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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과체중 남녀들의 리얼리티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쟁의 한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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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다이어트 예능의 실체: 도전! FAT 제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다이어트 예능의 실체> 포스터.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 인생을 구해주세요. 비만인이 트레이너를 구합니다.'라는 말이 헬스장 문밖의 게시판에 쓰여 있었다고 한다. <도전! FAT 제로>(영문명 'The Biggest Loser')의 총괄 프로듀서 데이비드 브룸이 영감을 받아 역대급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었던 한마디다. 비만에서 벗어나는 게 인생을 구하는 거라니.

<도전! FAT 제로>는 2004년 시작해 2020년까지 장장 18시즌을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이자 미국 리얼리티 시리즈의 판도를 바꾼 역사적인 프로그램이며 과거에도 현재에도 미래에도 계속될 논란의 중심에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여러 요인으로 초고도비만이 다수인 미국에 여러모로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었을 텐데, 아무래도 '방송'이다 보니 생겨나는 폐해가 만만치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다이어트 예능의 실체: 도전! FAT 제로>가 제목 그대로 다이어트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도전! FAT 제로> 시리즈의 실체에 다가가려 했다. 한국으로 들여오며 굉장히 순화했지만 주지했다시피 미국 현지 제목은 '최고의 루저'다. '비만인=루저'라는 프레임 위에 '다이어트=최고'라는 프레임을 덧씌운 것이다.

 

무조건 살을 많이 빼는 게 중요하다?

 

<도전! FAT 제로>는 첫 시즌부터 대대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시 미국의 비만 비율은 32%에 달했기에 핵심 시청자이자 대기 시청자가 무지 많았다.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식으로 왜 다이어트를 하는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처음 등장했다면 인기를 끌지 않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수십 명의 과체중 남녀들이 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다다르고 매주 탈락자가 발생한다. 리얼리티인 동시에 무조건 타인보다 살을 많이 빼야 하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이기도 한 것이다. 나름 특별한 사연으로 들어왔을 테지만, 일단 들어오면 죽었다 생각하고 살을 빼야 했다. 두 남녀 메인 트레이너가 전적으로 캐리했다.

평소 하루 수천 칼로리를 족히 섭취하고 많이 움직이지 않았을 게 분명한 출연자들은 이제 800칼로리만 먹고 몇 시간씩 강도 높은 운동을 해야 했다. 살은 많이 빠졌으나 사고도 많이 나고 결과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여기서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쟁 하나가 생긴다. '건강' 말이다.

대부분의 출연자가 다이어트로 건강을 살리고자 나왔다. 몸무게를 줄이면 각종 성인병과 합병증에서 탈출할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다이어트를 '올바르게' 했을 때 얘기다. 오로지 살을 빼겠다는 일념이라면 운동도 운동이지만 최대한 안 먹는 게 답이다. 더 높이 올라가고자 경쟁이 붙다 보니 점점 더 안 먹는 쪽으로 선회했다는 것이다. 폐해라면 폐해다.

 

'두 번째 기회'라는 절박한 심정을 둘러싸고

 

출연자들 인터뷰를 보면 하나같이 '두 번째 기회'였다는 말을 건넨다. 그동안에는 어떤 수를 쓰든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없었는데, 수백수천 만 명이 지켜보는 프로그램에 나가면 성공할 수 있지 않겠냐는 바람이었다. 그래서 프로그램에 감사하는 출연자들도 있다. 하지만 우승까지 했는데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는 출연자도 있고 악랄한 방송의 생리에 피해를 봤다는 출연자도 있다.

여기서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두 번째 논쟁이 생긴다. '방송' 말이다. 방송은 시청률을 필두로 영향력, 파급력 등이 전부다. 그것들을 위해선 무슨 짓이든 불사한다. 크게 보면 과체중 남녀 출연자들을 인생의 낙오자로 보이게끔 한 뒤 수치심을 동력 삼아 치열하게 다이어트하는 모습을 철저히 구경거리로 만든다. 세세하게 보면 혹하고 끌리는 사연을 가진 이들을 출연시켜 다이어트 과정이 아닌 사연을 부각한다. 구경거리인 건 매한가지.

비만인이 인생을 구하고자 트레이너에게 도움을 청한다는 태초의 기획을 있는 그대로 밀고 나갔다면, 이렇게까지 대대적으로 성공하진 못했을 것이다. 자극의 요소가 점점 떨어질 테니 말이다. 출연자들은 인생을 구하고자 절박한 마음으로 출연했지만, 제작진은 절박한 마음만 이용해 자극적 요소로 만들었다. 출연자와 제작진의 동상이몽이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지금 미국의 비만 인구는 45%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니 여전히 다이어트는 만국민의 바람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도전! FAT 제로> 같은 프로그램이 다시 만들어지진 않을 것이다. '올바른' 다이어트를 추구하는 비율도 높아지고 있고 '비만인=루저'라는 프레임도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에 경쟁이 웬 말인가? 내 몸의 건강이 우선 아니겠는가. 나아가 뚱뚱하다는 수치심 자체를 버리면 더할 나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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