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대역전: 2004 보스턴 레드삭스>
미국 메이저리그의 가장 오래된 전설적인 이야기, 베이브 루스는 191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재능을 선보이며 투타겸업으로 팀을 이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레드삭스는 최대 전성기를 맞이했고 1915, 1916, 1918년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한다. 이견 없는 당대 최고.
그런데 레드삭스의 구단주가 투자 실패로 급전이 필요해 베이브 루스를 뉴욕 양키즈에 팔아 버린다. 1920년이었다. 이후 루스는 야구의 아이콘으로 거듭나고 양키즈는 그가 있던 동안 최초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며 20세기 최고의 명문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반면 레드삭스는 1918년을 마지막으로 20세기 내내 월드시리즈 우승을 할 수 없었다. 이른바 '밤비노의 저주'다.
물론 전통의 명문 레드삭스는 월드시리즈 우승에 수차례 근접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월드시리즈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지고 말았다. 저주도 이런 저주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21세기에 접어들었고 존 헨리가 새로운 구단주로 오며 팀 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30살이 채 안 된 테오 엡스타인을 단장에 앉히며 혁신을 가져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대역전: 2004 보스턴 레드삭스>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밤비노의 저주로 힘겨운 사투를 거듭한 끝에 85년 만에 저주를 깨고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하고 만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 이야기를 전한다. 최대 라이벌 뉴욕 양키즈 이야기도 상당히 많이 나온다. 같은 동부 지구의 두 팀은 자주 붙을 수밖에 없다.
절치부심한 보스턴 레드삭스의 2003년과 2004년
2003년 절치부심을 거듭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에서 뉴욕 양키즈를 맞이해 7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다. 운명의 7차전, 8회 초까지도 5-2로 앞섰지만 감독이 절대 에이스 페드로 마르티네즈만 고집하며 한계치 이상으로 몰아붙이니 동점까지 허용하고 말았고 11회 말 통한의 결승 홈런을 맞고 자멸하고 만다. 양 팀 모두, 그리고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이야기. 하지만 당해 양키즈는 우승에 실패한다.
이듬해에도 레드삭스는 꺾이지 않고 좋은 선수들을 데려오며 오랜 저주를 부수고자 나아간다. 새로운 감독도 모셨다. 존 헨리, 테오 엡스타인 등 수뇌부의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핵심 멤버들의 트레이드가 성사 직전에 파기되면서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이적이 확실시된 핵심 멤버들이 팀에 남았으니 말이다. 전력에 큰 타격이었다.
그럼에도 2004년의 레드삭스는 강했다. 물론 지구 우승은 양키즈의 몫이었지만 말이다. 롤러코스터의 행보 속에서 양키즈와의 한 경기가 팀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당일 경기에서 레드삭스는 몸싸움에서도 이기고(?) 경기에서도 이겼다. 하지만 여전히 답답한 경기력을 이어갔다. 분석해 보니 수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엡스타인 이하 수뇌부는 팀 쇄신을 위해 노마 가르시아파라 트레이드를 결정한다. 노마로 할 것 같으면 레드삭스의 에이스, 아이콘, 슈퍼스타였다. 1990~2000년대 메이저리그 3대 유격수였다. 수많은 이가 그 선택을 비난했다. 너무 섣부른 선택이었을까, 매우 시기적절한 선택이었을까. 드디어 다가온 양키즈와의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가 모든 걸 결정지을 것이었다.
역사에 길이남을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
사실 알 만한 사람은 안다.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어떤 신화를 써 내려갔는지 말이다. 야구 만화의 스토리라고 욕먹을 만한데, 야구 역사상 단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일을 이룩한 그들이다. 야구뿐만 아니라 어느 다전제 승부에서도 나오기 힘들 것이다. 그 시작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허무하게 3연패 한 후였다.
4번째 경기에서도 레드삭스는 양키즈와의 대결에서 피 말리는 접전을 이어간다. 남은 투수가 그리 믿을 만하지 못했지만 잘해줬다. 연장전 혈투 중 양키즈의 포스트시즌 절대강자 투수의 보기 드문 실투를 시작으로 정녕 가까스로 이기는 레드삭스. 5차전에서도 양상은 비슷했다.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4차전에서와 마찬가지로 팽팽한 결투를 결정짓는 한방.
6차전이 핵심이었다. 그 누구보다 투수가 잘해줘야 했는데 심각한 부상을 안고 있었다. 큰 기대를 할 수 없었지만 역대급 투구로 모두를 놀라게 하고 감동시켰다. 만신창이가 된 선수들의 정신력 싸움에서 승리한 것이었다. 레드삭스가 기어코 승리하며 역대 최초의 기록을 수립했다. 야구 역사상 시리즈에서 3연패 후 3연승. 이후의 레드삭스를 막을 자는 없었다. 레드삭스는 챔피언십 시리즈 7차전마저 잡아내며 198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했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맞이해 4:0으로 이기며 1918년 이후 86년 만에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정교하게 각본을 짜지 않고선 보여주기 힘든 거대한 판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와 뉴욕 양키즈의 2004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는 일명 '대역전'으로 역사에 남았다. 한 경기 한 경기 다 명승부였으니 재미도 충만했다. 만년 조연 레드삭스가 주인공이었고 만년 주인공 양키즈가 조연이었다. 끝의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게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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