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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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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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가 뽑은 2013년 최고의 책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2013. 12. 26.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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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제목으로 시작은 했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올해 블로그를 생전 처음해보는 거라, 이런 연말 행사(?)에 익숙하지 않을 뿐더러, 감히 출판사들의 1년 간 결실을 평가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명색이 책에 관련된 블로그인 만큼 안 할 수가 없더군요. 개인적으로도 1년의 독서와 서평 이력을 다시 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요. 재미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훗날 제가 막강한 영향력(?)을 휘두를 때 유심히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런 날이 올지는 미지수이지만요. 


사실 저는 독서편력이 심한 편에 속합니다. 자기계발서나 경제경영서는 거의 접하지 않고요. 소설 같은 경우는 고전만 주로 봅니다. 반면 제가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역사, 인문, 과학, 사회 파트는 두루두루 접하는 편입니다. 이같은 면을 미리 알고 목록을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작년의 경우 '멘토', '힐링', '웹툰', '스크린셀러', '고전' 등의 키워드 들을 중심으로 한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힐링'이 최대의 화두였죠. 아마도 2008년 또 다시 닥쳐온 금융 위기와 더불어 각종 문제로 시끄러웠던 이명박 정부 때문일 것입니다. 기댈 수 있는 곳이 없었죠. 

(참고: 오마이뉴스 기사 '2012년 한 해, 우리가 사랑한 책들은?)


반면 올해는 어땠을까요? 제가 느낀 바로는 '인문', '정치', '문학', '인물' 분야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습니다. (따로 분석과 정리를 해두지 않아 자세하게 알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생각나는 키워드를 나열해 보자면 '강신주', '정글만리, '하루키', '미생' 등이네요. 물론 이는 베스트셀러 중에서도 많이 회자된 것들입니다. 저는 이 중에 그나마 '미생'이 많이 생각나네요. 그리 좋지 않은 의미에서 '하루키'가 생각나기도 하고요. 


자, 이제 '책으로 책하다'가 뽑은 2013년 최고의 책을 공개할 때가 되었네요. (정확히는 제가 2013년에 읽은 2013년도 출간 책들 중에서 뽑은 책들입니다. 엄밀히 말해 상당히 소규모적이고 편협한 목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딱히 어떤 코멘트를 달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제가 서평을 쓴 책이 많기에 서평을 링크시켜 놓겠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해당 책의 소개 페이지를 링크시켜 놓고요. 


그래도 100편이 넘는 책들 중에서 10:1이 넘는 경쟁률을 뚫고 나름 엄선된 책들이니만큼, 어디 가서 꿀리진 않을 거라 생각됩니다. 실제로 이 책들 중에서 각종 언론사의 책추천 목록과 출판 관련 상 목록에 올라가 있는 작품들이 몇몇 됩니다. 


그럼 한 번 소개 해보겠습니다. 개인적으로 <1960년을 묻다>와 <책의 정신>을 공동 우승자로 뽑고 싶습니다. 공교롭게도 <1960년을 묻다>는 2013년을 여는 작품이었고, <책의 정신>은 2013년을 닫는 작품입니다. 






<1960년을 묻다>-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 


권보드래·천정환 지음, 천년의상상 펴냄, 정치 파트


(서평: 새로운 세상을 위해... '60년대'를 주목하라)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석영중 지음, 예담 펴냄, 인문 파트


(서평: 음식이 러시아 대문호의 삶을 지배했다?)





<카오스>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 옮김, 김상욱 감수, 동아시아 펴냄, 과학 파트


(서평: 너무 흔한 말 카오스, 제대로 알고 있나요?)






<공룡 이후>-신생대 6500만 년, 포우류 진화의 역사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김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펴냄, 과학 파트


(서평: 불확실성의 미래, 인간도 사라질 수 있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


이정철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역사 파트


(서평: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입니다, 그 밖의 일들은...)





<거리로 나온 넷우익>-그들은 어떻게 행동하는 보수가 되었는가


야스다 고이치 지음, 김현욱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 사회 파트


(서평: '한국의 재특회' 일베, 그들도 우리의 이웃이다?)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한국 현대문학사의 해체와 재구성


신형기 외 10인 지음, 푸른역사 펴냄, 인문 파트


(서평: 팬픽도 문학사에 넣을 수 있다는 이유 들어볼까요?)






<프라하의 묘지>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열린책들 펴냄, 소설 파트


(서평: 음모가 난무하는 시대를 살아가는 법을 알려 드립니다)





<위대한 바다>-지중해 2만년의 문명사


데이비드 아불라피아 지음, 이순호 옮김, 책과함께 펴냄, 역사 파트


(책소개: 알라딘 서점 '위대한 바다')





<적군파>-내부 폭력의 사회심리학


퍼트리샤 스테인호프 지음, 임정은 옮김, 교양인 펴냄, 사회 파트


(서평: 그 자리에 당신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가와이이 제국 일본>-세계를 재패한 일본 '귀요미' 미학의 이데올로기


요모타 이누히코 지음, 장영권 옮김, 펜타그램 펴냄, 인문 파트


(서평: 문화 블랙홀 '가와이이'의 모든 것)





<책의 정신>-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알마 펴냄, 인문 파트


(서평: 알라딘 서점 '책의 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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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ingenv
1960년을 묻다, 2013년, 가와이이 제국 일본, 거리로 나온 넷우익, 공룡 이후, 과학기술과 제국주의, 러시아 문학의 맛있는 코드,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책으로 책하다, 책의 정신, 카오스
  • BlogIcon 제갈광명
    2013.12.26 08:08 신고

    관심가지고 몇권 읽어봐야겠네요 ㅋ 잘 정리해주셨어요 영향력 가지실겁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0 신고

      헛 감사합니다 ㅋㅋ
      책으로 세상을 바꿀 날을 고대해봅니다!

  • BlogIcon 이슈스타
    2013.12.26 08:17 신고

    추천해주신 책 참고해서 꼭 읽어봐야 겠네요~즐거운 하루 되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0 신고

      감사합니다~ 좋은 책들이예요ㅋ

  • BlogIcon 노지
    2013.12.26 08:34 신고

    정말 다양한 분야의 많은 책을 읽으시는군요 ㅎㅎ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1 신고

      그래도 말씀드렸다시피 편식이 심한 편입니다ㅋ

  • BlogIcon 귀여운걸
    2013.12.26 08:41 신고

    와~ 최고의 책이 선정되었군요ㅎㅎ
    주옥같은 작품을 정말 잘 뽑아주신듯!
    덕분에 읽은 책도 꽤 있는데요.. 나머지도 모두 꼭 읽어봐야겠어요^^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2 신고

      좋은 책들은 계속해서 나오지요~
      그런데 저 책 중에도 재판되어 나온 것이 있듯이,
      오래된 좋은 책들이 꾸준히 읽히는 편이죠~

  • BlogIcon 포장지기
    2013.12.26 09:01 신고

    포스팅에서 본 낯익은 책들이 더러 보이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이어가시기를..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2 신고

      아무래도 읽은 책은 거의 포스팅을 하는 편인지라 ㅋㅋ

  • BlogIcon 티코햄
    2013.12.26 13:49

    좋은 책들 소개 감사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2 신고

      감사합니다~

  • BlogIcon mindman
    2013.12.26 19:08 신고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낼름 트랙백 챙겨가야지!~~ ^.^

    좋은 날, 아름다운 저녁 되세요!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2 신고

      트랙백까지 해주시다니 ㅋ
      감사합니다!

  • BlogIcon 제철찾아삼만리
    2013.12.26 19:18 신고

    서평까지 다 꼼꼼이 읽어보고싶어지네요ㅎㅎ 챙겨서 읽구갈께요~~
    ...소개한 책들 서평 꼼꼼이 다 읽었슴돠~~ 좀더 일찍 못만난것이 안타깝게 느껴졌어요ㅎㅎ 잘읽고 갑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3 신고

      앗! 서평까지ㅠㅠ
      워낙 길고 지루하게 써서 읽기가 불편하셨을 줄 압니다ㅠ

  • BlogIcon 미미르의 샘
    2013.12.26 21:21 신고

    프라하의 묘지 말고는 읽어본 책이 없네요 ^^;;;
    내년에는 더 두루두루 책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한 해 동안 좋은 서평 잘보고 갑니다 >_<감사합니다~

    • BlogIcon singenv
      2013.12.26 21:54 신고

      움베르토 에코를 읽어셨다면 오케이!
      보시면 아시겠지만, 프라하의 묘지가 유일한 소설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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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입니다, 그 밖의 일들은...

신작 열전/신작 도서 2013. 4. 28.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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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19대 국회의 민생 무시 파행이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부동산 거래 취득세 감면 연장 법안은 결국 2월 임시 국회의 본회의에서 통과되지 못했고, 영유아보육법, 고등교육법 개정안, 특수교육법 개정안, 청년고용특별법 등 서민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민생 법안이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중 한 가지만이라도 통과가 되어 제대로 시행이 된다면 많은 서민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 법안들이 절대 통과시킬 수 없는 악독한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왜 그러는 걸까.

그들은 즉, 여와 야는 서로만을 탓하며 위 법안들을 거들떠보지 않는 다는 것이다. 정치가의 본질이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에만 있는 것처럼, '나라를 다스리고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는 활동'은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18대 대통령 대선에서는 유독 '민생'이라는 말이 많이 나왔다. 그만큼 민생이 중요해졌고 어려워졌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민생이란 무엇인가? 민생은 '일반 국민의 생활 및 생계'를 말한다. 민생정치, 인생법안, 민생경제 등의 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착 그 본 모습은 찾을 수 없는 작금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표지 ⓒ 역사비평사

마냥 안타깝게만 여기고 있을 시간은 없다. 배워야 한다. 민생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민생을 위한 정치를 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그들은 어떤 정치를 행했는지. 현재에서 찾을 수 없다면 과거로 돌아가서 보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다. 이에 적합한 책이 있다.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역사비평사)이다. 부제인 '조선을 움직인 4인의 경세가들'에서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듯이, 이 책은 조선의 개혁이라는 주제 하에서 '대동법'을 공통분모로 조선 중기의 험한 시대를 살아간 4인의 경세가들을 그려냈다. 그들은 율곡 이이, 오리 이원익, 포저 조익, 잠곡 김육이다.

율곡 이이를 다시 봐야하는 이유

저자는 이들을 경세가라고 표현한다. 경세가는 '세상을 다스려 나가는 사람'을 뜻하는데, 정치학에서 말하는 지도자의 유형 중 정략가와는 반대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민족과 국가의 진정한 이익을 도모한다. 정략가는 민족과 국가보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국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들을 보나니, 아무래도 경세가보다는 정략가에 가깝지 않은지... 세상을 다스리려는 이들 4인의 '생각'을 읽고, '실천'의 방법을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들 4인은 공통점이 많다. 언급한 대동법 시행을 비롯한 민생에 기반을 둔 개혁, 성리학 이념의 대국적인 실천을 위해 민생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개인적인 실천을 위해 청백리로 살았다. 이들 4인은 모두 조선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인물들이지만 율곡 이이를 제외하고서는 생소한 면이 없지 않다. 

저자는 이이를 두고 탁월했지만 이해되지 못한 경세가라 표현하며, '올바른 제도의 목적을 안민에 둔 경세가로서 개혁의 좌표(구체적으로는 대동법이라 할 수 있겠다)'를 설정했다고 말한다. 그를 두고 조선 후기 정치 주류인 서인의 시조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임진왜란 당시 10만 양병설을 주장한 병조 판서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또는 9번의 과거에 장원 급제한 천재 정도로만 폄하하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두고 그를 기려야 할 이유가 못 된다며 그의 포지션을 정치가 내지 경세가로 두고 있다. 

그렇다면 그를 기릴 수 있는 치적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그 가장 큰 의의와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민생 개혁의 기반은 한 가지로 귀결될 수 있을 것이다. 방법론의 재발견이라 칭할 수 있겠다. 이이의 스승이었지만 다른 길을 걸었던 이황이 제시한 '올바른 사람에 의한 올바른 정치'가 제대로 실행되지 않았던 것이다. 여러 모순과 폐단의 변통을 주장하며 기존의 올바르지 못하다고 생각한 정치 세력을 일소하고 그 자리에 올바른 사람을 앉혔음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모순과 폐단을 보고 이이는 생각했다. 문제는 어떤 사람이 정치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떤 방법으로 정치를 하느냐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며 그 올바른 방법으로 경장론을 제시한다. 이이 생존 당시 국가와 백성 모두가 쇠진하고 힘이 든 상태이기에 시대에 맞게끔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었다. 책상 앞에 앉아서 열심히 공부하고 덕을 쌓으면 자연스레 국가가 잘 다스려질 거라고 생각하는 선비들의 모습이 자연스레 희석되고, 현실 정치에 당당히 발을 딛고 선 이의 모습이 보인다. 결국 이이의 노력은 당대에는 실패하고 말았지만 후세에 이어받아 조선을 이끌어 나가는 대표적인 원칙으로 남는다. 이것이 바로 율곡 이이를 기려야 하는 이유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작금의 정치는 어떠한지? 이이가 설파한 방법론을 거의 찾아볼 수 없지 않은지? 정치가 이전에 지식인이기도 했던 이이가 현실 정치에 당당히 발을 디딘 것과는 다르게, 지금의 정치인들은 어떤가? 지식인의 이론과 정치인의 현실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묻고 싶다. 너무 현실에 치우쳐 있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는 뜻이다. 

500년 전 민생법안 '대동법'

지식인인 동시에 정치인으로, 이론과 현실을 조화롭게 추구한 성리학의 대가이자 대동법을 적극 지지한 인물로 저자가 소개한 4인 중 한명인 포저 조익을 들 수 있다. 저자는 그는 성리학의 대가로서만 많이 알려져 있지만, 거기에 그치지 않고 대동법 시행에 앞장선 민생 경세가이기도 했다고 말한다. 누구보다 풍부한 성리학 지식, 즉 조선 시대 지식의 중추를 꾀고 있으면서 이를 바탕으로 현실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었다. 당시의 너무나도 가난한 민중의 생활을 보고 현실을 느꼈을 것이다. 이들 4인이 활동했던 16~17세기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등의 외부 침략과 인조반정, 이괄의 난 등의 내부 다툼 등이 끊이지 않고 일어났었다. 그 험난한 시기에 무엇보다 민생을 걱정한 이들이기에, 지금 우리에게 특별히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익은 특히 대동법을 반대하는 세력과도 유순한 관계를 유지하며 오히려 그들을 잘 설득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원익을 헌신적 관리의 아이콘으로, 조익을 조화로운 학자의 아이콘으로 풀고 나가며 김육에 이르러 그를 좋은 정치가의 전형으로 포지셔닝시킨다. 실질적으로 민생을 생각한 4인의 경세가 중 김육을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제로도 그는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민생법안인 '대동법'을 완성시킨 인물이다. 이이부터 시작해 100여년이 걸린 대동법 시행의 대장정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대동법은 지방특산물 대신 쌀로 세금을 거둬들이게 하는 법으로, 농민의 부담을 상당히 줄일 수 있었지만 국가에게 부담이 가는 우려도 제기되곤 하였다. 오늘날의 복지에 대한 논란과 하등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국가가 없이는 국민이 있을 수 없지만, 마찬가지로 국민이 없으면 국가 또한 존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이 땅위의 400~500년 전 왕국에서도 국민에 대한 복지를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자랑스러워진다. 여하튼 이를 위해서는 조화로운 운영이 필요해 보이는데, 김육은 대동법 자체가 조화롭게 백성을 구제하면서도 국가 재정확보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였다. 극심한 흉년이 지속되던 당시를 생각하면 쌀을 조세로 납부하게 한 대동법 시행은 충분히 그 실효성이 있어 보였다. 

결국은 후에 여러 가지 기존의 폐단을 일소하지 못하고 폐지되고 마는 대동법이었지만, 민생을 생각하며 꾸준히 매진한 이들의 모습은 믿음직하다. 김육은 얼핏 막무가내로 반대파의 의견을 묵살하며 민생을 위한 개혁 밖에 보지 못한, 개혁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몰상식한 급진적 인물로 그려질 수도 있겠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그는 대동법을 반대하는 반대파와는 반대되는 사상과 이념을 가지고 있었지만 민생이 우선이었다. 민생을 위한 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자신의 사상과 이념의 잣대를 버리고 뽑았다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우리가 생각하고 생각해야하는 정치인의 진정한 모습이란 이런 게 아닌지.

오직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이다

민생법안을 두고 서로의 탓을 하는 작금의 사태를 보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조선의 4인 경세가들은 민생을 자신의 '옆'에 끼고 맞서 싸웠다고 할 수 있다. 그들의 적은 자신의 적이 아닌 민생의 적이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떠랴? 그들의 적은 그들 자신의 적일 것이다. 민생법안을 '앞'에 두고 '서로' 싸우니, 과연 민생은 누구를 의지해야 하는지. 이들이라도 권력쟁투를 안했겠느냐마는, 밀려나면 죽거나 귀양을 가는 피 말리는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민생을 생각하며 투쟁한 4인의 경세가들이 새삼 다시 그려진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으니만큼 말로만 민생을 위한 정치, 민생을 위한 법안, 민생을 위한 정책을 울부짖는 게 아닌 실천하고 행동하고 보여주는 그런 정부가 되길 바란다. 그 어느때보다도 흑과 백을 나누는 정치적 이념과 사상을 배제하고, 민생을 위한 직무에 적합한 인물을 뽑고 법안을 만들고 정책을 실행해야 할 때이다.

오리 이원익에 대한 말을 아꼈는데, 그의 이 한마디로 대신해보고자 한다. 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의 일부이다. 

"오직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입니다. 조정은 이 점을 절실하고 급박한 임무로 삼아야 합니다. 그 밖의 일들은 모두 부수적인 일일 뿐입니다."

중국 오경(五經) 중 하나인 <서경> 하서(夏書) 오자지가(五子之歌) 편을 펴들고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민유방본(民惟邦本) 본고방녕(本固邦寧)'-
'오직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이다. 근본이 튼튼해야 나라가 안녕(편안)하다.'



"오마이뉴스" 2013.3.6일자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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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 오리 이원익, 율곡 이이, 잠곡 김육, 책으로 책하다, 포저 조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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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책하다

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singenv@naver.com Since 2013.4.16 https://linktr.ee/singe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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