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리뷰] <네안데르탈인의 비밀>
오래전 동아프리카 평원은 인류의 먼 조상의 집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북쪽으로 이주해 네안데르탈인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며 수가 늘었고 러시아에서 대서양 해안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그렇게 30만 년 동안 번성했던 이들은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그쯤이 지금으로부터 약 4만 년 전이다. 그들은, 네안데르탈인은 왜 사라졌을까?
네안데르탈인의 유해가 발견된 곳은 몇 되지 않는다. 그중 가장 중요한 곳이라면 중동 쿠르디스탄(쿠르드족 자치 지역) 산속의 '샤니다르 동굴'이다. 그곳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비밀을 찾고자 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네안데르탈인의 비밀>이 네안데르탈인의 삶과 죽음을 추적한다. 그 이름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만큼 친숙하지만 잘은 모를 것이다. 그냥 인류의 먼 조상 혹은 먼 조상의 친척쯤?
인문학적 다큐멘터리의 대가 BBC에서 제작한 이 작품은 샤니다르 동굴에 집중해 네안데르탈인을 조명한다. 그곳에서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발굴을 시작했다. 그들은 1950년대 이곳을 발굴했던 '랠프 솔레키'를 기린다. 그는 네안데르탈인 남성, 여성, 아이의 시신 10구를 찾았다. 샤니다르 1호의 탄생이다. 샤니다르 동굴이 유명해진 이유다.
네안데르탈인의 충격적이고 신기한 비밀
네안데르탈인은 아주 다부진 체격을 가졌고 눈썹뼈가 컸으며 두개골 모양이 우리가 좀 다르다. 훨씬 큰 편이다. 그들만의 언어도 있었을 거라 짐작한다. 작품 속 고고학자들은 일제히 네안데르탈인을 호모 사피엔스, 즉 우리의 먼 친척이라고 말한다. 그들과 우리가 하나의 뿌리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언어가 있었을 거라니 자못 신기한 지점이다.
한편 샤니다르 1호는 약 4만 5천 년 전에 사망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유골의 상태를 보아하니 몸 여기저기 성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이 발견은 큰 의미를 가지는데 네안데르탈인 구성원들 간에 보호와 연민이 존재했다는 증거였다. 중상을 입은 개인이 부족의 지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솔레키는 샤니다르 3호도 발견했는데 1호와 비슷하게 상처가 많았다. 그 역시 보호를 받았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동굴에서도 네안데르탈인의 이런 행동 방식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그들의 행동 방식이 얼마나 '인간적'이었는지 말해 준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완전히 다른 세계에 살았다. 크로아티아 자연사 박물관에 보관된 크라피나 컬렉션을 보면 충격적인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바로 동족을 먹었다는 사실. 하지만 들여다보면 굉장히 복합적인 의미를 띠었으니 망자의 살을 먹음으로써 일종의 유산 같은 것을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충분히 가능한 가설이다. 가설이 맞다면 우리 인간과 다른 게 없지 않나 싶다.
네안데르탈인은 결코 열등하지 않았다
네안데르탈인이 망자를 대하는 방식은 곧 그들의 사고가 복잡했다는 걸 의미한다. 그걸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곳이 '꽃 매장'’이라고 알려진 샤니다르 4호다. 솔레키는 그곳을 두고 영적 진화의 첫 징후이자 종교의 첫 태동이라고 말했다. 샤니다르 4호는 약 7만 5천 년 전에 사망했는데 8가지 꽃가루가 발견되었다. 장례 의식까진 아니라고 할지라도 비슷한 걸 하지 않았을까 추측할 수 있다.
1960년 이후 대혼란의 연속이었던 중동, 샤니다르 동굴은 그 한복판에 있었기에 누구도 그곳에서 발굴 작업을 할 수 없었다. 하여 2018년에야 이르러 다시 작업을 할 수 있었고 뜻밖의 발견에 이른다. 바로 샤니다르 Z로 약 7만 5천 년 전에 사망했다. 두개골 전체가 납작하게 부서져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 굉장히 약했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했다.
샤니다르 Z의 조각들을 영국으로 옮겨와 퍼즐 맞추듯 하나하나 맞추고 네덜란드로 옮겨 고대 유물 복원가에게 맡겨 실제에 가깝게 복원했다. 그리고 지난 2024년 5월 1일에 공개되었다. 본래 네안데르탈인은 우리보다 열등한 존재라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프랑스의 브루니켈 동굴에서 발견된 것 덕분에 그런 편견이 깨졌다. 그들은 완벽한 계획 하에 동굴 안을 '인테리어'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가장 오래된 건축물.
인간의 한 종류였던 네안데르탈인이 사라진 이유
일련의 이야기들은 우리와 그들,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그리 먼 관계가 아니었다는 걸 보여준다. 그들도 우리처럼 언어가 있었고 도구를 쓸 줄 알았으며 종교도 있었고 상상하고 창조할 줄도 알았다. 그리고 공동체를 구축해 일원을 보호했으며 선대의 유산을 후대로 물려주고자 노력하기도 했다. 우리네와 다를 바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들은 왜 사라졌을까? 수많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이 작품은 마지막 빙하기의 기후 변화에 큰 타격을 입었을 거라 추측한다. 극심한 추위와 메마른 건조가 들이닥쳤다는 것이다. 하여 나무가 없는 세상에서 네안데르탈인이 멸망으로 치달았을 거라고 내다봤다. 와중에 그들은 호모 사피엔스와도 맞닥뜨린다. 다른 종과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다.
'인간'이라는 게 뭔지에 대한 답을 이 작품은 네안데르탈인이 우리의 먼 친척이었다는 주장으로 끝맺는다. 즉 그들도 인간의 한 종류였다고 말이다. 아울러 그들도 우리와 별다르지 않았다고 말한다, 서로 연민의 마음을 갖고 죽음을 대하는 방식이 비슷하며 앞으로 필연적으로 닥칠 일에 대해서도.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알면 알수록 인간의 범위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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