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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이제는 지키려고 싸우는 우리의 '약한 영웅'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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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약한영웅 Class 2>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2> 포스터.

 

2022년 11월에 웨이브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영웅 Class 1>은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웨이브의 위상을 몇 단계 올리는 데 성공했으니 말이다. 원작의 인기도 한몫했겠지만 당대 심각한 청소년 문제에 파격적으로 접근하는 한편 10대들의 진한 우정과 치열한 성장을 그려냈고 무엇보다 액션에 방점을 찍었다.

제목에서도 보이듯 후속작은 당연한 수순, 하지만 1편 공개 1년 만에 웨이브가 선보인 선택은 작품을 넷플릭스에 입양 보내는 것이었다. 웨이브로서는 뼈아픈 선택이었지만 어쩔 수 없기도 했을 테다. 토종 OTT가 안정적이었던 적은 없으니까 말이다. 결국 2025년 3월 말에 넷플릭스에서 <약한영웅 Class 1>이 선보여 크게 인기를 끌었고 4월 말에 2편이 선보였다.

초반 결과는 대성공, 기존의 2025년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들인 <폭싹 속았수다> <중증외상센터> <악연> 등이 오프닝을 월등히 앞서는 수치를 선보인 것이다. 1편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평을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얻은 수치이기에 앞으로가 더 주목되고 있다.

 

전학 온 시은의 친구들과 뻗어오는 마수

 

연시은은 예전 학교에서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은장고로 전학을 온다. 아무도 받아주지 않던 그를 받아줄 만큼 꼴통 학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연시은의 반에서 서준태가 최효만의 지시로 빵셔틀을 하고 폰을 훔치는 게 대표적인데 다 알면서도 쉬쉬한다. 심각한 트라우마로 잠을 못 자 학교에선 주로 자는 시은은 웬만하면 끼지 않기로 한다.

하지만 관여하지 않을 수 없었고 준태에게 용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용기를 낸 준태에게 손을 내미는 시은이다. 한편 은장고의 진정한 '짱'은 농구부 주장 박후민이었는데 곧 정학이 풀려 돌아온다. 그는 부주장 고현탁과 함께 효만의 일에 얽히며 시은, 준태와 친해진다. 하지만 그들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한다.

은장고는 아직 가입하지 못한 일대 고등학교의 일진 '연합'의 마수가 뻗어 오는데, 연합을 이끄는 나백진이 박후민을 강력하게 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폭력 근절을 목표로 하는 후민과 시은, 준태, 현탁은 백진의 뜻을 따르려 하지 않는다. 그럴수록 나백진을 위시로 한 연합의 압박 강도가 세지는데… 시은 일행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우정에 방점을 찍은 청소년 드라마

 

<약한영웅>은 Class 1이 의외의 큰 호평을 받고 빠르게 Class 2 제작에 들어간 케이스다. 주지했듯 심각한 청소년 문제, 진한 우정과 치열한 성장, 그리고 고강도 액션까지 삼박자가 어우러졌다. 하여 두 번째 이야기는 더 큰 스케일과 서사, 찰진 캐릭터를 선보일 거라 기대해마지 않았다.

하지만 <약한영웅 Class 2>가 유일무이하게 방점을 찍은 부분은 진하다 못해 사랑처럼 보이기까지 하는 '우정'이다. 혼수상태에 있는 안수호를 매일같이 찾아가는 연시은, 어릴 적 절친이자 막강한 실력의 소유자 박후민을 연합으로 데려오려는 나백진, 어느새 친해진 친구들과 은장고를 지키려는 박후민, 단짝이 되어 항상 붙어 다니는 고현탁과 서준태.

이 관계를 들여다보면 우정 이상의 미묘함이 엿보인다. 괴롭히는 자와 평화를 구하는 자의 대결이 아니라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대결 구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문제의 심각한 이면이나 연시은의 철저한 계획하의 도구를 적절하게 이용한 고강도 액션 등이 실종되다시피 했다. 아쉬운 면모다.

 

한편 Class 1을 상징하는 문구가 <데미안>의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힘겹게 싸운다'였다면 Class 2를 상징하는 문구는 <호밀밭의 파수꾼>의 '말하자면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나 할까'다. 그러며 '내가 할 일은 아이들이 절벽으로 떨어질 것 같으면 재빨리 붙잡아주는 거야'라고 하니, 시은의 '지키기 위한 싸움'의 모양새가 궁금해진다. 그가 지난 시즌에 타인에게서 받은 걸 이번 시즌에는 타인을 위해 쓰려 하는 게 아닐까. 

 

아이들의 폭력, 어른들의 역할

 

이 작품을 시즌 1과 별개로 보는 게 좋을 것이다. 어차피 내용 면에서 이어지는 게 없다시피 한 만큼 '우정'에 방점을 찍은 청소년 드라마로 생각하는 편이 좋다. 재미를 느끼는 지점 또한 우정의 관계로 얽히고설킨 이들의 미묘한 심경 변화로 국한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정도의 청소년 문제와 액션이 오히려 상당한 강도로 다가올 테다.

아무리 청소년이 주인공이라지만 이토록 어른이 나오지 않는 작품도 드물 것이다. 시즌 1 때도 그랬지만 그나마 나오는 어른들도 하나같이 별로다. 아이들을 지켜주기는커녕 아이들을 등쳐먹고 아이들에게 못살게 굴며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이해하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아이들이 폭력을 일상화하는 데 어른들이 절대적 역할을 했다.

<약한영웅> 시리즈는 Class 1과 Class 2가 평가와 흥행 면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줬다. 그리고 Class 3가 나올 토대도 당연한 듯 마련해 뒀다. 아무래도 Class 3는 어른들이 대거 출현하는 식으로 스케일을 크게 할 텐데 어디에 방점을 찍어야 할지 고민될 것이다. 그에 따라 시리즈의 성패가 판가름 날 테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Class 2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갈 힘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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