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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4번의 테러가 런던 한가운데를 뒤흔들었던 20년 전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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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2주간의 추격>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포스터.

 

2005년 7월 7일 영국 런던, 여느 때와 다름없이 출근하기 바쁜 월요일 아침을 보내고 있던 와중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다. 세계 최선진국의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걸 믿기 힘들었다. 거의 동시디발적으로 세 곳의 열차에서 폭탄이 터졌고 한 곳의 시내버스마저 폭발했다. 사고일까 테러일까.

당국은 최초에 사고로 봤지만 곧 테러라고 보고 수사를 진행한다. 런던광역경찰청과 영국 보안국(M15)이 즉각 투입되어 광범위한 색출 작업에 돌입한다. 영국 역사상 최대 인력이 투입된 것이다. 그만큼 엄중하고 중차대한 사안이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게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무식하게 무작정 해 보는 거였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2주간의 추격>이 2005년 7월 7일 런던 폭탄 테러의 전말을 들여다본다. 이미 일어난 일을 철저히 수사해 '왜' 그랬는지 알아내는 한편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수사해 '어떻게' 하려는지 알아내는 게 주된 일이었다. 연쇄 테러를 저지는 상황에서 추가로 테러를 저지를 가능성이 농후했기 때문이다.

2001년 9월 11일 미국 뉴욕의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연장선상으로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2003년 이스탄불 폭탄 테러, 2004년 스페인 마드리드 열차 폭탄 테러 등 무고한 희생자를 수없이 발생시킨 테러가 계속적으로 일어났다. 그리고 2005년 런던에까지 마수를 뻗은 것이다.

 

테러와의 전쟁과 극단주의 테러 사이에서

 

영국 당국은 CCTV를 밤낮없이 돌려 보며 범인을 찾으려는 한편 테러 현장을 수색하며 비록 형체조차 찾기 힘들지만 범인이라고 생각되는 이의 DNA를 검출하고자 했다. 그렇게 범인을 색출하여 정확한 범행 동기를 알아내야 재발 방지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었다. 오래지 않아 알아낼 수 있었다.

범인은 총 4명으로 한 명만 자메이카 출생의 이민자이고 나머지 세 명은 파키스탄 이민자의 자식들로 영국에서 태어나 자란 이들이었다. 영국인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각각 폭탄을 들고 열차와 버스에 탑승해 자살 테러를 저질렀다. 그들이 남긴 비디오를 보면, 스스로를 이슬람의 전사라고 표현하며 이슬람을 탄압하는 서방 세력을 벌하기 위해 테러를 저지른 걸로 추측된다.

당시 G8이 스코틀랜드에서 열려 토니 블레어 총리가 참석 중에 있었는데 급히 귀국해 사태를 수습하고자 총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그는 미국의 부시 대통령과 함께 '테러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었기에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고 무수한 비판을 받는다. 작품에 직접 인터뷰이로 출연해 말하길 최고 지도자로서 알맞은 판단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고.

그렇다, 9.11 테러로 촉발된 테러와의 전쟁은 2005년 당시에도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렇게 2000년대는 이른바 서방 세력과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전쟁으로 점철되는 와중에 양 세력의 무고하고 선량한 이들만 무수히 죽어 나갔다. 무슨 명분을 갖다 대도 '전쟁'은 '민간인 학살'의 다른 말일 뿐이다.

 

극단주의 테러가 바라고 원하는 모습이란

 

극단주의자들의 자살 폭탄 테러는 공포, 불안, 분열을 야기하려는 수작이었다. 2005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는, 극단주의 테러는 영국으로선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공포와 불안을 야기했고 분열까지 다다르고 있었다. 7.7 테러가 있은 후 2주 후인 7월 21일 또다시 4건의 동시다발 폭탄 테러가 일어난다. 천만다행으로 다 불발이 났기에 다친 사람조차 없었지만 용의자들은 모두 도주한다.

그렇게 시작된 대대적인 보안 수사 작전, 용의자들 중 한 명의 집을 알게 된 경찰은 그곳에서 나온 유색인종 청년을 쫓아가 지하철 내에서 사살한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브라질 이민자 청년이었고 무고한 시민이 무장 경찰에게 사살당하는 비극이 일어난 것이었다. 누구도 제대로 책임질 수 없는 안타깝기 그지없는 비극.

시민들은 전날과 다름없이 지하철과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해야 했다. 먹고살아야 했으니 말이다. 달라진 건 폭탄 테러를 당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와중에 비극 속 비극이 일어났으니 런던, 나아가 영국 전역이 큰 피해를 받았다. 하루빨리 용의자의 신원을 확정하고 체포해야 했다.

7.7 테러에 이은 7.21 테러 불발 사건은 많은 걸 바꾼 듯하지만 무엇 하나 바꾸지 못했다. 영국 무슬림, 나아가 유색인종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삶의 선상에 놓이게 되었으나 영국 정부의 기조는 달라진 게 없었던 것이다. 테러를 일으킨 이들이 바란 게 그런 모습일까, 분열된 모습 말이다.

하지만 일련의 시민들은, 비록 자신들의 삶이 망가지고 전과 다르게 불안감에 떨며 지낼지라도 영국 정부를 비판하며 즉각 사살 명령 철회와 무고한 희생 방지에 목소리를 냈다. 공포와 불안을 넘어서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는 거룩한 움직임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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