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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집을 사든지 집에서 쫓겨나든지, 그것이 당면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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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밤은 늘 찾아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밤은 늘 찾아온다> 포스터.

 

미국의 정치적 양극화 이상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1990년대 이후 미국은 상대적 고성장에도 불구하고 선진국 중에서 소득 불균형과 상대적 빈곤율이 가장 높다. 물가와 집값이 계속 치솟는 와중에 많은 이가 월세로 사는데, 월세 또한 치솟으니 과거와 똑같은 일을 해도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야말로 미국 경제의 근간이 무너지고 있다. '다 같이 잘 사는 세상'은 그저 꿈에 불과한 것인가. 다같이는커녕 내 몸 하나, 내 가족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게 현실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밤은 늘 찾아온다>가 보여주는 지리멸렬한 모습은 비록 특수성을 띠지만 보편적 현실을 반영한다.

넷플릭스 <더 크라운> 시리즈, 디즈니+ <안도르> 시리즈, 애플TV <샤퍼> 등으로 연출력을 인정받은 벤자민 캐런 감독이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바네사 커비와 함께 하룻나절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저 한가족 한 지붕에서 함께 살고자 하지만 그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는 세상이란.

 

집을 사든지, 집에서 쫓겨나든지

 

리넷은 미국 포틀랜드에서 엄마, 오빠와 같이 살고 있다. 대부업체에서 대출금 미납으로 매일같이 연락이 오는 와중에, 중요한 날이 밝았다. 오랫동안 모은 돈으로 월세로 살고 있는 집을 계약하게 된 것. 한편 계약금을 내지 않으면 당장 쫓겨날 것이었다. 2시 반에 변호사를 만나 계약금을 내고 서류에 서명을 하면 끝.

오전에 빵공장에서 일하고 오빠와 함께 변호사 사무실에 도착했지만 반드시 서명이 필요한 엄마가 오지 않았다. 사정사정해서 하루를 미룬 리넷, 집에 가보니 엄마가 집 계약금 2만 5천 달러로 차를 사버렸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 일단 리넷은 두 번째 일터로 향한다. 퇴근해선 시설에 맡겨놓은 발달장애 오빠 케니를 데려와 함께 수업도 듣는다.

저녁 일도 하는 리넷, 돈 많은 유부남의 하룻밤 상대가 되어주고 돈을 받는 것이다. 그에게 돈을 빌리려 하지만, 단칼에 거절당한다. 당황한 리넷은 그의 벤츠를 끌고 도망갔다가 정신을 차린 후 차를 버린다. 이내 친구를 찾아가 빌려간 3천 달러를 주라고 한다. 친구는 거절하고 나가버리고 그녀의 눈에 금고 하나가 들어오는데… 리넷은 다음 날 아침 9시까지 2만 5천 달러를 마련할 수 있을까?

 

무너지는 사회, 참혹한 과거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적으로 꼬이고 꼬이는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일어나지만 웃음끼 하나 없는 진지한 영화다. 리넷이 돈을 마련하고자 이 사람 저 사람 찾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나라의 전도연, 하정우 주연의 <멋진 하루>가 떠오른다. 다만 장르와 톤 앤 매너가 다를 뿐이다. <밤은 늘 찾아온다>는 범죄 스릴러에 가깝다.

리넷이 찾아가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또 그녀가 맞닦뜨리는 현상을 보면 그녀의 잔혹하고 처참했던 과거가 떠오른다. 하여 다시 집 없는 삶으로 돌아가기 싫어 돈을 마련하고자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느라 참혹한 과거로 돌아가게 되었다. 사실 그녀는 단순히 집 없는 삶으로 돌아가기 싫은 게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지점에서 특수성이 생겨났다.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미국 사회의 보편성 위에 기구한 삶을 살았고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 한 여자의 개별성이 얹히니 특수한 이야기가 탄생한 것이다. 아마도, 아니 반드시 그녀는 더 이상 가족만을 바라보고 살지 않아야 한다. 오로지 그녀 스스로만 돌보며 살아야 한다.

절대로 이기적인 게 아니다. 나부터 바로 서야 주위를 살피고 가족을 보살피고 공동체에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리넷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물론 피치 못할 사연이 있을 테고 그 사연은 무너지고 있다는 미국 사회와 연관이 있을 테다. 개인으로서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말이기도 할 텐데, 그럴수록 스스로부터 챙기는 게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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