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영화 리뷰]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는 페이즈 3을 정점으로 뚜렷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대를 온전히 함께한 인피니티 사가를 끝마치고 멀티버스 사가로 진입하면서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까지 마구잡이로 나오니 진입 장벽은 높아지고 방향성은 애매해졌다. 그리고 페이즈 6으로 흑역사로 기억될 공산이 큰 멀티버스 사가를 끝마치고자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이 출격한다.
'판타스틱 4' 하면 떠오르는 게 영화적으로는 '폭망'이고 영화 밖으로는 역대급으로 이름난 스포츠 선수 라인이다. 그만큼 별 볼 일 없었다. 영화로만 1994년, 2005년, 2007년, 2015년 네 번이나 만들어졌지만 흥행은 그렇다 쳐도 최악의 평가를 받았다. 그럼에도 다시 10년이 지난 지금, MCU의 존망이 위태로운 지금 '판타스틱 4'를 꺼내든 이유가 있을 테다.
연출을 맡은 맷 샤크먼은 시리즈 <완다비전>으로 MCU 멀티버스 사가와 페이즈 4를 괜찮게 시작한 이력이 있다. 이번에도 그러할 거라 믿고 있는 모양이다. 그와 함께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에 빛나는 바네사 커비와 2020년대 급부상한 페드로 파스칼이 중심을 잡는다. 전체적으로 안정적이고 편안하다.
아울러 배경은 1960년대 미국 느낌이 물씬 풍기는 평행 지구다. 이른바 복고미래주의. 나아가 '가족'이 극의 최중심에 있으니 시사하는 바가 상당하다. 최근 하향 곡선이었던 MCU의 방향성을 보수적으로 혁신하려는 모습이랄까. 바꾸긴 바꾸되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바꾸려 한 것이다. 마니아층에게, 일반대중에게 잘 먹힐지는 의문이다.
아이냐 지구냐, 그것이 문제로다
지구력 828년 미국 뉴욕, 4년 전 우주비행 중 우주방사선에 노출되어 초능력을 얻은 네 우주비행사는 '판타스틱 4'로 활약하고 있다. 그중 리드와 수는 부부, 조니는 수의 남동생이다. 벤은 그냥 동료다. 하지만 넷은 한 집에서 같이 사는 가족이다. 2년 동안 아이가 없었던 리드와 수는 아이를 임신한다. 곧 전 세계적인 이슈로 떠오른다.
어느 날 그들 앞에 '실버서퍼'라는 외계인리 출몰하더니 무자비한 행성 파괴자 '갤럭투스'가 곧 쳐들어와 지구를 파괴할 거라 엄포를 놓는다. 그러니 곧 다가올 확실한 재앙 앞에 저항하지 말고 그저 편하게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지구를 지키는 판타스틱 4가 나서지 않을 수 없다. 실버서퍼를 찾으면 갤럭투스와 맞닥뜨릴 수 있을 것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실버서퍼 그리고 갤럭투스와 대면하는 판타스틱 4, 그런데 갤럭투스가 리드와 수의 아이를 원하는 게 아닌가? 그의 끝없는 허기를, 그 끝 모를 괴로움을 그 아이가 대신해 줄 거라고 했다. 아이만 넘기면 지구는 살려주겠다고 말이다. 일단 지구로 귀환하는 판타스틱 4는 대책을 세우려 한다. 어떻게 다가올 확실하고 거대한 위협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런데 다름 아닌 시민들이 아이를 넘기라고 하는데…
재난, 가족, 소품... 중요 포인트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하기가 너무나도 힘든 확실한 재앙이 들이닥친다고 했을 때의 대응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재난 영화 같다. <딥 임팩트>가 떠오른다. 제아무리 초능력을 가져 초인류적이고 전지구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해도 행성을 밥 먹듯이 파괴할 수 있는 힘 앞에서 뭘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첫 번째 포인트다.
그동안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개인의 고뇌가 주를 이뤘다. 인류를 위협하는 악당을 최선을 다해 물리치는 게 전부가 아닌, 슈퍼 히어로 개개인 별로 각자의 사연이 판이하게 펼쳐지는 것이다. 반면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개인의 사연 따윈 없고 공동체 나아가 가족으로서의 사련과 고민이 있을 뿐이다. 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두 번째 포인트다.
배경이 지구 아닌 우주라면 으레 블록버스터다운 면모를 뽐내려고 어떡하든 거대하고 웅장한 분위기를 내보이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알맹이가 없기 일쑤다. 반면 이 영화는 '소품'에 가깝다. 아기자기한 면까지 보인다. 물론 블록버스터급 액션을 선보이기도 하지만 타 작품에 비할 바는 아니다. 호불호가 가릴 수 있다고 보는데, 이 슈퍼 히어로 영화의 세 번째 포인트다.
쉬운 영화이나 쉽게 만들진 않았다
<판타스틱 4: 새로운 출발>은 쉬운 영화이나 쉽게 만들진 않았을 것이다. 흔들리는 MCU에 반전을 꾀하고자 모험을 했다고 본다. 영화의 모양새는 매우 안정적이라 전후 사항을 모르더라도 감상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을 만큼 쉽지만, 영화를 둘러싼 역학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어려웠을 테다. 흥행이나 평가를 보니 모험은 어느 정도 잘 시작된 것 같다.
하지만 영화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참 쉽게 만들었네'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올지 모른다. '판타스틱 4'에 과도하게 천착하다 보니 특히 빌런의 경우 모양새, 서사, 능력치 등 모든 면에서 빈약함을 자랑한다. 그러고 영화가 끝난 후 쿠키를 보니 '곧 찾아올 거대한 작품으로 가는 다리나 통로 역할인 건가' 하는 의구심이 피어나는 것이다. 영화 자체보다 영화를 둘러싼 상황에 더 심혈을 기울였구나 하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 이 영화의 과제는 작품 자체로 좋은 평가를 받는 한편 근래 들어 가장 흥행한 MCU 작품으로 우뚝 서야 하겠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안팎으로 이 영화가 가진 여러 상징을 끌어올리는 한편 무마시키기 위해선 반드시 선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매우 재밌게 봤기에 후속 편을 기다린다. 단 이번과 비슷한 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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