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블로그 이미지

singenv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프란츠 카프카'에 해당되는 글 10건

제목 날짜
  • 중국의 세계적인 작가 위화, 그 문학적 디테일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2018.12.21
  • 문예 서평 잡지 <AXT> 톺아보기(4) 2015.11.18
  • 1904년 카프카, 평생지기 막스 보로트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다 2014.01.19
  • 1917년, 결핵에 걸린 카프카의 편지(2) 2014.01.12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4 2013.11.23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3(3) 2013.11.22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2(1) 2013.11.21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1(10) 2013.11.20
  • 절망을 앞에 두고 외려 '힐링'이 되는 이유는?(4) 2013.05.30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첫 문장 2013.04.19

중국의 세계적인 작가 위화, 그 문학적 디테일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8. 12. 21. 08:00
728x90



[서평]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위화의 강연집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표지. ⓒ푸른숲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들이 많다. 마오쩌둥이 사랑한 세계적인 대문호 루쉰을 필두로 라오서, 바진 등의 대문호급 작가들. 하지만 문화대혁명으로 제대로 된 글을 쓰지도 읽지도 못하게 되니 중국 문학은, 아니 중국 문화는 80년대가 되어야 기지개를 펼 수 있었다. 


문화대혁명 직후 폭발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작가들은 3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중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세계 만방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2012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을 비롯 위화, 쑤퉁, 옌롄커 등이 그들이다. 


모옌의 <붉은 수수밭>과 위화의 <인생>은 장이모우 감독에 의해 영화로 훌륭하게 만들어져 전 세계적인 유명세를 함께 치르기도 했다. 모옌과 위화는 과거 한때 베이징사범대학교 창작연구생반 동기로 2년 동안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다고도 한다. 


이중 한국에 가장 인기가 많은,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인기가 많을 작가는 단연 '위화'다.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소설이자 위화를 중국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한 소설 <허삼관 매혈기>를 비롯, 명실상부 위화의 진정한 대표작 <인생>과 <형제> <제7일> 등이 그가 낸 소설들이다.


이젠 그의 책들이 아닌 그의 이름 '위화'가 모든 걸 대변하게 되었다. 오히려 독자들은 그에게서 멀어진다. 이름 하나로 그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는 게 없는 것이다. 와중에 출간된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푸른숲)이 반갑다. 그저 전 세계 각지에서 한 강연의 원고모음집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위화의 문학적 디테일을 알 수 있는 기회임에 분명하다. 


중국이 낳은 세계적인 작가 위화의 강연


책은 크게 두 장으로 나뉘어져 있다. '읽고 쓰기' '사람으로 살기'. 앞엣것은 문학과 글쓰기 이야기, 뒤엣것은 문학의 본질과 본인의 삶을 엮은 이야기인 것처럼 보인다. 실상 장을 나누는 게 큰 의미는 없어 보인다. 


위화가 이 책을 통해, 아니 수많은 강연을 통해 전하고자 했던 건 무엇일까. 그의 문학 인생엔 문화대혁명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우고 있고, 그가 생각하는 문학 본질은 개방성이며, 그의 문학적 스승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프란츠 카프카와 윌리엄 포크너이고, 지금의 그를 있게 한 잡지는 <수확>이다. 


책에 실린 20번의 강연 중 2017년도가 13번, 중국이 11번으로, 기본적으로 2017년 중국에서의 강연을 바탕으로 하기에 우리가 알기 힘들거니와 우리와 거리가 먼 문학, 문화, 역사 이야기들이 종종 나온다. 


강연이라는 게 명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하게 되지만 모두 잘 짜여져 있고 의미와 재미와 감동을 수반하는 건 아니다. 위화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강연자이다. 허례의식 없는 솔직담백하고 시원시원한 이야기들이 계속되는 것이다. 


위화의 글쓰기에 절대적 영향을 끼친 것들


60년생인 위화는 1966년부터 10년간 계속된 문화대혁명을 10대 한창 시절에 관통했다. 모든 게 형성되는 그 시기에 말이다. 위화는 자기를 잃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며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곤 억압을 글쓰기 형태로 분출시켰던 것이다. 그 시기를 지나온 중국 작가들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위화의 소설들에도 문화대혁명의 상흔이 곳곳에 있다. 위화는 그 상흔을 휴머니즘의 시선으로 바라볼 줄 안다. 


저자는 문학을, 소설을 소설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학은 소설가의 손에서 완성되는 게 아니라, 책의 형태로 나오며 편집자의 손·평론가의 손으로, 나라가 바뀌며 번역가의 손으로, 시대가 지나며 독자의 손으로 계속 완성되어 나간다고 말한다. 위화의 소설들에서 느껴지는 거리감 없고 편안한 느낌이 이런 생각에서 나오는 것이리라. 


위화는 일본 작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서 디테일한 묘사를 중시하는 걸 배웠고, 체코 작가 프란츠 카프카한테 '비경험'에서 비롯되는 자유로운 글쓰기를 받아들였으며, 윌리엄 포크너로부터 가장 중요한 문제이거니와 가장 넘기 힘든 장애물인 심리묘사를 알았다고 한다. 


위화는 출세작을 <베이징문학>에 발표했지만 이후 그의 소설 70퍼센트 이상을 <수확>에 발표했다고 한다. <수확>은 그 유명한 대문호 바진이 만든 상하이 최고의 문학잡지인데, 그들만의 전통인 진지한 태도와 위화를 비롯한 중국 문학의 황금시대 작가들을 향한 맹목적인 믿음 그리고 다른 잡지에 원고를 보내면 안 된다는 협박(?) 등으로 위화로 하여금 <수확>을 그의 문학 인생 '한 잡지'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거대한 억압 뒤 거대한 분출을 기대하며


거대한 억압은 거대한 분출을 낳는다.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상 유례 없는 아포칼립스로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 동안 억압을 당했다.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 없을진대, 중국의 경우 그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게 아닌 엄청난 역사와 유산의 기반 위에서 바닥을 치고 위로 올라갈 일밖에 남지 않은 모습이 아니었을까.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면은 급격한 변화를 겪는다. '위화'라는, 본인의 말마따나 그저 '운 좋게' 인기를 얻은 작가라는 풍문의 주인공인 그도, 이 급격한 변화의 큰 소용돌이 중 하나에 불과할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어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고, 그럴 수 없다고 느낄 것이다. 위화는 중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 중 하나임에 분명하다. 


동아시아에 한, 중, 일이 있다고 하는데, 문학으로만 좁혀봤을 때 세계적으로 중, 일과 한은 비교대상이 불가할 정도이다. 최소한 성과의 측면에서 봤을 때 말이다. 오랜 시간의 억압이 그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해선 안 될 말과 생각이 수십 년간 한국을 지배해온 것이다. 


이제 거대한 억압 뒤에 올 거대한 분출의 기미가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남북 해빙 시기가 불러올 문화의 대변화를 기대한다. 그동안의 억압이 '올바르게' '제대로' 폭발하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문학계에도 신진 작가군이 그들만이 시도할 수 있는 실험으로 선봉문학을 선도하며 이후에도 끊임없는 글쓰기로 국내 문학계와 문화계를 넘어 세계 문학계와 문화계에도 영향력을 미치는 작가군, 세대군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 10점
위화 지음, 김태성 옮김/푸른숲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가와바타 야스나리, 개방성, 글쓰기의 감옥에서 발견한 것, 문화대혁명, 분출, 수확, 억압, 위화, 윌리엄 포크너, 중국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문예 서평 잡지 <AXT> 톺아보기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5. 11. 18. 08:00
728x90



"책은 우리 안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한다."                                               -프란츠 카프카-





프란츠 카프카의 유명한 구절을 모토로 삼아 격월간으로 '도서출판 은행나무'에서 출간하는 잡지 <AXT>

'소설을 위한, 소설독자를 위한, 소설가들에 의한 잡지'라고 당당하게 천명하며 지난 7월 시작했다. 시작부터가 가히 파격이었다. 원래 무료 배포로 기획했다는데, 승인이 떨어지지 않아 아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게 되었다고 한다. 놀라지 마시라, 2900원이다. 10% 할인된 가격으론 2610원이고. 페이지는 평균적으로 270쪽을 상회한다. 잡지에 실리는 글만 해도 20편이 넘는다. 모두 소설에 관한 글이다. 


예전에 비해 소설 시장이 터무니 없이 침체되었다. 개중에서도 한국 소설은 거의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책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그나마 있는 독자는 소설을 읽지 않는다. 그래도 소설 독자는 있음에, 그들조차 외국 소설을 찾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설 잡지가 갑자기 튀어 나온 것이다. 한국에서.


<AXT>는 매 호마다 국내의 유명 작가를 메인으로 내세운다. 창간호는 천명관, 2호는 박민규, 3호는 공지영. 그야말로 한국 최고의 인기 소설가들이다. 그렇다고 대중적으로만 치우쳐졌냐면, 그렇지 않다. 이들은 인기도 최고지만 명실공히 한국 최고의 소설가들이다.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있는 소설가인 것이다. 그러기에 이 잡지는 특별하다. 이 정도의 캐스팅 능력이 있다면 충분히 초특급 외국 작가들도 캐스팅 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러면 이보다 훨씬 센세이션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 작가를 고집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 잡지에 실린 글을 보면 느낌이 다르다. 외국 소설에 대한 글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오롯이 한국 작가와 한국 소설로만 모든 글을 채운다는 건 말도 안 된다는 걸 잘 안다. 또한 그리 하면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조금은 아쉬운 게 사실이다. 모순적이지만. 


이 잡지는 표지는 크게 특이할 게 없지만, 내지 디자인이 굉장히 특이하다. 물론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뭐랄까 정식으로 출간하기 전의 교정지 느낌이라고 할까? 누군가에겐 조잡해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의도로 그렇게 작업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개인적으로 창간호와 3호를 구비했다. 2호는 그때 마침 박민규 소설가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서 구비하지 않았다... 솔직히 쉽게 읽히진 않는 편이다. 아마도 짤막짤막한 글들이 무식하게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 글자가 너무 작아 단순하게 읽기 힘든 점도 있고. 


여튼 정말 좋은 시도다. 정말 괜찮은 콘텐츠다. 진심으로 오래가길 바란다. 아무리 많이 팔린다고 해도 꽤 많은 손해를 볼 게 불보듯 뻔한데 말이다. 잘 만든 책, 잘 팔리면 얼마나 좋겠는가?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AXT, 소설, 잡지, 프란츠 카프카
  • BlogIcon 空空(공공)
    2015.11.18 08:57 신고

    정말 가격이 파격적이군요
    한번 구입해 봐야겠습니다^^

    • BlogIcon singenv
      2015.11.29 17:12 신고

      네, 저가격 고품질입니다.
      한번 구입해 보세요~

  • BlogIcon 조아하자
    2015.11.18 21:56 신고

    사실 저만해도 소설을 잘 안봐서... ㅠㅠ 소설이 돈안된다는 게 이해가 되어요... 특히 요즘에는 먹고살기 바쁘다보니 소설 읽을만한 정신적인 여유가 없죠. 자기계발하기 바쁜데... ㅠㅠ

    • BlogIcon singenv
      2015.11.29 17:12 신고

      그렇습니다... 슬픈 현실이네요.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1904년 카프카, 평생지기 막스 보로트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다

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2014. 1. 19. 07:06
728x90




프란츠 카프카와 그의 평생지기 막스 브로트는 1902년 10월 2일에 처음 조우합니다. 브로트의 강연인 <쇼펜하우어 철학의 운명과 미래>에서 였죠. 독일 대학생들의 독서 및 연설 모임에서의 강연이었습니다. 브로트는 쇼펜하우어에 이어 니체를 강연했는데, 니체를 몽상가로 매도했다고 합니다. 이에 카프카가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고, 이를 계기로 우정이 싹텄다고 하네요. 


이후 막스 브로트는 프란츠 카프카를 외부세계로 이어주는 유일하다시피한 다리 역할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같이 해외로 여행도 떠나고, 이곳 저곳 같이 다녔으며, 여러 사람들을 소개시켜주기도 했습니다. 즉 카프카가 내면으로만 파고 들어가 폐쇄적으로 치닫는 걸 막았던 것입니다. 



왼쪽: 막스 브로트, 오른쪽: 프란츠 카프카



다음 편지는 프란츠 카프카가 막스 브로트를 알게 된 이후 처음으로 쓴 편지입니다. 너무 긴 관계로 중략과 후략을 하였습니다. 



프라하의 막스 브로트 앞

프라하, 1904년 8월 28일 이전으로 추정


친애하는 막스, 

특히 어제 수업을 빼먹었기 때문에, 자네에게 편지를 써야겠다 싶네. 왜 내가 가면무도회의 밤에 자네들과 함께 가지 않았는가를 설명하려면 말이야. 더구나 어쩌면 내가 약속까지 해놓았으니. 


용서해주게, 나도 스스로 즐거움을 누리고 싶었고, 자네와 P.와 함께 하룻밤 지내고 싶었던 게야. 왜냐하면 어떤 산뜻한 대위점이 생성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지. - 자네가 가끔 여러 사람들이 있을 때 그러하듯 - 그러면 그는 반대로 이성적인 개관으로 결정적인 것을 들이댄다는 식이지. 그는 예술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분야에 그런 개관을 지녔으니까. 


그러나 그것을 생각했을 때, 나는 자네의 동아리, 자네가 속한 그 작은 동아리를 잊고 있었어. 한 이방인의 첫눈에는 그것이 자네를 긍정적으로 보이게 하지 않을 게야. 왜냐하면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자네에게 의존해 있고, 부분적으로는 자네와 무관하기 때문이야. 의존적인 한, 그것은 마치 준비된 메아리를 지닌 민감한 산처럼 자네를 에워싸고 있다네. 그것은 듣는 사람을 화나게 하지. 눈이 면전에 있는 한 사물을 조용히 다루고 싶은 반면에, 그의 등은 두들겨 맞는다네. 두 사람을 위한 향유력이 사라질밖에. 특히 만일 그가 특별히 노련하지 않다면 말이야. 


그러나 그 동아리가 독립적인 한, 그들은 심지어 자네에게 한층 더 해를 기칠 거야. 왜냐하면 그들은 자네를 왜곡시키고, 그러면 자네는 그들로 인해서 제자리가 아닌 곳으로 밀리지. 자네는 듣는 사람에게 바로 자네로 인해서 반박되는 게야. 만일 자네 친구들이 시종일관이라면 좋은 기회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친구들 무리는 오직 혁명에서만 유용하지. 만일 탁자 주위의 흩어진 불빛 아래 정도의 봉기일 뿐이라면, 그들은 그것을 수포로 만들어버리지. (중략)


내가 이것을 쓰는 이유는, 만일에 자네가 내가 자네와 더불어 그 저녁을 보내지 않았던 일로 나를 용서하지 않는다면 더욱 슬퍼질 것이기 때문이라네, 이 편지에 대해서 나를 용서하지 않는 것보다 더욱. (후략)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발췌, 솔 출판사-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니체, 막스 브로트, 쇼펜하우어,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1917년, 결핵에 걸린 카프카의 편지

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2014. 1. 12. 07:08
728x90




프란츠 카프카는 35세가 되던 1917년, 각혈 후 폐결핵으로 진단 받게 됩니다. 그는 회복을 위해 쉬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프라하에서 취라우로 거처를 옮기게 됩니다. 그곳에서 누이동생 오틀라가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죠. 카프카는 자신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남들에게 혐오스럽게 인식될까봐 걱정하며 언제나 외모적으로 깔끔하게, 태도적으로 멋지고 지적이게 유지했다고 합니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솔출판사



오스카 바움 앞

[취라우, 1917년 10월 초]


내 상태가 그전보다 더 좋은지 나쁜지 난 전혀 모르네. 그냥 전처럼 잘 지내고 있네. 지금까지는 그렇게 쉽게 견디고 그리고 그렇게 억제할 만한 통증이 없었고, 만약에 이 미심쩍은 것만 아니라면 말이네. 하긴 그게 아마 그것일걸세. 나는 어쨌거나 보기에 좋아서, 어머니가 일요일에 오셨는데, 역으로 마중을 나가니 나를 알아보지 못하시더군.(그런데 말이지, 부모님은 결핵에 대해서 아무것도 알지 못하시네. 그러니 조심해야 하네. 그렇지 않은가. 만약에 자네들이 그분들과 우연히 마주칠 경우 말일세.) 지난 2주 동안에 나는 체중이 1킬로그램 반이나 불었네(내일 세번째로 무게를 달아볼걸세). 잠은 매우 다양하게 자지만, 그러나 평균은 그렇게 나쁘지 않다네.



막스 브로트 앞

[취라우, 1917년 10월 초]


친애하는 막스, 내 병 말인가? 터놓고 하는 말인데 나는 그것을 거의 느끼지 않네. 열도 없고, 기침을 그렇게 많이 하지도 않고, 통증도 없네. 숨은 짧아, 그건 사실이야. 하지만 눕거나 앉아 있을 때는 괜찮아, 걷거나 어떤 일을 하는 동안 나타나지. 이전보다 두 배쯤 급히 숨을 쉬네. 하지만 그것이 본질적인 고통은 아니라네. 나는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어. 결핵이란, 내가 지니고 있는 그런 종류의 결핵이란, 특별한 질병이 아니고, 특별한 이름값을 하는 질병이 아니라, 다만 그 의미에 따르자면 보편적인 죽음의 싹이 잠정적으로 예측할 수 없게 강화된다는 것이야. 3주 동안에 몸무게가 2킬로그램 반이 불었고, 그리고 이처럼 이동하기에는 상당히 무거워진 나 자신을 만들어버렸네.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발췌, 솔출판사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1917년, 결핵, 막스 브로트, 오스카 바움, 취라우,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 BlogIcon 알숑규
    2014.01.12 20:07 신고

    그 자신의 삶이 소설이라 말해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작가들이 몇몇 있는데, 카프카 역시 그 주인공이죠. 여러모로 인상적인 창작자의 하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 BlogIcon singenv
      2014.01.14 12:54 신고

      맞습니다. 그래서인지 여러 콘텐츠들의 소재가 되곤 하죠~
      저도 그런 분들을 많이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ㅋ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4

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2013. 11. 23. 07:07
728x90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박 4일동안 일본 도쿄 여행 중입니다. 그동안은 제대로 된 방문, 댓글, 추천, 작성 등이 불가능할 것 같네요. 대신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가 아닌 '프란츠 카프카'가 보내는 편지라는 것이, 그것도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편지라는 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요.) 연인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보내는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 애뜻함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이 워낙에 내면 세계가 심오하고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내면으로 침참해 들어가는 성향이 강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작품보다도 일기나 편지, 산문, 에세이 등에서 그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읽으시는 김에 이왕이면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는 평생 동안 극심한 내면 고통으로 힘들어 했습니다. 다음의 짧은 편지들에도 그런 상태가 절절히 나타나 있는데요. 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답답해져 옵니다. 그는 왜 그렇게 힘들어 했을까요. 20세기 초의 찬란한 유럽의 한복판에서 그는 왜 그렇게 아파했을까요. 

(참고로 저는 여행에서 아주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답니다!)


프란츠 카프카의 묘지와 동상.

막스 브로트 앞 

[그림 엽서(레호보트 식민지). 

빈, 우편 소인 : 1913년 9월 9일]


친애하는 막스, 무자비한 불면증, 감히 손을 이마에 대지 못하겠어, 그랬다간 열 때문에 놀랄 테니까. 도처에서, 문학 그리고 회의에서 도망치고 있어, 드디어 가장 흥미롭게 되어가는데 말이야. 

프란츠



펠릭스 벨취 앞

[그림 엽서. 빈, 우편소인 : 1913년 9월 10일]


즐거움은 별로, 많은 의무, 더욱 많은 권태, 더욱 많은 불면증, 더욱 많은 두통 - 이렇게 살아가오. 그러다 바로 지금 10분 동안 조용히 빗속을 바라보고 있어요, 호텔 마당에 내리는 비를

프란츠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 발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고통, 내면, 도쿄, 막스 브로트, 일본 여행, 펠릭스 벨취, 편지,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3

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2013. 11. 22. 07:07
728x90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박 4일동안 일본 도쿄 여행 중입니다. 그동안은 제대로 된 방문, 댓글, 추천, 작성 등이 불가능할 것 같네요. 대신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가 아닌 '프란츠 카프카'가 보내는 편지라는 것이, 그것도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편지라는 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요.) 연인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보내는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 애뜻함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이 워낙에 내면 세계가 심오하고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내면으로 침참해 들어가는 성향이 강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작품보다도 일기나 편지, 산문, 에세이 등에서 그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읽으시는 김에 이왕이면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편지는 프란츠 카프카가 그의 제일 친한 친구 '막스 브로트' 앞으로 보내는 편지입니다. 막스 브로트는 카프카의 친구로 유명하지만, 그 자체로도 유명한 작가이자 평론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이 죽은 후 원고를 모조리 불태워버려 주라는 카프카의 유언을 무시하고, 오늘날 유명한 카프카의 책들 원고를 태워버리지 않은 사람으로도 유명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는 카프카의 책을 온전히 읽을 수 있는 것입니다. 카프카는 그에게 어떤 내용의 편지를 보냈을까요. 자신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전하고 있는 듯 합니다. 감상하시죠. 수많은 편지 중 한 개를 골랐습니다.


왼쪽이 '막스 브로트' 오른쪽이 '프란츠 카프카'



프라하의 막스 브로트 앞

프라하, 1910년 3월 12일 토요일


나의 친애하는 막스, 타르노브스카에 대한 것을 이해할 수가 없네, 그 대신 비글러에 대해서는 아주 잘 알겠어. 그런데 비글러의 판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들의 판단이지. 왜냐하면 그에게서 이미 여론이 시작되거든. 나를 위해서 시 두 편이 준비되어 있다는 소식은 자네의 상상 이상으로 나를 기쁘게 하네. 그러나 나는 위안이 필요해. 이제 제때 위통과 자네가 원하는 것이 시작되었네, 너무 강해서 뮐러식 운동으로 다져진 사람에게나 맞을 정도의 통증이네. 오후 내내 얼마가 되든 소파에 누워 있었네. 위장 속에다 점심 식사 대신 차 몇 모금을 담은 채, 그러고는 한 15분쯤 잠들고 깨어나서 한 것이라곤 고작 날이 저물지 않음에 화내는 일이었네. 4시 15분경에도 밝은 기운이 떠돌더라니까, 그건 그냥 단순히 그치지 않으려들었지. 하지만 이어서 날이 어두워졌지만 그 또한 좋지 않았어. 막스, 처녀들에 대해 불평하는 일인랑 그만두세, 그네들이 자네를 괴롭히는 고통이야 좋은 고통이지. 아니라면 자넨 그것을 버텨서, 그 고통을 잊게, 힘을 얻고, 하지만 나는 뭔가?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나를 겨냥하고 있어. 나를 겨냥하는 것이라면 더는 내 소유가 아니지. 예컨대 나를 - 이건 순전히 하나의 예인데 - 내게 고통을 주는 것이 내 위장이라면, 그렇다면 그것은 더는 내 위장이 아니라, 어떤 낯선 자의 소유물, 나를 몽둥이질함으로써 재미를 삼는 그런 자의 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지. 그러니 모든 것을 가지고서, 나는 내 안으로 들어가는 급소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에 저항하고 힘을 소모하는데, 그것은 다만 급소들을 더 잘 누르는 것이 되지. 때로는 이렇게 말하고 싶어져, 하늘은 아시겠지, 대체 내가 어떻게 여전히 고통을 감지할 수 있느냐 말이지, 그 고통이 내게 야기하는 그 절박함에 넘쳐서 도무지 수용할 수가 없게 되는데 말이야. 하지만 또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어. 나도 그것을 알지, 난 정말이지 어떠한 고통도 느끼지 않는다고. 난 정말이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고통을 모르는 인간이야. 그러니까 나는 소파 위에서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았네, 제때 그쳤던 밝음에 대해서 화를 내지도 않았고, 어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네. 그러나 친애하는 막스, 믿고 싶지 않더라도 날 믿어야 하네. 이날 오후의 모든 것은 꼭 그런 식으로 나열되었기에, 그러니까 내가 만일 나라면, 그 모든 고통들을 꼭 그런 순서로 느낄 수밖에 없었노라고. 오늘부터는 중단 없이 더 많이 말할걸세. 한 발의 사격이면 최선의 것일 게야. 나는 자신을 내가 있지도 않은 그 자리에서 쏘아 없애고 있네. 좋아, 그것은 비겁일 게야, 비겁은 물론 비겁으로 남겠지. 어떤 경우 다만 비겁만이 존재한다 해도 말이야. 한 경우가 여기 있네, 여기에 하나의 상황이 있어.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없애야만 할 상황이. 그러나 어느 누구도 비겁으로 그것을 없애지 않네, 용기는 비겁에서 다만 경련을 불러일으키지. 그리고 경련 중에 머무네, 걱정 말게나.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 발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도쿄, 막스 브로트, 일본 여행, 편지,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 BlogIcon 에스델 ♥
    2013.11.22 13:18 신고

    막스 브로트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카프카의
    책을 볼 수 있군요...ㅎㅎ
    여행 즐겁게 하시고 계시지요?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 BlogIcon 포장지기
    2013.11.22 23:34 신고

    즐거운 여행중이시겠네요^^
    건강 유의하시기를..

  • BlogIcon Chris
    2013.11.25 07:52

    잘 읽었습니다.
    카프카를 무척이나 좋아해서.. 영국에서 첫 연출도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서"를 선택했었지요.
    자주 놀러 오겠습니다.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2

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2013. 11. 21. 07:07
728x90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3박 4일동안 일본 도쿄 여행 중입니다. 그동안은 제대로 된 방문, 댓글, 추천, 작성 등이 불가능할 것 같네요. 대신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가 아닌 '프란츠 카프카'가 보내는 편지라는 것이, 그것도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편지라는 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요.) 연인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보내는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 애뜻함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이 워낙에 내면 세계가 심오하고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내면으로 침참해 들어가는 성향이 강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작품보다도 일기나 편지, 산문, 에세이 등에서 그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읽으시는 김에 이왕이면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편지는 프란츠 카프카가 그의 연인 '헤트비히 바일러'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역시나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카프카답게 '편지쓰기'에 대한 내용을 실었네요. 

"편지 쓰기란 마치 해변의 철렁거리는 물과 같다"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감삼하시죠.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솔


트리쉬의 헤트비히 바일러 앞

프라하, 1907년 9월 초


무엇보다도, 은애하는 이여, 그대 서신이 늦게 도착했소. 그대는 편지에 쓴 내용을 철저히 생각해봤군요. 나는 그것이 더 일찍 도착하도록 강요할 수가 없었소. 한밤중 침대에 앉아 있는 것으로도, 옷을 입은 채 소파에서 잠들거나 낮 동안에 평소보다 더 자주 집에 오는 것으로도 소용없었소. 내가 그 모든 것을 중지하고 그대에게 편지를 쓰려고 했던 오늘 저녁까지 말이오. 그런데 서류함 속에서 몇몇 서류들을 만지다가 그 안에서 그대의 서한을 발견했다오. 진즉 와 있었지만, 누군가가 먼지를 터는 동안 조심하느라 서류함 속에다 넣어둔 것이었소. 

편지 쓰기란 마치 해변의 철렁거리는 물과 같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그러나 그 물 튀기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은 아니었소. 

그러니 이제부터 자리에 앉아서 조용히 읽으며, 나의 문자 대신 나를 직접 그대 눈으로 바라보아주오.

A가 X에게서 편지를 받는다고 상상해보오. 그리고 매 편지마다 X는 A의 존재를 부정하려 한다고. 그는 계속 점층법으로, 다가가기 힘든 논거, 어두운 색조로, 그 논거들을 끌어내어 어느 고도까지 이르는가, A가 거의 벽 안에 갇힌 느낌을 갖게 되고, 논거들의 결함은 그를 눈물나게 할 정도까지 만듭니다. X의 모든 의도는 처음에는 감추어져 있고, 그는 다만 자기로서는 A가 매우 불행하다고 생각하며, 그러한 인상을 받지만 상세한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말할 뿐이오. 뿐만 아니라 A를 위로하지요. 무엇보다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놀랄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A는 불만을 가진 사람이니까, 그 사실은 Y도 Z도 안다. 결국에는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불만의 원인을 가지고 있음을. 그를 보면, 그의 온갖 상태를 보면, 아무도 반박을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정말 자세히 관찰하면, 심지어 A가 충분히 불만스러워하는 것이 아니라고까지 말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오. 왜냐하면 만일 그가 자기 처지를 X가 하는 것처럼 그렇게 철저하게 검토하게 되면, 그는 더 살아갈 수도 없을 테니까. 여기에서 이제 X는 그를 더는 위로하지 않지요. 그리고 A는 봅니다. 열린 눈으로 보는 것입니다. X가 최고의 인간이며 그는 나에게 이런 편지를 쓰는구나, 그야말로 나를 살해하는 것 이외에 다른 어떤 일을 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는 마지막 순간에조차 얼마나 선량한가, 나를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키지 않으려 하다니. 그렇지만 한때 불 붙은 빛은 무차별로 비친다는 사실을 망각하다니. 

닐스 리네에서 인용한 이 문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요, 그리고 행복의 성이 없는 모래는 또. 물론 그 문장은 옳지만, 그러나 흐르는 모래에 대해서 말하는 이가 옳은 것이 아닌가요? 그런데 모래가 흐르는 것을 보는 사람은 성 안에 있지 않고, 모래는 또 어디로 흐르는가요?

내가 지금 무엇을 해야겠소? 어떻게 나 자신을 응집시켜야겠소? 나 또한 트리쉬에 있으며, 그리고 그대와 함께 광장을 건너고 있소. 누군가가 나와 사랑에 빠졌고, 나는 이 서한을 받고, 그것을 읽는데, 이해하기가 어렵소. 이제 작별 인사를 해야겠어요. 그대 손을 잡고, 내달으며, 다리 쪽으로 사라지오. 오 제발, 그것으로 충분하오. 

나는 프라하에서 그대를 위해 아무것도 찾아보지 않았소, 10월 1일 이후 나는 아마 빈에 있을 테니까요. 용서를 비오. 

그대의 프란츠 K.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 발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도쿄, 일본 여행, 편지,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헤트비히 바일러
  • BlogIcon 에스델 ♥
    2013.11.21 15:23 신고

    해변에 철렁거리는 물과 같다는 표현이
    너무 멋집니다.^^
    행복한 여행길 되시길 바라며...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 1

생각하다/카프카의 편지 2013. 11. 20. 07:09
728x90




오늘부터 3박 4일동안 일본 도쿄로 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그동안은 제대로 된 방문, 댓글, 추천, 작성 등이 불가능할 것 같네요. 대신 이렇게 편지로 대신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보내는 편지가 아닌 '프란츠 카프카'가 보내는 편지라는 것이, 그것도 이 상황에 전혀 맞지 않는 편지라는 점이 심히 마음에 걸리지만요.) 연인에게, 친구에게, 지인에게 보내는 프란츠 카프카의 편지들을 보면서 그 애뜻함을 함께 느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이 워낙에 내면 세계가 심오하고 복잡하고 이해할 수 없기도 하고, 내면으로 침참해 들어가는 성향이 강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의 유명한 작품보다도 일기나 편지, 산문, 에세이 등에서 그의 진면목을 잘 알 수 있다고 하네요. 읽으시는 김에 이왕이면 '프란츠 카프카'라는 사람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여행 잘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이번 편지는 프란츠 카프카가 지인 '오스카 폴락'에게 보내는 편지 답장입니다. 카프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글쓰기 연습을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번 편지에서도 그런 성향이 반영된 듯 보이네요. 책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라는 문구가 인상적입니다. 

감상하시죠. 


프란츠 카프카의 김나지움 시절. 맨 위쪽 왼쪽에서 두 번째가 프란츠 카프카. 아래서 둘째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오스카 폴락.


쥐레츠 근교의 오버슈투데네츠 성의 오스카 폴락 앞

프라하, 1904년 1월 27일 수요일

친애하는 오스카. 

자네가 소중한 편지를 써 보냈는데, 곧 답장을 쓸 수가, 아예 답장이라고는 쓸 수가 없었다네. 그래서 이제 자네에게 편지를 쓰지 못한 지 두 주가 지났네. 그 자체로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나에게는 이유가 있었네. 첫째는 오로지 심사숙고한 이후에 자네에게 편지를 쓰고자 했는데, 이유인즉 이 편지에 대한 회신은 내가 자네에게 써 보냈던 이전의 어느 편지들보다도 더욱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이라네 -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하지 못했지). 그리고 두번째 이유라면, 헤벨의 일기를(약 1,800쪽) 단숨에 읽어냈지. 한편으로 예전에는 아주 몰취미한 것으로 여긴 그 일기를 아주 조금씩 뜯어 읽곤 했는데 그리 되었어. 그렇지만 그렇게 시작했지. 처음에는 아주 유희적 기분으로. 그러다 마침내 동굴에 사는 사람이 되는 느낌이었어. 처음에는 장난삼아 한동안 동굴 입구 앞에 돌덩이를 굴려다 놓는 게야. 그러다 그 돌덩이가 동굴을 어둡게 하고 공기를 밀폐시킬 때 가서는, 그때서야 둔하게 놀라서 정말 열심히 그 바위를 밀어내려고 애를 쓰는 사람 말이야. 그러나 바위는 이제 열 배나 무거워졌고, 그 사람은 다시 빛과 공기가 돌아오기까지 불안 속에서 온 힘을 긴장시켜야 하지. 나는 이즈음 손에 펜을 들 수조차 없었다네. 왜냐하면 누구라도 그렇게 빈틈없이 점점 드높게 탑을 쌓아간 그런 인생을, 너무 높아서 쌍안경으로도 거의 미칠 수 없을 그런 인생을 개관하다 보면, 양심이 안정을 찾을 수가 없지. 그러나 양심이 넓은 상처를 입으면 그것은 좋은 일이야. 왜냐하면 그로 인해서 양심은 물린 데마다 더 민감해질 테니까. 우리는 다만 우리를 깨물고 찌르는 책들을 읽어야 할 게야. 만일 우리가 읽는 책이 주먹질로 두개골을 깨우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무엇 때문에 책을 읽는단 말인가? 자네가 쓰는 식으로, 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라고? 맙소사, 만약 책이라고는 전혀 없다면, 그 또한 우리는 정히 행복할 게야. 그렇지만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우리에게 매우 고통을 주는 재앙 같은, 우리가 우리 자신보다 더 사랑했던 누군가의 죽음 같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멀리 숲 속으로 추방된 것 같은, 자살 같은 느낌을 주는 그런 책들이지. 책이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여야 해. 나는 그렇게 생각해. 

그렇지만 자네는 정말 행복하군. 자네 편지는 참으로 빛이 나네. 내 생각에, 자네는 예전에 오직 좋지 못한 교제의 결과로 불행했던 것 같아. 그거야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늘 속에선 햇빛을 쬐지 못하는 법이니. 그렇지만 설마 내가 자네 행복에 책임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기껏해야 이렇지, 한 현인이, 그 현명함이 자신에게도 숨겨진 채로 살았는데, 한 바보를 만나서 겉보기에 요원하게 아무 관련 없는 사안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네. 이제 그 대화가 끝나고 그 바보가 집에 돌아가려고 했을 때 - 바보는 비둘기장처럼 사람이 들락날락하는 곳에 살고 있었는데 - 다른 사람이 그의 목을 껴안고 입을 맞추고 울부짖는 것이야, 고맙소, 고맙소, 고맙소, 왜냐고? 바보의 바보스러움이 어찌나 컸는지, 현인에게 자신의 현명함이 보였던 것이지. -

마치 내가 자네에게 부당한 일을 저지른 느낌이야. 그래서 자네에게 용서를 빌어야 할 것 같은. 그런데 나는 그 잘못을 모르고 있네. 

자네의 프란츠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솔) 발췌-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오스카 폴락, 일본 여행, 편지, 프란츠 카프카, 행복한 불행한 이에게
  • BlogIcon 오렌지수박
    2013.11.20 07:35 신고

    낭만적이십니다. 날이 추운데 부디 따듯하고 추억 가득한 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1.20 22:05 신고

      답답해서 큰 맘 먹고 결행을 했네요~
      여긴 한국보다 훨씬 덜 춥네요ㅋ

  • BlogIcon 귀여운걸
    2013.11.20 08:00 신고

    도쿄로 여행 가셨군요~
    좋은 추억 많이 만드시고, 다녀오셔서 이야기해주셔요^^

    • BlogIcon singenv
      2013.11.20 22:06 신고

      네! 좋은 추억 만들어서,
      재밌는 얘기 들려줄 수 있도록 할게요~

  • BlogIcon 에스델 ♥
    2013.11.20 14:55 신고

    도쿄여행 즐겁게 잘 다녀오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1.20 22:06 신고

      오랜만에 여행이라 설레고 떨리네요~


  • 2013.11.20 15:49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1.20 22:08 신고

      아, 새날님! 오랜만이예요ㅠㅠ
      한창 열심히 하다가 창작블로에서 발을 뺐습니다 ㅋ
      저도 역시 다음뷰를 제외하고는 메타블로그 자체를 거의 안 하게 되네요~ 잘 다녀올게요!

  • BlogIcon 포장지기
    2013.11.20 20:46 신고

    건강히 잘 다녀오시기를...

    • BlogIcon singenv
      2013.11.20 22:08 신고

      네! 여행도 여행이지만 건강도 그만큼 중요하죠!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절망을 앞에 두고 외려 '힐링'이 되는 이유는?

지나간 책 다시읽기 2013. 5. 30. 09:13
728x90


[지나간 책 다시읽기]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20세기 최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지 못했다고 해서 외려 노벨문학상의 가치를 의심한다는 후문이 전해지는 바,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 없어 보인다. 그의 작품은 100년이 지난 지금, 활짝 핀 봄꽃처럼 절정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최고였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물론 최고의 기준은 시대마다 사람마다 장소마다 다르겠지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최소한 절망적이지 않다는 기준을 세워본다면 말이다. 즉, 남들의 시선이나 생각이 아닌 스스로의 생각을 기준으로 세웠을 때 프란츠 카프카는 불행한 사람이었다. 

절망의 한 가운데

<변신> 표지 ⓒ 열린책들

그는 생전 50편의 작품을 썼고, 그 보다 훨씬 많은 일기와 편지 등을 남겼다. 일기와 편지에는 그의 부정적이다 못해 절망적인 생각들이 담겨있다. 그는 왜소했고 약했고 예민했고 고독했다고 한다. 그와는 정반대되는 성격의 아버지 때문에 절망했고, 팔리지 않아 돈이 되지 않는 전업 작가의 길을 가지 못해 절망했다. 결혼을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해 절망했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인간관계 때문에 절망했다. 그의 삶 자체가 절망이었다. 

단편 소설 <변신>은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쓰인 작품이다. 그의 나이 33살 때인 1915년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시종일관 어둡고 기괴하고 우울하기 짝이 없다. 이는 당시 그의 삶이 반영된 것이리라. 카프카는 1883년에 태어나 1924년, 42세의 젊은 나이로 죽게 되는데, 그 직접적 이유는 결핵이었다. 그는 법학박사를 취득하고 1907년부터 보험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먹고 살기 위한 직업과 하고 싶은 일로서의 작가 사이에서 고민했다. 매일 밤늦게까지 글을 썼지만 생전 거의 팔리지 않았다고 한다. 사망하기 7년 전인 1917년에 결핵을 진단받고, 퇴직을 하여 글쓰기에 전념했다. 이처럼 <변신>은 그의 삶에 있어서, 온갖 고민을 대변하고 있다. 

'벌레'란?

소설은 섬뜩한 한 문장으로 시작된다.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본문 속에서)

영업사원이자 기울어진 집안의 기둥과도 같은 큰 아들 그레고르 잠자는 그렇게 한 순간에 '벌레'가 되어 실업자이자 낙오자, 집안의 우환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생각해보라. 늙어 은퇴한 부모님을 모시고, 어린 여동생을 뒷바라지해야 하는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자 일터에서는 충실하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일꾼인 내가, 어느 날 지독히도 끔찍한 '벌레'가 되어 있다니! 끔찍하다 못해 자살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용할 것이다. 이 소설을 집필할 당시 카프카의 심리 상태가 훤히 보이는 듯하다. 

누구나 살면서 절망이 휘감겨오는 듯한 기분을 맛볼 때가 있다. 얻고자 했던 것을 얻지 못했을 때, 하고자 했던 것을 하지 못했을 때, 지독한 실패를 맛보았을 때 등. 이럴 때 제일 원망하게 되는 대상은 바로 나 자신이 아닐까. 카프카도 절망의 한 가운데에서 그 모든 암(暗)을 자신에게 돌렸고, 자신을 '벌레'로 빗대어 표현하고 있는 것일 테다. 

쫓기듯 들어온 나만의 공간은?

그레고르 잠자는 당황하지만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언제나처럼 출근 준비를 서두른다. 그렇지만 벌레의 몸으로 어찌 출근을 하랴. 출근을 해야 하지만 벌레의 모습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도 없는 상황.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회사 지배인이 찾아오기에 이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가족들과 지배인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끔찍한 모습을 보고 격하게 반응하는 가족들과 지배인... 결국 그는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은 채 쫓기듯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다. 

아버지는 사정없이 그레고르를 몰아대면서 미친 사람처럼 '쉿쉿'하는 소리를 질러 댔다. (중략) 그리고 손에 쥔 지팡이로 아버지가 당장이라도 등이나 머리통을 박살 낼 것 같아 등골이 오싹했다.(본문 속에서)

나만의 공간인 내 방은 참으로 소중하다. 이럴 땐 단절이나 소외가 아닌 아늑함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그 공간이 누군가에 의해서 쫓겨 들어오게 된 공간이라면? 그 어느 곳보다 고독하고 절망적인 공간이 될 것이다. 평소 출장이 잦은 관계상,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습관 때문에 자신의 방을 철저히 막아놨던 그레고르 잠자. 그 아늑하고 안전한 공간이 독방같이 느껴진다. 나'만'의 공간이 아닌 나'밖'에 없는 공간. 끔찍한 공간이 된 것이다. 

이 세상엔 말 그대로 수많은 사람이 존재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 세상에 나 혼자 밖에 없다고 느낄 때가 있다. 이걸 '공황장애'라고 한다던가? 여하튼 그럴 때는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진다. 자괴감에 열등감에 우울함에 지쳐 나만의 공간을 찾는다. 쫓기듯 들어와 느끼는 잠깐의 안도감, 그리고 찾아오는 고독감. 현대 사회에 만연한 병폐 중 하나이다. 100년 전에도 이미 시작되고 있었나 보다. 

이 시대의 돈 벌어오는 벌레

어느 날, 그레고르 잠자는 여동생의 바이올린 켜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방문을 나선다. 평소에 다른 누구보다 잘 보살핀 여동생이었고, 마찬가지로 벌레가 된 자신을 잘 챙겨주던 여동생이었다. 하지만 한계에 직면했던 것인가. 여동생은 그의 존재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멀찍이 도망쳐 버린다. 어머니는 실신을 하고, 아버지는 그를 방으로 돌려보내야 하는 사명감에 불탄다. 급기야 총을 쏘듯이 사과를 던져댔고, 그 중 한 알이 그의 등에 박힌다. 결국 또 다시 가족에게 거부당하고 마는 그레고르 잠자. 방으로 돌아온 그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그가 사라져야 한다는 생각은 여동생보다 아마 자신이 더욱 단호할 것이다. (중략) 그러다가 자기도 모르게 그의 고개가 아래로 푹 고꾸라졌고, 그의 콧구멍에서는 마지막 숨이 힘없이 새어 나왔다.(본문 속에서)

그가 집안의 유일한 희망이던 시절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의 돈 벌어오는 능력이 아닌 그 자체를 언제나 떠받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벌레'로 변한 순간부터 즉, 돈을 벌어오지 못하고 난 후부터 가족들에게 그는 아무런 존재가치가 없었다. 아들이자 오빠라는 타이틀은 돈 앞에서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레고르 잠자 대신 열심히 돈을 벌었고, 그는 점점 잊혀졌다. 

이 시대의 가장을 흔히들 '돈 벌어오는 기계'라 칭한다. 그렇다. 사람이 아니고 기계이다. 카프카는 돈 벌어오지 못하는 가장을 사람에서 벌레로 격하시켰지만, 지금은 이미 사람이 아닌 벌레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느 날 갑자기 벌레가 되어 버린 그레고르 잠자는 100년이 지난 현재에 와서 화려하게 부활한 셈이다. 카프카에겐 서글프게도 암울한 미래에 대한 예언가적인 기질이 있었나 보다. 

'샤방'해서 더욱 끔찍한 마무리

그레고르 잠자는 싸늘한 시체로 발견된다. 벌레를 감쪽같이 처리했다는 하녀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그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이사를 간다. 그동안 창백했던 여동생은 싱그럽게 그 나이에 맞는 모습을 갖춘다. 부모님은 그녀의 모습을 보며 시집보낼 생각을 한다. 시종일관 우울하고 그로테스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동시에, 오히려 더욱더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자 씨 부부는 딸의 얼굴이 점점 생기가 도는 것을 거의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중략) 소풍의 목적지에 이르러 딸이 맨 먼저 일어나 젊은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켜자 그들에게는 그 모습이 그들의 새로운 꿈들과 멋진 계획들을 확인해 주는 것처럼 생각되었다.(본문 속에서)

이 짧지만 강렬한 소설을 역시나 짧은 서평으로 소개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이 있다. 읽은 적이 없이 풍문으로나 들었던 분은 직접 읽으시고, 옛날에 읽어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으신 분은 다시 읽으시고, 방금 읽으셨던 분은 이 서평을 보시고 다시 한 번 읽으시라는 말이다. 프란츠 카프카에 대한, 절망과 고독과 우울에 대한, 벌레에 대한, 상처받은 영혼에 대한, 가족에 대한, 세상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해보는 시간이 되시길. 끔찍한 절망 앞에서 외려 힐링이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마이뉴스" 2013.4.12일자 기사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Posted by singenv
벌레, 변신, 절망, 책으로 책하다, 프란츠 카프카
  • BlogIcon 행운과건강
    2013.05.30 22:24 신고

    첫 문장의 전율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더군요. 다시 카프카를 읽는 이유입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5.31 08:52 신고

      문학사에 길이 남을 압도적 첫 문장이라고 생각되네요~

  • BlogIcon Genie
    2013.05.31 01:13

    카프카의 변신은
    그의 자화상일 뿐만 아니라
    현대라는 급변하는 경쟁적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모두의 초라한 자화상이 아니깔 싶네요
    그래서 많은 이들이 마음으로 공감하는....

    오늘도 좋은 글 잘 음미하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5.31 08:52 신고

      그렇지만 시대를 너무 앞서간 카프카여서 안타깝네요.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첫 문장

첫 문장-아포리즘 2013. 4. 19. 14:26
728x90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그레고르 잠자는 

자신이 침대에서 흉측한 모습의 한 마리 갑충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렸다."


-'열린책들' <변신>-

저작자표시
Posted by singenv
변신, 책으로 책하다, 프란츠 카프카

트랙백

※ 스팸 트랙백 차단중 ...{ ? }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블로그 이미지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by singenv

공지사항

  • 댓글에 대한 공지
  • [책으로 책하다 도서 목록]
  • <오마이뉴스> 서평/리뷰 송고 방침
  • 모든 이미지는 인용 목적으로 사용⋯

    최근...

  • 포스트
  • 댓글
  • 트랙백
  • '삶'이라는 거대한 벽, 풀리지 않⋯
  • 수많은 마약 중독자들을 살린 그,⋯
  • 홀로 이편에서 슬픔의 나락과 절망⋯
  • 대한민국을 주무르는 두 거대 인맥⋯
  • 역사에 길이 남을 연쇄 살인마 '요⋯
  • 더 보기
  • 감사합니다~ 시즌3를 기대하고 있⋯
    singenv ㆍ 2020
  • 재미있게 읽었어요 지금 시즌2 보⋯
    개구리 ㆍ 2020
  • 감사합니다! 맞구독합니다~
    singenv ㆍ 2020
  • 구독과 하트 누르고 갑니다 맞구독⋯
    아마추어 리뷰어 ㆍ 2020
  • 안녕하세요? 선생님. 오래 전 서평⋯
    singenv ㆍ 2020

태그

  • 역사
  • 청춘
  • 가족
  • 캐릭터
  • 만화
  • 연기
  • 영화
  • 삶
  • 전쟁
  • 사랑
  • 관계
  • 죽음
  • 희망
  • 인간
  • 소설
  • 미국
  • 책
  • 욕망
  • 천재
  • 아포리즘
  • 여성
  • 제2차 세계대전
  • 피해자
  • 책으로 책하다
  • 넷플릭스
  • 중국
  • 현실
  • 재미
  • 성장
  • 일본

글 보관함


  • 2021/01
    (9)

  • 2020/12
    (13)

  • 2020/11
    (11)
«   2021/01   »
일 월 화 수 목 금 토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링크

카테고리

다양한 시선 (1412)N
신작 열전 (603)N
신작 도서 (303)
신작 영화 (300) N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N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오래된 리뷰 (202)
생각하다 (231)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그대 그리고 나 (17)
서양 음악 사조 (8)
인권 선언 문서 (4)
조선경국전 (5)
중국 영화사 개괄 (5)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카프카의 편지 (6)
팡세 다시읽기 (14)
명상록 다시읽기 (12)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감독과 배우 콤비 (10)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궁극의 리스트 (8)
제9의 예술, 만화 (14)
독립영화의 힘 (4)
생생 스포츠 (10)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첫 문장-아포리즘 (8)

카운터

Total
2,072,013
Today
36
Yesterday
151
방명록 : 관리자 : 글쓰기
singenv's Blog is powered by daumkakao
Skin info material T Mark3 by 뭐하라
favicon

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 태그
  • 링크 추가
  • 방명록

관리자 메뉴

  • 관리자 모드
  • 글쓰기
  • 다양한 시선 (1412) N
    • 신작 열전 (603) N
      • 신작 도서 (303)
      • 신작 영화 (300) N
    • 넷플릭스 오리지널 (132) N
    • 모모 큐레이터'S PICK (36)
    • 지나간 책 다시읽기 (108)
      • 한국 대표 소설 읽기 (11)
    • 오래된 리뷰 (202)
    • 생각하다 (231)
      • 황창연 신부의 삶 껴안기 연재 (5)
      • 그대 그리고 나 (17)
      • 서양 음악 사조 (8)
      • 인권 선언 문서 (4)
      • 조선경국전 (5)
      • 중국 영화사 개괄 (5)
      • 출판계 살리기 프로젝트 (3)
      • 카프카의 편지 (6)
      • 팡세 다시읽기 (14)
      • 명상록 다시읽기 (12)
    •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46)
      • 감독과 배우 콤비 (10)
      • 일기로 읽는 히스토리 (6)
      • 궁극의 리스트 (8)
    • 제9의 예술, 만화 (14)
    • 독립영화의 힘 (4)
    • 생생 스포츠 (10)
    • 내맘대로 신작 수다 (17)
    • 첫 문장-아포리즘 (8)

카테고리

PC화면 보기 티스토리 Daum

티스토리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