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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

잊힌 청소년기의 기억을 기록으로 되살린 이유 [영화 리뷰]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살면서 태반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많은 걸 다 기억하고 있다면 미쳐버릴 것이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만 하는 것들이 있고 또 이왕이면 기억했으면 하는 행복한 순간들도 있다. 나쁜 기억들도 당연히 태반이 기억에서 사라질 텐데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는 순간들도 있을 테다.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기록이다. 글, 사진, 영상 등으로 그 순간을 남기는 행위다.물론 기록을 남기는 게 항상 기억에 도움을 주진 않을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기억을 취사 선택하는 것처럼 기록은 그 자체로 이미 취사 선택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들을 떠올리게 도와줄 뿐 기록에 의존해 기록이 곧 기억인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될 테다. 기억은 조작'될' 가능성이 농후.. 더보기
"100m 10초에 네 인생이 달렸어" <스프린터> [신작 영화 리뷰] 100m 달리기 한국신기록을 두 번이나 갈아치운 바 있는 현수는 또래들이 거의 은퇴해 지도자 생활을 하고 있는데 반해, 무소속으로 혼자 국가대표 발탁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당당히 출전하지만, 10살 이상 차이 나는 젊은 피들에게 이기는 게 쉽지 않다. 예전엔 다 씹어먹었는데, 이제 진짜 그만 해야 하는 걸까? 타고난 재능으로 고3까지 고교 랭킹 1위를 지키고 있지만, 특별한 노력도 하지 않아 만년 유망주 타이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준서. 준서가 다니는 숭실고의 육상부 코치 지완은 육상부 폐지 조건으로 정규직 전환을 제안받고 고민에 빠진다. 그때 준서가 지완에게 다가오는 국가대표 선발전까지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볼 테니 코치해 달라고 한다. 누구나 인정.. 더보기
20여 년만에 찾아온 대만 청춘영화의 진정한 시작 <남색대문> [신작 영화 리뷰] 전 세계 영화계, 그중에서도 아시아를 한정해 보면 인도 그리고 한중일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할리우드를 넘어 세계 최고의 영화 산업 메카를 형성하고 있는 발리우드의 인도와 각각의 뚜렷한 색채로 나름의 영화 세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중일 말이다. 거목들 사이에서 그래도 두 나라는 빼먹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대만과 태국, 각각 청춘과 로맨스를 위시한 드라마 그리고 공포와 스릴러를 위시한 장르가 두각을 나타내 왔고 나타내고 있다. 태국도 태국이지만 대만 영화는 우리에게 알게 모르게 친숙하다. 허우샤오시엔, 차이밍량, 에드워드 양처럼 대만을 넘어 세계를 호령한 예술영화 감독들이 있(었)고 2000년대 들어 청춘과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가 주류를 이뤄 한국에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20년대인.. 더보기
3개월 시한부의 할머니를 위한 하얀 거짓말? <페어웰> [신작 영화 리뷰] 여기 독특한 삶의 이력을 가진 영화배우가 있다. '노라 럼'이라는 본명을 가진 아콰피나가 그녀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 거주하고 있지만, 서양 아닌 동양의 피가 흐른다. 중국계 미국인 아빠와 한국 사람 엄마를 뒀는데, 4살 때 엄마를 여의고 바쁜 아빠를 대신해 할머니 손에서 키워졌다. 그녀의 혈통은 엄연히 중국과 한국에 걸쳐져 있지만, 할머니와 아빠의 절대적 영향으로 중국계 미국인 문화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성인이 되어 비로소 한국에의 정체성도 찾아갈 수 있었다. 10대 초때부터 랩을 시작했고 '아콰피나'라는 예명도 10대 중반에 만들었다. 실제하는 생수 브랜드 이름에 '거북하다, 서툴다'의 뜻을 가진 영단어를 결합·변형시킨 말장난으로, 그녀의 유쾌하고 유머러스하면서도 시니컬하고.. 더보기
예쁜 공감 판타지 하이틴 영화 <지랄발광 17세> [리뷰] "선생님, 시간을 뺏고 싶진 않은데 저 자살할 거예요." 네이든이 귀중한 점심 시간을 빼앗으면서까지 담임 선생님을 찾아와 다짜고짜 이런 황당무계한 말을 하게 된 연유는 무엇일까. 담임은 "나도 지금 막 유서를 쓰는 중이었어"라며 네이든을 세차게 나무라는데, 그래도 거기에 사랑이 묻어나 있어 다행이다. 네이든은 어렸을 때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당연히 학교를 가기 싫어 했는데, 아빠는 다정하기 그지 없게 그녀를 대해주었던 반면 엄마는 마구잡이였다. 그런 그녀에게 천사같은 친구 크리스타가 다가왔는데, 이후 몇 년간 그녀의 말마따나 최고의 나날들이었다. 하지만 찾아오는 아빠의 죽음으로 최악의 나날이 시작된다. 엄마는 집안의 어른이랍시고 간섭을 일삼지만 사실 가족에겐 관심이 없다. 그저 잘 커준 오.. 더보기
믿지 못하겠지만, 사실 저 남자예요. 어쩌실래요? 지금 생각하면 슬며시 웃음이 나오지만, 당시에는 참으로 심각했다. 여자친구도 지금은 웃으며 그때의 본심을 이야기 하지만, 당시에는 절대 웃을 수 없었다. 그건 명백히 여자친구의 나에 대한 시험이었다. 며칠 밤을 새도 풀리지 않을 시험. 하지만 그 시험은 나의 사랑을 막을 수 없었다. 아직 우리가 사귀기 전이다. 옥신각신. 일종의 밀당이라고 할까. 우리 사이는 겉으로는 태평해 보였지만, 안에서는 태풍이 불고 있었다. 태풍의 눈에 들어와 있다고 해야 할까. 그녀는 아마도 나의 사랑을 믿지 못하였나 보다. 그땐 내가 한없이 약했으니까. 역시 약한 지금보다도 훨씬 더. 그녀는 처음에 장난 비슷하게 시작했다. 가끔씩 자기가 여자가 아닌 남자라면 그래도 자기를 사랑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당..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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