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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

1960년대 미국의 빙퉁그러진 자화상을 그린 식상한 웰메이드 [신작 영화 리뷰]   1960년대 미국, 정치부 기자 출신 셀린과 간호사 출신 앨리스는 회계사 남편과 약사 남편을 두고 동갑내기 아들 맥스와 테오를 키우고 있다. 그들 가족은 울타리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지간으로 각별히 가깝게 지내고 있다. 와중에 앨리스는 다시 정치부 기자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일이 터진다.셀린이 집안일을 하고 있던 사이 맥스가 지붕에 올랐다가 떨어져 죽고만 것이다. 사고 전 맥스의 마지막을 본 유일한 이는 다음 아닌 앨리스였다. 사고의 충격으로 셀린은 큰 충격에 빠지고 앨리스를 멀리 했다가 한 달여 후 정신을 차린 듯 돌아온다. 하지만 테오가 땅콩버터 쿠키를 먹어 알레르기 반응으로 죽었다 살아나고 앨리스의 시어머니가 약을 제때 먹지 않아 심장마비로 죽는 등의 일이 .. 더보기
미궁 속으로 빠져 버린 '탄저균 테러 사건'의 전말 <탄저균의 습격>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11년 9월 11일, 세계의 중심이자 미국의 중심 뉴욕 한복판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항공기 테러로 무너진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영화라고 해도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 연출된 것인데, 절대적인 세계 최대강대국 미국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11년 10월 4일 세상을 뒤흔들 만한 테러가 일어난다.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아메리칸 미디어 건물에서 근무하던 밥 스티븐스가 탄저균에 노출되어 사망하고 만 것이다. 미국에서 25년 만에 탄저병으로 사망한 첫 번째 사례라고 했다. 조사 결과 그는 며칠 전 사무실로 온 정체불명의 소포를 열어봤다고 한다. 하지만 당국은 테러 '사건'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 더보기
산전수전 다 겪은 소시민이 해내야만 했던 뜻밖의 일 <수리남>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윤종빈 감독, 가장 좋아하고 신뢰가 가는 한국 감독이다. 그의 데뷔작 (2005)부터 (2008), (2012), (2014), (2018)까지 빠짐없이 챙겨 봤거니와 그중에서도 는 개인적으로 한국 영화 베스트 1에 뽑는다. 첫인상이 이보다 좋을 순 없었을 테다. 그의 곁엔 (거의) 언제나 하정우가 함께했다. 을 제외한 부터 까지 네 작품을 연달아 함께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윤종빈 감독은 하정우가 주연을 맡았던 에 각본으로 참여했고 에는 제작으로 참여한 바 있다. 중앙대학교 선후배 사이이자 절친 사이로, 윤종빈 감독이 신혼여행을 갔을 때 하정우가 따라 갔다는 후문도 있을 정도다. 영화적으로는 둘도 없는 페르소나가 아닐까 싶다. 그런 그들이 이후 8년 만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더보기
자식을 위해 무슨 일까지 할 수 있습니까? <내 딸의 살인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1982년 7월 10일 이른 아침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남단 린다우, 신고를 받고 갔지만 15세 어린 소녀 칼링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신고자는 그녀의 양부인 의사 디터 크롬바흐였다. 칼링카는 사후경직이 이미 진행되고 있었는데, 팔에 칼슘 주사가 꽂힌 흔적이 있었다. 칼링카가 일사병에 걸린 것 같아서 크롬바흐가 도움이 될까 봐 주사한 것이었다. 자못 수상했다. 칼링카의 모친 다니엘 고냉은 프랑스 페슈뷔스크에 살고 있는 전남편이자 칼링카의 친부 앙드레 밤베르스키에게 전화를 걸어 칼링카가 일사병으로 죽고 말았다고 전했다. 앙드레는 곧바로 린다우로 달려갔다. 칼링카를 보내 주고 전 부인 집으로 갔는데 칼링카가 죽던 날 그녀에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는다. 더구나 린다우는 그.. 더보기
제2차 세계대전 향방을 결정 짓는 작전의 막전막후 <민스미트 작전> [신작 영화 리뷰] 제2차 세계대전이 현대 인류의 많은 걸 뒤바꿔 버린 만큼 여전히 우리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해마다 거르지 않고 나오는 영화로도 그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제2차 대전을 다룬 영화는 그동안 수없이 많이 나온 바, 이제는 조금씩 추세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무슨 말인고 하면, 전투 현장에서 직접 몸으로 부딛히는 이야기가 아닌 현장 밖에서 또는 현장을 둘러싸고 이뤄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가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를 테면 최악의 오폭 비극을 다룬 , 뮌헨 회담의 막전막후를 다룬 , 제2차 대전의 잊혀진 전투인 '스헬더강 전투'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 제2차 대전 아닌 제1차 대전 당시 수많은 이들을 구하기 위해 죽음의 여정을 떠난 졸병의 이야기를 다룬 등이 대표적이다. 모.. 더보기
온갖 낯섦과 함께, 양극단에서 줄타기 하는 짜릿함을 만끽하다 <용의자의 야간열차> [서평] 언젠가 새벽에 기차를 타게 된 적이 있다. 자정은 넘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 대전 인근에서 서울로 가는 기차였으니 한 새벽에 도착했었으리라. 몇 년이나 지난 그때의 길지 않은 야간 여정이 아직도 생각나는 이유는 분위기 때문이다. 객실을 통째로 빌린듯 듬성듬성 보이는 사람들, 어둠 뿐인 밖에는 종종 여린 빛만 보이고, 그렇게 언제고 그 시간 그 자리에 있고 싶었다. 뇌리에 남아 있는 또 하나의 기차 여정은 중국에서 장장 10시간 동안 탔던 침대 기차 여정이다. 창춘에서 베이징까지 갈 때 이용했는데, 기본적으로 앉아 있는 대신 누워가는 거였다. 밖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수많은 사람들만 보였다. 언제고 내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불안감, 언제쯤 목적지에 도착하려나 하는 끝없는 기다림, 지루함과 몽롱..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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