장군들이 있었다. 이들은 각 성문을 막으며 일당백의 위엄을 선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리타 나가치카를 절대적으로 따르는 백성들이 있었다. 도망가는 이 없이 모두 항전의 뜻을 보이며 모여들자 족히 3000명에 육박하는 군대가 되었다. 전투에 있어 전술, 전략, 능력, 병력 등보다 중요하게 생각되는 '사기(士氣)'가 충만하여 상대보다 월등히 앞서는 상태가 된 것이다. 


군사적으로 참패를 면치 못하자 이시다 미쓰나리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일전에 썼던 전략을  꺼내 든다. 성을 둘러싸고 높은 제방을 쌓은 뒤 물로 침몰 시키는 전략이었다. 이 전략으로 성 주변은 쑥대밭이 되고 수많은 백성들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때 나리타 나가치카는 기막힌 전략을 꺼내 든다. 


이것이 전략이라고 부를 만한 것인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그는 성의 중심부인 혼마루(주성)를 백성들에게 개방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백악관이나 청와대를 개방해 오갈 데 없는 백성들을 구제한 것과 같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자는 말을 몸소 실천했다. 이후 호죠 가의 주성인 오다와라 성이 함락당함에 따라 이들 또한 타의 항복을 하게 된다. 이시다 미쓰나리는 이들에게 감복한 바 이들 백성에게 어떠한 불이익도 돌아가지 않게 하였다. 



<무사 노보우: 최후의 결전>의 한 장면. 나리타 나가치카는 위기가 닥치자 백성들에게 혼마루(주성)을 개방한다. ⓒ스크린조이



말로 외치는 민본(民本) 정치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의 정부 3.0이 외치는 '국민행복시대'는 이 민본 정치를 일단은 말로 외치고 있다고 보여진다. '소통하는 투명한 정부',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 '국민 중심의 서비스 정부'. 정말 키워드 하나는 기똥차게 뽑아냈다. 이제는 이걸 그대로 실천에 옮기기만 하면 된다. 어려울 것이 뭐가 있는가? 


전쟁이 나서 나라의 명운이 걸린 때나, 국가부도사태에 직면했을 때나, 천재지변이나 엄청난 사건사고가 연달아 일어나야 할 때가 되어야만 임기응변의 보여주기 식으로 실천에 옮겨야만 하는 것인가? 꼭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견지하고자 하는 마음을 새기자고 선동할 필요 없이, 일상적으로 실천하면 될 일이다. 


선거철에만 둘러보지 말고 평소에도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만나고 소통하면 될 것이다. 일 잘하는 사람 뽑으려 하기 전에 제대로 된 사람을 내세우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자신들 세력의 일신(一身)보다, 아니 일신을 포함해 국민을 생각하면 될 것이다. 이것이 어렵다면 더 이상 말해야 무엇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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