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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그대 그리고 나

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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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을 때도 있고, 필요할 때라는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할 때도 있죠. 아마 필요한 걸 아는데 일부러 그럴 리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결론은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했다는 것이죠. 


서로 사랑하는 사이에, 서로 많은 걸 이해하고 많은 걸 배려한다지만 이럴 때는 그러기 힘들 거예요. 서로 마음이 아파요. 곁에 있어주지 못한 거에 대해서, 왜 곁에 있어주지 못했냐에 대해서.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는데요. 뼈에 사무쳐서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아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았죠. 정말 나쁜 놈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제 여자친구는 참으로 당당하고 강해요. 하지만 그만큼 여리고 약하죠. 그런 여자분이 많죠? 그런 아이인데, 언젠가 고시원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하는 일이 생겼어요. 저는 바래다 주고 집에 왔죠. 새벽 2시쯤이었어요. 그녀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너무 무섭다고. 옆방에 거주하는 사람이 이상한 것 같다고요. 그러면서 저한테 와줄 수 없냐고 그랬어요. 그런데 바로 안 와도 된다고 해요. 저는 비몽사몽에 그녀의 말을 대충 들으며 제 마음대로 해석한 것 같아요.


'와도 되고 안 와도 되는 정도의 일이라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되겠다'


천추의 한이 되는 생각이자 완전히 바보 같은 생각이었죠. 그녀는 무섭기 그지 없지만, 새벽에 저를 불러내기 너무 미안했던 거예요. 그래서 그런 식으로 말을 한 거죠. 저는 그걸 알아채지 못한 거고요. 아니, 계산적으로 생각했다고 하는 게 맞을 거예요. 그 이후 제 스스로도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군요. 이 정도도 못해주는 게 무슨 남자친구인가. 스스로 반문했죠. 과연 그녀를 사랑하고 있기는 한 건가. 


얼마 전에는 이랬어요. 그녀가 와달라고 만나자고 하지는 않았어요. 다만 계속 우울하고 무기력하고 속이 안 좋고, 몸과 마음이 전체적으로 좋지 않다고 했어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죠. 몸이 안 좋으면 어서어서 집에 가서 푹 쉬어야지. 그런 생각을 갖고 그녀한테 집에 어서 가라고 말했어요. 저는 회사 사람들과 꼭 필요하지 않은 회식과 회의를 밤늦게까지 했죠. 그날 밤, 그녀의 말을 들어보니 만나서 위로해주라는 뜻이었다고 해요. 직접적으로 말하기가 미안했나 봐요. 돌려서 뜻을 표현한 걸 제가 알아 듣지 못하고 곡해한 거죠. 


저희가 참 오래된 연인인데, 저는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말해줄 걸 강하게 요청할 수는 없어요. 역지사지로, 저라도 그렇게 말하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상대방을 그만큼 아끼는 마음을 갖고 있는 거죠... 괜히 시간 뺏는 것 같고, 귀찮게 하는 것 같고. 그래서 미안하고... 저야말로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어요. 정작 필요할 때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요. 우리 소통을 잘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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