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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당장 내일이라도 남북이 손을 잡고 통일을 했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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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법륜, 오연호의 <새로운 100년>


ⓒ오마이북

기업, 공사 등의 조직에서 어떤 거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나 신청사가 개교해 이전할 때, 흔히들 “새로운 100년” “다가올 100년”이라는 문장을 많이 사용한다. 주로 행복한 미래, 꿈과 행복한 미래를 기대하면서 내거는 기치들이다.


한편, 기억해야만 할 눈물의 과거와 고난의 역사를 기억하는 자리거나 기념일, 또는 힘들었던 지난 일을 뒤로 한 채 새 출발을 하는 행사에서는 일종의 전환적 의미로 사용된다. 지금까지의 100년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100년을 기대하면서.


그렇다면, 우리나라가 내건 ‘새로운 100년’의 기치는 무엇일까. 우선 당면한 경제 문제. 잘 먹고 잘 살아야 무얼 하든 잘 할 수 있지 않겠는가. 단, ‘모두’가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야 하겠다. 다음으론 무엇이 있을까. 경제대국에 이은 군사대국? 북한이라는 상존하는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물론 필요하다.


자, 여기에 식상하지만 새롭다면 새로운 100년 담론을 들고 나온 책이 있다. <오마이뉴스> 대표기자 오연호가 묻고 즉문즉설의 인생 멘토 법륜 스님이 답한 대담집 <새로운 100년>(오마이북). 2010년 말에 나온 오연호 기자와 조국 교수와의 대담집 <진보집권플랜>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면 되겠다.


<진보집권플랜>이 남한 진보・개혁 진영 집권 프로젝트로 비록 통합을 말하고 있지만 조금은 한쪽으로 치우치고 있다면, <새로운 100년>은 통일을 말하며 좌우를 넘는 우리 민족의 통합을 말하고 있다. ‘진보’가 밥 먹여준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진보집권플랜>처럼, ‘통일’이 밥 먹여준다고 말하고 있는 <새로운 100년>이다.


냉정히 말해서 <진보집권플랜>에서의 ‘진보’가 밥 먹여줄 것이라는 믿음은 2012년 대선으로 여지없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통합적인 관점에서 ‘모두’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일 수도, 아니면 경제적 관점에서 ‘진보’가 밥을 먹여줄 것 같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다. <새로운 100년>은 훨씬 더 넓은 관점에서 ‘통일’로 ‘통합’을 말하며 ‘경제’를 말하고 있는데, 과연 어떨까?


<새로운 100년>은 작년 5월경에 나왔다. 당시는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었고, 법륜 스님은 대선에 있어서 상당히 큰 역할을 했었다. 그런 와중에 현실 정치에 편승하기보다 더욱 거국적인 내용의 책을 내신 것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다가올 100년을 얘기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또한 <진보집권플랜>의 실패 아닌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한나라당과 청화대로 강연도 다니시니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분이신” 법륜 스님은 괜찮은 대담 상대였다고 할 수 있다. ‘통일’과 ‘통합’을 말하고자 하는 데에 있어서 매우 적합했다.


‘통일’은 사실 너무나 오랫동안 부르짖었고, 이제는 식상하다 못해 만만한 방법론 중에 하나가 되었다. 어디 가서 욕은 먹거나 반대 의견을 있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먹고 사는 게 힘들어지고 보니 외려 통일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 있다. 쉽게 말해 통일이 밥 먹여 주냐는 것이다.


법륜 스님은 통일이 밥을 먹여준다고 말씀하신다. 당위적인 명분론을 앞세운 주장이 아닌, 굉장히 실용적인 주장이 뒷받침한다. 학자들마다 주장이 다르고 편중이 있을 테지만, 스님은 통일까지의 과정에서 드는 비용보다 통일 이후에 오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또한 ‘통일’을 통해서야만 한반도의 진정하고 근원적인 평화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런 평화와 안정적인 경제가 뒷받침되어, 동북아의 갈등 해결과 경제 발전의 구심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내일이라도 남북이 손을 잡고 통일을 했으면 해요. 따지고 보면 통일에 드는 비용보다 통일된 뒤에 얻는 이익이 훨씬 크거든요.”(본문 속에서)


통일은 어떤 방법론에 입각해 진행되어야 할까? 법륜 스님은 올바른 역사 이해와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군의 고조선으로부터 시작된 6000여 년의 장구한 역사를 통합적으로, 계승적으로, 거시적으로 알아야 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땅은 얻지 못했을망정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한 것처럼 말이다. 그 민족역사 의식을 거시적이고 올바른 관점에서 알고 계승해 나갈 때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린다.


“그래서 무엇이 통일의 원동력이 될지를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역사의식’입니다. 6000년에 달하는 장구한 우리나라 역사 속에서 지금의 분단 현실을 보면 찰나일 뿐이죠. 그런 면에서 우리가 역사의식을 갖게 되면 통일의식도 갖게 되리라 생각했죠.”(본문 속에서)


여기에는 주관적이고 편협한 리더십이 아닌, 모두를 수렴하고 포용할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고 말한다. 이는 앞서 말한 경제, 역사의식 등에서 모두 통용된다. 한 곳이라도 소홀히 할 때 통일은 이루어지기 힘들다. 그만큼 통일은 버겁고 지난한 과정이다.


2012년 대선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허나 책에서 법륜 스님이 말하고 있듯이, 누가 되든지 양극화를 해소하고 통일 문제를 해결할 정책과 능력을 가졌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통합의 리더십이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이다. 아마도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통일이라는 기치 하에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자는 것일 게다.


우선 통일에 대한 잘못된 인식 체계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후에 올바른 인식에 의한 통일의 당위성을 말하고 새로운 미래를 말해야 한다. 이 책은 이 모든 것을 균형감 있는 시각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간다. 그리고 ‘함께’ 해보자고 한다. 공허한 외침에서 끝나지 않을 지속적 비전이자 울림이 되길 바란다. 



"오마이뉴스" 2013.7.3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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