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라진 그날 밤, 어른들의 욕망이 무기가 된다

[영화 리뷰] <웨폰>

 

영화 <웨폰>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코리아

 

메이브룩 초등학교의 어느 수요일, 새로 부임한 저스틴 갠디 선생님의 3학년 반 아이들이 아무도 등교하지 않았다. 알렉스 릴리라는 남자아이만 빼고. 당일 새벽 2시 17분에 17명의 아이들 모두는 잠에서 깨어 현관문을 열고는 어둠 속으로 달려 나가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다.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고 알렉스가 가장 먼저 수사를 받았지만 아무것도 모른다고 했다.

당연히 저스틴 선생님도 수사를 받았는데 아무것도 몰았다. 하지만 사라진 17명의 아이들 학부모들은 저스틴을 탓했다, 아니 탓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다정하고 합리적인 선생님이었으나, 사적으로는 알코올 중독과 불륜 스캔들로 문제가 많았다. 한편 실종된 아들 매튜를 찾고자 고군분투하는 아처 그래프는 저스틴을 탓하는 대표적 인물이었는데 종국에는 그녀와 합심한다.

그런가 하면 저스틴의 옛 연인이자 그녀와 바람을 핀 경찰 폴 모건, 폴에게 쫓기는 마약 중독자 절도범 제임스, 메이브룩 초등학교 교장이자 게이 마커스 밀러 등이 얽히고설켜 사건이 커진다. 아무래도 유일하게 등교한 알렉스와 관련이 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아이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지금 어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피리 부는 사나이>의 잔혹한 변주

 

올해 북미에선 호러 영화 열풍이 불었다. <씨너스: 죄인들>을 필두로 <파이널 데스티네이션: 블러드라인> <28년 후> <메간 2.0>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투게더> <웨폰> <컨저링: 마지막 의식>까지 다양한 장르가 골고루 인기를 끌었다. 이중 네 작품은 박스오피스를 점령했는데 3주나 1위를 차지한 건 <웨폰>이 유일했다.

<웨폰>은 '무기'라는 의미를 지닌 제목만 봐선 어떤 내용인지 유추하기 힘들다. 미스터리하지만 잔잔하게 시작되어 흘러가는 영화를 막상 봐도 알 수가 없다. 진상이 밝혀질 때까지 시간이 꽤 흘러야 하는데, 충격적인 마지막 장면까지 쌓아 올린 서사의 무게가 상당하다. 왜 무기인지, 무엇이 무기인지 알아차릴 때 소름이 끼칠 것이다.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가 떠오른다. 마을에 쥐들이 늘어나자 시장이 나서서 퇴치하는 자에게 상을 주겠다고 하자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로 쥐를 조종해 강에 빠트려 죽게 했다. 그런데 시장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그를 마을에서 쫓아내자 피리로 마을 아이들을 모조리 조종해 어디론가 가버렸다는 것이다.

판본에 따라 신비하기도 하고 잔혹하기도 하며 아이 한 명이 남아 있었다고도 한다. <웨폰>을 일종의 잔혹 버전이라 한다면, 범인을 두고 아동 유괴 등의 범죄 또는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재앙이나 재난 그리고 악마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아이들이라는 희망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는 행위.

 

악마는 우리 안에 있다

 

한편 영화는 저스틴, 아처, 폴, 제임스, 마커스 그리고 알렉스까지 총 6명의 시점에서 따로 또 같이 사건을 구성하는 이야기를 들여다본다. 6개의 단편을 엮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은데, 그들은 각자 문제를 겪고 있다. 악마는 순진무구한 아이들뿐만 아니라 욕망에 잠식된 어른들을 노린다. 빈틈을 노리는 것이다.

하여 이 작품은 어느 날 새벽 아이들이 한낱한시에 사라져 버린 사건에서 촉발된 이야기를 다루지만, 실상 어른들의 이야기다. 감추고 싶은 과거의 일, 애써 감추고 사는 현재의 일,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하고 불안한 마음, 그렇게 뭔가를 바라고 또 바라다가 한순간에 틀어져 버리면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한다.

비록 이 영화는 악마가 명백히 실체하고 그 자신도 인간이기에 하염없이 욕망하지만, 실상 악마는 각자의 마음속에 각자의 모습으로 암약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알 수 없다. 그때 악마에게 잠식당한다면, 제목처럼 '무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의 욕망으로부터 나온 악마의 욕망을 실현시켜 줄 무기 말이다.

앞서 주지한 것처럼 <웨폰>은 북미에서 대대적인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아이들의 이야기이자 어른들의 이야기, 지극한 현실과 초자연을 자연스럽게 잇고, 보통의 인간이 보통의 욕망을 떨쳐내지 못할 때 어떤 파장을 불러오는지 잘 보여줬다. '호러 영화' 앞에 'B급'이 아니라 'A급'이 붙으면 이 정도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