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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마틴 스콜세지 스타일로 리메이크 한 <무간도>, 과연? <디파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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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리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디파티드>


마틴 스콜세지 손에 의해 부활한 <무간도>, <디파티드>. <무간도>가 가진 특유의 포스트 모더니즘 적이고 황량한 분위기를 잘 구현해냈을까? 아니면 그만의 스타일로 재탄생해냈을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지난 2002년 홍콩 느와르가 느닷없이 부활했다. 유위강, 맥조휘 감독에 양조위, 유덕화가 주연을 맡은 영화 <무간도>에 의해서였다. 영화는 홍콩을 넘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었고 오래지 않아 2, 3편이 만들어져 시리즈를 마무리지었다. 홍콩이라는 도시가 갖는 황량한 분위기와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삶이 조화를 이루어 가슴을 후벼팠다. 


지난 2013년에 개봉해 좋은 평가와 흥행을 했던 <신세계>는 <무간도>와 많이 비교되곤 하는데, 신분을 완전히 세탁해 조직으로 잡입한 경찰 이야기 라는 점에서 비슷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낙 뛰어난 <무간도>로 괜찮게 만들어진 <신세계>는 설 자리를 잃은 느낌이다. 


<신세계>보단 괜찮지만 역시 <무간도>에 비교해 많은 욕을 먹었던 영화가 하나 더 있다. <무간도> 시리즈를 리메이크 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디파티드>가 그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멧 데이먼, 잭 니콜슨이 열연해 오스카 최고의 영예인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을 수상했음에도 그러하다. 리메이크의 어쩔 수 없는 숙명인가, 정녕 <무간도>보다 <디파티드>가 못한가. 


마틴 스콜세지 스타일로 리메이크 한 <무간도>, 과연?


영화는 마틴 스콜세지 스타일이다. 특이하다면 특이할 수 있기에, 호불호가 나뉜다. 그렇지만 그는 거장이고, 이 영화가 명작인 건 부정할 수 없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간도>를 본 입장에서 <디파티드>가 상대적으로 별로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는 거다. 그건 아마 홍콩과 보스턴의 거리와 분위기의 차이 만큼일 거다. 그리고 한국 사람의 시선에서도 아무래도 보스턴보다는 홍콩이지 않을까. <영웅본색> 등으로 익숙한 홍콩 느와르이지 않은가. 또한 마틴 스콜세지의 독특한 스타일이 느와르라는 장르에 그리 적절하진 않은 듯한 느낌이 든다. 들 수밖에 없다. 


영화는 <무간도>를 본 이라면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이다. 보스턴 최대 범죄 조직을 이끄는 보스 코스텔로(잭 니콜슨 분), 메사추세츠 주 경찰청은 이 조직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작전의 일환으로 신입 빌리(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를 조직에 투입시킨다. 코스텔로도 메사추세츠 주 경찰청에 첩자를 투입시켰는데, 뛰어난 실력과 언변으로 승승장구 중인 신입 설리반(멧 데이먼 분)이 그다. 


이 둘은 침투한 조직과 경찰청에서 승승장구하며 핵심에 다가간다. 그렇게 그들은 핵심 정보를 정체성의 고향인 곳으로 적절히 알려준다. 경찰은 빌리의 정보로 코스텔로 조직을 일망타진하려 하지만, 설리반이 정보를 코스텔로에게 알려주어 위기를 넘기는 식이다. 번번이 추격당하고, 번번이 실패하고, 조직과 경찰청에서는 내부 스파이를 의심한다. 그 의심은 시시각각 빌리와 설리반, 특히 빌리의 목을 조여온다. 


리메이크니 만큼 스토리는 똑같을 테니, 마틴 스콜세지는 스타일로 승부를 본다. 그만이 가진 특유의 감각적인 스타일로, '대도시' 보스턴의 악명 높은 뒷골목을 그려냈다. 특히 이탈리아계 조직이 주름 잡았던 시대에 아일랜드계(코스텔로, 빌리)가 비집고 들어가 활동하는 모습을 통해 통통 튀는 감각을 극도로 끌어올릴 수 있었다. 바로 그 부분이 <무간도>의 진중하면서도 우중충해 한층 비극적인 분위기와 상충되는 것이다. 


아이러니의 절정, 큰 얘기를 담은 <디파티드>


영화는 철학적인 이야기까지 나아간다. 그건 아이러니이다. 그러며 굉장히 큰 이야기이기도 한데, 마틴 스콜세지만이 할 수 있겠다 싶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무간도> 리메이크라는 수식어를 던져 버리고 <디파티드> 자체를 보자. 그러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설리반 보다는 빌리에게 초점이 맞춰진 바, 빌리는 아버지와 삼촌이 코스텔로도 잘 알고 경찰청에서도 잘 아는 전설적인 보스이기 때문에 그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경찰에 잘 맞지 않은 대신 조직에 잠입하면 더할 나위 없다고 판단해 조직원으로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자체로 비극인데, 그는 아일랜드계로 이탈리아계가 주름 잡고 있는 보스턴 뒷골목을 휘젓고 다녀야 할 운명이다. 그 곳은 그가 있어야 할 자리가 아닌 것이다. 비극은 이미 잉태되어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여기서 잠시 <무간도>를 끄집어 내면, <무간도>가 캐릭터에 초점을 맞췄다면 <디파티드>는 캐릭터를 있게 한 상황에 초점을 맞췄다고 할 수 있겠다. 아무래도 캐릭터 중심이 더 스릴 있고 오히려 더 비극적으로 보일 수 있다. 반면 마틴 스콜세지의 감각적이고 풍자적인 스타일이 이 비극을 가릴 요지가 있는 것이다. 


상황은, 빌리를 더욱 더 조직원답게 설리반을 더욱 더 경찰답게 만든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 꼬여간다. 빌리와 설리반이라는 존재 때문이다. 그런데 설리반은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일까. 주 경찰청의 전복인가? 절대 그럴 수는 없을 거다. 그럼 설리반은 언제까지 그런 짓을 계속해야 할까. 한편 빌리는 코스텔로와 그의 조직 일망타진이 목적이다. 그런데 설리반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조직과 경찰의 관계는? 조직이 없다면 경찰도 없다. 경찰이 없다고 조직이 없진 않다. '조직'이라는 존재 때문에 이 모든 게 존재하는 거라는 명제가 도출된다. 하지만 영화는 그 뒤에 더 거대한 무엇을 숨겨놓는다. 그 끝은 어디일까. 


영화는 '살아가는 이유' '정체성의 방황' 등의 철학적인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내가 온몸과 온 생각을 바쳐 두 발로 굳게 디딛고 서 있는 이 바닥이, 딱 그만큼의 공력을 들여 내가 무너뜨려야 할 바닥인 게 아닌가. 아이러니의 절정이다. 그런 너무나도 황망한 상황이니 쉬이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워낙 큰 얘기인데, 마틴 스콜세지라는 사람의 장막에 가려졌다. 그 얘기를 연기한 이들이 아직은 그를 따라잡지 못했었다. 넘어서지도 못했었다. 개인적으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를 기점으로 마틴 스콜세지의 장막을 걷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보여주는 생각지 못한 서스펜스, 상황의 '잔인'


긴장을 푼 마지막 30분에 진정한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멋진 배치라고 생각한다. 굉장히 잔인한데, <아수라>의 잔인과는 다른 차원. 이 역시 마틴 스콜세지의 스타일이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는 15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자랑(?)하는데, 100분이 넘어가며 슬슬 마지막을 준비하는 듯하다. 통상적으로 20분이면 완전히 끝을 맺는데, 이 영화 또한 그랬다. 120분이라는, 보통 영화의 보통 러닝타임에 맞춰 영화를 끝맺고 다소 긴 에필로그를 보여주려니 생각했다. 


그렇게 일단락 났다고 생각한 영화는, 이후 30분 동안 생각지 못한 서스펜스를 선물한다. 사실 그 전까지 큰 긴장감 없이 즐기는 수준에서 봐 왔는데, 그래서 조금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마지막 즈음에서 빵 터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 부분만 따로 만들어 붙인 듯, 어떻게 보면 그 부분을 보여주기 위해 그 전까지 위장 전술을 쓴 듯, 아리송하지만 충분히 멋진 연출이고 배치다. 


모골이 송연해지는 서스펜스, 스릴, 그리고 느와르는 인간이 저지르는 '잔인'하고는 거리가 있다. 잔인할 수밖에 없게끔 만드는 그 상황의 '잔인'이 주요 주제이자 소재인 것이다. <디파티드>는 그것을 긴 러닝타임, 톡톡 튀는 감각, 빼어난 연기, 자유자재의 연출 안에서 훌륭히 풀어내어 보여주었다. 인간이 저지르는 '잔인'이 주를 이룬 한국형 느와르의 최신작인 <아수라>가 아쉽게 다가오는 게 바로 그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니와, 관객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 마틴 스콜세지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아는 감독이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할 줄 아는 그는 진정 거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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