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9의 예술, 만화

<낢이 사는 이야기> 그녀의 사소한 행동이 우리에겐 사소한 기쁨이 된다

반응형




[서평] <낢이 사는 이야기>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1> ⓒ시네21북스

흔히 일상을 다람쥐 쳇바퀴에 비유하곤 한다. 뚜렷한 목적도 의미도 없이 똑같은 일을 매순간 반복하고 있는 현실을 빗댄 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속담엔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란 말도 존재하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가거나 발전하지 못하고 제자리걸음만 함'을 비유한다고 한다. 우리는 일상에서 탈출하고 싶어 안달이고, 탈출하고자 매번 색다른 것들을 계획한다. 


그런데 가끔은 이런 일상이 그리울 때가 있다. 남자는 군대를 가봐야 아버지의 아픔을 공감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봐야 어머니의 아픔을 공감하며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길러봐야 부모님을 이해하듯이, 일상에서 멀리 떨어져 갖은 고생을 할 때이다. 그럴 때면 일상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평소에 일상의 위대함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매순간 나를 찾아와 무료함이라는 지독한 처벌을 내리는 일상을 어떻게 '느낄' 수 있단 말인가? 그럴 때 필요한 게 '재미'이다. 그리고 이 재미는 '공감'에서 온다. 일상의 공감은 다른 누군가도 나와 똑같은 일상을 영위한다고 느낄 때 자연스레 발현된다. 


웹툰 초창기인 2007년부터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네이버 웹툰에 연재 되고 있는 초장기 인기 연재작이 있다. 서나래 작가의 <낢이 사는 이야기>. 여러 장르 중에서도 두터운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일상툰'의 시조격이라 할 수 있다. 2007년부터 연재되었다지만, 실제 그녀가 그린 시기는 2004년부터이니까 말이다. 이 웹툰은 얼마 전에 시즌 3이 끝났고, 얼마 전에 시즌 3이 책으로 발간되기 시작했다. 


일상툰은 베스트셀러라기 보다는 스테디셀러로, 그 매력을 '공감'에서 찾을 수 있다. 그 안에서 독자는 외로움와 무료함을 불식시키고, 소소한 일상에서 즐거움을 찾는 호사를 누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삶을 조금은 더 좋은 쪽으로 생각하게끔 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가지는 가장 긍정적인 효과를 가장 잘 받아들이고 이를 가장 좋은 쪽으로 발전시켰다고나 할까. 독자들이 일상툰을 즐기며 얻게 되는 웃음은 행복을 머금은 미소이다. 


"사람의 마음은 사소하다. 나의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사소한 기쁨이 된다면 좋은 거 같다."


이번 시즌3-1은 서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어른의 길에 들어선다는 작가 자신의 일상을 그리고 있다. 오랫동안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연인이 되고, 2004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로 접어든 만화가의 삶을 자못 진지하게 그러나 웃음을 잃지 않는 한도 내에서 그리고 있다.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1>의 한 장면. ⓒ시네21북스


특히 여자 만화가가 직접 자신을 화자로 내세운 만화를 적지 않은 나이인 서른에 접어들 때까지 그리고 있는 상황을 자조 섞인 목소리로 표현해내고 있는 게 눈에 띈다. 언제나 유머를 잃지 않으려 노력하지만, 이번 만큼은 그녀도 조금은 센치해지고 싶나 보다. 


그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극 중의 '낢'은 작가 자신이면서도 작가 자신이 아닌 것 아닌가. 일종의 페르소라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작가 개인적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즐거운 내용만 그려야 한다는 강박감, 반면에 작가의 내면을 솔직하게 그려야 한다는 강박감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시즌3부터 '균형'의 묘미를 살리려 노력했다고 한다. 위에서 말한 강박감까지도 솔직하게 드러내어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 것이다. 그러면서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할 때, '헛점이 있으면서도, 무개념이어서는 안 된다'는 철칙을 세웠다. 그리고 아무래도 남녀 문제가 많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시즌3에서는 남녀 차이에 대한 균형에도 신경을 썼다고 한다. 단순히 재미있고 즐겁기만 한 만화가 아니라 정말 '좋은' 만화를 그리려는 작가의 의지가 엿보인다. 


그녀가 만들어 내는, 아니 우리와 함께 만들어 나가는 <낢이 사는 이야기>는 하나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 그녀의 일상, 성장, 사랑의 스토리를 지켜보며 함께 울고 웃고 같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녀에게 말하길. 듣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녀의 만화를 보시길. 외롭거나 무료하거나 즐겁거나 행복할 때 그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공유하고 공감하고 미소 짓기를. 낢이 사는 이야기는 곧 우리가 사는 이야기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