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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다

독일이라는 나라, 우리의 롤모델로 적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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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보는 관점은 각기 다르다. 과거는 과거이고 현재는 현재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고, 과거와 현재는 연결되어 있어 과거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느 관점이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다.


이번에 다뤄볼 주제가 독일의 과거와 현재인데,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편애하게 갈라질 것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친 사건들에 대해서 말이다. 필자가 어느 한편에 서서 의견을 피력하는 건 어리석은 생각인거 같고, 더구나 확고한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독일의 과거가 현재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그중에서도 분단과 통일과정에 관련해 한국이 가야할 길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한다.


20세기 세계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세계 제1차, 2차 대전. 그 주범인 독일. 세상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실이고 덮으려 해도 덮어지지 않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과오이자 상처이다. 그로인해 오래전부터 독일 내부에서는 치열한 논쟁이 오고 갔다고 한다. 그들의 조국이 과거에 저질렀던 일의 현재에서의 영향에 대해서 말이다.


이는 어느 한쪽이 옳다고 또는 그르다고 할 수 없다. 또 다른 중요 사건인 분단과 통일.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감동적인 평화적 통일.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고 한다. 어찌 보면 이 모든 사건에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았고 앞으로도 받을 것이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들여다봐야하고 많은 생각이 필요하다.


독일의 과거와 현재


독일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역사적으로 많은 국가가 세워지고 무너졌다. 이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면인데, 지형적 특징이 다르기도 하고 지금도 그렇지만 유럽에는 무수한 인종들이 살고 있었기 때문에 통일된 왕국을 건설하기가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독일은 국가가 통일되기까지의 기간이 매우 길었다. 불과 200여 년 전 19세기에 이르러 통일을 이루었고 독일제국을 세웠다. 이때부터 독일의 비극 아닌 비극이 시작된 것이다.


그전까지 독일은 통일을 이루지 못해, 유럽에서도 후진국이자 2류 국가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통일 후의 급격한 발전과 군사력 증가로 인해 강대국 반열에 들어서고 전쟁을 시작하는데, 이후 끊임없는 전쟁으로 인해 약 100년간 유럽은 황폐해져 간 것이었다.


지금의 독일은 유럽은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진국이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파워만큼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아마도 그들의 과거 때문이지 아닌가 싶다.


이것이 독일의 과거가 현재에 미치는 영향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전쟁 주범이면서도 일본이 느끼고 있는 '피해자 의식' 과는 다른 '가해자 의식' 말이다. 독일은 전쟁의 전범이라는 사실을 덮으려 하지 않고 그 사실을 인식하고 그 죗값을 치르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 예로, 2차 대전 이후에도 무수히 많은 전쟁이 치러졌었는데 독일은 의도적으로라도 참여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외국인이(특히 가난한 외국인) 자국에 들어와서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적극장려하고 있다.(물론 100%를 만족시키는 정책이란 있을 수 없다.)


전쟁에 관한 영향이 독일과 타국가간에 관한 것이었다면 독일의 분단과 통일은 독일 내부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미국과 소련에 의해 양분되었기 때문에 내부가 아니라 외부와도 관련이 있다.)


전쟁에 패하고 난 후 독일은 공산주의 진형인 동독과 자본주의 진형인 서독으로 나뉘어졌다.(원인과 과정은 다르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양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약 50년 동안 나뉘어져 있던 독일은 1990년에 마침내 '평화적 통일'을 이룩한다. 하지만 문제는 통일 이후에 발생한다.



▲ 독일 통일의 상징 '브란덴부르크 문'. 독일 통일 전 서 베를린과 동 베를린의 경계선을 이루었다. ⓒ 연합뉴스



오랫동안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른 생활을 하였고 국가적으로 판이하게 대립되는 체제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국력 등으로 인해 수많은 마찰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동독과 서독 나름대로 이득보다는 손해를 훨씬 많이 본 것이다. 현재까지도 계속되는 동서독 사람들 사이의 대립, 사실상의 서독에 의한 흡수통일에서 오는 동독 쪽의 상실감과 실망감, 그런 동독으로 인해 짊어질 것이 많아진 서독 쪽의 불만 등.

'오씨(Ossis)와 베씨(Wessis)'로 대표되는 서독 지역 사람들과 동독 지역 사람들 간의 대립. 서독사람들은 동독사람들을 오씨(게으른 동독인들)라고 놀리고 이에 동독사람들은 서독사람들에게 베씨(거만한 서독인들)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독일의 통일은 독일 사람들에게 실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고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독일의 통일 이후와 우리나라


여기에는 포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중립을 지키는 것에서 머무르는 것이 아닌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 이는 우리나라에도 적용된다. 현재의 우리나라는 분단 이후 극우주의와 반공사상으로 인해,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기는커녕 적이라고 생각한다. 북한 정권을 향한 '주적' 개념은 여전히 존재하고, 북한에서는 미사일과 핵실험이 여전히 빈번하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로' 통일을 이룩할 수 없다. 평화적 통일을 했다는 독일에도 저렇게 많은 갈등이 남아있는데 말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느 정도의 반공사상을 갖고 있다. 필자도 어릴 때부터 군대에서까지 '우리의 적은 북한'이라는 식의 교육을 받아왔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 적과 어떻게 평화적 통일을 이룩할 수 있는가.


비록 통일 이후의 독일에 많은 문제가 있지만 분명히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통일에 관해 그들 자신이 직접 관여를 해서 적극적으로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으며(우리나라의 경우 한반도 통일이 우리들의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외세에 휘둘리고 있다.) 상대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갖고 있었다.



▲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남북한 경비병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 아시아뉴스통신



우리나라의 경우, 겉으로는 한민족이니 형제니 하고 말하고 있지만 여지없는 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건 북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안들은 남한에서 주도적으로 생각하여할 것이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것들. 그건 단지 그들의 사상이고 성향일 뿐이라는 생각이 주도를 이루어야 한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시대착오적인 생각들을 타파하는 것이 한반도 통일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


독일이라는 나라. 그들의 역사적인 행적들. 그리고 현재의 독일. 그들의 과거가 결코 지워지지 않음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에 목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 사실을 인정하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게 하지 않게 하면 되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독일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 같다. 그들 내부에서 과거에 대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의견들을 절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우리나라는 통일조차 되지 않은 지금까지도 의견조차 내지 못하게 입을 막아버리는 행동을 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는 점차 다른 길로 가는 것 같다. 무력에 인한 통일은 파멸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다. 오직 평화적 통일이 있을 뿐인데 아직까지도 편 가르기 식의 논리가 팽배하다. 지난 5년의 정부 움직임을 보면 그런 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하게 된다. '파멸의 길'을 말이다.


독일에서는 최초의 여성 총리인 앙겔라 메르켈이 '실용주의'를 앞세워 조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케케묵은 이데올로기 전쟁에서 벗어나서 실용주의 노선을 타는 게 좋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좀 더 열린 생각을 갖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하겠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조금 더 밝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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