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썸네일형 리스트형 외부와 내부의 적, 무의미한 세상을 감당해야 했던 인간 이순신 <칼의 노래> [지나간 책 다시읽기] 김훈 작가의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위인 세 명을 뽑자면, 고구려의 광개토대왕과 조선의 세종대왕, 이순신을 뽑지 않을까 싶다. 광활한 만주 대륙을 정복하고, 길이 남을 한글을 창제하였으며, 백전 백승으로 나라를 지켰다. 이 세 위인은 드라마(태왕사신기, 뿌리깊은 나무)와 영화(명량)은 물론 소설(뿌리깊은 나무, 칼의 노래)로 잘 알려져 있다. 두 왕에겐 정치적 내홍이 없었다. 큰아버지 소수림왕이 국가의 틀을 완벽히 잡고 아버지 고국양왕이 잘 이은 와중에 뒷탈 없이 정복 전쟁에만 힘을 쏟은 광개토대왕, 아버지 태종이 대대적 숙청으로 완벽하게 왕권을 강화한 와중에 백성들을 위해 힘을 쏟은 세종대왕. 이러나 저러나 그들은 '왕'이었던 것이다. 반면, 이순신에게는 평생 정치적 내홍이.. 더보기 김훈 작가의 경탄스러운 글로 여러 세계와 삶을 경험하다 <남한산성> [지나간 책 다시읽기] 김훈 작가의 김훈 작가의 글은 우직하다. 밍기적 거리지 않고 직진한다. 그러면서도 주위를 살필 줄 아는데, 어느 글보다도 수려하게 대상을 그려낸다. 공수(攻守) 양면을 다 갖춘 작가라고 할까. 자연스럽게 그의 글은 따라하고 싶고 그의 숙고를 닮고 싶고 무엇보다 그의 글을 읽고 싶다. 그의 글을 읽기 전의 설렘은 글의 끝까지 함께 하고, 그의 글을 마치면서 찾아오는 여운은 아주 오래간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도 김훈을 로 시작했다. 20살 남짓의 어린 나이였으니 단번에 읽어내리지 못하고 자꾸만 서게 되는 그 소설을 완독하는 데 시간이 무척 오래걸렸을 건 자명한 일이다. 몇 번의 도전 끝에 2년여 만에 완독해냈던 게 기억난다. 한마디로 가늠해내기 힘든 소설이고 소설가이다. 이후 그의.. 더보기 <화장> 명백한 의도, 하지만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 [리뷰] 임권택 감독에게는 언제나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다닌다. 세계 영화사에서도 손꼽힐 만한 102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로 단성사 단관 서울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흥행에서 최고의 위치에 올랐으며, 으로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예술적으로도 최고의 영예를 얻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고 할까. 그렇지만 최근에는 조금 주춤하는 모습이 보인다. 특히 흥행 면에서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데, 어떤 작품이 100번째 작품인지 알지도 못하는 정도이다. 그의 100번째 영화는 이라고 하는데, 소리꾼 이야기로 13만 명의 흥행 성적을 남겼다. 거장의 작품을 단지 흥행 성적으로 재단하는 게 맞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상업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임권택 감독.. 더보기 <로드> 명백한 죽음의 길을 가며 기어코 살아가는 이유 [지나간 책 다시읽기] 코맥 매카시의 소설 세계 문학계의 주류인 미국 문학과 유럽 문학. 당초 두 문학은 그 뿌리가 같다. 하지만 필자가 읽었던 소설들에게서 느꼈던 바는 사뭇 다르다. 한 마디로 정의를 내릴 수는 없겠지만, 미국 문학은 간결한 가운데 유머가 있고 유럽 문학은 끈덕진 가운데 클래식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미국 문학은 날카로운 비판과 함께 조금은 밝은 분위기가 함께 한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유럽 문학은 묵직한 주제 위에서 조금은 어두운 분위기가 함께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묵직한 주제 위에서 지극히 어두운 분위기가 감도는 미국 문학은 어떤 느낌일까? 거기에 미국 문학의 특징인 간결한 문체가 함께 한다면? 미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명인..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