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불멸의 작가들>
<불멸의 작가들> ⓒ윌컴퍼니
예술에 있어서 작가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나 미술의 경우에는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100%에 이를 것이다. 이는 음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문학에서도 상당할 것이다.
물론 작품 자체가 워낙에 유명해지다보면 역전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객관적으로 볼 때 작가인 조앤 롤링보다 작품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일 것이다. 예전 작품으로 보자면 <돈키호테> 류의 작품을 들 수 있겠다.
무슨 말인고 하면, 작품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을 경우이다. 돈키호테로 인해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위대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작품을 말할 때 작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죄와 벌>을 말할 때 도스토예프스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햄릿>을 말할 때 셰익스피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전쟁과 평화>를 말할 때 톨스토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가의 힘!
얼마 전부터 한국 문학계 및 출판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열풍이 있다. 하나는 ‘하루키 열풍’이고 다른 하나는 ‘조정래 열풍’이다. 먼저 하루키가 포문을 열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로 일본에서 대열풍을 일으키고 한국에 상륙해 2개월여 동안 수십만 권이 팔려나가며 역시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사랑에 그의 이름 ‘하루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많은 평론가들에게 맹비판을 받아도 대중들은 여지없이 그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그가 하루키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최근에는 ‘조정래 열풍’이 불고 있다. <정글만리>(해냄)로 중국에서의 정글과도 같은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을 그려낸 조정래 작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이리도 ‘대박’을 터트릴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역시 ‘조정래’였던 것 같다. 일찍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전국민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긴 그였기에, 대중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의 작품을 선택한 것이리라. 물론 하루키나 조정래나 작품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건 기본 선결 과제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좋아하는 작품과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좋아하는 작품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매년마다 읽고 있다) 나에게 이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만 다가온다. 지금도 작가의 이름을 말할 때면 책을 보거나 검색을 해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모르고 읽어본 적도 없으며 읽어볼 생각도 없다.
좋아하는 작가는 ‘조지 오웰’이다. 그의 대표작인 <동물농장>, <1984>, <카탈로니아 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를 섭렵했고, 또 다른 작품들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버마 시절> 등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이 작품들을 읽고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가 조지 오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관되게 사회 비판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읽기 쉬운 문체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좋다. 나에게 있어 그의 작품은 무조건 믿고 보는 작품인 것이다.
문학의 힘?
<불멸의 작가들>(윌컴퍼니)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저자가 세계적인 문학의 대가 125명을 추려 그들의 일대기와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에서 발췌한 내용을 담았다. 작품도 빛났지만 작가가 더욱 빛났던 이들이었기에, 작가 소개 4페이지 중에서 1페이지를 작가의 사진으로 채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은 앞서 말한 하루키를 능가하는 열풍을 일으켰던 작가들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책을 소개하며 이를 ‘문학의 힘’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말은 나와 있지 않다. 책의 특성상 저자의 목소리는 작가들의 목록 선택에서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애당초 제목이 ‘불멸의 작가들’이어야 하지도 않다.
작가와 작품 모두 기억에 남을 것 같지 않은 이 책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 <불멸의 작가들>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또한 기억에도 남을 것 같지 않다.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라면 이 책의 거장 125명 리스트에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와 좋아하는 작가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정도?
일단 이 책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에 수록된 작가들의 목록이 ‘독단적이며 변덕스럽다’ 125명에 달하는 목록이 전혀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아 한 번 들춰보고 다시는 들춰보고 싶지 않게 되어 있다. 나라별, 시대별로 분류는 못할망정, ABC나 가나다순으로도 분류가 안 되어있다. 하다못해 성별로라도 분류가 되어 있었다면 언제고 들춰나 보기 편할 텐데 말이다.
125명의 작가들 중 내가 아는 작가를 세어보니 75명이었다. 저자는 독자 여러분이 동경하는 작가가 혹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용서해주길 바란다며, 이 책을 통해 더욱 많은 위대한 작가들을 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을 제외하고 3페이지에 불과한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하라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결정적으로 아시아를 포함한 제 3세계 국가의 작가들은 전무하다시피하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미국, 유럽 출신이다.(폴 오스터와 스티븐 킹까지 포함시켰으면서 푸쉬킨을 비롯해 피츠제럴드, 한트케, 펄 벅, 윌리엄 골딩, 맥카시 등을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다.) 이 부분 때문이라도 이 책을 다시 볼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결코 너그러이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 제일 볼만한 건 차라리 본문이 끝나고 책의 끝부분에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125가지 제안’인 글쓰기의 요령과 훈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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