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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나의 스무 살'에 성적을 매겨 본다면 <성적표의 김민영> [신작 영화 리뷰] 수능 100일 전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고자 김민영과 유정희가 함께 쓰는 기숙사 방에 모여 자못 엄숙히 클럽 해체를 선언하는 비공식 삼행시 클럽의 세 멤버, 김민영과 최수산나 그리고 유정희. "이 선언문을 통해 우리의 삼행시 클럽 해체를 선언합니다. 지금 우리는 수능 백 일을 앞두고 학생과 자식으로서 본분을 다하기 위해 우리의 창작욕을 잠시 재워 두려 합니다." 민영은 대구대학교에 입학해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고 수산나는 하버드대학교에 입학해 미국에서 생활하고 있다. 반면 정희만은 청주에 그대로 남아 대학교에 입학하지 않고 테니스클럽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서로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삼행시 클럽 모임은 온라인으로 계속 가지고자 하는데 여의치 않다. 민영은 삼행시를 대충하는 것도 모자라.. 더보기
9년마다 나타나는 용의자... 누가, 어떻게, 왜? <문 섀도우>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공포, 스릴러, SF 장르에 두각을 나타내며 전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어 이름을 알린 감독 짐 미클, 그는 20대 후반에 비교적 성공적인 장편 데뷔에 성공해 꾸준히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그의 4편 작품 중 3편이나 개봉해 관객들에게 선보였을 정도로,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져 있다. 비록 개봉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만한 스코어였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최신작은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로 선보였다. 오리지널이면 영화, 드라마를 불문하고 장르에 천착하는 넷플릭스의 성향과 맞아떨어진 것일까 생각해본다. 한편으론, 오히려 연출뿐만 아니라 각본과 편집, 심지어 시각효과까지 도맡아 하는 짐 미클의 성향을 최대한 맞춰줄 수 있는 게 넷플릭스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더보기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 한 남자의 근원을 찾아 <행복도시> [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대만 미래의 어느 날, 중년의 장둥링은 어딘가로 향한다. 사람들이 둘러싼 가운데 두 중년 남녀가 자못 야하게 춤을 추고 있다. 장은 그중 남자에게 다가가 얼굴에 주먹을 지른다. 상대 여자는 다름 아닌 아내 위팡이다. 장은 쫓겨나 환락가로 향한다. 그곳에서 몰래 권충을 구입한다. 이제 복수의 시간이다. 현재 아내와 붙어 먹은 놈, 과거 아내와 붙어 먹은 놈을 제거하고자 한다. 아내는? 한편, 장은 딸아이도 만난다. 그녀는 버젓이 좋은 회사를 다니고, 결혼할 남자친구도 있으며, 가망없는 이 나라를 떠나려 한다. 특별할 것 없는 대화를 나누고 헤어지는 그들, 영영 헤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장은 환락가에서 젊은 유럽 여성도 만난다. 그녀가 그의 젊었을 적 아내 아닌 사랑했던 .. 더보기
도망치더라도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면... <무진기행> [한국 대표 소설 읽기] 주인공 윤회중은 서울의 복잡한 일을 피해 고향 '무진'을 찾는다. 배경 좋고 돈 많은 부인과 제약회사 사장인 장인, 그 회사에서 전무 승진을 위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귀찮고 복잡하고 마음에 맞지 않는 일을 피해서였다. 속물 근성이 판을 치는 속세를 떠나 잠시 머리를 식히러 왔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무진은 윤회중이 나이가 든 뒤로 몇 차례 찾았던 곳이다. 서울에서의 실패로부터 도망쳐야 할 때나 새출발이 필요할 때였다. 그렇지만 무진이라고 하면, 윤회중은 어둡던 청년 시절이 생각나곤 했다. 긴장이 풀리고 느슨해지지만 말이다. 여행으로 전근대와 근대의 대립을 느끼고 성장을 한다 누구나의 고향이 다 그럴까. 떠나온 지 얼마 되지 않는 나의 고향은 무진과 비슷하다. 30년 가까이 지낸 .. 더보기
<바람> 돌아가고 싶은 그때 그 학창시절 [오래된 리뷰] 20대 중반,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현재에 대한 불만이 겹쳐 우울증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어느 누구의 위로도 그 모든 감정들을 추스를 수는 없었다. 단지 현재로부터 도망가고 싶었다. 미래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니 과거로 도망치게 되었던 것 같다. 영화 에서 주인공이 갑갑하고 불편한 현실에서 도망쳐 과거로 천착하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치랄까. 지금은 20대 중반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당시에는 어떤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을까? 몇몇 시절들을 꼽아본다. 대학교 2학년 군대 가기 전, 고등학교 1학년 때, 중학교 3학년 때, 초등학교 6학년 때, 유치원 때. 그리고 우울증을 느꼈던 20대 중반의 그때. 이들 시절에는 어김없이 내 옆에 친구들이 있었다.. 더보기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물 흘러 가듯 거스를 수 없는 것'에 순응하는 위대함 [리뷰] 여배우는 어디서든 특별한 존재이다. 특별하게 취급을 받는다. 자신도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이들이 그녀를 우러러본다. 젊음과 아름다움의 특권을 가장 완벽하게 소화할 줄 안다. 남자 배우를 '남배우'라고 칭하지 않지만, 여자 배우는 '여배우'라고 칭하지 않는가? 젊고 예쁜 여배우에게 주연은 당연한 거다. 그녀에게 조연을 맡긴다는 건 한 물 갔다는 증표이다. 한 물 갔다는 건 나이가 들어서 아름다움이 퇴색되었다는 뜻이다. 예를 들자면, 지금 엄마, 시어머니, 할머니, 옆집 아줌마, 보모 등의 조연급으로 자주 얼굴을 비추는 중년 여배우 대부분이 소싯적에는 당대 최고의 여배우 타이틀을 갖고 있었다. 단지 나이에 밀려서 미모에 밀려서 스포트라이트를 넘긴 것이다. 사실 수많은 주연 여배우들은 나.. 더보기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현실과 이상, 당신은 어느 곳을 택할 것인가 [지나간 책 다시읽기]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2009년에 출간된 그의 저서 (예담)에서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남자, 여자, 침대, 술이라는 욕망의 4대 원소로 삶의 허망한 구조를 드러내온"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또한 프랑스 최고 권위의 일간지 에서는 홍상수 감독을 두고 '그는 현대의 연애와 성생활의 실태에 대한 씁쓸한 페시미즘의 초상을 명료하게 그리면서, 자기표현의 도구를 사상의 방법으로 변형시킬 줄 아는 예술가다'라는 극찬을 하기도 했다. 다소 어려운 말인데, 단적으로 말하자면 홍상수 감독은 현대인에 내재된 욕망을 에둘러 표현할 줄 아는 예술가라는 거다. 그리고 그 모습들이 숨기고 싶어하는 우리네 진실된 모습과 너무나 닮아있기에, 그의 영화를 보며 감탄하고 재밌어하면서도 마냥 즐길 수 만은 없다. .. 더보기
<미드나잇 인 파리> 환상적이고 재미있기만한 과거 여행? [오래된 리뷰] 이런 말을 자주하는 지인이 있다. “1930년대에 태어나고 싶다. 모던걸과 모던보이가 거리를 활보했던 그 낭만적인 시대에.” “조선 시대에 태어나고 싶다. 그때 태어났으면 뭐가 되어도 되었을 텐데.” “중세시대 유럽에서 태어나고 싶다. 산 속에서 세상 모르게 소박한 삶을 살 수 있을 텐데.” 끝없이 이어지는 과거 지향적 발언에 두 손 두 발 다 들곤 한다.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조금은 다른 의미로 나도 과거 지향적이니까.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편이다. 한국 역사 교육의 폐해인지는 몰라도, 연도나 인물 그리고 사건 등의 역점을 두고 있다. 그래서 몇 년도에 누가 어떤 사건을 일으켰거나 휘말렸는지 그 자체가 너무나 재미있고 흥미롭다. (물론 머리가 커짐에 따라, 그 의미를 해석하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