봐도 봐도 재밌고 또 봐도 감동적인 콘텐츠들이 있다. 드라마, 영화, 책, 만화, 음악 등. 퇴색되지 않는 재미와 감동은 물론이고, 볼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그건 아마도 볼 때마다 환경이 달라지고 생각이 달라지기 때문이리라. 필자가 살아가면서 보고 또보고 계속봤던, 앞으로도 계속 보게 될 콘텐츠들을 나름 엄선해 간단히 리뷰해본다. 이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 드라마① [하얀거탑]
소설 <하얀거탑>. 총 4권으로 완결되었다. ⓒ청조사
<하얀거탑>은 본래 일본 장편 소설이다. 정확히 50년 전인 1963년에 연재가 시작되어 2년동안 계속되었다. 이후로 1966년에 일본에서 영화화되었고 1967년, 1978년, 1990년, 2003년에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다. 그 엄청난 인기와 더불어 콘텐츠에 대한 신뢰가 엿보인다. 한국에서는 일찍이 1978년 청조사라는 출판사에서 소설이 출간되었고, 2005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재출간되었다. 잠시 청조사라는 출판사에 대해서 말하자면, 이 출판사는 <우동 한 그릇>이라는 짧디 짧은 일본 소설을 출간해 소위 '대박'을 친 바 있다. <하얀거탑>은 2007년이 시작됨과 동시에 MBC에서 주말 특별기획 드라마로 선보였다. 당시 군대를 갓 제대한 터라 정신없는 와중에서 제대로 시청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에서 떠들썩했음에도, 안타깝게 본방사수는 하지 못했고 나중에서야 접하게 되었다. <하얀거탑>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한 천재 외과의사의 끝없는 질주와 비극적 종말이다. 당연하게도(?) 이 외과의는 권력에의 야망이 엄청나다. 대신 외롭다. 일종의 정략결혼을 한 탓으로 아내에게 자신의 외로움을 비롯한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다. 자신의 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여자는 따로 있다. 그의 권력에의 야망은 어렸을 때 찢어지게 가난했던 기억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그런지 엄마를 끔찍이도 위한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을 수 없다. 걱정하실까봐. 그의 제일 친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내과의사인데, 주인공과는 달리 의사 집안 출신의 전형적인 인자한 의사 타입이다. 권력에의 의지보다 환자에의 의지가 강하다. 천재는 아닐지언정,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실력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그는 친구이자 천재인 주인공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저돌적이지 못하고 언제나 수치에 입각해 정확한 진찰과 검사에 의지하는 자신을 한탄하기도 하는 것이다.
한국 드라마 <하얀거탑> ⓒMBC
드라마는 2천년대에 들어선 한국 드라마가 전형적인 캐릭터와 개연성이 무시된 이야기, 천편일률적인 남녀 주인공의 '짝짓기 놀음'으로 점철되었기에,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되었다고 하면서 이를 타파하기 위한 드라마를 만드려했다는 기획의도를 명백히 밝혔다.그리고 이 의도에 완전히 부합하는 드라마가 만들어진 것이다. 시청률(AGB)은 10%대로 출발해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20%를 넘기며 종영한다. 주인공 장준혁 역의 김명민은 2007년 MBC 연기대상에서 최우수상과 백상예술대상에서 남자 부문 최우수상을 탄다. 당시 MBC 연기대상을 시청하며 한탄했던 기억이 난다. 대상은 태왕사신기의 배용준이 탔었다. 김명민은 다음해인 2008년 베토벤 바이러스로 대상에 재도전했고 대상을 탔다. 하지만 이마저도 에덴의 동쪽의 송승헌과 공동대상이어서 옥의 티였다. 이 드라마는 얼핏보면 선과 악의 대립, 권선징악의 교훈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위에서 주지했다시피 주인공의 권력에의 야망에는 남모를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온갖 권모술수와 부정행위로 야망을 이루고야 마는 주인공은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이하고 만다. 시종일관 주인공의 최대의 적으로 나오는 주인공의 10년간 스승이, 주인공에게 패한 뒤 물러나 칩거하고 있을 때 읊는 구절이 주인공의 비극적 종말을 상징한다 하겠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니라."<하얀거탑>은 기본적으로 의학 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치, 법정, 심리 드라마에 가깝다. 혹여 아직 접하지 못한 분이 계시다면 이 점을 유념하시면 좋을 것이다.
필자는 이 드라마 DVD를 선물로 받아서 소중히 간직하면서 1~2년마다 한 번씩 다시 보곤 한다. 스피디하고 긴장감 있는 전개와 물오른 연기들을 보고 있으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나름 드라마 시청 경력(?)이 20여년 되었지만, 최고의 드라마를 꼽으라면 주저없이 <하얀거탑>을 꼽을 것이다. 자신있게 추천드리는 바이다.
'보고 또보고 계속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제는 우리의 시대, 2000년대 일본 만화계를 평정한 신 트로이카 (0) | 2013.06.27 |
---|---|
절대권력의 그늘에서 하루를 산다는 것은... (6) | 2013.06.25 |
그때 그시절로 돌아가보자, 1990년대 일본 만화 양대산맥 (16) | 2013.06.20 |
무더운 여름밤을 시원하게 해줄 세계 3대 추리소설 (5) | 2013.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