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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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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018.10.01
  • 나도 책 한번 내볼까? 2018.09.03
  • 열일 하정우, 대세 하정우, 종합예술인 하정우 2017.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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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생각하다 2018. 10. 1. 08:00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pixbay



저는 책을 읽습니다. 매일매일 읽으려고 하고 일주일에 한 권 이상은 읽으려고 합니다. 주로 이동 시간에, 그러니까 출퇴근 시간에 읽습니다. 수원과 서울을 오가서 시간이 많죠. 집에서, 카페에서, 도서관에서, 독서실에서 각 잡고 읽으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언젠가부터 그렇게 하기 힘들어졌습니다. 그렇게 짬이 나는 대로, 되는 대로 책을 읽고 있습니다. 


저는 책을 만듭니다. 작은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단행본 파트를 도맡아 매일매일 만드는 작업을 하고 매달 평균 2권 이상을 만듭니다. 기획과 편집은 물론 디자인과 홍보까지 관여하고 있어 정신이 없는 편이니 만큼, 내가 책을 제대로 만들고 있는지 항상 불안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편집자의 일, 교정교열에 상대적으로 많은 공력을 들이기 힘들어 스스로 글을 만진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저는 글을 씁니다. 책을 읽는 것 이상으로 영화를 보는데, 읽은 책과 본 영화 그리고 만든 책에 대한 리뷰를 써서 블로그에 올리고 '오마이뉴스'에 투고합니다. 오마이뉴스에 투고한 지는 6년이 지났으니, 나름 제대로 책을 읽고 영화를 본 게 6년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책을 지금처럼 읽기 시작한 건 중학교 3학년 때이고 영화를 지금처럼 보기 시작한 건 대학교 1학년 때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한 지는 7년이 되었고요.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힘든 이유


나름 글이라는 걸 많이 써왔습니다. 정확히 말하는 리뷰를 말이지요. 800편 넘게 썼는데, 1편 당 평균 A4 1.5장 정도이니 총 A4 1200장 이상 될 것입니다. 원고지로는 A4 1장 당 10매 정도이니 총 원고지 12000매 이상이 되는 것이죠. 단편소설이 A4 10매 내외, 장편소설이 A4 80매 내외일 터이니 단순하게 양으로만 따지면 단편소설 120편 분량, 장편소설 15편 분량입니다. 양으로 따지면 이런 소설가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저는 스스로를 글 쓰는 사람이라고 말하기 힘들어 합니다. 꺼려하기도 합니다. 절대적 양에 비해 여전히 자신이 없습니다. 글에 등급을 매긴다고 했을 때 저는 리뷰를 가장 아래라고 매기기 때문입니다. 거기엔 '창작'이 없고, 대신 소소한 생각과 정보만이 두서 없이 흐르고 후과 없는 비난이 막무가내로 나갈 수 있습니다. 


창작은 나의 이야기부터 시작한다고 합니다. 반면 리뷰는 창작된 누군가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렇게 오래 고착되어진 글쓰기는 나에게로 오기까지 너무나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아니, 영원히 나에게 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나의 이야기를 하는 건 어쩐지 부끄럽고 반드시라고 해도 될 만큼 두렵습니다. 


글을 쓴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글을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창작에의 욕심과 욕망이 있을 것입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건 두 말 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요. 그래서 요즘엔 리뷰도 아닌 것이 창작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나의 이야기도 아닌 것이,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다행이도 재밌습니다.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저는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며 먹고 살게 될지 모르지만, 본연은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누군가는 말도 안 된다고, 웃기지 말라고, 그건 쓰는 사람일 수 없다고도 말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저는 쓰는 게 어렵지 않습니다. 평소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그저 옮기면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그걸 말로 옮기지만 저는 말로 옮기는 게 어렵습니다. 대신 글로 옮길 뿐입니다. 생각해보면 글보다 말이 더 어렵고 또 두렵지 않을까요. 한 번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지만, 글은 고치고 지울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말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고 어려움도 없고 두려움도 없어 보입니다. 


반면 쓰는 것에는 정반대의 입장에 처합니다. 고치고 지우고를 수십 수백 번 해도 시원찮은가 봅니다. 그 기저에는 말보다 글을 훨씬 더 우위로 생각하는 풍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말도 글처럼 남길 수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반면 글은 남기는 걸 기본 전제로 하며 영원히 눈에 보인 채로 존재할 수 있죠. 


그런 면에서 저는 쓰는 것에 두려움이 없는 편입니다. 말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의 상대적 반목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쓰는 것에 대한 재미 때문입니다. 점점 쓰는 게 재밌습니다. 나의 생각을 전달하는 창구로 이보다 좋은 게 없는 것 같습니다. 글을 숭배할 생각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글은 그저 창구로서 존재할 것입니다. 


그저 쓰고자 합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는 낡은 문구가 있습니다. 비록 오래되고 낡은 문구이지만, 이 문구가 진실하다면 창작을 하기 위해선 남의 글을 많이 봐야 한다는 것이겠죠. 책을 읽고 만들고 또한 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콘텐츠가 된 영화를 보면 이젠 나만의 글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소설가이자 시인이자 평론가로 이름 높은 김형수 작가는 '작가수업' 시리즈로 글쓰는 순서(?)를 소개합니다. 우선 <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를 통해 글을 쓰게 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저는 선생의 말씀을 계속 쓰다 보면, 계속 쓰려고 하다 보면 언젠가 창작의 순간이 온다는 걸로 알아들었습니다. 


이어 선생은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글쓰기를 내보입니다. 온몸으로 밀고 들어가 글쓰기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으면 이제는 본격적인 글쓰기라는 것입니다. 이후에는 글쓰기를 하는 작가에 천착할 듯합니다. 저는 아직 삶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만끽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을 열망하고 있고 꾸준히 무언가를 쓰다 보면 그 순간이 올 거라고 믿습니다. 


뭐니뭐니 해도 저는 그저 쓰고자 합니다. 위에서 글에 급이 있다고 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지요. 쓰는 사람은 그저 계속 쓸 뿐이지요. 인류사에 길이 남을 대작을 남긴 작가도 써야 하고, 누구 하나 읽지 않는 소품도 남기지 못한 작가도 써야 합니다. 저는 우선 그 깨달음부터 확고히 하고자 합니다. 혹시 이 깨달음이야말로 모든 쓰는 사람의 본류이자 궁극적으로 다다르고자 하는 진리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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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리뷰, 쓰는 사람, 작가, 창작,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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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책 한번 내볼까?

생각하다 2018. 9. 3. 08:00



5년 전쯤, 일명 '글쓰기 열풍'이 불었었다. 그때는 그야말로 '스마트폰 열풍'이 전국, 아니 전 세계를 휩쓸었을 때인데 사람들이 글쓰기처럼 아날로그적인 행동을 하니 신기하면서 한편 이해가 되고 한편 이해가 도무지 안 되었던 기억이 난다. 난 그 모습이 반대급부적 성질의 것이라기보다 필요성 때문이라고 보았다. 같은 말일 수도 있겠다. 


세상은 한없이 스마트해지고 그에 따라 인간도 스마트해진다고 생각들 하지만 편해질 뿐 스마트해지지는 않는 게 사실이다. 인간이 진정 스마트해지기 위해선 직접 생각하고 그 생각을 말이나 글로 옮기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쓰기야말로 가장 적합한 활동이다. 더불어 세상이 바뀌었다지만 여전히 글은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점점 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글쓰기 능력을 유지해야 하는 것이다. 그야말로 실용적인 필요성. 


이런 글쓰기의 필요성은 일면 책쓰기까지 뻗어나갔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은 작가를 천상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리기에 충분했다. 참으로 많은 이들이 작가가 되어 책을 냈다. 하지만 이 현상이 엘리트화되지는 못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순 있지만 누구나 이름을 날리진 못한다. 즉, 대부분 일회성으로 그치고 마는 것이다. 


출판사 입장에서 그들과 계속 가야할 이유는 없다. 자비출판 이미지만 배가되어 하등 좋을 게 없다. 그래서인지 당시 활개를 치던, 글쓰기가 아닌 책쓰기와 작가되기 책을 쏟아내던 이들이 언젠가 단번에 사라졌다. 시대에 편승했던 이들은 시대의 종말과 함께 사라지는 법이다. 


독립출판 시대를 열다




여기, 시대에 편승하는 이들이 아닌 시대를 만드는 이들이 있다.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와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백세희 작가가 그 주인공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자비출판은 거의 출판사를 통해 진행되었다. 출판사가 작가에게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게 아닌, 작가가 되고자 하는 이가 출판사에 돈을 지불하던가 책을 일정 정도 산다는 전제 하에 책을 내는 방식이다. 물론 모든 출판사가 이러진 않았고 대부분의 출판사의 경우 종종 그랬고 몇몇 출판사가 전문적으로 진행했다. 


그러다가 출판사를 끼지 않고 직접 제작해 유통하는 방식이 전자책에서 본격 시행되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를 지나 누구나 출판사 사장이 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전자책 시장 자체가 죽어버렸고 어쩔 수 없이 출판사 사장이 되는 건 종이책이어야 하게 되었다. 


자비출판 아닌 독립출판, 사실 우린 누구나 독립출판을 해본 기억이 있다. '문학 소녀' '문학 소년'이 아니더라도 끄적거린 것들을 모아 간단히 제본해 하다 못해 가족들에게라도 보여준 적이 있지 않은가? 독립출판은 그런, 출판사는커녕 중앙도서관을 통해 정식으로 ISBN을 받지도 않은 정식 '책'이 아닌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개중에는 작정하고 작가로서 돈을 벌고 유명해지고 작가의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작가로서의 정체성은 뒤로 하고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말 아닌 글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를 지닌 사람이 많다. 전자보다 후자가 출판계의 현실에서도 훨씬 많을 것이다. 


이기주 작가와 백세희 작가




<언어의 온도> 이기주 작가는 전자에 속한다. 얼마전 100만 부를 돌파했다는 이 책의 출판사 사장이 이기주이고, 지은이가 이기주이다. 즉, 독립출판이라는 얘기.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기자 출신의 이미 몇 권의 책을 낸 작가인 그는 이 책의 성공을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출간 후 몇 개월 동안 전국의 서점을 순회하며 서점 직원과 잠재적 독자를 막론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자신을 어필했다고. 


사실, 지금 불고 있는 독립출판 열풍에 이기주 작가는 들어 있지 않다. 그는 독립출판 열풍의 일환이 아닌 해마다 한 권 정도는 신이 선택하는 케이스에 속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에 반해 최근 절대적인 인기의 유시민 <역사의 역사>를 밀어내고 종합 1위에 올라섰다는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는 현재 독립출판 열풍의 선두주자이자 지난 10년 독립출판계가 낳은 가장 기록적 흥행의 결과물이다. 


그야말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텀블벅을 통해 자비로 책을 냈다는 그녀, 많은 인기를 끌자 1인 출판사 사장이 빠르게 컨택했고 정식 출판되어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고 한다. 1인 출판이 독립출판이라고 할 수 없지만, 그 시작은 완벽한 독립출판의 모습을 띄고 있다. 


많은 독자들은 왜 이 책을 선택한 것일까. 수없이 많은 보증된 출판사의 보증된 작가들의 책들이 아니고. 바로 그 점 때문이 아닐까. 5년 전에 불었던 글쓰기 열풍이 작가를 천상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렸듯이 말이다. 백세희 작가가 쓴 자전적 에세이가 자신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독자들뿐 아니라, 백세희 작가가 선택한 독립출판 방식 자체가 신선함과 함께 보편적으로 다가온 게 아닐까. 여기에서 주체는 단연코 '나'이다. 


독립출판 열풍의 핵심




독립출판 축제가 있다고 한다. 2009년에 온라인, 2010년에 오프라인으로 서점을 열고 독립출판물과 아트북을 위주로 판매하는 1세대 독립서점의 상징 '유어마인드'가 주최하는 '언리미티드 에디션-서울아트북페어'가 그것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하는 이 축제는 최소 1만 명 넘게 찾아오는 인기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그야말로 독립출판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왜 이 축제에 열광하는가. 거기에 독립출판의 현재와 미래가 있고, 독립출판 열풍의 핵심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생각해본다. 독립영화와 비교해보자. 독립영화는 자본의 힘을 빌리지 않고 감독, 스텝, 배우가 자체적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나 만들 수 있나? 거의 불가능하다. 장벽이 높다. 그 장벽은 영원히 허물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영화 아닌 영상 정도에서 비벼볼 수 있겠다. 


반면 독립출판은 글 좀 쓰고 돈 좀 있으면 된다. 글이야 어떤 식으로든 평생 써 왔고 앞으로도 쓸 것이다. 독자를 상정하지 않고 그저 소소하게 주위에 돌리는 식이라면 그 어떤 글이든 가능하다. 출판하는 데 엄청난 돈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해외여행 한두 번 갈 돈이면 될 듯하다. 누구나 작가가 되는 걸 넘어서 누구나 책을 내는 시대인 것이다. 거기엔 이 시대가 낳은 성향이 한 몫 하지 않을까 싶다. 


또 하나의 채널 '책'


블로그,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까지 수많은 SNS 채널을 통해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인다. 개중에 소수의 사람들이 조회수, 광고 등의 일차적 수익과 책, 방송 등의 이차적 수익으로 먹고 산다. 대다수는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남의 이야기에 공감하는 걸로 만족한다. 


개방되어질대로 개방되어져 포화 상태에 있는 SNS 채널은 더 이상 이전까지의 메리트를 선사하지 못한다. 그 와중에 소회되었던 '책'이라는 아날로그적인 개념이 독립출판이라는 양식과 만나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즉, 그들에게 책은 또 하나의 채널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자신을 내보일 수 있는 품질 좋은 채널인 것이다. 


아무리 '누구나'가 앞에 붙지만 여전히 책에는 엘리트적인 면모가 있다. 최소한의 인정을 받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우러러 보는 것이다. 이는 채널로서 아주 크나큰 메리트를 지닌다. 출판사 관계자들이나 책 관련 종사자들은 그저 추상적으로 이 열풍을 바라볼 수도 있겠다. 자신의 이야기를 내보이고 싶은 이들이 많아졌고(독립출판의 작가), 적게 벌어도 괜찮으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독립출판의 사장)는 정도로. 


나도 출판사 관계자이거니와 책 관련 종사자이기도 한 바, 이 정도의 시각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이제 책은 완전히 지상으로 내려왔다. 그 앞에 '누구나' '나도' '한 번쯤'이 붙는다. 더 이상 책은 출판계와 작가계(?)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미 늦었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아니 우리는 이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리고 폐쇄 아닌 개방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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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 하정우, 대세 하정우, 종합예술인 하정우

생각하다 2017. 8. 3. 08:00



[배우열전] 하정우


개인적으로 '하정우'라는 배우를 처음 알게 된 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의 한 장면. ⓒ청어람



2005년, 일병 정기휴가 때였다. TV를 틀어 우연히 보게 된 게 하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 현역 군인이 제대로 된 한국 군대 영화를 보니 감회가 새롭다 못해 빨려들어 갈 것 같았다. 저 상병과 병장은 미래의 내 모습일 것 같고, 저 일병은 현재 내 모습인 것 같고, 저 이등병은 얼마 전 내 모습인 것 같고...


그때 배우 하정우를 처음으로 보았다. 하정우가 분한 유태정 병장의 군대 생활과 제대 이후를 교차 편집해 보여주며, 그의 중학교 적 친구 이승영이 군대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과 맛물려 누가 진짜 '용서받지 못한 자'인가를 신랄하고 가슴 아프게 전한다. 하정우의 실생활적 면모에 기반한 연극적·영화적 연기를 두루 감상할 수 있는데, 윤종빈 감독이 중요한 역으로 나와 함께 전설적 캐미를 자랑하기도 했다. 


이 작품이 하정우의 스크린 데뷔작은 아니다. 그는 2002년에 드라마와 영화로 데뷔해 이듬해와 그 이듬해에도 역시 드라마와 영화를 오갔다. 그리고 <용서받지 못한 자>가 개봉하기 전에 이미 <잠복근무>라는 당시 메이저급 영화에 조연으로 얼굴을 알리기도 했고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에 비중있는 조연으로 나와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한 방편처럼 느껴진다. 


열일 하정우


'열일' 하정우의 한창 때 작품이자, '대세' 하정우로의 다리가 되어준 작품 <추격자>의 한 장면. ⓒ쇼박스



그는 1998년부터 데뷔를 하고 나서인 2003년까지 거의 매년 한두 작품씩 연극무대에 섰는데, 그 나이 때 배우들이 많이들 듣는 '발연기' 논란 한 번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김용건'이라는 전국민이 누구나 알 만한 배우의 아들이라는 타이틀을 완전히 버리고 오로지 자기만의 클래스를 만들고자 한, 멀고 험하지만 알차고 지능적인 경력생활이다. 


하정우를 말할 때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윤종빈이다. 이들은 자그마치 4편을 함께 하는데, 하정우는 단연코 어느 한 감독과 그만큼의 영화를 함께 하지 않았다. '페르소나'라고 할까. 이들은 다름 아닌 대학 선후배 관계다. 둘 다 중앙대학교 출신으로 하정우는 1978년생 연극학과, 윤종빈은 1979년생 영화학과. <용서받지 못한 자>는 윤종빈 감독의 졸업작품인데, 하정우를 비롯 학교 선후배를 총동원해서 찍었다고 한다. 결과는 대성공. 이들은 훗날 일명 '윤종빈 사단'이 되어 많은 영화를 함께 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하정우는 말그대로 '열일' 한다. 하정우 하면 빠지지 않는 수식어가 먹방과 열일인데, 열일 수식어는 아마 이때부터 그 싹이 보이지 않았나 싶다. 2년 동안 그는 자그마치 단역, 조주연 가릴 것 없이 6개 영화에 출연한다. 대부분 비대중적이지만, 모든 면에서 그의 연기생활에 도움이 될 만한 영화들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2008년이다. '대세' 하정우의 시작이다. 


2005년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2008년 <추격자>야말로 하정우의 이름값을 수직상승시킨 영화다. 희대의 사이코패스 지영민은 2000년대는 물론 한국영화사에 남을 만한 캐릭터로, 하정우는 '능청스럽게' 연기해버린다. <공공의 적>의 사이코패스 조규환이 준 충격을 완전히 안드로메다로 보내버렸다. 10년이 지났어도 생각만 하면 소름이 끼칠 수밖에 없는 그 눈빛과 행동, 그의 나이 불과 31이었다. 그리고 그는 이 해, 단역 한 편과 주연 세 편을 합쳐 네 편의 영화에 출현했다. 윤종빈 감독과 함께 한 <비스티 보이즈>처럼 조금 아까운 영화도 있고, <멋진 하루>처럼 멋진 영화도 있다. 


대세 하정우


그야말로 '대세' 하정우의 한 가운데에서 흥행과 비평, 이슈 모두 훌륭했던 작품 <터널>의 한 장면. ⓒ쇼박스



이때쯤이었던 것 같다. 하정우라는 배우의 캐릭터가 완벽하게 굳어진 시점이. 사이코패스조차 능청스럽게 연기해버리는, 그만의 특유한 연기 방식이 말이다. 그는 우리가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반사람의 모습을 띤다. 거기에 어떤 '연기적' 요소를 찾기 힘들다. 여타 연기자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톤 앤 매너가 그에겐 없다. 


반면, 지극히 '연극적' 요소는 항상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내 주위에도 있는데, 연극적인 일반인 말이다. 하정우는 그 연극적 요소들을 깨알같이 잘게 부수어 연기 전반에 촘촘히 박는다. 부자연스러움은 옅어지고 신선함과 재미짐이 떠오르는 광경을 우린 목격할 수 있다. 


2008년 이후, 아니 2005년 이후 2016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고 하정우는 일 년에 두 편 이상 영화에 출현하지 않은 때가 없다. 그리고 최소 한 편 이상 흥행, 비평, 이슈 등으로 한 해 영화계를 흔들 만한 메이저급 영화에 출현한다. 나열해 보자면 2009년 <국가대표>, 2010년 <황해>, 2011년 <의뢰인>, 2012년 <범죄와의 전쟁>, 2013년 <베를린> <더 테러 라이브>, 2014년 <군도>, 2015년 <암살>, 2016년 <터널> <아가씨>... 누군가는 한 편 출현하기에도 힘들 영화들이다. 그리고 올해에는 엄청난 제작비와 함께 그 만듦새 때문에 엄청난 걱정거리(?)를 안기고 있는 <신과 함께>가 대기 중이다. 


하정우 하면 다가오는 이미지가 '믿음'과 '탄탄' 등일 것이다. 탄탄한 연기에 기반한 믿음가는 영화 또는 캐릭터랄까. 그건 하정우라는 사람한테까지도 충분히 적용될 만하다. 그는 이에 부응하듯 배우라는 타이틀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방면으로 진출하고 도전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종합예술인 하정우


'아티스트' 하정우로서의 작품들이다. 하정우는 그야말로 종합예술인이 아닌가. ⓒ하정우



영화 감독 타이틀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2013년 <롤러코스터>와 2015년 <허삼관>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했다. <허삼관>에는 주연까지 도맡아 했다. 비록 두 작품 모두 흥행 면에서 참패를 면치 못했고 비평 면에서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그 도전 자체로 충분히 박수 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배우 열일로도 충분히 바쁠 텐데, 언제 글을 쓰고 연출까지 했을까? 싶은 것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그는 엄연히 수많은 아트페어와 개인전까지 연 '아티스트'다. 


하정우 열일의 절정기이자 대세 하정우의 시작점인 2008년, 그는 이미 아티스트로의 길을 암중모색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국가대표급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때 2009년, 자원순환 정크아트 공모전에 작품을 기증한다. 그는 영화를 찍을 때마다 그림을 그린다고 하는데, 캐릭터의 이미지와 심리를 연상시키는 그림들이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독백과 세상을 향한 방백을 그림으로 승화시키며, 인간, 배우, 남자로서 스크린에서 하지 못했던 또는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로 그림을 그리고, 그림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리라. 


그야말로 하정우를 '종합예술인'이라고 칭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배우라는 타이틀에 한정짓기에는 하정우라는 사람의 면면이 너무 방대하고 이채롭다. 연극, TV드라마, 영화, 시나리오 작가, 감독. 그리고 에세이 작가, 그림 작가까지. 그 자체로 현대 '종합예술'의 결정판으로 여겨지는 영화의 한 가운데에서 중심을 잃지 않고 그에 버금가는 또 하나의 하지만 같은 길을 가는 방면을 개척해 역시 중심으로 다가가고 있는 그.


이제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지만, 그의 이름 석 자가 아로새긴 예정작들이 즐비하다. 우린 그저 즐거울 뿐이다. 열일하는 그가 부러우면서 믿음직하고, 한없이 대세인 그가 계속 대세였으면 좋겠으며, 종합예술의 경지에 오른 그가 더 멀리 오래 비상하기 위해 조금은 몸을 추스렸으면 한다. 오래된 팬으로서 갖는 아이러니이지만, 여하튼 그를 여기저기에서 꾸준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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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살기 위해 글을 쓰는 작가와 최고의 미치광이 독자의 악연

오래된 리뷰 2014. 9. 20. 07:06




[오래된 리뷰] <미저리>


영화 <미저리> ⓒ 콜롬비아 픽쳐스



아서 코난 도일은 1893년 <셜록 홈즈의 회상록> 최종장인 '마지막 사건'을 통해 셜록 홈즈를 폭포 밑으로 떨어뜨려 죽인다. 아서 코난 도일은 이로써 1887년 <주홍색 연구>부터 시작된 '셜록 홈즈' 시리즈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대중소설가에서 진정한 문학가로의 전환을 모색한다. 


하지만 셜록 홈즈는 더 이상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캐릭터가 아니었다. 팬들의 입장에서 셜록 홈즈는 살아 움직이는 존재였고, 그의 죽음을 용납할 수 없었다. 이처럼 팬들의 반대가 계속되었고, 아서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 캐릭터가 아닌 소설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결국 10 여 년 만에 셜록 홈즈를 살려냈다.


열렬한 미치광이 팬과의 극적 조우


여기서 눈길이 가는 건 셜록 홈즈의 죽음에 대한 팬들의 반응. 영화 <미저리>는 이런 팬의 반응이 극으로 달한 모습을 중심으로 극을 끌고 나간다. '미저리'라는 여주인공을 출현 시킨 미저리 시리즈로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는 작가 폴 쉘던(제임스 칸 분)은 미저리의 죽음으로 시리즈를 완결 짓고 순수문학가로의 전환을 모색하려 한다. 그러며 작품을 짓기 위해 산속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갑자기 몰아치는 눈보라로 인해 벼랑으로 곤두박질 치고 만다. 그런 그에게 도움의 손길이 다가온다. 


죽을 고비를 넘긴 그를 도와준 건 그의 열렬한 팬을 자청하는 간호사 출신 애니 윌키스(케시 베이츠 분). 그녀는 산속 산장에서 폴을 열심히 간호한다. 그러면서 팬의 입장에서 숭배하는 작가의 미발간 작품을 제일 먼저 보고 싶은 마음에서 미저리 시리즈 완결편을 보게 된다. 매일같이 조금씩 읽고 감상을 전해주는 애니. 찬양의 찬양을 거듭한다. 하지만 어느 날, 미저리의 죽음을 알게 된 애니는 폴에게 엄청난 분노를 표출한다. 그녀에게 미저리는 절대 죽어서는 안 되는 존재였던 것이다.  


영화 <미저리>의 한 장면. ⓒ 콜롬비아 픽쳐스



"당신, 이 나쁜 인간. 이럴 수가 있어? 그녀를 죽여선 안돼. 미저리 채스틴은 죽으면 안 돼. 난 미저리를 원해! 당신이 그녀를 죽였어! 좋은 사람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어. 당신은 늙고 더러운 거짓말쟁이야."


이 영화는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의 <미저리>(1987년)를 원작으로 했다. 원작의 내용을 충실히 따랐고, 큰 예산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건 영화를 감상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단 한 가지만 봐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바로 애니 윌키스를 연기한 '케시 베이츠'의 연기이다. 


한 사람을 진정으로 사랑하며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또 극진히 보살피는 천사 같은 연기와 그것이 배신 당했다고 느꼈을 때 나오는 극도의 분노와 광기의 연기, 한 사람한테서 이처럼 양 극단의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표출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녀의 연기 하나만으로 이 영화는 영화 역사상 최고의 공포 스릴러 중 하나로 남을 수 있었다. 


살기 위해 글을 써야 하는 유명 작가


이제 영화는 어떻게든 빠져 나가려는 폴이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으려는 모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애니는 미저리가 죽는 완결편 원고를 폴이 직접 불태우게 한 다음, 미저리가 죽지 않는 원고를 집필하게 강요한다. 책상, 의자, 타자기, 종이 등을 직접 가져다 주고 몇 날 며칠이고 앉아서 쓰게 한 것이다. 폴은 살기 위해서 써야 했다. 



영화 <미저리>의 한 장면. ⓒ 콜롬비아 픽쳐스



"저질 원고를 태웠으니 이제 좋은 작품을 써야죠. 최고의 소설을 새로 쓰는 거예요. 돌아온 미저리. 

그녀를 죽게 한 건 진심이 아니었잖아요. 날 위해 써 줘요. 난 생명의 은인이잖아요? 이 세상 모두가 날 부러워할 걸요?"


한편 폴의 저작권 대리인은 폴의 행방을 수소문한다. 이 일을 늙은 보안관이 맞게 되는데, 의외로 명석해서 범위를 점점 좁혀간다. 이 부분에서 강하게 생각나는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바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이다. 이 영화에서도 늙은 보안관 한 명이 명석하게 범위를 좁혀 간다. 하지만 그는 항상 한 발자국 느리다. 결국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 <미저리>에서도 늙은 보안관은 사건 해결의 끝자락에서 실패하고 만다. <노인을 위한...>에서는 이를 운명론에 입각해 해석한다. 과연 <미저리>에서는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한편 폴과 애니는 나름 좋은(?) 시간을 보낸다. 다만 이것은 폴이 일부러 만들어낸 시간이었다. 애니로 하여금 방심하게 해 놓고 탈출의 기회를 엿보려 한 것이다. 그러던 중 폴은 애니의 과거를 알게 된다. 그녀는 정신병자로 간호사 시절 몇 명의 유아를 죽게끔 만들었다. 기어코 폴은 최후의 수단을 이용해 탈출을 감행한다. 그리고 거의 동시에 늙은 보안관은 애니의 산장에서 폴의 기척을 듣게 된다. 과연 폴은 탈출에 성공하게 될까?


이 영화를 감상하는 다양한 방법


이 영화를 감상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하다. 분위기를 통해 공포스릴러로 감상하며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게 제일 무난한 방법이다.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열렬한 팬의 죽음의 협박으로 살기 위해 산장에 갇혀 글을 쓰는, 두 다리를 못 쓰는 유명한 작가를 생각해 보라. 그것도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미치광이의 극진한 보살핌 아래서. 



영화 <미저리>의 한 장면. ⓒ 콜롬비아 픽쳐스



또 다른 면에서 감상할 수도 있다. 작가와 독자, 그리고 작품의 관계이다. 작품의 저작권은 엄연히 작가에게 있다. 작가가 마음대로 창작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작가는 독자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아무도 그의 작품을 읽어주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결국 독자에게 맞춰서 써야 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 영화의 원작자 스티븐 킹은 작가의 이런 고민을 소설로 표현하고 싶지 않았을까? 그래서 일부러 작가가 직접 자신의 작품을 불태워 없애버리는 장면도 넣었을 것이다. 그런데 애니의 입김 아래서 완성된 돌아온 미저리가 이례적으로 평단에서도 호평을 받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게 그려진다. 


무섭게 그려낸 공포 스릴러가 아닌, 정말 재밌게 그려낸 공포 스릴러라 말할 수 있겠다. 이 길지 않은 러닝 타임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많지만 결코 중구난방이지 않다. 거의 모든 장면 장면들이 명장면이며, 스토리 라인과 배경이 간결해서 지루할 만 하지만 외려 그것을 장점으로 승화 시킨다. 긴장감을 배가 시키는 데에는 오히려 간결하게 집중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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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공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독자, 미저리, 셜록 홈즈, 스릴러, 작가, 작품, 케시 베이츠
  • BlogIcon 곰돌아재
    2014.12.21 19:55 신고

    좋은 영화평론 글은 그 영화를 다시 찾아 보게 한다죠?
    '미저리' 오늘 일요일 휴일 마지막 시간을 할애해서
    다시 한번 보려 합니다. ^^
    말씀하신대로 스토리 라인과 배경의 단순함이
    몰입도를 올려, 인상깊은 장면들이 뇌리에 많이 남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히 보고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4.12.22 18:14 신고

      감사합니다^^
      흠 하필이면 미저리를요?ㅋㅋ
      연말이니만큼 포근한 영화를 보셔야죠~

  • BlogIcon 토종감자
    2015.01.29 20:17 신고

    이영화 참 재밌게 봤는데요.
    어릴 때 봤을때랑 커서 다시 보니 느낌이 참 다르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책이 원작이네요. 책은 읽어볼 생각을 안해봤어요.
    책으로 봐도 재밌을 듯. 찾아봐야 겠네요 ^^

    • BlogIcon singenv
      2015.02.01 18:40 신고

      재밌는 거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스티븐 킹의 소설이니 후회는 안 하실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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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란 무엇인가> 이들을 한 자리에서 접할 수 있다니!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4. 4. 14. 07:09




[서평]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작가란 무엇인가>


<작가란 무엇인가> ⓒ다른

어렸을 적 소설가를 꿈꿨다. 그 일환으로 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하려 했었다. 하지만 나에겐 소설가로서의 실존적 고민이 없었고 소설로 출항하려는 마음가짐이 부족했다. 나는 단지 문학을 좋아하는 문학 소년에 불과했던 것이다. 이후에 소설은 나에게 하나의 트라우마로 작용하였고, 나는 소설을 우러러보면서 평가하고 '나도 한번 써보고 싶다'라고 생각만 할 뿐 준비는 전혀 되어 있지도 그렇다고 준비를 하지도 않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대신 나는 출판사에서 편집자로서 소설을 대하고, 한편 서평을 쓰면서 소설을 대한다. 그러다 보니 소설가의 원고를 받아 들고 감히 교정·교열을 하며, 소설가들의 소설을 읽고 감히 가감 없이 평한다. 또 그들과 전화로, 이메일로, 대면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생각을 접하고 생활을 엿보고 그들의 소설을 책으로 만들어 팔아 널리 알린다. 

그렇다면 나는 소설가가 어떤 사람인지 깨달았을까? 


흔히 소설가를 생각할 때 머릿속에 펼쳐지는 광경이 있다. 몇 날 며칠이고 골방에 처박혀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한 글자 한 문장 한 챕터를 기어코 써 내려가는 모습, 괴팍하고 진지하며 유머러스하고 위협적인 모습, 그리고 지지리도 가난한 현실과 예술적인 자유를 충분히 즐기고 싶은 이상의 충돌 사이에서 방황하는 모습 등. 사실 이 모습은 수많은 소설가들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모습이지만, 그들에게서 절대 발견할 수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미국 뉴욕에서 출판되는 <파리 리뷰>에 실린 세계적 소설가들의 인터뷰 중에서 12명의 인터뷰를 선정해 소개한 <작가란 무엇인가>(다른)를 보면 비록 단면일 테지만 소설가들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소설가들이 천재적인 예술적 감각을 통해 소설을 쓴다고 생각하면 이는 매우 큰 착각이다. 최소한 이 책에 나오는 '세계적이고 역사적인' 소설가들의 경우에, 그들의 인터뷰에서 '천재'라는 단어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그들은 부단히 노력하고 끊임없이 자고(自顧)한다.


소설가들이 자고 하는 건 대부분 소설을 통해서 혹은 소설을 향해서 일 것이다. 그들은 소설로 자신과 사회와 국가와 인류까지 돌아본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 소설을 끊임없이 고친다. 움베르토 에코는 딱 들어맞는 어조를 찾아내기 위해서 같은 페이지를 수십 번 다시 쓰고, 무라카미 하루키는 초고를 쓰는 기간만큼 수정을 한다고 한다. 폴 오스터는 한 단락을 완성하는 데 3일이 걸리기도 하며, 레이먼드 카버는 한 작품 당 스무 가지나 서른 가지의 다른 수정본이 있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방점을 찍은 작가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로, 그는 <무기여 잘 있거라>의 마지막 쪽을 완성하기 위해 서른아홉 번을 고쳐 썼다고 한다. 그들이 천재라면 결코 이런 일은 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소설가에 대한 부정확한 생각은, 그들은 주로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해지는 새벽녘에 작업을 할 거라는 추측이다. 또는 예술의 신이 내려주신 '필(feel)'을 받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갈 거라는 생각이다. 이는 거의 틀린 추측이자 생각이라 할 수 있다. 책을 보면, 소설가들의 대부분이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워크 타임을 정해 놓고 글쓰기라는 '노동'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다. 소설가들에게 소설은 노동에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인간이 행할 수 있는 창조적 행동의 정점에 서 있는 작가 중에서도 최고의 작가들을 인터뷰 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흥미를 돋우고 궁금증을 풀어줌과 동시에 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대문학의 가장 위대한 작가로 뽑히는 윌리엄 포크너의 한 마디로 대신해본다. 


"모든 예술가의 목적은 인위적인 방법으로 삶이라는 움직임을 잡아서 다시 고정시켜, 수백 년 후에 이방인이 그것을 보게 되었을 때 그것이 삶이기 때문에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게 유일하게 가능한 불멸은 언제나 살아 움직여서 불멸인 어떤 것을 뒤에 남겨놓는 것뿐입니다. 그것은 항상 움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중에서)


이쯤에서 이 책 <작가란 무엇인가>의 제목을 집고 가보자. 왜 <작가란 누구인가>가 아니고 <작가란 무엇인가>인가? 그건 아마도 '작가'라는 이가 가지는 '주체'적 성격의 발로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객체가 존재하고, 주체라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하지만 작가라면, 작가의 본질을 구성하는 이가 객체일지라도 그는 주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주체를 대할 때는 단순히 '누구'라고 말하며 한 개인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없다. 작가는 하나의 세계를 명명(名命)하고 구성하며 수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리고 이는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소설의, 인생의 대가들이 말하는 소설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스스로 소설가가 되어 이 질문에 답해 본다. 매우 진부할 수도, 그리고 골머리를 썩게 하는 질문일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궁극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이 질문에 골머리 썩을 필요가 뭐 있냐며 단숨에 답을 해준다. 


"일어난 일로부터, 존재하는 것으로부터, 그리고 알고 있거나 알 수 없는 모든 것으로부터, 재현이 아니라 창작을 통해 살아 있는 어떤 것보다 더 진실한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지요. 당신은 그것을 살아 있게 할 수 있고, 만일 당신이 충분히 잘할 수 있다면 그것에 영원성을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글을 쓰는 이유이고 우리가 아는 한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본문 중에서)


반면 필자는 이 질문의 궁극적인 면에 접근할 만한 능력이 없으므로 실망할지 모를 답변을 하겠다. 필자의 경우, 쓰기보다 읽기를 훨씬 좋아하는 편인데 그러다 보니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도 않고 막상 남는 게 없었다. 그래서 쓰기를 통해 정리하고 기록을 남겨 거꾸로 읽기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보여주게 되는 쓰기는 여러 면에서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해준다.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작가란 무엇인가>에서 인터뷰한 소설가들

움베르토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카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E. M. 포스터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고 공감하는 생각은,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소설가인 움베르토 에코의 답변이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작품을 쓴 비결을 묻는 인터뷰어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공교롭게도 나의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고, 그런 나의 생각을 정립하게 해준 책이 바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었다. 여러분도 이 책 <작가란 무엇인가>를 읽으며 인생의 작가를 만나 그의 생각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는 틈새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항상 말합니다. 원자와 원자 사이, 그리고 전자와 전자 사이에는 많은 공간이 있어요. 우리가 우주의 질료 사이사이에 있는 공간을 없애고 축소 시킨다면 전체 우주를 공만 하게 압축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삶은 틈새로 가득 차 있어요. 오늘 아침 당신이 초인종을 울리고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고,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몇 초가 걸렸죠. 당신을 기다리는 몇 초 동안, 저는 제가 현재 쓰고 있는 새 작품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서도 기차에서도 일을 할 수 있어요. 수영하는 동안에도 많은 것을 생산해냅니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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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대가, 소설, 작가, 작가란 무엇인가, 파리 리뷰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4.04.14 07:47 신고

    작가란 무엇인가를 통해..여러작가를 만날수있네요~~
    서평 잘 읽고 갑니다~


  • 2014.04.21 16:31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비틀즈
    2014.04.23 02:23

    저도 이 책을 읽었었는데.
    확실히 글과 관련된 직업에 종사하신 분이 리뷰를 쓰셔서 그런지 깔끔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


  • 2014.04.24 18:28

    비밀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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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가들> 당신만의 작가 리스트를 작성해보세요!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9. 25. 07:19



[서평] <불멸의 작가들>


<불멸의 작가들> ⓒ윌컴퍼니

예술에 있어서 작가가 작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특히나 미술의 경우에는 작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100%에 이를 것이다. 이는 음악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고, 문학에서도 상당할 것이다.

 

물론 작품 자체가 워낙에 유명해지다보면 역전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자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객관적으로 볼 때 작가인 조앤 롤링보다 작품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일 것이다. 예전 작품으로 보자면 <돈키호테> 류의 작품을 들 수 있겠다. 


무슨 말인고 하면, 작품 그 자체로 하나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을 경우이다. 돈키호테로 인해 작가인 세르반테스가 위대한 인물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많은 경우 작품을 말할 때 작가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죄와 벌>을 말할 때 도스토예프스키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햄릿>을 말할 때 셰익스피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으며, <전쟁과 평화>를 말할 때 톨스토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가의 힘!

 

얼마 전부터 한국 문학계 및 출판계에 거세게 불고 있는 열풍이 있다. 하나는 ‘하루키 열풍’이고 다른 하나는 ‘조정래 열풍’이다. 먼저 하루키가 포문을 열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로 일본에서 대열풍을 일으키고 한국에 상륙해 2개월여 동안 수십만 권이 팔려나가며 역시나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사랑에 그의 이름 ‘하루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수많은 평론가들에게 맹비판을 받아도 대중들은 여지없이 그를 선택한다. 그 이유는 그가 하루키이기 때문이다.

 

이어서 최근에는 ‘조정래 열풍’이 불고 있다. <정글만리>(해냄)로 중국에서의 정글과도 같은 치열한 비즈니스 현장을 그려낸 조정래 작가. 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이리도 ‘대박’을 터트릴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역시 ‘조정래’였던 것 같다. 일찍이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으로 전국민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새긴 그였기에, 대중들은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그의 작품을 선택한 것이리라. 물론 하루키나 조정래나 작품의 질이 좋아야 한다는 건 기본 선결 과제이다.

 

개인적으로 (소설에서) 좋아하는 작품과 좋아하는 작가가 있다. 좋아하는 작품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이 소설을 읽기 시작한지도 10년이 훌쩍 지나갔지만, (매년마다 읽고 있다) 나에게 이 작품은 작품 그 자체로만 다가온다. 지금도 작가의 이름을 말할 때면 책을 보거나 검색을 해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모르고 읽어본 적도 없으며 읽어볼 생각도 없다.

 

좋아하는 작가는 ‘조지 오웰’이다. 그의 대표작인 <동물농장>, <1984>, <카탈로니아 찬가>,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를 섭렵했고, 또 다른 작품들인 <위건 부두로 가는 길>, <버마 시절> 등도 꼭 읽어볼 생각이다. 내가 이 작품들을 읽고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가 조지 오웰이기 때문이다. 그는 일관되게 사회 비판적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읽기 쉬운 문체이면서도 결코 가볍지 않다. 또한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이 좋다. 나에게 있어 그의 작품은 무조건 믿고 보는 작품인 것이다.

 

문학의 힘?

 

<불멸의 작가들>(윌컴퍼니)는 작가이자 편집자인 저자가 세계적인 문학의 대가 125명을 추려 그들의 일대기와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에서 발췌한 내용을 담았다. 작품도 빛났지만 작가가 더욱 빛났던 이들이었기에, 작가 소개 4페이지 중에서 1페이지를 작가의 사진으로 채우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말해서, 그들은 앞서 말한 하루키를 능가하는 열풍을 일으켰던 작가들인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저자는 책을 소개하며 이를 ‘문학의 힘’이라고 명명하고 있다. 위대한 작가들이 위대한 이유는 그들의 작품이 위대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일까? 하지만 그런 말은 나와 있지 않다. 책의 특성상 저자의 목소리는 작가들의 목록 선택에서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애당초 제목이 ‘불멸의 작가들’이어야 하지도 않다.

 

작가와 작품 모두 기억에 남을 것 같지 않은 이 책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 <불멸의 작가들>은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했다. 또한 기억에도 남을 것 같지 않다. 그나마 위안 아닌 위안이라면 이 책의 거장 125명 리스트에 내가 좋아하는 작품의 작가와 좋아하는 작가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정도?

 

일단 이 책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책에 수록된 작가들의 목록이 ‘독단적이며 변덕스럽다’ 125명에 달하는 목록이 전혀 분류가 되어 있지 않아 한 번 들춰보고 다시는 들춰보고 싶지 않게 되어 있다. 나라별, 시대별로 분류는 못할망정, ABC나 가나다순으로도 분류가 안 되어있다. 하다못해 성별로라도 분류가 되어 있었다면 언제고 들춰나 보기 편할 텐데 말이다.

 

125명의 작가들 중 내가 아는 작가를 세어보니 75명이었다. 저자는 독자 여러분이 동경하는 작가가 혹시 목록에 포함되지 않았다면 용서해주길 바란다며, 이 책을 통해 더욱 많은 위대한 작가들을 알아가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사진을 제외하고 3페이지에 불과한 작가 및 작품에 대한 소개를 보고 어떤 판단을 하라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된다.

 

결정적으로 아시아를 포함한 제 3세계 국가의 작가들은 전무하다시피하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미국, 유럽 출신이다.(폴 오스터와 스티븐 킹까지 포함시켰으면서 푸쉬킨을 비롯해 피츠제럴드, 한트케, 펄 벅, 윌리엄 골딩, 맥카시 등을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도 모르겠다.) 이 부분 때문이라도 이 책을 다시 볼 일은 거의 없지 않을까 싶다. 결코 너그러이 용서할 수 없는 부분이 아닌 것이다.

 

이 책에서 제일 볼만한 건 차라리 본문이 끝나고 책의 끝부분에 부록으로 제시하고 있는 ‘작가 지망생들을 위한 125가지 제안’인 글쓰기의 요령과 훈련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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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문학, 불멸의 작가들, 소설, 작가, 조정래, 조지 오웰, 책으로 책하다, 태그를 입력해 주세요., 하루키, 호밀밭의 파수꾼
  • BlogIcon 새 날
    2013.09.25 10:41 신고

    작품보단 '위대한 작가'들(?)에 대한 소개글이군요. 그것도 다소 독단적인 선정이 가미된...

    • BlogIcon singenv
      2013.09.25 18:12 신고

      거짓말 좀 보태서,
      누구라도 낼 수 있는 수준이었어요.ㅋ

  • BlogIcon S매니저
    2013.09.25 12:05 신고

    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행복하고 즐건 하루 되시길 바래요~

    • BlogIcon singenv
      2013.09.25 18:12 신고

      감사합니다.
      하루 마무리 잘 하시길!

  • BlogIcon *저녁노을*
    2013.09.25 12:26 신고

    읽어볼만한 책이군요.

    잘 보고가요^^

    • BlogIcon singenv
      2013.09.25 18:12 신고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 BlogIcon +요롱이+
    2013.09.25 13:10 신고

    한번 읽어보고 싶어지는걸요^^
    잘 보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09.25 18:13 신고

      감사합니다.
      실망하실지도 ㅎㅎ

  • BlogIcon Hansik's Drink
    2013.09.25 16:05 신고

    정말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ㅎㅎ
    덕분에 잘 알아 갑니다 ^^

    • BlogIcon singenv
      2013.09.25 18:13 신고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지만,
      나름 얻을 것들도 있었답니다~

  • BlogIcon 알숑규
    2013.09.25 16:52 신고

    뭔가 주제별로 섹션이 나누어졌다면 나았으려나요? 저도 어쩐지 꺼려지네요.

    • BlogIcon singenv
      2013.09.25 18:14 신고

      네, 그렇게라도 했으면 조금 나았을 듯요.
      그리고 무엇보다 유럽, 북미에만 치우쳐 있어서 마음에 들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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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신간 수다-1308 셋째주

내맘대로 신작 수다 2013. 8. 17. 07:15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

2013년 8월, 424쪽, 25000원, 안병직 옮김, 이숲 펴냄 


광복절에 맞춰서 출간된 것 같은 느낌의 이 책은, 상당히 미스터리한 책이다. 저자인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는 뉴라이트 이사장(현재는 '시대정신'이라는 이름으로 바꿈)으로 있으면서, 2006년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는 하나도 없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밖에도 위안부, 독도, 일본 식민지 시대에 대한 망언을 내뱉은 바 있다. 그런 그가 '일본군이 위안부를 강제 동원'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객관적 자료인,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를 입수해 번역해서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동안 주장해왔던 바는 진실로 객관적 자료가 없었기 때문인 것인가? 국수주의에 빠지지 않은 학자로써의 주장을 해왔던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인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것이 고도의 정치적 수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자료를 찾아내 번역출간함으로써 자신에게 오는 비난의 화살을 무마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일종의 방패라고 할 수 있을듯?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 진실로 객관적 자료에 의한 소신의 발언이었고, 이 책 또한 그러하다면 그는 위대한 학자일 것이다. 



<백인천 프로젝트>

2013년 7월, 376쪽, 18000원, 정재승 외 지음, 사이언스북스 펴냄 


한국 프로야구 30년 최초이자 최후(2012년까지)의 4할 타자 '백인천'. 그 이후로 더 이상 4할 타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매년마다 올해는 4할 타자가 나오는 거냐 마냐 하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단 한번도 달성하지 못하였다.(4할에 제일 근접한 때는 1994년 이종범의 3할9푼3리) 왜 그런 것일까? 


이 책은 그 이유를 과학적으로 접근한다. 사실 과학적으로 접근하기 전에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유가 있다. 이 책도 동일한 시각에서 접근한다. 한국 프로 야구에서 타자와 투수, 수비의 역량이 발전하고 전체 시스템 역시 발전하면서 안정화되었고, 그 결과로 4할 타자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주요 저자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와 야구 팬 57명의 집단 지성이 한국 프로야구 30년사를 모두 조사하고, 관련 이론과 과학적 지식까지 총동원했다. 과연 그 이유를 밝혀낼 것인가? 야구의 묘미인 통계때문이라도 야구를 보게 되는 한 사람으로, 일면 기대가 된다. 



<작가의 얼굴>

2013년 8월, 376쪽, 18000원,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 지음, 김지선 옮김,  문학동네 펴냄 


윌리엄 셰익스피어,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프리드리히 폰 실러, 안톤 체호프, 귄터 그라스... 세계 역사에 길이남을 대작가들이다. 그들은 작가이기에 작품으로 얘기하고, 독자들은 그들의 작품을 보며 그들의 모습을 그려보고 그들의 생각을 판단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여기 우연한 기회에 한 작가의 초상화를 얻게 된 문학평론가가 있다. 그 초상화의 주인공은 브레히트였다. 이후 그는 평생 작가의 초상화를 수집하게 된다. 참고로, 그 문학평론가는 독일 사람이기에 거의 독일 작가의 초상화를 모았다. 


책을 보니 대다수가 문학 작가이지만, 리하르트 바그너나 구스타프 말러 처럼 작곡가도 있다. 새삼스래 작가(作家)라는 것이 비단 문학 작품 뿐만 아니라, 사진이나 그림, 조각과 음악까지 예술품을 창작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작가하면 writer나 author을 생각하지만, 이는 문제가 많은 개념이고 artist라고 하는 게 올바른 것일 게다. 


독일 최고의 문학평론가가 말하는 작가들의 삶과 문학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심이 어떠한가. 진지하고 유쾌하고 솔직하다. 후회는 없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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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백인천 프로젝트, 안병직, 위안부, 일본군 위안소 관리인의 일기, 작가, 작가의 얼굴, 정재승, 책으로 책하다, 초상화, 한국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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