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반미친북 좌파' 찾기, 너무 쉽죠?

반응형




[서평] 한승동 기자의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 Ⓒ마음산책

왜 우리나라가 아니고 동아시아인가?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한승동 지음, 마음산책 펴냄)를 처음 접하고 든 느낌은 약간 이해가 안가는 제목이었다. 부제는 '보수의 시대를 가로지르는 생각'이었는데, 추측으로 진보적 색채가 강한 책이겠구나 싶었다. 저자부터 찾아보았다. <한겨례 신문>의 한승동 기자님이었다. 지난해에 <조선책략>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이분의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조선책략>이 쓰인 100여 년 전의 상황이 지금 우리의 상황과 닮았다는 논조의 글이었다. 상당히 수긍이 가는 글이었던 기억이 들어, 읽기 전에 이 책에도 믿음이 갔다.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아닌 동아시아라는 타이틀에 수긍이 간다. 외세의 침략뿐만 아니라 외세에 엄청난 영향을 받은 우리나라이기에, 우리나라를 읽는 건 곧 동아시아를 읽는 것과 같은 의미일 것이다. 저자는 지금 우리나라가, 아니 동아시아가 100년 전과 다름없는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천하대란' 한국, 중국, 일본에 미국까지. 100년 전과 나라 간의 상관관계와 힘의 추가 달라졌을 뿐, 나라는 그대로이다.

 

이 천하대란의 원인은 뭘까? 저자는 말한다. 일본 극우 세력의 집권이라고.

 

"만주국과 전후 일본을 만든 기시 노부스케와 요시다 시게루의 외손자 아베 신조와 아소 다로가 다시 권력을 탈환하고, 그들보다 더 오른쪽으로 기운 이시하라 신타로와 하시모토 도루까지 이른바 '제3극'으로 가세한 가운데 좌파는 물론 중도 리버럴을 표방했던 민주당까지 사실상 해체 상태로 전락한 일본"(책을 내면서 중)

 

이들이 중국의 대두를 저지 또는 재역전을 꿈꾼다는 것이다. 미국 역시 일본 우익을 보호하며 중국의 대두를 저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서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우리나라의 기득권 층은 우익의 탈을 쓴 채로 기회주의적 행보를 계속해 왔고, 앞으로도 계획할 예정이라는 것이다.

 

기득권층의 기회주의적 행보

 

이들 기득권층은 어떤 기회주의적 행보를 해왔던 것일까? 그건 각종 조작들로 인해서이다. 이데올로기, 사상 조작과 프레임 조작들. 이들은 해방 조국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시 최대 과제였던 친일파 청산 문제 대신, 미국의 냉전 전략에 철저히 편승한 '반공주의'을 내세운다. 이에 사상을 떠나서 민족을 위해 독립투쟁을 벌인 수많은 '반미친북 좌파'들이 죽임을 당했다. 거기에 편승해 친일파에서 반공파로 자리매김한 사람은 셀 수 없이 많아 거론하기도 힘들다.

 

이뿐이랴? 1960년대 이후가 되면서 반공주의는 '반민주주의'로 변형된다. 자신들을 '경제화'의 주체로 자리매김하며, 민주화 세력을 '빨갱이'로 묶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진정한 '반미친북 좌파'일까?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대다수가 단지 기득권층의 반대 세력일 뿐이라고. 즉, 정치적 반대파일 뿐이라고. 이와 같은 프레임 조작에 의한 확실한 이항 대립 구조로 영원한 절대 기득권 확보의 결실을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 주류 언론(신문)이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그런 신문들에도 민족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민족지라고 불러도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말도 되지 않는 논리라고 일축한다. 이들의 행보도 역시 기회주의적이었다.

 

"민주 정부 10년간 '비판적 정론'을 앞세우며 사실상 맹목적 정부 비난˙비판으로 일관했던 그들은 자신들이 역시 맹목적으로 옹호했던, 자신들과 한배를 탄 정치 세력이 정권을 탈환하자 이제까지의 정부 비난 논조를 하루아침에 찬양하고 지지하는 논조로 바꿨다."(111쪽)

 

일본의 평화를 위한 주변국의 희생

 

저자는 책에서 동아시아, 즉 일본에 대해 430여 페이지 중에 130여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를 읽기 위해서는 동아시아를, 동아시아를 읽기 위해서는 일본이 빠질 수 없다는 뜻일 게다. 저자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본의 극우 세력을 배제하되 일본 자체를 극우로 보는 생각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 또는 일본인으로 뭉뚱그리지 말고 다수 일본인, 시민과 분리해서 봄과 동시에 동아시아 시민연대 구상을 그려보고 있다. 이는 한일 간의 지난한 역사를 그려낸 <남왜공정>(다빈치북스)라는 책의 결론 부분에서도 볼 수 있는 생각이다.

 

일본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저자는 이 복잡한 것만 같은 질문에 단순명료하게 답한다.

 

"문제의 핵심은 '돌아온 그들'에 있고, 그들이 왜 다시 돌아왔느냐 또는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느냐에 있다."(201쪽)

 

돌아온 그들, 일본 제국주의의 산물이자 극우 세력들. 그들의 기상천외한 생각과 발언은 동아시아를 요동치게 하며, 일본의 평화를 말하지만 주변국의 희생은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국화와 칼'(평화와 폭력)의 기막힌 모순적인 조화다. 그들이 절대 끈을 놓지 않는 '영토 분쟁'(한국과의 독도 분쟁, 중국과의 댜오위다오 분쟁 등)은 언젠가 제국 부활의 신호탄이자, 동아시아 불행의 씨앗이 될 가능성이 있겠다.

 

동아시아 시민연대 구상이라는 해결책과 더불어 저자는 또다른 해법을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들고 있다. '남북통일' 재일 조선인 백종원의 <조선 사람>이라는 책을 통해 그는 지금의 분단 체제 역시 "나라 없는" 상태와 다름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화해와 평화 그리고 통일만이 해법이라는 것이다.

 

"일본을 위해서나 동아시아 전체를 위해 일본은 바뀌어야 하고, 그러려면 일본 지배 세력이 바뀌어야 한다. 그들까지 포함한 과거사 청산은 일본만의 과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공동의 과제가 돼야 한다. 그들이 건재하는 한 '동아시아 공동체'는 없다."(258쪽)

 

문제는 보수냐 진보냐, 좌냐 우냐가 아니다

 

"경험적으로 우리는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세상을 그래도 모두 함께 잘되기를 바라며 양심적으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이냐, 아니면 비열하게 남을 해치며 더럽게 살아온 자들이냐, 또는 자기 욕심만 채우려 안달해온 자들이냐가 문제의 핵심이라는 걸 안다."(65쪽)

 

저자는 말한다. 문제는 이념이나 사상이 아니라고. 이 문제의 본질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한 발짝 물러나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역사적 맥락을 읽어내야 한다고. 진짜 문제는 기회주의와 이기주의가 판치는 대한민국 역사와 현재에서 본질을 감추고 자신들의 입지를 확보하려는 세력의 판짜기 조작에 있다는 것이다.

 

한쪽으로 치우친 우리 사회, 우리 역사. 저자는 말한다. 이 사회가 과연 안정화된 사회인 것이냐고. 아무런 문제가 없는 사회인 것이냐고.

 

책은 기자인 저자의 성향으로, 장황하고 넓게 때로는 깊고 날카롭게 동아시아를 파헤치고 있다. 그 복잡한 흐름 속을 흐트러짐없는 눈으로 헤집고 다니며, 능수능란하게 감춰두고 아프고 몰랐던 부분들을 짚어내고 치료한다.

 

문체나 논조가 약간 세어 보여 자칫 이념의 한 쪽에서 다른 한 쪽을 보고 있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보수의 시대에서 단순히 진보의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보수를 틀리다고 가정하고 보는 것이 아닌, 독자들에게 올바른 눈을 가질 것을 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눈을 가지고 진정한 가치를 읽어내는 것은 우리들의 몫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