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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재미를 추구하는 청년이 범죄와 맞닥뜨렸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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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무도실무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무도실무관> 포스터.

 

재밌는 걸 하면 건강하고 행복하기 때문에 재밌는 게 가장 중요한 청년 이정도, 그는 스포츠와 e-스포츠를 좋아한다. 그리고 항상 이긴다. 태권도, 유도, 검도 3단씩 도합 9단의 유단자이기도 하고 친구들과 FPS 게임을 즐긴다. 치킨집 사장인 아버지를 도와 배달일도 한다. 어느 날 배달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실랑이를 하는 성인 남자 둘과 마주친다. 그리고 비겁한 짓을 한 이를 제압한다.

표창을 받은 이정도, 보호관찰관 김선민 계장과 미팅 시간을 갖는다. 김 계장이 말하길, 전국에 전자발찌를 찬 사람이 5천 명 정도이고 그들은 성폭력이나 살인 같은 강력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며 GPS가 달린 전자발찌를 채워 보호관찰관이 24시간 감시를 하고 있단다. 하지만 그들은 위급 상황에 대처할 신체적 능력이 부족하기에 무도실무관을 채용한다는 것이다.

마침 정도가 도와준 무도실무관이 다쳤고 급히 사람이 필요한데 정도가 안성맞춤이기에 제안한다. 일단 5주만 도와줄 수 있겠냐고. 정도는 수락한다. 힘들지만 보람 있고 재밌을 것 같다는 마인드. 아빠도 수락한다. 새로운 거에 도전하면서 배우면 좋다는 마인드. 그렇게 시작된 무도실무관 일, 순조롭다. 전자발찌를 찬 이들은 말썽을 부리기 일쑤고 그때마다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일을 처리한다. 하지만 머지않아 목숨을 담보해야 할 정도의 큰일이 일어나는데…

 

'무도실무관'이라는 최상의 소재

 

김주환 감독은 2013년 <코알라>로 나름 성공적인 데뷔를 이룩했다. 비록 흥행에선 참패를 면치 못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데뷔작부터 그는 '청년'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이후 <청년경찰>이 크게 히트했고 <사자>는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실패하고 말았다. 이후 영화 <멍뭉이>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사냥개들>을 연달아 내놓았는데 <멍뭉이>는 흥행에서 실패했고 <사냥개들>은 흥행에서 크게 성공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넷플릭스와 손잡고 내놓은 작품이 영화 <무도실무관>이다. 김주환 감독이 꾸준히 천착해 온 '청년'+'사회 문제'가 주를 이루는 이야기를 잘 풀어낸 수작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에 극장에선 <베테랑 2>가 개봉했는데 비슷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 더 눈에 띈다. 거의 동일한 서브 소재를 두고 <무도실무관>이 훨씬 참신하고 깔끔하게 다가갔다고 할까. 또 하나,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직업 '무도실무관'을 메인으로 가져온 것도 신의 한수다.

아울러 전자발찌도 성범죄자만 차고 있는 줄 알았는데 살인자를 포함한 강력범죄자들이 차고 있으면서 24시간 동안 보호관찰하는 줄은 전혀 몰랐다. 그 자체로 시종일관 흥미를 동하게 하는 최고의 소재다. 나아가 별 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보람 있는 일 정도로 지나칠 수 있겠으나 아무래도 상대가 강력범죄자들이니 만큼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걸 상기시키기도 한다. 여기까지 보면 관공서 홍보 영화처럼 보일 수 있겠는데 장르적으로 잘 풀어냈다. 

생소한 직업군을 메인으로 내세우고자 할 땐 영화보다 시리즈인 경우가 많은데 이 작품도 시리즈였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영화를 보면 이정도 무도실무관, 김선민 보호관찰관뿐만 아니라 이정도의 친구들이 꽤 큰 역할을 하는데 시리즈였다면 훨씬 더 다양하고 흥미진진하고 감동과 재미, 그리고 교훈까지 담아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예언 하나 하자면, 이 작품은 앞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시리즈까지 이어질 거라 본다.

 

'범죄' 아닌 '청년' '사회 문제'로

 

영화 속 이정도와 친구들처럼 각자 재미를 추구하는 분야에선 타의 추종을 불허하나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까 혹은 잘하는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지 않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상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다른 차원, 즉 자신이 주체가 되어 회사 아닌 직업으로서의 고민으로 나아간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라는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을 명언 혹은 헛소리가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이정도는 연봉이 얼마인지, 복지가 어떤지, 근무 환경은 좋은지, 출퇴근 시간은 짧은지 등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단지 재밌냐고 물어볼 뿐이다.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조언을 구할 때도 똑같다. 이후에는 직접 부딪히며 경험하고 장고 끝에 결정한다. 그땐 누구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치 않다. 오직 스스로와의 대화가 필요할 뿐이다.

영화는 전자발찌를 찬 강력범죄 우려자들을 보호관찰하고 때론 제압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나, 김선민이든 이정도든 아이들이 안전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때론 목숨도 걸린 일을 한다. 그 지점에서 보람과 희열을 느끼니 이 영화의 지향점은 '범죄'가 아니다. 그보다 훨씬 밝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지향한다. 청년들이 만들고자 하는 아이가 '안전'한 세상.

이 작품을 두고 단순히 재밌다고만 말할 수 없는 게 여기에 있다. 전체적으로 가벼운 인상인 건 분명 하나 여기저기에서 각종 사회 문제들을 섬세하게, 그러나 무겁지 않게 터치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접하며 생각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대중이 잘 받아들이게끔 김주환 감독만의 시그니처가 만들어졌다고 본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다. 앞서 말했듯 영화의 지향점에 '범죄' 또는 '범죄자'가 없기에 그들을 다분히 객채화, 비인간화하여 다분히 손쉽게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시리즈 아닌 영화로서 많은 걸 심도 있게 그려내는 건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확실하게 선택과 집중을 시도했다는 점에 방점을 두고 싶다. 시리즈로 확장하여 만들어진다면 다방면으로 심도 있게 그려낼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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