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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순식간에 역대급 뉴스가 되어 버린, 웃픈 '똥범벅 크루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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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똥범벅 크루즈>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똥범벅 크루즈> 포스터.

 

카니발 트라이엄프호, 길이는 272미터에 달하고 폭은 35미터에 달하며 1999년 당시 자그마치 4억 2천만 달러를 투입해 만든 초거대 크루즈다. 마치 고층 빌딩 하나가 가로로 누워 있는 모양인데 물 위에 떠 있다니, 직접 그 앞에 서 보지 않고는 실감하기 쉽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가면 로비, 아케이드, 연회장, 극장까지 펼쳐져 있었다. 어딜 봐도 즐길 거리뿐이었다.

2013년 2월 7일, 미국 텍사스 갤버스턴에서 출항해 이틀간 항해해 멕시코 코수멜에서 정박한 다음 다시 하루 동안 항해해 갤버스턴으로 돌아가는 총 4일간의 항해를 시작한다. 전 세계에서 온 승객만 4000명이 넘었고 직원만 1200여 명으로 5000명이 훌쩍 넘는 인원이 크루즈에 탑승해 있었다.

모든 게 완벽했던 카니발 트라이엄프호, 하지만 넷째 날 새벽에 일이 벌어진다. 기관실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오래지 않아 정전으로 이어진 것이다. 배의 추진 시스템까지 통째로 말이다. 한순간에 표류하는 신세가 되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컬렉션 시리즈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 중 <똥범벅 크루즈>가 짧고 굵게 당시의 이야기를 전한다. 황당하고 당황스러우며 더럽고 또 감동적이다.

 

<똥범벅 크루즈>는 비록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에 가로막혀 글로벌 순위 1위를 찍진 못하고 최고 순위 2위에 머물렀으나, 몇몇 나라에서 1위를 찍으며 위용을 뽐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든 모르든 궁금증을 자아내고도 남을 소재인 건 분명해 보인다. 컬렉션 시리즈 '난장판이 된 사건사고'가 건네는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기대된다.

 

설마... 별 일 아니겠지? 금방 해결되겠지?

 

정전이 큰일이라고 할 순 없을 것이다. 이전에도 정전을 겪어보지 않았을 리가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대다수는 이 사태가 비록 심각하긴 하지만 오래지 않아 해결될 거라고 봤다. 기술자들이 뚝딱뚝딱 고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고쳐질 때까지도 문제였다. 정전이라는 건 전기가 나갔다는 걸 뜻하니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건 둘째치고 당장 전기식으로 된 변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작은 볼일은 샤워실에서 처리했고 큰 볼일은 주최 측이 나눠준 빨간 봉투에 처리하기 시작했다. 터무니없는 일이었으나 오래지 않아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해 어떻게든 할 수 있었다. 4일간의 항해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 별 문제가 아닐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전 문제는 금방 해결되지 못하고 하염없이 시간만 갔다. 배는 움직이지 못했고 표류하며 어디론가 흘러가고 있었다. 에어컨도 작동하지 않으니 배 안에 있기 힘들었고 땡볕 아래 있자니 시원한 물 한잔이 아쉬웠다. 하지만 이 거대한 크루즈는, 1200명에 달하는 직원은 4000명에 달하는 손님에게 뭐 하나 해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평생 잊기 힘들지만 얘기하기도 뭣한 사고이자 사건

 

화재를 완전히 해결한 후 기관실을 점검하니 생각보다 훨씬 심각했다. 자체적으로 해결할 도리가 없었다. 외부에 도움을 청해야 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던 게, 크루즈가 너무나도 컸고 사람도 너무나도 많았으며 육지에서 먼 곳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그 사이 지방 언론이 아닌 CNN이 달려들어 보도하기 시작하니 한순간에 역대급 뉴스가 되어 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수천 명의 사람이 큰돈을 내고 생애 다시없을 휴가를 보내러 크루즈에 탔는데 생애 다시없을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니, 문명을 아득히 거슬러 올라간 듯 화장실을 쓸 수 없다니, 망망대해에서 언제 구조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싸지도 못하다니 말이다.

치욕의 나날을 보낸 수천 명은 결국 구조되어 무사히 상륙했지만, 최악의 상황을 함께 보낸 이들 덕분에 오히려 뜻깊은 경험으로 남은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 사람들에겐 평생 잊기 힘들지만 어디 가서 얘기하기도 뭣할 만큼 불편하고 불쾌하고 불안한 사고이자 사건이었을 테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예견된 사고였다. 화재에 취약한 선박이었다는 명백한 증거가 즐비했던 것이다. 당사는 그 사실을 알고 나서도 특별한 조치 없이 선박을 출항시켰다. 이전에도 화재가 종종 났지만 금방 조치를 취해 별 이상 없이 항해를 계속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 큰일에 맞닥뜨렸다. 더 황당한 건 승객들이 티켓을 구매했을 때 절대 보장 불가 항목이 고지되어 있었다는 것. 그런 내용이 있는 줄 알면서도 티켓을 구매한 수천 명의 승객들이 바보인 걸까? 당사가 악랄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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