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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대문호 체홉이 들여다본 '아내'의 사랑과 욕망 <체홉, 여자를 읽다.> [공연 리뷰] 러시아가 낳은 대문호 '안톤 체홉'(본래 '체호프'라 읽어야 하지만, 이 리뷰에서는 '체홉'이라 읽겠다), 소설과 희곡 가릴 것 없이 900편을 남겼다. 그의 영향력은 러시아를 넘어 서는데, 그를 일컬어 '현대 단편소설의 완성자' '현대 희곡의 선구자'라고 하는 이유다. 체홉은 삶의 단면을 칼로 잘라 보여주는 듯한 인상의 작품을 많이 남겼다. 개중엔 진지한 것도 많았지만 유머러스한 것들도 제법 있었다. 주지한 것처럼 900편에 이르는 글이 모두 발표된 건 아니었을 테다. 많은 작가들이 그러하는 것처럼 미발표 글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당했을 테다. 그의 사후 100년이 훌쩍 지났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들은 수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단편소설의 거장이지만, 희곡에서는 셰익스피어와 쌍벽을 아니 오.. 더보기
원조교제격 '로맨스' 아닌 '성장'의 청춘물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리뷰] 17세 여고생 육상부 에이스 타치바나 아키라(코마츠 나나 분)는 아킬레스건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다. 더 이상 달리지 못하게 된 그녀는 육상부를 나와 우울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다가 재활훈련을 하는 대신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알바를 시작한다. 타치바나가 알바를 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점장 곤도 마사미(오오이즈미 요 분)는 45세의 애 딸린 이혼남이다. 한때 소설가를 꿈꾸는 문청이었지만, 꿈을 이루지 못하고 현실을 사는 흔한 중년이기도 하다. 그는 손님뿐만 아니라 직원들도 성실하고 악의 없는 태도로 대하지만, 직원들은 그를 중년 아저씨로 그저 '쓰레기' 취급하며 '냄새'가 난다고 멀리한다. 그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딱히 분개하거나 화를 내진 않고 그저 자기를 탓할 뿐이다. 그런 곤도 점장을 타치.. 더보기
권력, 사랑, 여성을 앞세운 요르고스 란티모스식 불편한 비틀기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리뷰] 18세기 영국,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 해야 하는지 화친해야 하는지를 두고 국정이 둘로 나뉘어 치열하게 대립 중이다. 절대권력 여왕 앤(올리비아 콜맨 분)은 죽 끓듯 하는 변덕을 내뿜을 뿐 국정에 이렇다할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조력자에게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다. 여왕의 조력자 사라(레이첼 와이즈 분)는 어릴 적 앤 여왕을 구해준 후 궁전에 들어와 여왕과 우정을 나누며 비선실세로 사실상 권력의 최정점에서 군림하고 있다. 그녀의 당면한 과제는, 프랑스와의 전쟁을 계속하여 사령관인 남편 말버러 공작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사라에게 친척이라며 몰락한 귀족 여인 애비게일(엠마 스톤 분)이 찾아온다. 궁전 하녀부터 시작하는 그녀, 사라 몰래 여왕의 통풍을 완화시켜줄 약초를 캐와 눈에 들고는 사라의 전.. 더보기
상실, 불안, 고독으로 점철된 삶에서 사랑으로 힘내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 [리뷰] 영화를 즐겨 보고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이야깃거리가 있는 영화는 리뷰를 써서 소개하고 기억에 남기려고 애쓰다 보면, 종종 나도 모르게 '군(群)'이 형성되는 걸 느낀다. 소설을 자주 접하다 보면 좋아하는 작가군이 형성되는 것처럼, 영화는 감독군이 형성된다. 믿고 보는 배우가 있듯이 믿고 보는 감독도 있을 텐데, 영화에서 배우에 비해 감독은 상대적으로 덜 드러나기에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그러다 보니 감독군이 형성될 때 말 그대로 '나도 모르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일본에서는 2017년에 개봉했지만 한국에는 이제야 상륙한, 그동안 제목과 포스터, 최소한의 스틸컷과 내용 등의 단편지엽적인 정보만으로 기대를 품고 있었던 (이하 '도쿄의 밤하늘')도 그중 하나다. 한국 개봉이 확정되고 찾아보기 .. 더보기
중요한 건, '누가 먼저'가 아닌 '사랑' 그 자체 <나의 EX>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류싼롄은 별거 후 죽은 남편 쑹청위안의 사망 보험금 수익자가 아들 쑹청시가 아닌 불륜남 제이라는 걸 알고는 아들과 함께 제이를 찾아간다. 하지만 얻은 건 없고 제이로부터 자신이 불륜남이 아니라 그쪽이야말로 불륜녀가 아니냐는 대답만 듣고 온다. 쑹청시는 허구헌 날 친구들과 싸우고는 심리 상담을 받곤 하는데 아빠와 엄마, 그리고 제이의 관계를 잘 아는 것 같다. 아빠가 엄마와 결혼해 자신을 낳았지만 결국 동성애자라는 걸 밝히고 제이한테 가서는 죽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는 엄마 아닌 제이의 집에서 기거하려 한다. 제이는 진심으로 사랑해 마지 않던 연인 쑹청위안의 죽음을 함께 했던 유일한 사람이다. 그로서는 알 길 없는 쑹청위안의 사망 보험금 얘기로 류싼롄과 쑹청시가 찾아오고 자신과.. 더보기
아담 샌들러의 코미디적 '똘끼'와 폴 토마스 앤더슨의 연출적 '똘끼'가 만나다 <펀치 드렁크 러브> [오래된 리뷰] 아는 사람은 아는 천재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 20대 때 장편 데뷔를 한 그는 두 번째 작품 로 영화계에 '파란과 평지풍파를 일으키며' '센세이션널' 하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 만드는 작품마다 족족 평단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 데뷔 20년 동안 채 10편도 되지 않는 작품을 내놓았는데, 전부라도 해도 좋을 만큼 상업, 대중과는 거리가 먼 친 영화제와 친 평단적이었다. 개 중에 그나마 힘을 빼고 만들었다는 '로맨틱 코미디'가 2002년작이자 네 번째 작품 이다. 그의 영화들에는 여러 의미로 강렬한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그의 획기적이고 천재적인 연출력에 가려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사실 그의 작품 주인공은 다른 누구도 아닌 감독 그 자신인 것이다. 는 어땠을까? '아담 샌들러'라고 하면 북.. 더보기
영화 내외부로 만족을 던지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명작 <엑스 마키나> [오래된 리뷰] 세계 최고의 검색엔진 블루북의 프로그래머 칼렙(돔놀 글리슨 분)은 사내 이벤트에 당첨되어 회장 네이든(오스카 아이작 분)의 사택에 초대된다. 네이든은 블루북의 창업자이자 천재 개발자로, 그의 사택은 장엄한 협곡과 첩첩산중을 자랑하는 대자연 속에 비밀스럽게 자리하고 있다. 칼렙은 일주일간 네이든의 사택에 머물면서 튜링 테스트를 실시하게 된다. 네이든이 만든 A.I. 에이바(알리시아 비칸데르 분)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에게 자의식이 있는지 판단해보는 것이다. 인간 칼렙과 A.I. 에이바의 대화는, 서로 인간이고 A.I.고를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들 간의 대화처럼 흐른다. 네이든의 말마따나 요즘 들어 자주 정전이 되는데, 급기야 에이바가 정전 시간을 이용해 칼렙에게 네이든을 믿지 말 .. 더보기
결국, 다시, 사랑이라고 말하는 러브 스토리 <먼 훗날 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2007년 춘절, 고향으로 귀향하는 기차 안에서 처음 만나 친구가 된 린젠칭(징보란 분)과 팡샤오샤오(저우둥위 분), 알고 보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그들은 베이징에서 함께 지내며 꿈을 키운다. 린젠칭은 게임 개발자의 꿈을 키우는 반면, 팡샤오샤오는 잘 나가는 베이징 남자와 결혼할 때까지는 그저 먹고 사는 데만 치중할 뿐이다. 린젠칭은 팡샤오샤오를 좋아한다. 팡도 린을 좋아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국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시작되는 다시 없을 열정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하지만 그들의 현실은 너무나도 팍팍하다. 언제 꿈을 이룰지 알 수 없지만, 꿈을 이루기 노력하는 한편 현실을 살아가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린. 팡은 그런 린을 응원하며 그저 먹고 살기 위해 ..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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