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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볼 때마다 아내가 "고마워!"를 연발한 책 <썅년의 미학> [서평] 아내가 고맙다고 말할 때가 있다. '결혼해줘서' 고맙고, 돈 벌어 오느라고 '고생해줘서' 고맙고, 집안일을 '도와줘서' 고맙고...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으쓱하지만 한편으로 쓰윽 내려가는 무언가가 있다. 사실 난 잘 난 게 없는데, 인간 대 인간으로 나보단 아내가 훨씬 능력이 뛰어난대... 하는 자격지심 비슷한 것들. 아내가 요즘 가장 고마워할 때가 있다. 그런 내 생각을 전할 때,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고 한다. 난 '한국의 전형적인 남자'처럼 자존심 쎄고 능력 있어 보이려 하지 않는다. 아니, 못한다. 굉장히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기 때문인데, 가끔 그런 모습이 요즘의 남자와 여자 또는 여자와 남자 사이의 조류와 맞게 보이는 듯하다. 그렇지만, 그런 나조차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 깊숙이 받.. 더보기
아픔과 슬픔의 설원... 그럼에도 희망의 작은 불씨 <윈드 리버> [리뷰] 2015년 , 2016년 로 칸을 사로잡으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린 테일리 쉐리던. 그는 이 두 편의 웰메이드 영화 각본을 책임졌다. 아무래도 영화 스텝 중에선 연출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클 텐데, 각본이 각광받는 영화가 종종 있다. 이야기가 주는 힘이 어마어마한 경우가 그렇다. 테일리 쉐리던이 다시 1년 만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영화로 찾아왔다. 이번엔 각본에 더해 연출까지 책임진 다.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윈드 리버'라는 곳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꾸려지는데, 그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이거니와 끝없는 설원이 펼쳐져 있다. 8월까지 눈이 내려 쌓인다. 아무래도 사건이 단순히 사건으로 끝나지 않을 것임이 분명할듯, 상징과 비유가 보는 이의 머리와 가슴을 뒤흔들고 후벼팔 것이다... 더보기
천재 시인 이상의 정체, 'B급' 건축가? <경성의 건축가들> [서평]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현재와 과거가 멋지게 어우러진 건축물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수원 화성'이다. 정조의 효성과 개혁 의지가 담긴, 생활 공간으로서의 읍성과 전쟁 대비 공간으로서의 산성 복합 도시이기도 한 화성은, 전통이라는 단단한 지반 위에 서양의 도시 개념을 얹힌 완벽함을 자랑한다. 서울 한양도성의 '사대문'은 또 다른 완벽함을 지녔다. 조선 건국 당시 인의예지의 유교 이념을 고스란히 입혔다.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이 그것인데, 새로운 시대를 대표하고 보호할 자신감이 엿보인다. 거기엔 어떤 의심도 없고 어떤 반감도 없다. 어떤 혼란도 없을 시대 가치의 구현이겠다. 수원 화성과 서울 사대문이 이처럼 나름의 완벽함을 자랑하는 건, 시대의 굳건함과 건축주 또는 건축가.. 더보기
가족이란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 <라우더 댄 밤즈> [리뷰] 투철한 종군 사진 작가 이자벨, 그녀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지 3년이다. 남편 진은 그녀의 3주기에 맞춰 기념 전시를 열기로 한다. 어린 나이에 교수가 되어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낳은 큰아들 조나가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 진과 작은 아들 콘래드가 함께 사는 집, 어색하기 짝이 없다. 어색하기보다 서먹하고, 서먹하기보다 반목이 존재한다. 이자벨이 죽기 전에도 그랬을까, 이자벨이 죽고 나서일까. 한편, 이자벨의 동료였던 리차드는 이자벨에 대한 기사를 쓰면서 죽음의 비밀을 밝히겠다고 말한다. 그게 도리에 맞거니와 이자벨도 그걸 원했을 거라면서. 조나는 알고 있지만 콘래드는 아직 모르는 그 비밀을, 진은 말하고자 하고 조나는 안 된다고 못을 박는다. 그 와중에 조나는 엄마에 대한 진짜 비.. 더보기
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하다 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을 때도 있고, 필요할 때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죠. 아마 필요한 걸 아는데 일부러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결론은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했다는 것이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서로 많은 걸 이해하고 많은 걸 배려한다지만 이럴 때는 그러기 힘들 거예요. 서로 마음이 아파요. 곁에 있어주지 못한 거에 대해서, 왜 곁에 있어주지 못했냐에 대해서.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뼈에 사무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았죠. 정말 나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 여자친구는 참으로 당당하고 강해요. 하지만 그만큼 여리고 약하죠. 그런 여자분이 많죠? 그런 아이인데, 언젠가 고시원.. 더보기
<당신의 말> 엄청난 말의 홍수속, 진짜 어려운 건 '말하기' [서평] 스마트폰 시대에 역설적이게도 글쓰기 열풍이 불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적인 활동이 왜 필요한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그건 말 그대로 '필요성' 때문인 것 같다. 시대가 점점 최첨단으로 갈수록 인간이 직접 해야 할 일은 줄어든다. 예를 들어 모르는 게 있으면 굳이 머리 아프게 생각할 필요 없이 스마트폰을 이용하면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상에는 인간이 직접 자신의 손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학교나 기업 등에서는 오히려 평균적으로 가장 떨어지는 능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통해 글쓰기 능력을, 면접을 통해 말하기와 듣기 능력을, 적성 검사 등을 통해 읽기 능력을 평가한다. 그렇지만 이 능력들은 공부하거나 일을 할 때 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하다... 더보기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연애만이 아닌 관계의 교과서 [지나간 책 다시읽기] 사랑은 참 힘들다. 사랑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부터, 나의 사랑이 진짜 사랑인지, 너는 나를 사랑하는 게 맞는 건지, 행복하지 않은 사랑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그럼에도 왜 사랑 없이는 살 수 없을 것만 같은지, 왜 웃음보다 울음이 기쁨보다 슬픔이 자주 찾아오는지... 사랑은 참 어렵다.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야 라고 누가 가르쳐준다고 해도, 그 이론은 단 한 사람한테 해당할 것이 분명하다. 사람들 한 명 한 명이 고유한 만큼 그들이 하는 사랑도 모두 다 다르다. 그래서 사랑에 대한 상담을 할 수 있겠지만 완벽한 정답은 없다. 사랑은 참으로 힘들고 어렵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사랑이 나를 버릴 때 나는 기꺼이 삶을 버릴.. 더보기
<디태치먼트> 견뎌내기 어려운 우울함이 영혼을 잠식하는 그곳... [리뷰] 미국에서 2011년에 개봉해 이미 3년이나 지난 작품이자 청소년들의 청소년들에 의한 청소년들을 위한 영화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작품이지만, 시기에 상관없이 통용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고 청소년보다 어른들이 보아야 할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는 . 우리나라 말로 '무심함' '거리를 둠'을 뜻한다. 현실과 흡사한 영화 속 모습 헨리(애드리안 브로드 분)는 뉴욕 외곽에 위치한 한 학교의 대리 교사로 부임하게 된다. 알고 보니 그 이유가 그 구역에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학교 때문이었다. 그 학교는 소위 문제아들의 집합소였고, 그 문제아들의 상태는 상상을 초월하는 그것이었다. 단적인 예로, 어떤 학생이 선생님한테 협박을 하는데 흑인 갱단을 불러서 처참하게 강간 해주겠다는 내용이었..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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