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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 열전/신작 도서

재밌는 전공투 운동사이자 의미심장한 인문과학비평서 <나의 1960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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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나의 1960년대>


<나의 1960년대> 표지 ⓒ돌베개



대학, 정치, 사회 개혁을 목표로 학생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을 일컫는 '학생운동'.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1980년대를 꼽는다. 물론 1960년 419 혁명도 학생의 손에 이룩한 것이니, 한국 현대사를 통틀어 활동했다고 할 수 있겠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생운동에는 단연코 '68혁명'을 이끌어낸 프랑스학생운동이 있을 것이다.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역사를 뒤흔든 사회변혁운동이었다. 


일본학생운동도 이에 뒤쳐지지 않는다. 그 자체로 수많은 이야기거리를 양산해냈다는 측면에서는 단연 최고일 것이다. 우리 귀에도 익숙한 '전공투'나 '연합적군'은 많은 문화콘텐츠를 통해 소개·소비되었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상실의 시대> <1Q84> 등 소설로 이것들을 다뤄 알게 된 측면도 크다. 그 자신이 1960년대 전공투 세대였던 것이다. 


일본학생운동, 전공투 하면 생각나는 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과격함'이다. 1970년대 변질되어 끔찍한 일들을 저질렀기 때문이겠지만, 기본적으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각목을 든 채 화염병을 던지며 가차없이 부숴버리는 이미지가 강한 것이다. 그 시작은 어땠을까. 매스컴이 만들어냈을 게 분명한 그 이미지 이면의 진짜 모습은 어떨까. 


<나의 1960년대>(돌베개)는 전공투를 만든 장본인 중 하나이자 일본 전공투를 상징하는 이들 중 하나인 '야마모토 요시타카'라는 재야 과학사가가 과거를 회상하며 쓴 일본 전공투 운동사이다. 그런 한편, 전공투가 궁극적으로 반대하고 투쟁했던 메이지 유신 이래 국책으로 추진되어 온 일본의 과학기술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본 인문과학비평서이기도 하다. 얼핏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일본 전공투와 일본 과학기술, 이 둘을 하나로 엮어 흔하디 흔한 '옛 이야기' 따위를 타파한다. 


일련의 전공투 신화 회상


전공투, 전국학생공동투쟁회의의 약칭이다. 저자가 속했던 도쿄대와 니혼대, 즉 일본 최고 최대의 국립 사립 대학이 주축이 되었고, 역사에 길이남을 투쟁으로 이름을 드높였다. 1968년에 시작되었는데, 사실 그 이전 학생운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자는 그래서인지 대학 입학 직후인 1960년 '안보 투쟁'부터 시작된다. 동시에 1960년대 당시 일본의 비상식적 '풍요사회', 그 기원을 파고들기 시작한다. 


투쟁은 계속되어 62년 대학관리법 반대 투쟁, 66년 베트남반전회의 활동, 68년 미군 야전병원 철거 투쟁, 그리고 68년 대망의 도쿄대 투쟁까지 이어진다. 반미, 반대학, 반전을 거쳐 '반체제'까지 다다른다. 일본을 대표하는 대학의 학생들이 펼치는 '반체제' 투쟁의 파급력은 남달랐을 것이다. 더군다나 전공투운동은 이전 학생운동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 전술적 움직임으로 긴 투쟁을 예고했다. 


그 정점에 있는 것이 저자가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야스다강당 점거 봉쇄 투쟁'이다. 야스다강당은 도쿄대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로, 대학 입장에서는 절대 그대로 놔둘 수 없었을 것이다. 1968년 6월에 시작된 야스다강당 투쟁은 이듬해 1월까지 계속되지만, 결국 대학 당국의 무력진압으로 무너진다. 그렇게 도쿄대 전공투는 해체되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전공투는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일련의 전공투 신화는 어느 정도는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이고 이 책이 아닌 어디에라도 조금만 찾아보면 나올 내용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더 커진다. 그들이 그런 투쟁을 한 이유 말이다. 그건 당시 일본의 경제성장과 그를 뒷받침한 과학기술의 이면과 큰 관련이 있다. 50년이 지난 지금과도 결코 적지 않은 연관성을 띈다. 아니, 저자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다름 아닌 지금이겠다. 작금 일본의 모습과 나아가려는 방향이 50년 전 그때를 연상시키고도 남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제성장, 그 이면


일본의 과학기술 찬양은 메이지유신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서양의 선진문물에 충격을 받고 '양이'를 기치로 내세운 만큼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겠다. 저자는 이후에도 2차 대전이 한창일 때와 전후 1960년대가 과학기술 찬양의 붐이 일던 시기였다고 말한다. 전쟁 시기는 그렇다 치고, 1960년대가 문제다. 그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무시무시하지만 터무니 없는 면모가 추악하다는 것이다. 


일본은 2차 대전 전범 국가임에도 제대로 된 반성 따윈 없고 자신들이 전쟁에서 패한 이유를 낮은 수준의 과학기술로 돌렸다다. 다만 전쟁 직후에 그런 기조를 드러내놓고 펼칠 순 없어 은근슬쩍 시행에 옮길 뿐이었다. 그렇게 1960년대 과학기술 붐이 인다. 곧 경제성장에 직결되고, 평화니 민주주의니 하는 겉만 번지르르한 전후 세계적 기조를 채택해 진짜 모습을 가린다. 저자는 다름 아닌 그런 기조의 최전선에서 만들어지고 유지되어온 도쿄대 이학부 학생이었던 것이다. 


정작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저자는 더 들어가 일본 과학기술의 이면까지도 파헤치는데, 거기에 '군(軍)'이 있었다. 사실 2차 대전이 일어나기도 한참 전부터 일본의 과학기술은 '군에 의해서' 만들어지다시피 했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전쟁 시기를 지나 전후 시기가 왔음에도, 군에 의한 과학기술은 여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다만 1960년대는 경제성장의 시대이니 만큼, 자본주의 첨병인 기업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즉, 군산학 합동 메커니즘이다. 


결국 일본의 전쟁 DNA는 전후 1960년에도 계속되는 건 물론이거니와, 겉을 과학기술, 경제성장, 평화, 민주주의 따위로 칠해 진짜 모습을 알 수 없게 해놓은 것이다. 당시 전공투가 문제 삼은 건 다름 아닌 일본의 진짜 모습이었다. 그건 그 진짜 모습을 지탱하는 많은 것들 중 하나인 도쿄대 학생 자신들을 부정함에 다름 없었다. 나라 자체를 부정하고, 자신까지 부정하는 건 그 얼마나 어렵고 두렵고 외로운 일이겠는가. 


50년이 지나 반복되는 총력전체제


50년이 지난 지금, 일본의 움직임이 그때 그 시절을 연상케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른바 일본 전체를 끌어들이는 '총력전체제'를 다시금 가동하려는 것이다. 밑바닥에 다다른 경제 상황을 빗대 경제성장을 말하고, 한편에서는 평화와 민주주의를 말함과 동시에 전쟁을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결정적으로 3.11 대참사가 일어났음에도 반성 없이 그 원인을 낮은 과학기술로 돌릴 뿐인 것이다. 이쯤 되면 데자뷔 현상이다. 


아무리 역사는 돌고 돈다지만, 역사는 반복된다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지 않을까. 일본의 경제성장 그 이면의 한 편에 다름 아닌 '전쟁 특수'가 도사리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는 사항이겠다. 일본은 다시금 그 길로 나아가려는 것인가? 


저자는 일본의 작금 모습을 살피고는 '그렇다'고 판단했다. 그러곤 그동안 입을 열지 않았던 50년 전 전공투 이야기를 돌아보며, 자신들이 투쟁한 이유를 상세히 펼쳐놓는다. 한편 과학사가로서의 특기와 이점을 잘 살려 투쟁 이유와 맞물린다. 우린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듣는 한편, 자신도 모르게 의미심장한 주장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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